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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문학 ] 즐거운 스틸라인 동계훈련 2

amahar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17 01:27:45
조회 11642 추천 118 댓글 66
														

전 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astorigin&no=2049629&exception_mode=recommend&search_head=30&page=2


중 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astorigin&no=2054612&exception_mode=recommend&search_head=30&page=7


후편1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astorigin&no=2077900




viewimage.php?id=21bcc332eac031a167b1&no=24b0d769e1d32ca73ced82fa11d02831fe384ecd5bf5471a0304a3eb0d95158d91ef9734465e2426fb9a0e84d50e1e20caf2fddbeaf557a33e17770a58913d3d52b4cf7890





" 씨발 이거 삽이 안 박히잖아 "


이프리트는 한 손으로 삽코를 땅바닥에 박아넣었지만 택도 없이 튕겨져나오는 흙땅(?) 을 바라보며 울분을 토했다.


땅이 얼어도 너무 얼어있다. 일교차가 비교적 큰 곳이라 낮에는 이슬이 맺히고 밤에는 땅에 녹아들어 얼어버리니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었다.


브라우니들은 열심히 삽질을 했지만 별 진전이 없자, 노움상병을 쳐다봤는데


퍽 퍽하면서 땅을 잘만 파고 있는것이었다. 보니까 그저 힘으로 땅을 깨부수며 땅을 파고 있었다.


.....


브라우니들은 똑같이 힘으로 삽을 내리 꽂기 시작했다.


" 야야 , 손목 나간다. "


이프리트 병장이 와서는 ' 삽질은 그렇게 하는게 아니야 ' 하고는 레프리콘에게 삽달라고 손을 까닥였다.


레프리콘이 삽을 건네주자, 이프리트는 몸을 두어번 풀고는 한손은 손잡이에


다른 한손은 막삽의 머리목 부분으로, 아주 넓게 잡고는 마치 노를 젓는 모양새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퍽


얼어붙은 땅에 삽코가 일정한 간격으로 퍽퍽 거리며 박히기 시작했고, 역수로 잡은 삽을 재주좋게 반바퀴 휙 돌리고는


삽이 박혔던자리에 삽을 넣고 삽등을 발로까서 뜨자 땅이 쪼개지며 쑤우욱하고 올라오는것이었다.


오오 ! 브라우니들은 신이나서 삽코를 박아넣고 발로 까기 시작했다.


레프리콘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발로까는걸 가르쳐주신게 아닐텐데... 하고 생각했으나


자기도 그렇게 삽질은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잠자코 있었다.


" 이뱀, 오늘은 적당히 하고 해 넘어가기전에 땅고르고 텐트부터 치는게 어떻겠습니까 ? "


노움이 흐르는 땀을 목장갑의 손등으로 닦아내며 물었다.


확실히 겨울낮은 짧다. 특히 산중에서의 겨울 낮은 무척이나 짧을것이다.


전기도 제대로 안들어오는 이런곳에서 숙영을 한다면 오늘 하루는 숙영준비에만 몰두해야할 것이다.


이프리트는 삽질 몇번했다고 힘이들었는지 작개 고개를 끄덕이곤 쌓아놓은 더플백위에 털썩 앉아버렸다.


노움은 군장을 쌓아놓은곳으로 삽을 지팡이 삼아 터벅터벅 올라가더니 주섬주섬 전투조끼를 찾아 꺼내었고


포켓에 꽂아넣은 디지털시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 좀 빠르기는 하지만.. '


" 레후야, 애들 데려가서 본부공터가서 분대용 텐트 챙겨와라, 식사추진도 와있으면 같이 챙겨오고. "


" 예, 알겠습니다. 몇 명 데려갑니까 ? "


노움은 삽을 팍 꽂아넣으며 한숨을 후 하고 쉬며 삽손잡이에 턱을 괴곤 잠시 생각에 잠기고는


" 밀리(0312) 빼고 다 데려가. "


레프리콘은 ' 괜찮겠습니까 ? ' 하는 표정으로 되물었지만 노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밀리를 바라보았다.


브라우니는 신나게 삽질을 하고 있었으나, 순간 띵 하는 소리가 들리며 꽝꽝 얼어있는 나무뿌리에 삽코를 박아넣었다가


손목을 부여잡고 악을 쓰고 있었다.


노움은 목을 좌우로 흔든 후, 고양이가 기지개를 펴듯 엉덩이골을 뒤로 쭈욱 빼며 뚜둑 하고 몸을 풀었다.


