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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거절 당해도 계속 고백하는 이야기.앱에서 작성

리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19 12:45:04
조회 643 추천 36 댓글 8
														

"언니."


너무나도 눈 부셔서, 어둠 속의 나를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사람.


하지만 나는 곧 그 빛에 적응했고, 경이로운 눈으로 쳐다보게 되었다.


눈치 빠른 언니는 그것을 머지 않아 눈치챘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마음을 전했다.


이왕 들킨 거, 질러나 봐야 되지 않겠어.


"좋아해."


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있전 언니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너가 무슨 소릴 하는지 알기는 하니?"


"알고 있으니까 말하는 거 아니겠어?"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말했으면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주지 않겠어?


하지만 돌아오는 건 나를 인간 이하로 여기는 한심한 눈빛.


"싫어. 넌 동생이잖니."


"그럴 줄 알았어."


당연하다. 언니는 항상 나한테 무심했으니까.


좋아하기는 커녕, 날 미워하는게 틀림없다.


"그러면 이제 그만 둬."


"내 마음을 어떻게 갑자기 바꿀 수 있겠어?"


언니는 깊게 한숨을 내뱉더니 고개를 돌려 다시 시선을 책상에 두었다.


"그러면 알아서 해."


"말 안해도 그럴 생각이야."







그 뒤 나는 무차별 애정 공세를 날렸다.


"언니, 설거지는 내가 할게."


"...그러렴."



"언니,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나가는 김에 사다줄게."


"...그러면 커피 좀 부탁할게."



"언니, 힘들지? 안마 해줄게."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언니의 어깨를 주물렀다.


피부 보들보들해.


머리에서 좋은 냄새 나.


그렇개 내 흑심을 채우며 봉사하고 있는데, 언니가 시선을 내게 주지 않으며 조용히 읆조렸다.


"이래봤자 달라지는 거 없어."


"뭐가? 언니가 나 싫어하는 거?"


언니가 서걱거리던 연필을 멈췄다.


뭐야. 설마 내가 모르는 거라 생각했나?


"그럴 만 하다고 생각해. 어릴 때부터 항상 언니에게 민폐만 끼쳤잖아."


나는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잘하는 것도 없으면서 떼만 잘 썼고, 언니가 경고했는데도 여기저기 쏘다니며 사고도 쳤지."


음, 내가 생각해도 심했다.


괜히 머쓱해지네.


"그래도 이렇게 잘해주면, 언젠가 변심할 수도 있잖아."


"그럴 일은 없어."


"그건 두고 봐야지."


나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주무르던 손을 놓고 언니의 어깨를 툭툭 드렸다.


"오늘도 수고했어, 언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래도 조금씩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다면 좋을텐데.


그런 생각은 머지 않아 무참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내 여자친구야."


갑자기 어떤 여자와 들어온 언니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싱긋 웃어보였다.


"뭐야, 언니도 여자 좋아했어? 말해 주지 그랬어."


"너한테 말할 이유는 없으니까."


언니는 쌀쌀하게 쏘아붙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옆의 여자에게 상냥하게 웃어보였다.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표정.


그 여자는 핫, 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김유정이에요."


"제가 더 어릴텐데, 편하게 말하세요! 그건 그렇고, 우리 언니 울리면 화낼거에요?"


내가 장난스럽게 씩 웃어보이자, 언니가 나를 노려보며 유정 언니 앞을 막아섰다.


"울렸으면 너가 울렸겠지. 빨리 방으로 들어가."


가슴이 옥죄어 왔지만, 주먹을 꽉 쥐고 웃었다.


"알았어. 내가 먹을 거라도 내올테니까, 먼저 들어가있어."


유정 언니는 차가운 언니의 모습을 처음 보는 듯 언니의 뒤를 얌전히 뒤따라 가면서도 안절부절 못 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입모양으로 괜찮다고 읆조리자,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언니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뒤졌다.


아른아른거리는 언니의 모습.


나에게는 한 번도 그래준 적 없는데.


'...괜찮아.'


씁쓸한 마음에 입술을 잘근거리며, 그렇게 스스로 다독였다.







