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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에 대한 서평 써봤는데 어떤지 평가 좀 해줘앱에서 작성

가리비마시쨔(125.177) 2017.07.19 03:11:53
조회 161 추천 1 댓글 2

단절된 타인과의 관계와 ‘방드르디’, 한 줄기의 빛.


과거, 톰 행크스라고 하는 잘생긴 배우가 출연하던 ‘캐스트 어웨이’라는 영화에서는 이러한 장면이 나온 바 있다. 주인공인 ‘노랜드’가 인적 없는 무인도에 표류하며 너무나도 외로운 나머지, 배구공에 핏자국으로 얼굴을 그려,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처음에는 모든 관객들이 한낱 배구공을 친구처럼 대하던 ‘노랜드’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보았다. 그러나 영화의 막바지, 노랜드가 무인도에서 탈출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윌슨’을 떠내려 보내며 “내가 미안해 윌슨!, 어쩔 수없었어!”라고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 모두가 노랜드가 실제 인물과 이별하는 것처럼 안타까움과 깊은 감동을 느겼다.
우리가 저런 ‘노랜드’의 행동에 공감하고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것은 바로 우리가 언제가 타인과의 관계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21세기, 문명의 사회에서 우리는 항상 누군가와 관계를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힘든 몸을 기대려 집에 돌아오는 순간까지도, 언제나 우리는 타인과 만나고 이야기하며 타자와의 관계를 끊지 못한다. 하지만 때때로 현대인들은 그런 부대끼고 혼잡한 생활에 질려, 휴가 때만은 도시를 떠나 조용한 촌이나 섬으로 내려가 타인이 없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홀가분함은 그 때뿐, 몇 일, 몇 주의 시간이 지나면 금방 그 고독함에 지쳐 다시 미어터짐에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 우리들이다.
하지만 그런 질릴 정도의 고독함을 28년이 넘는 시간동안 몸에 맡긴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영국의 다니엘 디포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에 나오는 주인공, ‘로빈슨 크루소’ 이다. 그는 28여년이 넘는 숨이 턱 막히는 시간동안 무인도에 혼자 남아 표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디 조국인 대영제국에서 지켜왔던 청교도적인 삶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라는 그들의 경전에 나온 문구처럼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자신만의 질서와 규칙을 정해 철저한 문명인으로써의 자신을 홀로 지킨다. 로빈슨 크루소가 그런 문명과 근대적 합리주의의 상징이라면, 그의 대조적인 위치에는 ‘프라이데이’라는 인디언이 존재한다. 그는 야만의 상징으로써 감히 미개한 인디언에게 성인(聖人)의 이름을 붙이지 못해 ‘프라이데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로빈슨 크루소’는 친히 그 야만적이고 미개한 인디언 소년을 계몽시키며 그를 문명화시키는 자비로움을 보인다.
로빈슨 크루소, 그에게 ‘프라이데이’란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섬에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 그리고 하염없는 부름에도 대답 없는 그의 식민지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타자와의 관계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다. 타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타인을 보며 무언가를 배우고 반성해 나가며, 끊임없이 자신을 성장시켜가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디토의 로빈슨은 그 섬에서 어떠한 인간관계도 없이 혼자 살아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디토의 소설이 쓰이고 200여년이 지난 후 프랑스의 ‘미셸 투르디에’는 ‘로빈슨 크루소’의 그러한 근대성에 대해 반감을 느낀다. 로빈슨이 프라이데이에게 보인 그러한 계몽주의적인 태도가 결국 식민지인들을 비인권적으로 착취하고 세계 대전의 참사를 이끌 고야 말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로빈슨 크루소를 뒤집어, 타인과 인간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설로 쓴다. 그는 우선 크루소의 노예였던 ‘프라이데이’부터 뒤집는다. ‘프라이데이’를 자신의 나라의 언어로 ‘방드르디’라고 번역한 후 소설의 제목에, 감히 그의 이름을 올려다 둔다.
그의 소설의 내용에서 로빈슨은 무인도에 표류한 직후 무인도에 남겨지게 된 자신의 처지를 부정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다른 이와의 관계가 단절되어버린 그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그 단절감을 부정하기 위하여 섬 자체를 부정하게된 것이다. 또한 점차 타인이 없는 고독함은 로빈슨의 인간이라 하는 정체성마저 무너뜨리고 만다. 결국 로빈슨은 모기떼와 멧돼지들이 사는 진흙과 물렁물렁한 배설물의 늪인 진창 속에 몸을 맡긴 채 하루 종일을 보내고 만다. 그러다 자신의 인간성 상실을 목격한 로빈슨은 결국 자신이 표류하던 섬에게 ‘스파란차(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여, 섬을 인간화하기에 이른다. 이는 그가 대학시절 잠시 사귀었던 이탈리아 여인의 이름이었다. 그 섬은 ‘두 다리를 접고 있는 여성의 몸’을 닮았으며, 그에게 스파란차는 결국 애인이자 어머니이자 약혼녀이자 아내이다. 그럼에 그는 스파란차의 동굴 속 오목한 구멍 안에서 어머니의 자궁 안에 있는 것처럼 웅크리기도, 나무 둥치에 성기를 넣어 성행위를 하고자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화가 된 섬조차도 그에게 완벽한 타인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섬이란 로빈슨과 같은 독립적인 객체가 아니었고, 결국 이는 로빈슨과 섬에게는 일방적인 소통밖에 낳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 로빈슨에게 진정한 타인이 등장한다. 바로 ‘방드르디’이다. 방드르디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갈망하던 로빈슨에게 하나의 빛줄기와도 같았다. 그에게 방드르디란 생명력, 기쁨, 희망, 자유, 사랑 등의 모든 긍정적인 역할의 집합이다. 다시 말해 방드르디는 로빈슨 크루소로써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선생’이자 무인도에서 함께하는 ‘형제’이자 그의 유일한 ‘친구’였다. 디포의 소설에서 프라이데이는 야만의 상징으로 나오지만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에서의 방드르디는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너머 그를 ‘타인’으로 인정했다. 그렇게 투르디에가 디포와 다르게 ‘프라이데이’를 본 시각은 결국 그 깜둥이 인디오 소년을 ‘하나의 독립적인 인간’으로써 인정했다는 점이다.
위에서 말한 우리가 휴가철마다 때때로 원하는 아무도 없는 세상이란, 로빈슨처럼 아예 타인이 없는 세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던 아무도 없는 세상은, 단지 나와 의견이 다르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쓸 떼 없는 갈등 없이 조용히 살기를 원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런 삶 또한 타자가 있어야만 존재한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사회가 복잡화되고 세계화가 이루어지면서 현재 우리가 마주해야하는 인간관계란, 더욱 무겁고 우리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런 부담에 타인과의 관계를 부정하고 도피하려고 하기보다 자신과 다른 타인을 인정하고 다름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야 말로 바람직한 자세라는 것을, 방드르디를 자신의 스승이자 형제이자 친구로 받아드린 로빈슨의 태도로부터, 우리는 배울 수있다.



취미로 글을 많이 쓰지만 아직 고2고 많이 부족하다. 비판 달게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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