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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오시프 스탈린 - 마르크스주의와 민족문제 (2)

Lma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31 18: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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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계속.


족성(national character)이 민족구성체(nation)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가 아니라 유일무이한 성질로 간주되고, 여타 모든 특성들은 민족성의 주요 성질이라기보다 엄밀히 말해 민족구성체 발달을 위한 부차적 조건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시각은 오스트리아에서 민족문제에 관해 정평난 사회민주주의 이론가들인 R. 슈프링어와 오토 바우어에 의해 관찰된다. 이들의 민족론을 한번 들여다보자.


슈프링어에 따르면 민족은 서로 비슷한 사고와 언어를 지닌 개개인들의 연맹이자 지역 연고에 더 이상 귀속되지 않는 현대인들의 문화적 공동체이다. 따라서 비슷한 사고와 언어를 지닌 개개인들의 연맹지리적 거리와 사는 장소에 관계없이 민족이랑 동치된다. 바우어는 한술 더 떠 이렇게 말한다:


"민족이란 무엇인가? 민족의 정의는 개개인을 민족집단으로 만드는 공용어에 있지 않은가? 그런데 영국인과 아일랜드인 등은 단일집단이 되지 않고도 동일한 언어를 구사하고, 유대인들도 공용어가 없지만 여하간 민족임은 틀림없다." (주- 이탤릭체는 바우어의 말에 해당됨)


그렇다면, 민족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민족은 서로 연관된 특성으로 뭉친 공동체이다.”


그런데 이러한 맥락에서 민족성이란 무엇인가? 민족성은 "타민족 구성원들로부터 특정 민족 구성원들을 구분시키는 성질들의 총합이자 신체·정신적 성질들의 합"이다. 바우어는 민족성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무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운명공동체만큼 인민대중의 성격을 정의할만한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민족은 인민대중이 물질적 수단을 생산하고 노동으로 창출된 산물들을 분배하는 제반 조건 하에서 규정된 운명공동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살을 붙인다.


따라서 우리는 바우어가 "민족은 인민대중의 공동운명체"라고 말한대로 민족구성체에 대한 가장 "완전무구한" 정의에 도달한다.


그러한 시각에서 살펴보면 우리 인류는 서로 공유하는 토지, 언어, 경제권역이 아니라 공동운명체에 기반한 민족성을 지닌다. 하지만 해당 맥락에서 볼때 민족을 구성하는 나머지 요소들은 어떻게 되는가? 경제적으로 떨어져있고 서로 배다른 영토에 거주하며 세대와 세대에 걸쳐 상이한 언어로 말하는 인간군상들 사이에 어떠한 공통분모가 있는가? 바우어는 유대인들이 하나의 공용어를 지니지 않고 있음에도 이들을 민족이라고 주장하나, 예컨데 서로 떨어져있고 배다른 영토에 거주하며 상이한 언어로 말하는 유대계 조지아인, 다게스탄 유대인, 재러 유대인 그리고 유대계 미국인들 사이에 운명공동체와 민족적 단합이 존재하기라도 하던가?


위에서 언급한 유대인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조지아인, 다게스탄인, 러시아인, 그리고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와 경제를 주도하며, 열거한 집단들처럼 단일 문화권역 안에서 삶을 영위한다. 단일 문화권역은 유대인들 특유의 민족성에 명확한 인상을 심어준다. 지금도 여타 공통분모들이 잔존해있다고 한다면 종교와 동일한 조상, 그리고 민족적 특색의 잔재를 들 수 있다. 이 모든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화석화된 종교적 전통과 희미해져가는 심리적 유산들이 사회경제적, 경제적 제반 환경보다 어떻게 이들 유대인들의 운명공동체에 더욱 강력하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단일민족으로서 유대인을 논할 때에야 성립 가능한 추론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우어의 민족을 정신주의자들의 배타적이면서 신화에 기반한 민족정신(national spirit)으로부터 구별시키는가?


바우어는 민족구성체의 특수성과 구성원들의 일상적 "조건들" 사이에 지나갈 수 없는 벽을 상정하며, 해당 개념들을 서로 분리시킨다. 그러나 제반 환경에서 비롯된 동질감의 공고화라는 경제적 조건의 표현이 아니라면, 민족성은 무엇으로 정의되는가? 민족성을 배양해낸 지역적 풍토로부터 해당 개념을 규격화하고 범위를 축소시키며, 여타 조건들로부터 분리시키는게 어떻게 가능한가?


