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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훈 에세이] 전국이 꿈을 가진 도시로

운영자 2006.01.12 17:53:15
조회 1665 추천 0 댓글 2

  2. 서울을 향한 좌절과 희망

  전국이 꿈을 가진 도시로

 

  한강 종합 개발과 지하철 건설 등 서울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구자춘 서울시장은 1978년경 내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구 장관은 이제 수도 서울뿐 아니라 전국을 대상으로 개발과 발전 방안을 구상하고 입안해야 할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서울 개발에 전념하고 있던 나 또한 장차 ‘전국의 균형 있는 발전’이라는 과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각오를 갖고 있었다. 특히 20여 년 앞으로 다가온 21세기에 새로운 한국의 비전을 세우고 그에 걸맞은 우리 삶터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내무부로 자리를 옮긴 구 장관을, 홍익대에 함께 있던 나상기 교수와 함께 찾아갔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의 모든 도시에 ‘도시 장기 종합 발전 계획’을 세워서 향후 20년을 대비한 국토 보전과 개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합니다. 내무부에서 이 21세기 계획 정책을 입안한 후 전국의 시장과 군수에게 널리 인식이 되도록 교육하는 게 좋겠습니다.”

  구 장관은 이번에도 그 특유의 판단력으로 조용한 웃음을 지었고, 누구에게인지 지시를 내렸다. 구 장관의 지시에 따라 즉시 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나와 몇몇 도시 계획 전문가들이 지도 위원으로 임명되었다. 이후 나는 내무부와 건설부의 도움을 받아 각지를 다니며 전국 각 도시의 현황과 개발 과제, 도시 계획의 방향과 가능성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내가 맡은 지역은 속초와 강릉에서부터 충주와 대전에 이르는, 강원도와 충청남북도였다. 그 동안 서울에 국한되어 있던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게 되자, 마치 도화지 위에다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거대한 캔버스를 앞에 둔 것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그리고 그만큼 할 일도 많았다. 1978년경 지방의 도시들은 도시 계획이라는 전문 행위를 한 흔적이 있는 곳이 극히 드물었다. 하긴 수도권에 대한 경제와 문화의 집중도가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개발 수준도 열악하기 그지없는 형편인데, 재정 자립도나 정부의 지원책이 더욱 열악한 지방의 중소 도시들이야 말할 필요 있겠는가.

  나는 4대문 안의 문화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서울의 강남북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한강 개발을 한 바 있다. 이제는 전국 각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살리기 위해서 서울과 지방의 균형 있는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전국 곳곳을 다녔다. 그렇게 2, 3년이 지났을 때, 건설부에서 이의를 제기하였다. 전국 도시 장기 종합 발전 계획은 애당초 건설부가 담당해야 할 일인데 왜 내무부에서 관여를 하느냐는 항의였다. 결국 내무부 소관으로 진행되어 오던 도시 장기 종합 발전 계획은 도시 기본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그 명칭이 바뀐 채 지금까지 그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이 도시 기본 계획은 지방 자치 정부별로 1980년대 초까지 대부분 마무리되어, 전국 각 시도는 각 특성에 맞는 개발 청사진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후 이 20년 계획의 청사진에 따라 전국 각 도시들은 지역 문화와 특성을 감안한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오늘날과 같은 지역별, 기능별 도시들로 정착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지방 자치 정부가 경험이 부족한 데다 의욕만 앞서서 생기는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다. 도시 계획 분야에 제대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적어 엉터리 계획도 생겨났다. 바다라고는 전혀 없는 충청북도에 항만 시설이 들어간 계획이 등장하였으니 웃지 못할 일이다. 그러나 내 제안에 따라 시작된 도시 장기 종합 발전 계획은, 지방의 각 도시들이 처음으로 계획적인 개발 방향을 수립하고 그 방향에 따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자연 발생적인 생존을 위한 도시들이 21세기의 꿈을 가진 계획된 도시들로 하나 둘 거듭나게 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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