" 그냥 내 시야에 넣어놓는게 마음이 편해. "


레프리콘은 고개를 끄덕이곤 나머지 애들을 불러모아 간단하게 복장점검을 한 후 본부 공터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잠을 자는 줄 알았던 이프리트병장이 늘어진 토끼가 된 모양새로 ' A급으로 챙겨와라 ! ' 하고 신신당부를 하고 있었다.


노움은 잠깐 서서 멀어져가는 레프리콘들을 보며 잠시 땀을 식히다가 금방 몸이 차가워져 오는걸 느꼈다.


겨울은 이래서 싫다. 꼭꼭 껴입자니 군인이 작업을 안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작업을 하면 온 몸이 용광로가 되어 습해지고


땀으로 가득차서 불쾌해진다. 그렇다고 겨울날 살을 내놓고 다니자니 땀이 식으며 급격히 온도를 앗아가는것이다.


그래도 정오를 넘어가니 확실히 상황은 아까보단 나아졌다.


소나무 사이로 짹짹 거리며 새 들이 날아가고 있었고, 겨울임에도 푸른 솔잎 사이로 하얀 햇빛이 하늘에서 비추며


땅을 내리쬐고 있었다.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 사브락 사브락하고 적갈색 낙엽과 부식토가 살랑거리고 있었다.


소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있자, 깨끗하고 맑은 공기가 얼음창이 된듯 폐부로 찌르듯이 스며들어 왔다.


이프리트의 색색 거리는 숨소리, 브라우니의 끙끙 앓는 소리 가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이내 등을 소나무에서 떼어내곤 브라우니에게로 걸어가며 ' 야 넌 나랑 나라시나 까자 ' 하고는 삽을 고쳐잡고 있었다.



시간은 이내 정오를 훨씬 지나 하얀햇살은 점차 붉은빛으로 바뀌며 적황색을 띄어가고 있었다.


레프리콘은 분대용 텐트와 간단한 식사거리, 빵과 우유, 저녁식사가 들어간 식사추진용 박스를 들고 왔으며


노움상병과 밀리가 둘이서 해낸 꽤 넓은 평탄화 작업에 믿기지 않는 눈길을 보내었다.


노움은 낙엽을 있는대로 그러모아 오라 시켰고, 레프리콘은 낙엽을 어디 쓸껀지 조심히 물어보았다.


" 바닥에 깔려고. "


텐트 천막에 링으로된 구멍에 기둥을 넣고 하낫, 둘 하고 올리자 텐트의 모양은 어느새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노움은 바닥에 앉아 삽으로 말뚝을 꽂아넣고 있었다. 브라우니들은 천막의 줄을 당겨 형태를 만들고


이프리트는 쪼그려 앉아 ' 더 당겨, 더 더 더 더 더 ' 를 외치며 솜씨좋게 노움이 꽂아넣은 말뚝에 줄을 묶고 있었다.


노움은 텐트 안으로 들어가 초소에 써야할 자재인 데크를 바닥에 깔아놓는걸 지시하기 시작했고


다 깔아놓자 이윽고 낙엽을 있는대로 텐트안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 낙엽 너무 많은거 아닙니까 ? "


노움은 레프리콘을 쳐다보곤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내일은 니가 알아서 더 채워놓고 싶을꺼다. "



산중 밤은 정말 금방 찾아왔다. 햇살이 사라지고 짙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노움은 작업을 중단했고, 다들 삼삼오오 텐트안으로 모여서 추운 몸을 바르르 떨며 텐트안 낙엽위에 옹기종기 앉아있었다.


나무로 된 데크와 낙엽위에 앉아있자 조금은 나았지만,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냉기는 그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브라우니들은 빨개진 코와 귀를 연신 주무르며 콧물을 훔치고 있었다.


레프리콘은 덜덜떨며 근무자 작성표를 들고 노움에게 경계근무를 어떻게 설것인지 물어보았다.


" 이뱀은 초번근무 넣어드려. "


" 그럼 노움 상병님은 말번초로 하겠습니다. " 레프리콘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 그냥 이뱀 빼고 다 돌려. "


옆에서 브라우니들은 부식통을 까고 있었는데 꽤나 심각한 표정인것 같았다.


안에서 나온건 투명 비닐봉다리였는데, 안에는 밥과, 국과, 반찬이


각자 분대원 수만큼 소분되어 쌓여있었다. 식판조차 없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 이건 씨발 뭐 먹으라는거야 뭐야 ? "


영하를 훨씬 웃도는 날씨에 밥과 국과 반찬은 모두 꽁꽁 얼어버렸다.


밥은 아예 이빨이 박히지도 않았고, 국은 기름이 둥둥 떠서 아예 분리가 되어있었다.


