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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백업] 이노아오야설핫산백업) 함께 아침 햇살을 볼 수 있기를.2앱에서 작성

고고플라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9 21: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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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노스케는 그대로 아오이를 자신의 몸으로 덮어버렸다. 
이노스케가 부상을 입어 흘리는 피와, 아오이가 처음이기에 흘린 피로 침대 시트가 더럽혀지고 말았지만, 두 사람은 계속 서로를 꽉 끌어안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이노스케는 자주 아오이의 방에 찾아와 몸을 겹치게 됐다. 
시각은 늘 임무를 끝난 후. 한밤중이기도 했고, 해뜰 무렵이기도 했다. 
아오이는 그의 귀환을 기다리게 되었다. 

아기 때부터 산에서 길러진 이노스케는, 세상의 넓이를 몰랐다.
자신보다도 훨씬 강한 자가 있다는 것도. 자신보다도 훨씬 두렵고, 추한 괴물이 있다는 것도. 누군가에게 닿음으로써 느껴지는 따스함, 늘 함께 싸워주는 동료의 존재. 
혈귀를 쓰러뜨리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감사 받고, 정성이 어린 대접을 받는다. 부상을 입으면 제 일처럼 걱정해준다. 
죽음의 늪에서 생환하면 안도한 나머지 눈물을 폭포 마냥 흘려주는 자도 있다는 것도.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일이라, 처음에는 순수하게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이 녀석들은 날 걱정하고, 화내고, 기뻐하는 걸까. 
그러나 익숙해지고 나니, 의외로 순응하게 된 자신도 있었다. 
감사를 받으면 평범하게 기분이 좋아졌고, 혼이 나면 순순히 따르는 경우도 있었다.(단, 탄지로와 시노부의 말에만 해당된다) 
단, 자신 때문에 울음을 터뜨렸을 경우에는 약간 어쩔 줄 몰라 거북하기도 했다. 
특히, 평소에 시끄럽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아오이가 큰 부상을 입은 이노스케를 앞에 두고 크게 울음을 터뜨릴 때. 
유곽에서의 전투로, 빈사상태에 빠질 만큼의 중상을 입어, 약 2개월 가량 의식이 없었다고 했다. 
정신을 차리자 옆에는 아오이가 있었고, 이노스케의 의식이 돌아온 걸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굵은 눈물방울을 흘렸다. 
귀살대에 들어갈 때까지는, 그저 강한 놈들과의 전투에 재미를 붙이는 나날을 보냈다. 
싸움에서 져, 분해서 우는 녀석도 있다면, 부상을 입고 아픈 나머지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때로는 누군가가 죽어, 슬퍼서 흘리는 눈물도 이노스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각성한 지금, 아오이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너, 왜 우냐!? 하고 물어 보니, 아오이는 흐느끼며 대답했다.


"…읏, 으, 기뻐요. 이노스케 씨가, 살아있어 줘서…! 죽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정말로 다행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아오이는 엉엉 울었다. 그녀의 눈물은 지저분했다. 
울음소리는 이상하지, 콧물은 나오지, 빈말으로도 귀엽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노스케는 이, 작은 어린아이처럼 흐느껴 우는 소녀를 끌어안고 싶었다. 
아픈 팔이 움직인다면, 살며시 상냥하게 끌어안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때의 아오이의 우는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

그 날의 임무는 탄지로와 둘이서 혈귀를 사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 이상으로 혈귀의 혈귀술이 복잡해서 애를 먹게 돼, 결국에는 혈귀의 공격을 전부 받아치지 못해 머리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 
다음 공격으로 치명상을 입을 뻔했으나, 아슬아슬하게 탄지로가 검을 치켜들어 혈귀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이노스케의 부상을 걱정한 탄지로는 먼저 나비 저택에 가라고 말했다. 
그 말에 처음에는 분개하고 날뛰며, 팔짱 끼고 씩씩거렸던 이노스케였으나, 피를 뿜으며 날뛰던 이노스케에게 탄지로가 반야같은 얼굴로 노려봐, 
결국에는 수그러들어 카쿠시(隱)와 함께 사후처리를 한다는 탄지로를 두고 그 자리를 뒤로했다.  

