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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뇦셜) 봉준호와 송강호 사이에서 김혜자를 만나고 싶다

레뷔키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9 00: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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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봉준호의 최애작이자 최고작으로 <마더>를 뽑는다. 윤리적인 판단의 불협화음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담감을 느끼며 봉준호의 작품 중 거북한 작품이라고 꼽지만 나는 <마더>를 정말 좋아한다. <마더>를 봉준호 최고작으로 꼽는 것에 주저가 없어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봉준호에게 가장 큰 영예를 안겨준 작품 <기생충>을 보고나서이다. 그 완벽함. 바늘 하나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완벽함. 한 예술가가 완벽한 공예품을 만들 듯이 온 공력을 바치고 그 완벽한 공예품에서 어찌할 수 없는 예술가의 주장이 뿜어져 나오는 영화. 그러나 예술의 표현 이전에 공예에 가까워 보이는 억누름-통제-결벽성이 느껴진다. 그 도식적인 감각의 차가움이 또 맛이기도 하지만 <마더>가 보여주는 휘몰아치는 뿜어냄의 아우라가 <기생충>보다 <마더>를 더 높게 쳐주고 싶은 이유가 된다.


작품 내적인 완성도를 논하기 앞서 <마더>에는 무엇보다 봉준호의 빠심과 미지에 대한 탐구심을 가지고 주인공으로 모셔온 김혜자가 있다. 이 영화는 분명 봉준호 이전에 김혜자의 영화다. 김혜자가 없었다면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영화다. <마더>를 제작하기 전까지 쌓은 영화 공력이 있고, 김혜자라는 대배우를 데려와 그 누구도 목격하지 못한 새로운 일면과 표정을 마주해 보고자 한 감독의 탐구심이 폭발한다!


<기생충>은 촬영 시작 전부터 이미 봉준호의 머릿속에서 모든 장면이 완성되어 있었고 그 머릿속에 있던 장면을 영화로 완성시키는 작업이었다고 느낀다. 감독의 인터뷰와 제작썰, 이후 나온 시나리오집, 콘티북 등의 자료들이 얼마나 완벽한 준비를 통해 <기생충>이 만들어졌는지를 방증한다. <마더> 또한 <기생충> 만큼은 아닐지라도 철저한 준비가 된 작품이었을 것이다. 로케를 위한 현장 답사를 2000곳? 이상 다녔다는 썰을 들은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촬영을 들어가 카메라 앞에 김혜자를 세우기 전까지는 봉준호도 완전히 그려내지 못한 미완의 구상이였을 것이다.


<기생충>이 완벽하게 그려진 설계도를 따라 완벽히 기반을 다지며 쌓아올린 성채라면 <마더>는 거대하고 훌륭한 대리석을 준비하고 조각해 나가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설계와 구상은 미리 했지만 돌을 깍아나가는 진행 과정에서 돌의 성질과 물성에 따라 조금씩 처음 구상에 변경점이 생긴다. 그 변화에서 창작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흥분을 마주하여 작품에 녹여내는 마법이 <마더>에 작동한다.


그런 영화의 마법이 <기생충>엔 없다. 마지막 피 묻은 손에 날아든 파리는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다는데 그럼 그것 말고는 모두가 감독의 의도였다는 반증이다. 우리는 봉준호의 완벽한 공예품을 보았다. 물론 아름답고 훌륭하다. 그러나 나는 감독 자신도 의도치 않고 예상치 못한 것을 마주하고 그것을 영화에 담는 영화의 마법을 이상하게 기대한다. 분명 <마더>에는 그런 마법의 순간이 있었다. 그것은 김혜자라는 배우의 공로가 매우 컸다. 봉준호 자신도 김혜자라는 '국민 엄마'의 새로운 일면을 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훌륭하게 결과물이 나왔다.


작품의 기술적 완성도를 따진다면 분명히 <기생충>이 <마더>보다 앞선 작품이다. 그러나 무언가 생동감이랄까, 박동치는 에너지는 <마더>가 세다. 그 아우라의 차이는 분명 봉준호도 완벽히 그려내고 들어가지 못한 채 촬영에 들어가 발견한 김혜자의 광기로 인한 것이다.


그런 미지의 탐구를 통해 영화에 담아낸 아우라의 작업을 그의 강건한 페르소나 송강호와 했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그런 작업물은 이미 있다. <살인의 추억>. 그러나 내가 바라는 건 그 지점에서 한번 더 내딛는, 그냥 그랬으면 하는 바람의 상상일 수도 있는, 일반인은 그저 보고 경탄과 찬사만 내뱉을 그런 거... <기생충>으로 자신의 영화 작업력, 공력의 최절정을 보여주고 달리고 있는 현재의 봉준호와 근 20년간 대한민국 최고 배우라는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 앞으로도 끄덕 없이 그 자리를 지킬 송강호가 현재까지 보여준 거 말고 그 앞의 아무도 보지 못한 미지의 것을 보여주는 그런 작업물...


송강호야 그를 페르소나로 삼는 감독이 줄을 선다. 봉준호와 작업 안 해도 송강호는 훌륭한 작품을 내놓았고 앞으로도 계속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봉준호와 송강호의 오랜 협업은 한국 영화계에 깊은 족적을 남겨왔고 앞으로의 작업도 기대하고 싶게 한다. 그런 중에 최근 <기생충>의 결과물을 보면 송강호가 많은 양보를 했다고 보인다.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 같은 생동감이 <기생충> 김기택에게 있는가. 마지막 한칼 전까지는 송강호란 배우의 존재감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큰 배역은 김기우(최우식)이기도 했다. 송강호란 큰 산에게 너무 작은 배역이었다.


나는 한번 봉준호가 <마더>와 같은 미지의 탐구심을 가지고 송강호를 원탑으로 세운 영화를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그런 소망을 가짐에도 과연 미지의 무언가가 있을까 할 정도로 송강호는 그간의 작품들에서 엄청난 스펙트럼을 보여줬고 대중들은 그것을 남김없이 소비했다. 과연 송강호에게서 <마더> 김혜자와 같은, 보는 사람이 깜짝 놀랄 새로운 일면을 끄집어낼 수 있을까? 소망을 가진 나도 의구심이 든다. 


게다가 봉준호와 송강호는 너무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속속들이 서로를 아는 사이다. 영화 촬영에서 별 디렉팅 없이 봉준호가 원하는 연기를 송강호가 펼쳐보인다고 한다. 그런 찰떡궁합 콤비에게 미지의 영역이 남아있을까? 봉준호가 예상 못하는 표정이 송강호에게 있을까? 송강호가 봉준호의 의중을 짐작 못하고 헤매는 연기를 할까? 매우 아니다. 그 둘에게선 이제 미지의 것을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송강호가 아닌 다른 배우와 그런 협업을 하면 쉽게 해결이 난다. 무엇보다 글로벌하게 이름값이 올라간 봉준호라면 우리나라 배우가 아닌 외국 배우와의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 친분이 없는 외국 배우라면 그야말로 미지로의 탐구로 이어진다. 그런 쉬운 방법은 분명 있다. 그래도 나는 봉준호가 송강호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기생충>은 카메라 돌리기 전에 이미 모든 걸 완성한 영화였다. 내가 원하는 건 카메라로 담기 전에는 그 안에 담길 것이 천사일지, 악마일지 예측할 수 없었던 영화 <마더>와 같은 작업이다. 아직 모두에게 시간이 남아있을 때 그런 작업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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