엄청난 추위에 밖에서 바람은 칼날이 되어 쌕쌕하고 불어오고 있었고


낙엽이 가득한 어두운 텐트 안에서 조막만한 손전등 불빛으로 서로의 얼굴을 비추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춥다. 마치 온 몸의 내장으로부터 떨리는듯 하였다.


배고프고 춥고 졸리었다. 하루종일 행한 중노동으로 온 몸은 소금기 범벅이었고 찝찝했다.


손과 얼굴만이라도 씻고 싶었지만 이 엄동설한이 물로 씻었단 얼굴가죽과 머릿가죽이 분리가 될것이다.


아니, 분리가 되다 못해 피부가 동사凍死 하고 괴사壞死 할것이 뻔했다. 그저 엄청난 건조한 날씨와 추위덕에


바깥에 노출된 손만 하더라도 벌써 손등이 갈라지고 간지러웠으며


벅벅 긁어댄 브라우니들은 (이프리트 병장이 긁지말라고 했건만) 손등에 피딱지도 점점이 앉아있었다.


" 점심에 먹고 남은 우유나 줘봐 "


브라우니 하나가 부스럭 거리며 우유를 꺼내곤 이프리트 병장에게 건네었으나


이프리트 병장은 받아든 우유의 묵직한 무게감에 쌍욕을 지르며 텐트 입구 밖으로 던지었다.


" 에이 씨발, 야 밀리야 내 군장 줘봐. " 브라우니가 이프리트 병장의 군장을 낑낑거리며 건네주자


이프리트는 군장의 앞섬을 열고 부스럭 거리더니 분대원 앞으로 무언가를 툭 던졌다.


" ...... "


' 자유타임 ' 이라 적힌 길다란 그것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원하는것이었다.


'허씨와 초콜렛', '카나' 등등 끝도 없이 군장에서 던져대기 시작했다.


분명 군장에는 저런것들이 들어갈 틈이 없을텐데 ? 레프리콘은 도라에몽의 가방을 보듯 쳐다보았다.


" 야 오늘은 일단 이것먹고 자자. " 이프리트가 자유타임을 먹으며 말하자


브라우니들이 득달같이 달려들며 초코바의 포장지를 벗겨내고 까먹기 시작했다.


" 와 진짜 좆나 맛있슴다.. "


브라우니들은 눈물을 흘리며 초코바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이프리트는 노움을 쳐다보며 ' 넌 뭐 챙겨온거 없냐 ? ' 하고 되묻자, 노움은 군장을 뒤적거리더니


알약을 꺼내어 분대원 앞에 내놓았다. 알록달록한 그것은 처음엔 비O즈 인줄 알았으나 보충제와 영양제였다.


이프리트는 영양제를 하나 집어들곤 입안에 던져놓고 씹어먹었는데 쓴 맛이 나는지 인상을 찌푸리곤


약하나 초코바 한입씩. 먹으며 ' 좀 낫네 ' 하는 것이었다.


쓴 맛이 난 다는 소리에 브라우니들은 질겁을 하였으나, 이내 노움은 매섭게 노려보며


' 살려면 먹어라. ' 하자 다들 물도 없이 알약을 씹어먹어 대고 있었다.


이내 좁은 텐트안에서는 알약과 초코바를 씹어먹는 소리, 물이 없어 켁켁거리며 목 막히는 소리만이 가득 메웠다.




" 레일병님 이것좀 보십쇼 ! "


밤은 가고 날이 밝았다. 오늘도 할 작업량은 산더미였다.


간 밤에는 거의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하였다. 그 넉살 좋다는 브라우니들도 한 숨도 자지 못하였다.


정말 겨울밤에서 하는 숙영은 최악중의 최악이었으며, 추위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샌다는것을 몸서리치게 겪었다.


레프리콘은 생각했다. 이걸 하루가 아니라 3주를 버텨야 한다고 ? 마음이 꺾일것만 같았다.


어느샌가 브라우니가 표면이 거친 돌을 들고와서 나무에 패대기 치자


그대로 딱 !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곤 삽으로 후려치자 돌이 반토막이 나는게 아니겠는가 ?


" 이거 돌이 아니라 흙덩이 얼은검다 ㅋㅋ "


' 웃음이 나와 ? 이런 씨발 ' 노움이 삽을 들고 내리찍으려고 했다.


" 야 씨발 안되겠다 불때워 "


순간 모두가 긴장한 듯이 이프리트 병장을 바라보았다.


물론 불을 피우면 땅도 녹이고 몸도 녹이고 좋겠지만, 엘븐이 겨울철 산에 불을 지르는 행위는 엄금이라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들 왕고가 내린 결정을 번복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었다.