간단히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챙겨 방 안으로 들어가자 보인 것은 손을 맞잡고 애정행각을 하고 있는 둘의 모습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가져온 것을 내려다 놓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방을 나와 내 방으로 들어갔다.


빨리 포기하라고 비웃는 듯 적나라하게 보여진 그 모습에, 꽤나 우울해졌다.


'이건 조금 아프네.'


가슴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끼며, 벽에 기대 무릎을 양팔로 감싸안았다.


그대로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다음 날,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대로 굴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언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제 나 좋아하지 마."


"왜?"


"어제 봤잖아. 나 여자친구 생겼는데도 계속 그러게?"


"당연하지."


그러자 언니는 나를 무시무시하게 노려봤다.


"너, 유정이한테 무슨 짓 하면..."


"안 해. 언니한테 소중한 사람이잖아?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러겠어."


"...나한테 바라는게 뭐야?"


"없어. 언니가 말했다시피 내 멋대로 좋아하는 거야. 그러니까 언니가 뭘 하든 내가 간섭할 권리는 없어."


"잘 알고 있으니 다행이네."


언니는 진심으로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언니가 보기에 그 정도 인간이었던건가.


"그래도 말이야, 내 마음은 가벼운 거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봐주지도 않는 건 아프네."


나는 눈을 내리깔고 나지막히 말했다.


"나도 상처는 받아, 언니. 그래도 좋아해."


나는 조용히 뒤돌아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구나.


나는 문을 걸어 잠구고 밖에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침대에 파묻혀 눈물을 한 방울씩 흘려보냈다.







그 뒤로 나는 유정 언니와 친해졌다.


올곧고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언니가 좋아할 만 했다.


유정 언니와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함께 그림을 그리며 수다를 떨기도 했다.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모르는 언니의 이야기를 하는 걸 듣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일이었다.


반면에 언니와 나의 관계는 서먹해졌다.


역시 내가 그런 말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언니와 마주치면 가볍게 끄덕이고 말을 섞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언니를 좋아한다지만, 유정 언니가 있는데 빼앗을 마음은 없었다.


괜한 오해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거리를 두었다.


언니도 그것이 마음에 드는 듯 했다.


아무래도 언니에게 나는 짜증나는 이물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할 수록, 내 마음은 복잡해졌다.


그 마음들은 마침내, 내가 자립하게 되어 이사가는 날에 터지고 말았다.
​이사가기 전 날, 나는 정말 오랜만에 언니의 방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언니."


여전히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좋아해."


그제서야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더니, 또 시작이구나."


"언니, 나는 언니한테 뭐야?"


그 한 마디에 물밀듯 밀려오는 감정에, 하고 싶었던 말들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냥, 한 번만 바라봐 줬으면 했어. 동생이니까, 라는 말이 아니라 그냥 사람 하나로써."


나는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런데 언니는, 항상 날 노예보다도 못한 버러지처럼 비참하게 만들어."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 됬다는 걸 알아차린 듯, 언니의 표정이 굳어갔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개의치 않았다.


"그냥, 그냥 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한 마디만 해줬으면, 포기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이설하, 잠깐..."


"나는 언니한테 뭐야? 주제도 모르고 다가오는 성가신 년? 언니를 좋아하는 더러운 놈? 짜증나는 이물질? 맨날 인간 이하인 존재처럼 그렇게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봐!"


격앙된 감정에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내렸다.


그럼에도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나도 사람이야, 언니. 상처 받을 수 있어. 함부로 대해도 아무래도 좋은,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목이 매여왔지만 제대로 말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는 언니한테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어. 그래도 좋아해."


웃거나 무표정이 아닌, 언니의 새로운 표정을 보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제 그만 할래. 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유정 언니를 위해서야. 다시는 눈 앞에 나타나지 않을테니까 안심해."


나는 뒤로 돌아 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미리 챙겨둔 짐들을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지만, 모두 무시했다.


나는 문을 열었고, 문을 닫을 수 있었다.


이제는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자매백일장 끝나서 창작에도 올려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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