덧붙여서, 18세기 말과 18세기 초반 미국이 뉴잉글랜드로 불리고 있었을 때 무엇이 미국으로부터 영국을 구분시켰던가? 미국인들이 잉글랜드에서 건너왔고, 새로운 조건 속 형성된 영향하에 그들만의 특색을 자연스레 발전시킬 터였어도 영어뿐만이 아니라 영국적 민족성도 같이 들여온 바는 물론 주지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공통분모가 많건 적던간에 미국인들은 이미 같은 시각에 영국으로부터 독자적인 민족구성체를 형성해냈다! 민족구성체로서 뉴잉글랜드는 특유의 민족성이나 민족적 특색이 아닌 제반 환경과 경제적 조건에 따라 잉글랜드로부터 독자적이다. 그러한 이유로 단 하나의 성질만으로 개개 민족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복수 이상의 민족이 때때로 하나의 특성(민족성)이나 배다른 특성(언어), 또는 제 3(영토, 경제적 조건)로 비교될 때에야 총체가 성립된다. 민족은 이 모든 성격들이 함께 구현된 복합체로 이루어진다.


민족을 민족성과 동치시키는 바우어의 주장은 민족을 지역적 풍토로부터 분리하여 별개의 추상적 개념으로 변환시키면서, 있는 그대로 살아있는 민족이 아니라 피상적이며 실체가 명확히 없는 개념으로 귀결시된다. 했던 말을 다시 되풀이하자면, 유대계 조지아인과 재러 유대인, 재미 유대인, 다게스탄 유대인, 그리고 기타 파벌들로 구성되어 (배다른 언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구 전역에 분포하여 서로가 만날 일이 전무하며, 평시나 전시에 공동으로 뭉칠 일이 한사코 없는 유대계 민족은 어떤 종류의 민족인가!


탁상공론에 불과한 민족을 위한 자리는 없다. 사회-민주주의적 민족정책은 오로지 생동감 넘치는 실재적 민족에 대해 염두하며 해당범위 내에 있는 민족집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바우어는 역사적 구성체인 민족을 종족적 구성체인 부족과 명백히 혼동하고 있다.


그러나 바우어 자신도 본인이 설파한 주장의 약점을 명백하게 체감하고 있다. <민족문제와 사회민주주의> 초반부에서 그는 유대인을 민족으로 풀이했지만, 말미에는 기존의 입장을 정정하며 세계자본주의 사회가 타민족과의 동화를 촉발시킴으로써 유대 민족을 존립시키기 불가능하게끔 만든다고 주장한다. 바우어에 따르면 그러한 기저에는 유대인들이 서로 밀접한 거주지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점이 깔려 있지만, 반면에 체코인들은 일례로 공통된 영토를 보유하기에 민족으로서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유대인들이 민족이 아닌 까닭은 단일영토 부재에 있다.


바우어는 유대인 노동자들이 민족자치를 요구할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하나, 그러한 방식으로 논리를 전개하면서 단일 거주영토가 민족구성체의 자격요건 중 하나임을 부정하는 본인의 이론을 스스로 반박한다. 바우어의 모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민족문제와 사회민주주의> 초반부에서 유대인들은 공용어가 없어도 민족이라고공공연히 떠들지만, 같은 책 130페이지에 와서는 논점을 바꿔 의심의 여지 없이 어떤 민족도 공용어 없이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바우어는 언어는 대인소통의 가장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하나, 같은 무렵 그는 의도치 않게 공용어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본인 이론의 자기당착성을 스스로 폭로한다. 비실재적 설명이 곁들어진 바우어의 민족론은 따라서 이율배반적이다. (1장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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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이번 파트는 개별 사례에 천착하는 바우어 등 문화-민족 자치론자들의 형용모순적 주장과 논거에 대한 스탈린의 반론이자, 민족문제의 복합성을 역설하는게 주된 내용임. 사족으로 글 쓸때 1장 전체 올릴려다가 글자수 제한때문에 나눠서 올렸으니 이점 양해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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