" 이뱀, 왕찌찌가 불 피우지 말라고 했슴다. "


순간 이목이 브라우니0312에게 쏠렸지만, 다시 이프리트 병장을 바라보며 간절한 눈빛으로 다들 애원하고 있었다.


" 좆까, 안들키면 그만이야 "


오오 ! 하는 환성소리가 분대를 가득 메웠다.


노움은 경건하게 삽을 양손으로 짚고는 후.. 하고 낮은 탄식음을 흘렸다.


" 이 뱀, 진짜 하실 겁니까 ? "


이프리트는 대답도 하지 않은채 나무에 기댄 군장위에 엉덩이를 깔고서는


더는 듣기 싫다는듯 주머니에서 방한귀마개를 꺼내어 귀를 막더니 개털을 덮어썼다.


다시금 다들 초롱초롱 한 눈초리로 애원하듯 노움 상병을 바라보았다.


노움은 미간을 찌푸리고 쓰읍하고는 잠시 고민하고는 결심한듯 한마디 하였다.


" 나무 주워와. "





그 뒤부터는 일사 천리였다. 노움은 이것 저것을 지시 하기 시작했다.


" 텐트, 여기다가 다시 쳐, 어차피 땅고르고 데크 올릴때는 딴데서 잘꺼야 급한대로 쳐. "


" 본부공터 가서 다 쓴 페인트통 몇개만 쌔벼와, 레후 너는 가서 목재 쓴다고 구라치고 땔감 쓸만큼 잘라와. "


" 후라이 남는거 나무에 묶어서 바람막이 만들어. 불빛 새어나가면 다 죽는다. "


" 습기 먹은거 태우지마라, 연기 심하게 나니까. "


날씨는 춥고, 컨디션은 최악이었고, 환경은 열악했으며, 배는 고플대로 고팠지만


다들 불을 볼 수 있다는 희망감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 벌써 땅꺼미가 지네 "


레프리콘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져가는 산비탈을 바라보았다.


산 속밤은 빨리 찾아온다. 분대용 텐트를 올리고 빛가림막도 쳤으나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뗄감용 나무를 들고 호다닥 올라가자, 다들 텐트 입구 앞에 앉아있는 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움은 앉은자리에서 삽으로 다 쓴 페인트통에 조악한 구멍을 몇개 뚫고는


레프리콘이 건네준 굵은 나무뗄감, 그리고 중간 중간 낙엽과 나뭇가지를 충분히 틈이 있게 넣은뒤


라이터로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 오오 불 붙는다, 붙는다. "


통 아래쪽으로 난 구멍을 통해 솜씨 좋게 불을 붙이자 나뭇가지와 낙엽이 빠르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탄내가 나기 시작했다. 낙엽이 타는 냄새.


노움은 불이 제대로 붙을때까지 잔가지를 계속해서 넣어주며 나무널빤지로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노움은 페인트 통 아랫부분을 흙으로 감싸 넘어지지 않게 고정시키는것이었다.


이윽고 레프리콘이 가져온 굵은 뗄감에도 불이 붙자 마치 숯불처럼 나무가 은은하게 점멸 하듯


빨간 속살을 드러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 불침번 교대 자는 경계 근무 서면서 불 관리도 같이 해. 불 꺼트리지 마라. "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노움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타닥.. 타닥..


분명히 불이 붙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 불이 거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산속 겨울밤에서 옹기 종기 모여서 페인트 통속 화롯불을 바라보고 있자니


레프리콘은 어쩐지 몸과 마음이 서서히 녹는것 같았다.


다들 손을 꺼내곤 불을 쬐고 있었는데, 몇쌍의 손이 페인트통을 둘러싸고 손을 비비는 모습은


마치 사이비 종교의 의식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 야 이거 화력이 부족한데, 두 개만 더 만들자. "


레프리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움을 따라하듯 바로 작업에 착수 했다.


브라우니는 옆에서 나뭇가지와 낙엽을 더 주워오려고 했지만 노움이 사양하였다. ' 저기 불 빼서 나누면 된다. '


이윽고 금방 화롯불이 3개가 만들어졌다. 천장은 뚫려있었지만, 후라이로 막을치고


분대원들이 옹기종기 앉아 화롯불 3개의 열기를 쐬고 있으니 썩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이프리트도 텐트에서 주섬주섬 나오더니, 레프리콘 품으로 꼬물꼬물 들어가 불을 쬐고 있었다.