달빛 아래, 어두운 밤길을 터덜터덜 혼자서 걷는 이노스케. 
전부터 생각하고는 있었다. 자신은 귀살대에 들어가기까지, 바깥 세상을 너무 몰랐다는 것. 
자신보다 훨씬 강한 인간이 잔뜩 있다는 것. 그리고 동기인 탄지로나 젠이츠가 두드러지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 출발선은 거의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요 몇 개월 동안에 위협적일 만큼 성장을 하고 있었다. 
수행도 훈련도 다 함께 소화하고 있음에도, 이노스케만이 아직까지도 홀로 강한 혈귀를 쓰러뜨린 적이 없다. 
특히 탄지로의 기백은 유별나게 달랐다. 평소에는 온후하나, 한 번 분개하면 아군이 겁먹을 정도로 변모한다. 
강해지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노스케보다, 가족의 원수나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강한 숙원이 있는 탄지로가 더 강할 것이다. 
자신에게도 무언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처럼 강해질 수 있을까.

보름달이 드높이 떠올랐을 쯤, 이노스케는 나비 저택에 다다랐다. 
그러나 불빛이 새는 창문은 없었고, 저택 전체가 고요했다. 시간이 시간이니 만큼 당연했다. 
그렇다면, 평범하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도 되는 것일까. 이노스케는 드물게 저택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했다. 
이런 시간에 소란스럽게 문을 두드기라도 하면 그 고지식한 여자에게 또 혼날 것이다. 
그 때 문득, 이노스케는 아오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오이의 방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 
이전에 저택 정원에서 훈련을 하고 있을 때, 2층에 있는 방 창문에서 아오이가 손을 흔들어주었던 적이 있었다. 
곁에 있던 키요가 그곳은 아오이 씨의 방이에요~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고, 이노스케는 가뿐하게 2층에 올랐다. 
아오이가 잠들었을 방의 창문을, 우선 두드려본다. 반응은 없다. 
멋대로 창문을 열려고 했으나 잠겨 있었고, 이노스케는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찼다. 
아오이가 자고 있는 것도, 잠겨있는 것도 평범하고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노스케는 지금, 어째서인지 공연히 아오이가 보고 싶었다. 그녀의 얼굴이 보고 싶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정신차리고 보니 일륜도를 위로 쳐들고, 창문을 깨부수려고 했던 참이었고, 그 때 아오이가 불쑥 얼굴을 드러냈다. 
창문이 열리자, 역시나 아오이가 폭풍처럼 질문을 내던졌다. 
그러나 이노스케는 적당히 흘려버리고, 제멋대로 그녀의 방에 발을 들이밀었다. 
처음 들어오는 아오이의 아담한 방에는 침대와 책상만이 놓여있었다. 
정말로 잠만 자기 위해 돌아오는 방인 듯하다. 이노스케는 주저없이 침대에 앉았다.
부상을 입었냐며 아오이에게 억지로 멧돼지 머리를 빼앗겼다. 
꽥꽥 또 무슨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평소에는 귀찮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안심하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언제나와 같은 그녀를 보고 안심하고, 좀 더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 
안심하고 싶기에 어딘가에 가려고 하는 아오이의 팔을 훽 잡아당겨 자신의 품속에 가둬버린다. 
쏙 품에 들어오는 그녀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윤기 도는 흑발에 뺨을 가져다 대보니 달콤한 향기도 났다. 
차갑게 식은 자신의 몸에 체온이 서서히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잠시 동안 아오이를 끌어안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가까이서 보는, 푸르고 커다란 눈동자. 그 다음에 보인 것은 볼록한 복숭아색 입술. 
아, 맛있겠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아오이의 입술을 빼앗고 있었다. 
아, 미쳤다. 라고 생각한 것을 끝으로, 넋이 나간 그녀의 얼굴이 점점 빨갛게 물들어가, 저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 하고 울어대고 있었다. 
그 뒤로부터는, 아오이에게 입맞추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가 망설이는 듯한 소리를 낸 듯 했으나, 무시를 하고 그 부드러운 입술을 아낌없이 음미했다. 
몇 번이고 자신의 입술으로 머금고, 핥고는 빨아당긴다. 
정신차리고 보니 촉촉히 젖은 눈동자로 자신을 노려보는 아오이를 밀어 넘어뜨리고 있었다. 
당신 다쳤잖아요! 하고 화낼 때가지 자신이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부상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그보다도 지금 드는 생각은 아오이의 심정이다. 
자신의 밑에 깔린 지금, 왜 이 녀석은 거부하지 않는 것일까. 
이런 짓을 당했는데도 왜 자신을 걱정하는 거지? 조금은 싫어하란 말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 나에게 안겨도 되는 거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오이의 표정이 한 순간 굳더니, 점차 커다란 눈동자가 축축해져 갔다. 
당장에라도 눈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하지만 울지 않으려고 참으려는 얼굴. 
그 표정은 안기는 것이 싫어 눈물을 머금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이노스케는 직감적으로 그런 뜻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하지만 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를 아오이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상으로 그런 그녀가 귀여워서. 촉촉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 보는 그녀가 어쩔 도리 없이 몹시도 귀여워서. 
아오이가 작게 끄덕임과 동시에 이노스케는 그녀의 작은 입술에 달려들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대부분을 본능에 맡겨 움직였다. 
아오이의 몸은 여기도 저기도 다 부드럽고, 달콤했다. 
입술도, 목도, 가슴도, 팔도, 다리도. 이노스케는 무아무중으로 아오이의 피부란 피부는 다 핥았다. 
점차 그녀의 입에서 달콤한 숨소리가 흘러나오고,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그럴 때마다 알 수 없는 고양감이 이노스케를 덮쳐왔다. 뜨거웠다. 
나비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걷는 동안 이노스케의 체온은 전부 다 빼앗겨 버렸었으나 지금은 따뜻했다. 
미칠 것 같았다. 아오이가 귀여워서. 견딜 수 없을 만큼 귀여워서. 꽉 끌어안고 싶다. 먹어 치우고 싶다. 아주 소중히, 사랑해주고 싶다. 
이런 마음을 말로 표현한다면 어떤 말이 나올까?


