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더러 미쳤다고 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전 미친 것 같습니다.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마지막 GV가 있다고 해서 가 봤습니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타 보는 건 군 입대할 때 이후로 경험이 없었는지라 뭔가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우별소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GV라고 해서 찾아가보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오래전부터 한국애니를 잘 상영해 주던 신영극장이라는 데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신영극장은 어제까지 '한국애니 탐구생활'이라는 이름의 기획전을 했습니다. 셀단커, 소꿈, 마나암, 돼왕, 파닥파닥, 사이비, 그리고 우별소까지 최근 몇 년 사이에 개봉한 극장판 장편 한국애니들을 편성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기획전을 열 수도 있을 정도로 작품이 쌓이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습니다.

아, 참고로 신영극장은 강릉 버스터미널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가지고 있는 버스카드가 강릉에서도 먹혀서 다행입니다.

바깥에 우별소의 포스터와 함께, 같은 날 개봉한 프랑스 애니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의 포스터가 있네요.

신영극장의 내부는 여기에 찍은 곳 반대편에는 커피를 끓이는 곳과 매표소가 붙어 있고, 그 뒤에 DVD같은 것이 잔뜩 꽂혀 있는 책장이 있어서 마치 도서관+커피전문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점원들 얼굴을 인터넷에 팔 수 없어 그쪽은 찍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몇몇 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을 다녔지만 여기만큼 조명이나 분위기가 밝은 데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표를 뽑고 잠깐 기다리는데 장형윤 감독님이 들어오시더라고요;;;;;

절 못 보신 것 같아서 화장실 찾을 겸 잠시 극장을 떴다가 다시 들어와서 인사를 나누고 잠깐 이야길 나누었습니다. 지금 너무 무서워서 작품평은 잘 안 보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보기에 작품을 좋게 보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감독님은 온통 혹평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마케팅 이야기도 했는데 지금의 홍보방식(가족용 애니처럼 홍보하는 걸 말하는 듯)을 마케팅쪽에서 제안했지만 결국 확인해준 건 자기 자신이고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는 투로 이야기하셨습니다. 상영관을 많이 잡지 못하고 (그래도 다른 독립장편보다 월등히 많은 수준인데...) 좋은 시간대를 얻지 못한다면 차라리 작품 색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홍보를 했어야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결국 CJ같은 대형 배급사와 긴밀하게 협조하지 않으면 크게 흥행하는 건 힘들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저는 어제 갤에서 주고받았던 이야기들을 전해드렸고요.

그리고 이게.... 그 7만원짜리 GV 영상입니다. 왜 7만원인가 하면 교통비+식비+표값 때문이죠.

이번 건 이상하게 음질이 별로 안 좋게 되었네요. 녹음상태가 극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걸까요? 아니면 이번에는 정말 코앞에서 녹화를 했는데 그래서일지도 모르겠고 또 어쩌면 카메라 전원 켜기 전에 마이크를 연결해서 카메라가 마이크를 인식 못 한 채로 녹화가 진행되었을 수도 있어요. 아직도 발견해야 할 주의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질문목록

1. 왜 캐릭터를 동물로 설정했는가? 왜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를 음악으로 설정하였는가?(3:35)

2. 경천의 귀에 있는 숫자 3189의 의미는 무엇인가?(7:07)

3. 왜 간을 뽑아낼 때 뚫어뻥을 사용하는가?(8:40)

4. 소각자는 누가 만들어 낸 것인가?(9:50)

5. 왜 뽑아낸 간에 눈이 달려 있는가?(12:54)

6. 왜 마법사 멀린은 하필 휴지가 되었는가?(14:03)

7. 이제 개봉한 지 열흘 정도 되었는데 소감은?(16:18)

8. 유아인, 정유미 씨는 어떻게 해서 캐스팅하게 되었나? 검정개는 마음을 잃고 동물이 된 사람인가 아니면 원래 동물인가?(19:10)

9. 멀린이 애초에 나무에 봉인되어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 나무에서 휴지가 여러 개 생산될 텐데 멀린은 여러 명이 있다는 것인가?(24:40)

10. 소각자는 왜 난로로 설정하였는가? 여주인공 일호는 왜 인공위성으로 설정하였는가?(25:59)

11. 마음을 잃은 사람과 마음이 없는 인공위성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으로 말하고 싶었던 주제는 무엇인가?(29:10)

12. 다음 작품은 무엇?(31:40)

저는 이게 장 감독님 마지막 GV라고 생각해서 온 것인데, 사실 만약 이게 마지막이 아니고 수도권에서 한두번 정도 더 한다고 한다면 굳이 올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조영각 프로듀서님에게 이야길 들어 보니 이후에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한번 더 GV 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내 돈!!!!!'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만..... 그래서 제가 제 스스로 미쳤다고 하는 겁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그냥 어떻게 여기 강릉까지 따라오셨냐고 물으시는 감독님한테도, 프로듀서님한테도 '지금이 아니면 안돼' 정신으로 왔다고 얘길 했지요....

내 돈.....

이번 GV는 유난히 어린이 관객이 많아서 어린이들의 질문이 많다는 게 특징입니다. 이제까지 여러 작품 여러 감독 GV를 다니면서 이런일이 한번도 읎었는디…

그리고 조영각 프로듀서님께 혹시 GV때 고경천 음악감독님은 안 나오시냐고 물어보니까..... 지금 병중이라서 공연도 못 하고 계시다고 하시네요.

고경천 씨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