" 레후야, 부식온거 뭐냐 ? "


" 아.. 짬 왔습니다. "


레프리콘이 부식통을 주섬주섬 열자 그 안에는


투명한 비닐봉다리 안에 동그란 덩어리가 들어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 안에는


밥과 멸치와 콩나물, 무말랭이등 온갖것들이 기괴하게 뒤섞여 있었다. 이젠 소분조차 하지 않는듯 했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볕드는곳에 놔두고 불옆에 놔두어서 그런지 꽁꽁얼은 채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 언제봐도 비쥬얼은 진짜 최악임다..."


이프리트는 다시 텐트로 걸어들어가 자기 군장을 뒤적거리더니


한손에 소시지, 한손에 맛다시를 꺼내곤 등장했다. ' 오오 ! ' 또다시 분대원들은 환호 했다.


" 야 이거 봉지 열어서 한데 모아봐, 맛다시 넣어먹자. "


그리곤 이프리트는 손수 음식물쓰레기같은 개밥덩어리들을 모아서 부식통안에 한데 모아놓고는


맛다시 몇개를 짜넣고 소시지를 숟가락으로 푹푹 잘라 넣은뒤, 슥삭슥삭 비비기 시작했다.


꿀꺽


냄새부터 참기름의 냄새가 고소하게 은은하게 퍼져와 모두의 침색을 자극하고 있었다.


이프리트는 제일먼저 숟가락에 짬밥을 퍼고 그 위에 소시지를 올려 한 입 먹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얘들아 밥먹자 " 하자 모두가 달려들어 너나할거없이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한참 다들 갸아아악 구와아아악 맛있게 식사를 즐기고 있는 도중, 이프리트가 브라우니 사이로 힘겹게 고개를 빼곤


노움을 향해 물었다.


" 야 넌 안먹냐 ? "


노움은 품에서 보충제와 영양제, 알약, 드링크가루를 꺼내고는 눈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 미친 새끼 "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불의 효과는 굉장했고, 생각보다도 썩 따뜻했다. 뭣보다 불이 있다는 안정감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확실히 줄어드는것 같았다. 레프리콘은 이따금씩 본부공터로 가서 데크를 까는척하며


뗄감을 공수해왔고, 밤새내내 언땅위에 불을 놔두고, 물을 녹이고, 낮에는 땅을 갈고 고르는 작업을 반복했다.


가끔 레인저가 순찰을 오는 일이 있었지만, 워낙 작전지역이 컸고, 고작 레인저 두명으로는


이프리트의 눈칫밥과 노움의 상황대처능력으로 인해 불을 알아낼수 없었다.


순찰이 올땐 귀신같이 이프리트는 자다 말고 귀를 쫑긋거리며 알아냈고, 노움은 구덩이를 파놓고 잠시 덮어놨다가


순찰조가 멀어지고 나면 다시 꺼내는 일의 반복이었던 것이다.


이윽고 노움은 측량을 하고 치수를 재곤 경계초소의 통밥을 짜기 시작했으며,


어느새 참호를 파고 나라시를 깐 곳에 데크를 놓자 모양새가 나쁘지 않게 나오는것이었다.



" 내일은 방수용 페인트칠만 하면 끝입니다. "


노움은 임시경계초소 바닥에 마지막 데크를 신중하게 짜맞추며 이프리트 병장에게 말했다.


작업이 완료된 분대는, 레인저가 직접 찾아가 경계초소 내외부를 꼼꼼히 확인하는것이었다.


" 오늘 데크 놓고 페인트칠 하고, 귀쟁이 한테 검사받고 나면, 여기서 하루 숙영하고 순찰돌고


작업완료된 분대부터 본부공터로 가서 쭉 숙영 한답니다. "


다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비록 불은 피웠지만 그래도 겨울밤 텐트안은 미치도록 추웠으며


물도 귀했기에 제대로 씻지도 못해 다들 거지꼴이 되어가고 있었다.


본부공터는 어느샌가 간이막사가 생겨져 있었는데, 헬리포트에서 다 지어진 간이막사를


공중으로 옮겨 왔다는것이었다. 비록 크지도 않고 그저 벽과 천장이 있을뿐이었지만


그 곳은 전기도 들어오고 심지어 차가운 물이지만 샤워실도 있었던것이다 !


" 남은 한주 꿀좀 빨다 복귀 하면 되겠네 "


레프리콘은 꽤 뿌듯했다. 다른 분대나 타 부대들도 작업은 완료한 곳이 있거나 임박한곳이 있었지만


열악한 환경속에서 자신의 분대만큼 각잡고 이쁘게, 완벽하게 만들어진곳은 찾기 힘들었다.