***


이노스케가 아오이와 자주 몸을 겹치게 된 뒤로 수개월이 지났을 무렵, 이노스케가 혈귀와의 전투로 큰 부상을 입어, 나비 저택에 장기간 요양을 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큰 부상을 입은 적이 그다지 없었기에, 간만에 입원을 하게 된 것이었다. 
시노부가 공들여 치료를 해주고, 걱정한 탄지로나 젠이츠도 병문안을 와주었다. 
스미를 포함한 세 간호사도 매일 그를 돌봐주었다. 아오이도 그를 돌봐주었는데, 낮에 보는 그녀는 신선했다. 
물론, 육체적 관계를 맺게 된 뒤로 밤에만 만난 건 아니었다. 
낮에 탄지로나 젠이츠와 시치미를 뚝 뗀 태연한 얼구로 나비 저택을 방문해, 다같이 식사를 하거나 단련을 하기도 했다. 
그저 이런 식으로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침대에 누워 아오이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도무지 그녀를 안을 수가 없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눈썹을 치켜세우고 환자를 접하는 아오이와, 어둠 속에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마구 흩뜨리며 젖은 눈동자로 무언가를 호소해 오는 아오이의 모습이 겹쳐져, 
더 이상 배겨 있을 수 없었다. 


"…무슨 생각하세요?"


