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뻔한 범인, 유치한 트릭. 하지만 그래서 기대되는 무언가

명탐정코이치로 · 2023.07.02 15:17:11

슈바르츠촌 살인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의문점과 트릭 해설,

그리고 내가 기대하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 씨부려 본 글임.

1) 너무 의도적으로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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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1화에서 전자담배를 왼손에 들고 있는 모습, 명함을 왼손으로 건네주는 모습에 의거, 후유키 가쿠토는 왼손잡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었고,

2화에서 알랭이 직업 카드를 집어드는 손 역시 왼손이었기에 알랭 역시 왼손잡이란 걸 유추할 수 있었다.

이를 근거로 후유키 가쿠토=알랭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3화에서 살해당한 게임 마스터 헨리가 후유키 가쿠토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김전일, 마린과 만났던 헨리는 내선 전화로 연락을 취할 때, 문 손잡이를 당길 때 모두 오른손을 사용했으므로 헨리는 오른손잡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이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가장 이성적인 추리는 "후유키 가쿠토≠헨리이며, 본래 알랭이었던 후유키 가쿠토는 진짜 헨리에게 살해당한 뒤 그 신분을 바뀌치기 당했다." 라 할 수 있다.

즉, 이 추리대로라면 현재 알랭을 자처하고 있는 인물=진짜 헨리일 수밖에 없으므로, 따라서 범인은 알랭 가면을 벗고 등장한 "오니야시키 켄" 이다."

이게 현재로선 가장 주류적인 추리라고 할 수 있는데...

어... 너희들은 고작 "4화" 만에 "매우 합리적인 추리" 로 오니야시키가 범인이란 게 확정됐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겠어?

범인 유추가 쉬웠던 사례는 전에도 많았다고?

츠무기나 유우토는 그럼 뭐가 되는 거냐고?

아니. 이건 츠무기나 유우토의 사례하곤 전혀 다른 문제임.

츠무기랑 유우토는 순전히 "클리셰" 적인 추측이었음. 즉, 합리적인 추리로 얘네들이 범인이란 걸 밝혀낸 게 아니라 플롯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냥 범인이 눈에 쉽게 보였던 거지.

초장부터 츠무기, 유유토가 범인이란 걸 주장했던 사람들 중에서 지금처럼 합리적인 추리를 내세우며 목소리 높혔던 사람이 어딨었음 ㅋㅋㅋ 다 "김전일 친구다, 혼자만 알리바이가 완벽하다, 범인한테 습격 당하고 안 죽었다, 후미 남친이다, 12신의 느낌이 난다, 얘 말곤 범인이 없다" 이런 식이었지. 나도 그랬고.

그에 반해 오니야시키는 논리적으로 너무 완벽해. 그냥 확실하게 범인 땅땅이야. 손잡이 추측에 따라 후유키 가쿠토가 알랭이 맞다면 얘는 빼도박도 못하게 범인 확정이라고.

뭐 범인이 알랭-헨리 가면만 바꿔친 게 아니라 3중, 아니 4중으로 바꿔치기라도 한 건가? 야스촌 5중 밀실에 버금가는 "5중 신분 바꿔치기" 뭐 이런 거라도 나오는 걸까? ㅋㅋㅋ 이건 아닐 거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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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기요. 극도로 용의주도하게 짜여진 치밀한 살인 계획이라매요 ㅋㅋㅋ 왼손 오른손만 비교하면 걍 범인이 나오는데요?

추리가 왜 이렇게 빨리 끝나나요? 치밀함은 다 얼어뒤졌나요?

이건 지금까지 보여주던 아마기의 기조랑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근 몇 년간 이렇게까지 쉽게 범인이 도출되는 에피소드를 본 적이 없어. 이러니까 당연히 "아마기가 바로 이런 반응을 노린 건가? 의도적으로 오니야시키를 범인으로 미스 리드 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지.

결국 요약하자면 지금의 합리적인 추리, "후유키 가쿠토는 100% 알랭이고, 그러니까 오니야시키 100% 범인 맞음 ㅇㅇ" 이게 너무 빨리 정립됐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추리를 정말 사실이라 말할 수 있는 건지 의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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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턴 개인적인 의문점인데, 4화를 보면 오른손잡이로 추측되던 오니야시키가 왼손으로 가면을 벗는 듯한 모습을 보인단 말이지? 이것 때문에 추리의 전제가 되던 "모두의 손잡이는 명백하고, 그러니까 손잡이로 추리를 해야 한다" 라는 생각 자체가 미스 리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

손잡이 추측 자체가 틀린 건가 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음. 각자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짧게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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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3화를 보면 김전일과 마린의 대화에서 뜬금 없이 냉동 식품의 조리 시간에 대한 언급이 나온단 말야? 분명 트릭에 대한 힌트라는 건 확실해보이는데 아직까진 이게 대체 뭘 의미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여기에 대해서도 좀 고민해달라는 생각으로 역시 짧게 남겨봄.

2) 뒷걸음질이... 치밀한... 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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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앞에서 이렇게 범인 추리가 쉬운 게 말이 안 된다고

발작하긴 했지만 솔직히 어지간하면 그냥

"좆마기가 또 좆마기 했나 보다" 라고 생각하는 게 맞잖아.

근데 왜 지금 이 상황을 자꾸 다른 방향으로 의심하느냐?

그건 뭣보다도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 눈 밀실 트릭이

허술해도 너무 허술해서 그래.

대충 봤을 땐 눈도 막 내리고, 발자국도 어지럽게 남아있으니

굉장히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좀만 뜯어보면 그냥

단편 추리 퀴즈 트릭만도 못한 C급, D급 트릭으로 보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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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더 쉬운 이해를 위해서 넣어본 서채, 동채의 가상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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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작품에서 주어진 정보대로 후유키 가쿠토 살해 당시의

타임라인을 써보면 대충 이렇게 정리할 수 있어.