레프리콘은 순찰나갈때 옆 분대 777 분대나 타 부대 경계초소도 기웃거려보았지만


모두 레프리콘의 눈에는 조악해보였다. 생각보다 작거나, 바닥을 제대로 고르지못해 기울어져 있거나,


아직 데크도 못깐 분대는 부지기수였다.


럭키세븐병장은 이따금씩 찾아와서 우리 분대의 결과물을 보고는


" 별 거 없네, 별 거 없어 " 하고는 홱 돌아섰으나 꽤나 놀라는 눈치였던것이다.


그래도 돌아서면서도 초코바 주제에 꽤 했네, 꽤 했어. 같은 소릴 하고 내려갔는데,


럭키세븐 찔찔이 병장은 자기 분대원을 조지러 내려간것이 분명해보였다.


레프리콘은 흡족했다. 간부도 없고 고작 해야 레인저 둘뿐이다.


작업은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잘못될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레프리콘은 기분이가 좋아졌다.







" 각하, 동계 훈련에 참가중인 장병들에게 위문차 방문하는것이 어떻겠습니까 ? "


대대적인 지휘체계 재정비와 물자파악, 연합훈련 등으로 오르카호는 전례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그것은 요안나 아일랜드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이 곳은 식량을 위한 각종 플랜트 시설과


신규 바이오로이드들의 적응력을 기르는곳이기도 했고, 각종 무기와 부품의 적재장소이기도 했던것이다.


최근엔 사령관은 먹을것을 서류에 적힌 숫자대로 단순히 영양학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고


식량의 품질과 종류를 높은 관심을 가지고 늘려가고 있었다.


" 각하께서 와주신다면 장병들의 사기가 올라갈것 입니다 ! "


사령관은 별로 탐탁치 않아 했다. 물론 자기가 간다고 사기가 올라간다면 좋겠으나


' 정말 그런것일까 ? ' 하는 의문이 종종 들었던 것이다.


" 나중에 있을 대규모 작전을 앞두고 각하께서 얼굴을 보이신다면 분명 커다란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


마리는 재차 강조했다.


사실 마리의 말은 대부분이 정론 뿐이었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말을 하기전에


두번 세번 생각하고 말을 하는 타입이었기에 사령관이 마리의 말을 번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령관은 보고 있던 홀로그램 파일을 잡고 데스크에 뿌리듯 던지자 마치 종이뭉치가 흩어지는 모션을 보여주며


홀로그램 파일들이 쭈우욱 흩어지며 나열되기 시작했다. 사령관은 항복했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 알았어, 알았어. 갈께. 가면 되지 ? "


마리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곤 ' 역시 각하십니다. ' 하고는 데스크를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 병영 혁신 ! 사령관에게 직접 건의 하세요 ! 비밀 보장 ' 따위의 슬로건이 적힌 기획서가 놓여있었다.





" 비상 ! 비상이지 말임다 !! "


브라우니는 텐트 입구를 거칠게 젖히며 신이난듯 소리쳤다.


이프리트는 자다말고 수면안대를 슬쩍 걷어올리고는 소리가 난 곳을 쳐다 보았으나


이내 브라우니라는것을 깨닫자 다시 안대를 덮어쓰곤 자기 시작했다.


노움은 텐트 안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는데, 가슴이 바닥에 닿기 때문인지 썩 만족스럽지 않아 하는것 같았다.


노움은 스스로 생체난로가 되어 텐트를 덮히고 있었다.


레프리콘은 이프리트병장의 심기를 거스를꺼봐 손가락을 입술위에 올리곤 쉬이이잇 ! 했다.


" 브라우니0312, 들어와서 얘기해요. 찬 바람 들어오잖아요. "


" 각하께서 오신다지 말임다 ! "


이프리트는 자고 있었지만 움찔 하고 반응을 보였으며, 노움은 양반다리 자세로 고쳐 앉고는 브라우니를 노려보았다.


" 진짜냐 ? "


" 예 ! 제가 방금 나무 짜르러 갔다가 들었는데, 다들 막사 청소한다고 난리도 아님다 ! "


" 아니, 그라인더 같은거 쓸때는 레후 데려가랬잖아.... 각하께서 직접 오신다고 ? "


노움은 이마를 짚었다. 각하께서 오신다면 높은 확률로 마리도 따라 올 것이다. 마리가 온다면 다른 간부들은 ?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었다. 노움은 머리를 팽팽 돌리었다. 작업 완료 신고는 내일로 미루자..


부식과 식사추진온건 미리 받아놓자. 오늘은 하루종일 작업만 하는거야. 또 뭐가 있지? 또 뭐가 있었지 ??


