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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시네마] #1 <불도저에 탄 소녀> 시대착오 (스포)

레뷔키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21 12:24:41
조회 328 추천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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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나왔어야 할 영화인데 2022년에 나왔다는 게 거시기하다. 이명박의 '중국집 희래등'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권력층의 비리와 갑질에 고통받는 서민의 아픈 순간과 갑갑함을 여러 방면으로 조명하긴 했는데 지금이 아니라 10년 전에 나왔다면 더 시사하는 바가 컸을 것이고 대중적인 파급력도 더 셌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10년 전이면 정권을 잡고 있는 정당 때문에 눈치 보여서 어려웠을 것이고 그래서 지금에야 제작되고 공개된 것으로 짐작한다. 제작이나 개봉의 시기는 2020년대이지만 시나리오는 그보다 훨씬 전에 가닥이 잡혀 있었을 것도 같다. 이명박의 중국집 사건이 1994년이고 2008년에 대통령에 올라선 이명박의 연혁을 보면 이 영화의 시작은 분명 10년은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내 보기엔 시나리오 만들고 아까워서 어떻게 살려본 것 같은데 그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골방 늙은이로 처박힌 이명박을 굳이 지금 시대에 소환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이 영화를 만들 것이었다면 이명박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을 제거해서 구닥다리 느낌을 같이 빼야 했다. 중국집 갑질에 더해 공교롭게도 빨간색 정당의 후보로 선거에 출마한 영화의 빌런은 분명히 이명박을 저격한다. 문제는 권력이 죽어버린 권력자를 저격하는 것만큼 뒷북 치는 모양새가 없단 것이다. 즉 통쾌한 맛도 없고 일깨우는 맛도 없다. 최소한 이명박이 감옥 가기 전에 이 영화는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이명박이 감옥 가버린 마당에 이명박을 저격하는 영화를 선보인다는 건 표적지 없는 허공에 총질하는 것처럼 실없는 짓이 된다. 이명박 요소를 전부 다른 것으로 바꾸고 나왔으면 구린 느낌이 조금은 가시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명박 요소를 전부 지운다고 해도 이 영화의 처지는 느낌을 전부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위악으로 자신을 위장한 소녀의 고군분투는 응원을 하고 싶어지는 게 아니라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정이 안 가는 주인공을 앞세운 건 편을 들고 싶지 않는 인물이라도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옳고 그름의 문제에서 사회의 관심과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역설하는 것일 테지만 그런 호소 이전에 보면서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장소 불문하고 악을 질러대는 여주인공을 보다 보면 그냥 한숨이 나온다. 게다가 행실은 나빠도 머리가 나쁜 캐릭터는 아님이 분명한데 가장 중요한 증거인 녹취가 담긴 아버지의 폰을 들고 멍청이처럼 빌런 앞에 가져갔다가 뺏기고 박살 나고 마는 장면에선 그냥 영화를 포기해 버렸다. 당연히 백업해 놨을 거라 생각하고 보는데 앞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백업이 없어 보였다. 어이가 없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폰에 저장된 중요 데이터를 백업도 없이 아무렇게나 쓴다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초등학생이라도 다 알만한 사실인데 성인 여자가 그런 실책을 범하는 건 아무리 영화의 전개를 위해서라지만 납득이 안 가는 사안이다. 백업을 했어야지! 백업!
중국집 희래등 실제 사건에서는 사건 피해자가 얼렁뚱땅하다 써 준 합의서 때문에 재판에서 완전 발렸다고 한다. 그런 실제 사건의 안타까운 사정을 영화에 차용하고 싶어서 녹취폰이 박살 나는 장면을 만든 것도 같은데... 아몰라 그냥 짜증나!
영화에서 계속 이어지는 이런 갑갑한 전개를 고구마 쌓는다고 하는데 이런 고구마 영화라도 마지막 큰 한방이 있으면 만회할 수도 있다. <불도저에 탄 소녀>에선 여주인공이 빌런 회사의 불도저를 훔쳐 타와선 모든 사건의 원흉인 중국집을 밀어버릴 때, 그런 한방의 쾌감이 덮쳐 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거기서 멈췄으면 좋았을 것을 굳이 빌런의 집을 찾아가 불도저로 들이밀 땐 다시 고구마가 쌓이더라. 상관이 없는 다른 사람들도 사는 연립주택에서 왜 그런 짓을... 그건 쉴드가 안 쳐진다. 빌런 앞에서 불도저가 춤추는 장면을 그렇게나 만들고 싶었다면 상황 설정을 잘해서 빌런이 중국집에 방문하게 하고 그때 불도저가 덮쳤으면 되는 것 아니려나. 왜 애먼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히는지 나는 모르겠다.
너무 늦게 도착한 이 영화의 정치, 사회 비판적인 코드는 영화적 재미와 쾌감으로 다가오지도 않고 나사 빠진 톱니바퀴가 덜그럭거리는 껄끄러움만 남긴다. 이제는 동시대의 새로운 비판 대상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도 비판할 게 얼마나 많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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