이노스케의 붕대를 갈아주던 아오이는 의아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평소에는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이노스케가, 멧돼지 머리를 뒤집어 쓴 채 아무 말도 안 하니 수상쩍었다. 


"…아니, 요즘엔 전혀 하질 못한다 싶어서."

"네…!? 이런 곳에서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현재, 병실에는 이노스케와 아오이 단 둘 뿐이었다. 
그러나 어디서 누가 듣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경솔하게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했다.


"저질이네요.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거에요?"

"피차일반 아니냐?"

"하!? 무, 무례하긴!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아니~? 그럴 것이 너, 몸은 그렇게 야해가지고…"

"네에에에!! 이걸로 끝이에요~~!!!"

"아프잖아!! 뭐하는 짓이야!!"


이노스케한테서 믿을 수 없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했기에 아오이는 치료완료!라며 붕대를 감은 듬직한 팔을 있는 힘껏 두드렸다. 
자신이 잘못해놓고서는 투덜투덜 불만을 늘어놓는 이노스케였으나, 아오이의 얼굴이 데친 문어처럼 새빨개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여자는 늘 이렇다. 몇 번이고 몸을 겹쳐도, 아오이는 매번 순진한 반응을 보인다.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까지 다 본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도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눈물에 젖은 눈으로 자신을 응시한다. 
그런 그녀가 귀여워, 무심코 괴롭히고 싶어진다. 
이노스케는 일찍이 자리를 뜨려고 하는 아오이의 손을 잡아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바로 멧돼지 머리를 벗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자신의 것을 눌러버렸다. 
얼마만인지, 오랜만에 닿은 입술은 과자처럼 달콤한 맛이 났다. 
2초, 3초 정도 가볍게 닿고는, 마지막으로 할짝, 한 번 핥고 조용히 떨어진다. 
코앞에서 보는 아오이의 얼굴은 시간이 멈춘 것 마냥 굳어있었다. 
그런 그녀가 귀여워서 이노스케는 '헤헤헷'하고 웃었다. 
그러자, 멈춰있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처럼 아오이의 안색이 순식간에 새빨개졌고, 잘게 떨렸다.


"당……신!! 뭐 하는 짓이에요!? 이런 곳에서! 이런…대, 대낮부터!!"

"입맞춤 정도는 낮에 해도 딱히 상관없잖아."

"그…렇기는 하지만…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면, 지금부터 한 판 할까…?"

"당신 그냥 입 다물어요…!"


익은 토마토처럼 새빨개진 얼굴로 화내는 아오이를 보고 이노스케는 만족했다. 
어느새 이런 심술궂은 멧돼지가 된 걸까? 이 남자는. 평소에는 고지식하고, 대원들에게 차별 없이 시끄럽게 잔소리를 한다. 
그게 부상을 입은 대원들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흐르면 눈치채게 된다. 
늘 눈썹을 끌어올리고는 힘차게 움직인다. 아침부터 밤까지 말이다. 
굳센 여자인가 싶었는데, 여릴 때도 있다. 
약간 크게 다치거나, 의식을 잃거나 하면 바로 울어버린다. 
그러나 쑥스러워 할 때의 얼굴은 각별하게 귀엽다. 
뺨을 물들이고, 난처한 듯이 웃는다. 그런 아오이와 붙어있으면, 자신의 마음이 밝아졌다. 


"…넌, 귀여워."


눈치채고 보니 그런 말이 자연스레 입 밖으로 흘러나와버렸다. 
말한 순간, 어쩐지 멋쩍어졌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꽤 오래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 날, 처음으로 아오이와 맺어진 날 생겨난 감정. 
그 감정의 이름을, 이노스케는 훨씬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오이. 있잖아…"


톡.

말을 이어가려고 했으나 나오지 않았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오이의 모습에 놀라서였다. 
어, 왜지? 울 요소가 있었나? 하고 이노스케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그러나 아오이는 눈물 섞인 목소리를 쥐어짜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저한테 신경쓰지 마세요.."

"……하?"