" 불통 다 버립시다. "


노움이 입을 떼었다. 그러자 소식을 듣고 달려온 브라우니들이 텐트 입구에서 불을쬐다 말고 노움을 바라보았다.


" 이뱀, 불통 다 버립니다 ? "


" .... "


이프리트는 말이 없었다. 노움은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이고는 방한용 전투복상의를 걸치고는 텐트 밖으로 나갔다.


브라우니들은 사슴과도 같은 눈망울로 노움을 애원하듯 쳐다보았으나,


" 어차피 귀쟁이한테 작업완료점검 받을려면 다 폐기해야된다. 하루만 참아. 알겠냐 ? "


하고 말하자, 브라우니들은 지구 잃은 인류의 표정으로 시무룩해 하며 ' 예 알겟슴다.. ' 하는 것이었다.


" 언제 오실지 모른다. 최대한 빨리 작업완료해. 작업 완료하는대로 불통 파기하고.


경계근무하는쪽 불통도 가져와, 구덩이에 다 파 묻어.


통은 찌그러트려서 땅에 묻어. 알겠냐 ? 레후, 두명 데리고 가서 오늘치 식사 싹다 받아와. "


레프리콘은 그대로 경례를 하며 ' 예 , 알겠슴다 ! ' 하고는 밀리를 데려가려고 하자


' 얘는 내 시야에 있어야되 씨팔 ' 하고는 다른 애를 데려가라고 하였다.


노움은 작업의 신이라도 강림한듯 빠르게 남아있는 데크에 페인트칠을 하였으며


브라우니들은 측면 후라이를 걷고 텐트속 나무 자재들을 죄다 밖으로 빼기 시작했다.


이윽고 레프리콘이 돌아올 즈음에는 초소 페인트칠을 다 완료한 상태였고,


노움은 나무에 매달려서 하늘을 향해 위장용 후라이를 치기 시작했다.


" 노움 상병님 ! 복귀 했습니다 ! "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은 뛰다시피 자재와 부식류를 가져왔으며 땀에 젖다 시피 했다.


노움은 허리에 끈을 둘러 나무에 고정시켜 매달린채로, 입에 노끈을 물고 있었다.


고개를 젖혀 복귀한 레프리콘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투타타타타타타타 -



하는 헬기 소리가 오르카 호 정박지 방향쪽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 이런 씨발 " 노움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 레후야 ! 거기 리본으로 장식한곳 거기 올라가서 후라이 끈좀 당겨봐라 ! "


" 예 ! 예 ! " 레프리콘은 그대로 박스를 내려놓곤 보호장비도 없이 나무로 기어올라가 끈을 당기기 시작했다.


경계근무지 불통 가져간 새끼는 왜이리 안와 ? 노움은 악을 썼다.


그러자 마침 순찰로를 넘기며 한손에는 불통, 한손에는 총기를 들고 복귀하고 있는 브라우니 두명이 보였다.


" 야 밀리야 ! 빨리 들어와 ! 빨리 들어와 ! 씨발 빨리 ! "


노움과 레프리콘, 브라우니들이 일제히 경계조를 향해 손짓 했다. 그러자 밀리들은


휘익 휘익


같이 손을 흔들며 반겨주고 있었다.


' 아니 씨발 ! ' 노움을 위를 쳐다보았다. 헬기는 거의 정확히 자신들의 경계초소 위를 느릿느릿 지나가고 있었다.


소리치지만 들리지 않게, 조용히 소리치는 말도 안되는 웃기지도 않은 성량으로 노움은 악을 썼다.


" 빨리 오라고 ! "


그러자 밀리는 불통을 내려놓곤 고개를 이 쪽으로 향하며 주의 깊게 듣는 시늉을 하는것이 아닌가 ?


오히려 부르면 부를수록, 재촉하면 할수록 발걸음이 느려지는 것이 마법과도 같았다.


그러자 갑자기 뒤에서 어느 샌가 텐트를 젖히고 나온 이프리트가 산이 떠나가라 외쳤다


" 빠른 복귀 안하냐 !!!!!! "


그제서야 경계조들은 불통을 들고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순간 멈칫 거리며 위쪽에서 이 쪽의 시선이 느껴졌으나


' 들켰을리가 없다, 증거는 인멸하면 된다.. 오리발 내밀면 되 ' 하고 주먹을 꽉 쥐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헬기는 자신들의 경계초소 상공에서 서쪽방향을 향해 나아가며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불통을 든 밀리가 그대로 순찰로로 이어진, 방금 막 페인트칠을 끝낸 데크 위로 달려 오는게 아니겠는가 ?