4시 정각 - 인랑 게임 낮 시간 종료. 김전일과 마린을 포함한 각 참가자들, 본인 방으로 귀환.

4시 10분 - 모종의 트릭 장치 사용. 서채와 동채를 잇는 통로 봉쇄. 헨리, 김전일에게 전화.

4시 15분 - 헨리, 별채에서 서채로 이동 후 홀 전화기로 알랭에게 전화, 이후 벤, 캐시, 딕 등 동채 참가자들에게 모두 정보 전달.

4시 20분 - 헨리, 모든 통화를 마치고 본인 별채로 귀환.

4시 30분(넉넉잡고) - 김전일과 마린, 헨리의 시체 발견.

이걸 토대로 먼저 후유키의 사망 추정 시각대부터 말해볼까? 손잡이 추측대로라면 김전일, 마린과 만난 헨리는 후유키 가쿠토일 수가 없으므로 후유키 가쿠토는 진짜 헨리가 김마와 만나기 이전에 이미 살해당했거나(4시 정각~4시 30분 사이) 진짜 헨리가 별채로 돌아간다 말하고 김마와 헤어진 뒤 그에게 살해당했다고(4시 20분~4시 30분 사이) 봐야겠지?

근데 아무래도 후유키의 시체가 난방을 안 키면 실내 온도가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날씨 속에서 최소 20~30분을 방치되어 있었던 시체라고 보이진 않으니까 사망 시각은 뭐 대충 4시 20분~4시 30분이라 쳐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아.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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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 뭐 사망 시각? 이딴 거 다 필요 없고, 눈 밀실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이거지. 동채에서 정자로 이어지는 편도 발자국.

"니네, 오니야시키가 범인이라매. 근데 편도 발자국 때문에 범인이 동채로 돌아왔단 결론은 내릴 수 없게 되지? 하지만 오니야시키는 동채에서 나왔잖아.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니?" 가 메인 트릭인 거잖아?

......독자랑 장난치냐? 왜 못 돌아가? 뒷걸음질 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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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냥 뒷걸음질은 잘못 밟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그럴까봐 친절하게 신발 사이즈도 미리 나눠주셨어 ㅋㅋㅋ

큰(M) 사이즈의 신발로 작은(S) 사이즈의 발자국을 덮어쓰듯 걸으면 티 안 나고 안전하게 뒷걸음질 칠 수 있잖아?

이렇게 생각하면 유독 동채-정자의 발자국만 따닥따닥 붙어있는 것도 자연스럽게 해석되니 걍 뒷걸음질보단 이 쪽이 더 사실에 가깝겠네.

어떻게 어떻게 잘 꾸겨 신으면 남자도 여자 사이즈

신발 정돈 신을 수 있다는 떡밥까지 뿌려주셨고.

이건 후유키가 알랭, 범인이 헨리라고 해도 기본 틀은 같아.

정자 찾아온 후유키 죽이고, 가면 바꾼 다음에 남아있는 후유키 발자국대로 뒷걸음칠 쳐서 동채 가면 되는거니까.

어? 그럼 동채의 알리바이가 없어졌으니 클리셰대로라면 동채 사람이 범인이겠네? 근데 아주 적절하게도 마침 오니야시키가 동채에서 나왔네? 심지어 직책도 유일한 인랑이야? 애미 ㅋㅋ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뒷걸음질... 이딴 게 트릭이냐고 ㅋㅋㅋ

이건 유튜브에서 가끔씩 볼 수 있는 5분짜리 추리 퀴즈가 아님.

"김전일 시리즈" 야. 치밀한 트릭과 그 트릭을 풀어낼 때,

거기에서 오는 짜릿함이 메인 포인트가 되는 시리즈라고.

심지어 김전일 입까지 빌려가며 친히 직접 굉장히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계획범죄라고까지 말했잖아.

기껏 8주 휴재까지 때리면서 최선을 다해 준비해왔다는 트릭이

반 세기 전에도 고전 트릭이라고 불렸을 것 같은

뒷걸음질 눈 밀실이야???

이거 맞으면 진짜 감당 안 돼요. 큰일나 진짜

3) 그래도 기대가 되는 건...

만약 정말 범인이 오니야시키 켄이고, 트릭은 뒷걸음질이 맞다면 슈바르츠촌은 역대 최악의 에피소드 반열에 올라가도 손색 없을 에피소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함.

범인 뻔하고, 트릭 병신이야. 이거 완전 오니노헤 ver.2잖아.

아니지. 오니노헤보다 심하면 더 심했지 덜하진 않겠다 ㅋㅋㅋ

당장 뒷걸음질은 좆프웨이마냥 몇개월 동안

조리돌림 당할 게 눈에 훤히 보이는데 ㅋㅋㅋ

하지만, 그래도 정말 일말의 기대를 가지게 되는 건,

오니노헤가 그냥 허술하고 엉성했던 거라면,

슈바르츠촌은 너무너무 지나치게 허술하고 엉성하기 때문임.

뭐랄까... 사건이 고작 이대로 끝날 리가 없다는

일종의 기대 반 망상딸 반이라고 해야 할까? ㅋㅋㅋ

그리고 실제로 아직 슈바르츠촌은 추가 살인, 배신자의 존재

등등 충분히 기대해볼만한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

제발 아마기의 큰 그림을 내가 보지 못했다는 게 사실이고,

부디 이번 사건의 다음 피해자가 오니야시키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던 글을 마쳐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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