"…읏, 이제 내 방에 오지 마란 말이에요!"


갑작스레 고해진 말에 이노스케는 굳어버렸다. 
병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아오이를 붙잡을 수 없었다. 

오늘 낮에, 단 둘이 있던 병실에서 아오이는 자신에게 다정히 미소를 지어주는 이노스케에게 몹시 놀랐었다. 
아름다운 비취색 눈동자로 지긋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이 다정해서. 사랑스럽게 바라보는데, 왜 그런 얼굴을 하는 거야? 마치 날 좋아하는 것 같잖아. 
그리고 이노스케의 '넌 귀여워' 라는 발언으로, 아오이의 눈물샘이 무너졌다. 
이노스케가 아오이에게 반한다니, 말도 안 됐다. 그도 그럴게, 자신은 혈귀로부터 도망친 겁쟁이니까. 
그가 늘 싫어하는 약해빠진 녀석이었으니까. 자신은 그의 앞에서는 늘 소리만 버럭 지르는 귀엽지 않은 여자다. 
그런데 왜 그런 차고 넘치는 눈빛을 자신에게 향하는 것일까. 덤으로 '귀엽다' 같은 말을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다니. 
그는 자신을 어쩌고 싶은 걸까? 자신과 어떤 사이가 되고 싶은 걸까? 이유를 알 수 없어, 정신 차리고 보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노스케에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자기자신이, 그와 어떻게 되고 싶은 것인지 알지 못해서였다. 
변덕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 굵직하고 듬직한 팔에 안길 수만 있다면, 이유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그
가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면. 그렇게 생각해 오려고 해왔었다. 
어정쩡한 관계였지만, 쭉 이어지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결국, 오늘로 끝이나 버렸다. 자신의 손으로 막을 내려버리고 말았다. 
분명, 이노스케는 그 때 변하려고 했을 것이다. 무언가 자신에게 말하려고 했었다. 
이 관계를 바꾸고 싶어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고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아오이는 그것이 무서워서. 지금의, 현 상황이 바뀌어 버리는 것이 무서워서,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결국에는 아오이의 나약함 때문이었다.
이런 자신은 싫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리 울어봤자, 그는 이 방에 와주지 않을 거다.


***


병실을 나간 후, 눈물을 닦고 바로 일하러 돌아갔다. 눈이 부은 상태로 일을 할 수는 없다. 
평소대로 환자들의 저녁 식사 준비부터 목욕물 준비, 내일 할 일의 준비까지 문제없이 끝냈다. 
이노스케의 간호만은 나호와 다른 간호사들에게 맡겨, 그와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하루 일정이 끝났다. 
그러나 방으로 돌아가, 이불에 기어들어가자, 쌓였던 눈물은 바로 흘러나왔다. 생각하게 되는 건 후회 뿐이었다. 
이제 이 침대에서, 그와 함께할 일이 없겠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아 소리 죽여 울었다.


***


실컷 운 뒤, 아오이는 어느 새인가 잠들어 버린 모양이었다. 
무슨 소리가 들려와, 문득 정신이 들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아직 어두웠다. 
부은 눈꺼풀을 문지르며, 꿈틀거리며 이불에서 기어나온다. 
그러자, 어딘가에서 콩콩, 하고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아오이는 헉 하고 숨을 삼켰다. 
방 구석에 있는 작은 창문. 늘 그가 드나드는 창문에서부터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럴 수가, 설마. 온 건가? 그렇게 마구 몰아세웠는데도, 와준 건가? 
하지만 어떤 얼굴로 마주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아오이는 창문으로 다가가지 않고 침대 위에서 소리 죽여 몸을 숨겼다. 
시간이 잠시 지나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멎어, 아오이는 후, 하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러나 창문 저편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말에 아오이가 숨을 삼켰다. 
짐승의 호흡…제2엄니…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이노스케가 처음으로 이 방을 찾아왔을 때를 떠올리고는, 서둘러 창문 쪽으로 달려갔다. 