' 스탑 스탑 스탑 ! ' 레프리콘이 급하게 외쳤으나,


멈춘 브라우니 뒤로, 데크 바닥은 찐득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노움은 이마를 짚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브라우니는 숨이 찼는지 불통이 덜렁거리고 있었는데, 덜렁거리며 꺼진 불통속에서 석탄과도 같은 나무뗄감이


페인트송 숨구멍을 퐁 하고 삐져나와 그대로


방금까지 작업중이던 페인트가 가득 들어있는 페인트 통 속으로 퐁당 하고 들어가였다.


이 다음에 일어난 모든 일은 채 10초도 걸리지 않는 짧은 시간 이었다.


화르르르륵


마치 용트림을 하듯 페인트통에서 불길이 거세게 치솟기 시작했다.


마치 폭죽놀이의 그것과도 같이 페인트통의 지름을 따라, 순간 불길이 브라우니의 키 만큼 높이 치솟았다.


" 이런 씨발 ! " 노움이 외쳤다. 통 바로 옆에있던 브라우니0312는 혼비백산해서 엉덩이에 페인트를 묻혀가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고, 순간적인 화력에 겁을 먹은 브라우니들은 뒤로 도망가기 바빴다.


레프리콘은 급하게 나무에서 내려가려다가 쑤욱하고 나무에 팔과 다리가 걸렸고, 그 자세 그대로


엉거주춤하게 넘어지며 나무 기둥에 머리를 박았다.


순간 머리가 띵 하고 돌며 세상이 검은색으로 점멸하는듯 하였다.


노움도 급하게 나무에서 내려가려고 했지만, 허리에 걸린 줄이 가슴에 걸려서 껴버리게 되자 이도저도 못하게 되었다.


노움은 다급하게 거세게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페인트통 왼편의 부식박스 뚜껑을 가르키며 외쳤다.


" 엎어 ! 엎으라고 ! "


노움은 한손으론 낑낑대며 가슴에 걸린 줄을 당기고, 한손으로는 부식 박스 뚜껑을 가르키며


뚜껑을 페인트 통 위에 엎으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브라우니는 눈에띄게 허둥대고 있었지만, 불의 공포보다 노움상병에 대한 공포가 앞섰는지 혼란상태를 극복하고


노움의 손가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모든게 느려진 세상속에서 노움의 엎어 엎어 하는 말만 뇌리에 떠도는것 같았다.


엎어 ? 엎으라고 ? 이걸 ? 브라우니는 되묻듯 노움상병을 바라보았다.


브라우니는 결연한듯 일어나더니 그대로 뜨거운 페인트통을 괴성을 지르며 손으로 잡곤 거꾸로 엎어버렸다.


그러자 불이붙은 페인트는 매서운 겨울 바람을 만나 화산의 분출구 처럼 용암이 되어


여기저기 비산飛散 하듯 불붙은 물방울이 되어 흩어졌고


그대로 잠잠히 불붙은 물방이 되어 조용히 흩어져 혼자 타오르는가 싶더니,


아직 페인트칠이 채 마르지도 않은 경계초소에 나무 데크를 따라 화르륵 하고 불길이 거세게 붙기 시작했다.


' 으아아악 ' 브라우니 0312는 불붙은 군홧발과 불붙은 페인트똥이 튄 자켓을 손으로 파닥거리며 이쪽으로


블레이즈 스텝을 만들며 달려왔다. 그리곤 텐트 앞에서 쓰러지며 '부,부,부,부, 불 ! ' 이라고 외치며 파닥거리고 있었고


노움은 이빨만으로 안전장비의 끈을 끊어버리고는 브라우니0312에게 달려가 손으로 모래를 미친듯이 퍼붓고 있었다.




이프리트는 웃었다.


이프리트는 이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브라우니 몇몇은 노움을 따라 동기에게 모래를 퍼붓고 있었다.


또한 몇몇은 삽을 꼬나쥐곤 경계초소에 좁쌀만한 흙을 그러모아 흩뿌리고 있었다.


옆을 쳐다보자 레프리콘은 나무에 한쪽다리와 손이 매달린채 마치 발레리나와 같은 모습으로 기절해 있었고


자신들이 2주내내 작업해왔던 경계초소는 페인트통과 물자, 부식 등을 거침없이 삼켜가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프리트는 마치 실성한듯 웃고 있었다. 이 모든 장면이 마치 자기 눈이 아닌, 3인칭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늘에서 투타타타타타 거리는 거친 헬기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을 바라보자 헬기가 급하게 원을 그리며 이쪽으로 저공 비행을 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더는 웃지 않았다. 이프리트는 중얼거렸다.


" 존나 웃기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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