"가르ㄱ…"

"꺅! 잠깐! 잠깐! 잠깐만요!!"


아슬아슬하게 아오이는 창문을 힘껏 열어젖히고, 일륜도를 흔드는 멧돼지 머리를 뒤집어쓴 남자를 막았다. 
심지어 이 남자, 혈귀 퇴치에 사용하는 호흡을 쓰려고 한 것이다. 
하마터면 창문 유리가 박살 나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뻔했다. 
그러나 이노스케는 기죽지 않고 '뭐야, 있었잖아?' 라고 투덜거렸다.


"다, 당신!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에요!?"

"네가 무시한 게 잘못이지."


그렇게 말하니 끽소리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인 아오이에게 이노스케는 밖으로 나오라고 말했다. 


"…하?"

"그러니까, 밖으로 나오라고. 잠깐 나 좀 보자."

"…무슨 소리에요?"

"네가 이제 방으로 들어오지 마라고 했잖냐."


어디 사는 불량배 같은 말을 한다 싶었는데, 의외로 아오이가 엉겁결에 내뱉은 말을 성실하게 지키려고 했다. 
이노스케는, 음! 하고 오른손을 아오이의 앞에 내밀었다. 
두텁고 커다란 손. 피가 섞인 물집투성이인 손바닥이었다. 이 손을 잡으라는 건가.
이런 자신이, 그의 손을 잡아도 되는 걸까. 그러나 이노스케는 다시, 자! 하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이노스케는 계속 도망치려는 아오이에게 재차 마주보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대로는 있을 수 없다. 아오이는 결심하고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이노스케는 그 작은 손을 세게 쥐더니 밖으로 끌어당겼다. 
잠옷을 입은 채로, 아오이는 이노스케의 손을 빌려 기와지붕에 올랐다. 
부상은 괜찮나요?라고 물어보니,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며, 어째서인지 도리어 혼나고 말았다. 
서투른 발걸음으로 위에까지 올라가, 둘이 나란히 걸터앉았다. 
하늘은 이미 밝아오기 시작해, 아침 해가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었다. 혈귀가 거처에 돌아갈 시간대다. 
둘 다 아무 말 없이, 먼 지평선을 응시했다. 아오이는 내심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선 사과부터 해야겠다. 낮에, 대화하던 도중에 갑자기 울고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죄해야지. 
그렇게 생각했으나, 이노스케가 먼저 말문을 터버렸다. 


"있잖냐."

"ㄴ, 네!?"


아무런 맥락도 없이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가 두른 공기가 따끔거렸다. 
멧돼지 머리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그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왜인지 긴장을 하고 있는 듯하다. 상반신이 희미하게 안절부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노스케는 낮에, 아오이에게 전하려고 했던 말의 뒷내용을 입에 담았다.


"나, 네가 좋아."


아오이가 숨을 멈췄다. 그가 입에 담은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떤 얼굴을 하면 좋을지 몰라, 이노스케 쪽으로 얼굴을 돌리지도 않고 정색한 채 똑바로 앞을 직시했다. 
그런 아오이의 태도가 불안한지, 이노스케는 드물게 상기된 목소리로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ㅇ, 야! 내 말 들었냐…? …뭐라고 반응 좀 해 봐!라고. 그 긴장감 도는 목소리에, 아오이는 이노스케를 마주보았다. 


"…지금 뭐라고 했나요?"

"…하!? 안 들었냐!? 두, 두 번이나 말할까 보냐!"

"…제가 좋다고요?"

"다 들었네!!"


평소처럼 언성을 높이는 이노스케. 
그러나, 아오이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믿는 것이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나를…


"싫어하잖아요?"

"……하?"

"당신, 절 싫어하잖아요?"


침묵. 늘 저돌맹진 하는 멧돼지 사내가 멍한 얼굴로 굳어버렸다. 
그러나 바로 기동하더니, 열불처럼 화내기 시작했다.


"하아아아!?? 너 내 말 들은 거 맞냐!? 내 얘기 정말로 들은 게 맞냔 말이야!?"

"잠깐, 목소리가 크잖아요…!"

"뭐~가 '싫어하잖아요?'냐!? 그 반대거든! 좋아한다고! 내가, 지금, 널 좋아한다고 말하잖아!" 

"하, 하지만!"

"하지만이고 나발이고! 아아악! 열 받아! 너 이 자식, 아까부터 내가 어떤 마음으로 말했는지 알기나 하냐!??" 

"하지만! 당신, 약한 인간은 싫어하잖아요!?"


아오이가 그렇게 소리치자, 이노스케는 또 굳어버렸다. 
그 얘긴 또 뭐라냐? 모르겠는데.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왜 그런 얘기가 나와? 너 왜 그러는데? 라며 당황해 하는 이노스케. 
그러나 아오이의 눈에는 또 눈물이 차올라, 그녀의 눈물이 싫은 이노스케의 태도가 한풀 꺾였다. 


"…저, 원래는 귀살의 검사였어요. 
최종선별에서는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그 후에 혈귀를 사냥하러 가도 혈귀가 무서워서 싸울 수 없게 됐죠. 
…탄지로 씨한테서 들은 적 없나요?"

"…몰라."


에. 이미 탄지로한테서 들었을 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난 지금, 스스로 무덤을 판 게 아닐까? 지금까지 고민했던 건 뭐였던 거야? 
하지만, 이런 걸 언제까지고 숨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 이제는 알겠죠? 전 혈귀로부터 도망친 겁쟁이에요. 
당신이 싫어하는 약자라구요. …아까 한 말은 못 들은 걸로 할게요…."


이제 나한테 신경쓰지 마세요, 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할 수 없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져, 코끝이 찡해졌다. 울지 마. 울기만 했잖아, 마지막 정도는 제대로 얼굴을 보고 끝내야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이노스케 쪽에서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난 어려운 얘기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한 얘기의 어디가 어렵다는 것일까.


"확실히, 난 약해빠진 녀석은 싫어해. 싫다기 보다는 흥미가 없지."


그 말에 가슴이 욱신거렸다. 
아아,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그러나 이노스케는 또, 아오이가 경악할 말을 입에 담았다. 


"그래도 난, 역시 네가 좋아."


아오이는 눈을 크게 떴다. 
참지 못하고 눈물 한 줄기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약해도, 넌 너잖아. 남을 돌보거나, 울 수도 있는, 넌 다정한 녀석이야. 난, 그런 너와 함께 하고 싶어. 
…게다가, 혈귀 같은 건 내가 전부 쓰러뜨려 주면 될 거 아냐! 네가 혈귀한테 겁먹어도 상관 없다 이 말씀이야!"


그렇게 말하며 멧돼지 머리를 뒤집어쓴 남자는 통쾌하게 웃어넘겼다. 
약한 모습 그대로여도 좋다. 함께 있고 싶다. 그 말이 얼마나 기쁜 말인지. 
그리고, 기쁜 동시에 그 말은 아오이에게 있어서 잔혹한 말이기도 했다. 


"…아니에요."

"…너, 이 몸이 이렇게나 구구절절 말하는데도 아직도 뭐라 할 말이 있는 거냐?"

"…전, 당신을 기다리는 것조차 두려워요…."


이노스케가 임무로 떠날 때마다 깨닫게 된다. 자신은 몹시 무력하며, 겁쟁이라는 것을. 
그가 살아서 돌아와 주기를.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신이시여, 부디,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신에게 빌 수 밖에 없는 자신을 몇 번이나 탓했는지를.
적어도 카나오처럼 그와 함께 싸우러 갈 수만 있다면, 약해도 제 나름대로 그의 방패라도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지금까지 몇 번이고 자신의 방 구석에 기대어 세워놓은 일륜도를 쥐었다. 
하지만 쥐기만 해도 손이 떨려왔다. 그 날의, 최종선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추악하고 두려운 혈귀, 눈앞에서 잡아 먹히는 동료들, 혈귀가 낸 상처의 고통. 
모든 것이 머릿속에 플래시 백 돼, 떨리는 손에서 검이 새나오고 말았다. 
결국에는 싸우러 가지 못하고, 이노스케를 마음에 담고 또 혼자서 울었다. 
그런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상처를 치료해주고 돌봐주는 것 뿐이었다. 
그런 중에도, 많은 귀살 대원들이 부상을 입거나, 순직하거나 하면 아오이의 몸은 덜덜 떨려온다. 
불사신에 가까운 남자였으나, 이번에야말로 그 산더미 같은 송장 속에 있지는 않을까, 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움츠러들고, 손발이 얼음처럼 차게 식었다. 
무섭다. 이노스케가 죽어버리는 것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아오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노스케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이노스케는 평소와 같은 태도로 소리 높여 말했다.


"이 몸은 절대 안 죽어! 죽을 리가 없잖아!!"

"…지금까지 그렇게 말하고, 많은 분들이 죽어갔어요…"


아무리 바보 같은 이노스케라고 해도 알 것이다. 지금의 아오이에게 이런 빈약한 말은 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러는 동안에도 아오이는 훌쩍거리며 계속 울었다. 
그녀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잠시 동안 아오이의 우는 소리만이 들렸고, 불온한 분위기가 주변을 떠돌아 다녔다. 
그러나, 이윽고 이노스케의 입에서 '알겠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 말에 아오이의 가슴이 욱씬, 하고 아파왔다.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막상 그 말을 듣고 나니 가슴이 아프다. 
정말 자신은 어쩔 도리가 없는 여자인가 보다. 
그러나 이노스케에게서 또, 믿을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그렇다 해도 네가, 내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려줬으면 좋겠어."


이별의 말도, 매도하는 말도 아니었다. 센 어조였으나 잘 타이르는 듯한 말이었다. 
아오이는 눈을 크게 뜨고 이노스케의 얼굴을 봤다. 
어느 샌가 멧돼지의 털가죽을 벗어내, 이노스케의 맨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 
언제 봐도 늠름한 모습이다.


"난 네 얼굴을 보면 안심 돼. 그러니까 내 곁에 있어줬음 좋겠어. 아니, 그냥 곁에 있어라!" 


똑바르게 아오이를 직시하는 이노스케. 
정신 차리고 보니 밤이 완전히 가버리고,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비취색의 눈동자가 태양 빛에 반사돼,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그래도 되는 걸까. 이렇게나 겁이 많은 자신이, 그의 귀환을 기다려도 되는 것일까.


"…너, 이제 좀 그쳐라. 눈꺼풀이 겁나게 부어가지고는, 화려하게 못생겨졌다고."


전(前) 음주(音柱)의 말버릇을 쓰며, 아오이의 눈물을 난폭하게 닦았다. 
손수건 같은 배려있는 물건은 없어, 볼품 없고 따뜻한, 이노스케의 두꺼운 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아오이는 그런 그의 손을 잡아 제 뺨을 비볐다.


"…저의 연인이 되어주는 거에요?"

"…연인이 뭔데?"

"에. …뭐라고 설명 해야 하지…? 부부가 되기 한 걸음 부족한 느낌이랄까…"

"난 너랑 아예 결혼하고 싶은데."

"…!?결혼!?"

"? 널 신부 삼을 생각으로 지금까지 마구 안아온 건데."

"……."


정말로 이 남자의 아내가 된다면 고생하게 될 테지.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르기도 하고. 목숨이 여러 개 있어도 부족할 만큼 위험한 일을 하고 있고. 
내가 할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그의 곁에 있을 각오를 다질 수 있을까?


"…그래서? 넌 어떤데?"

"? 뭐가요?"

"뭐가라니…. 네 마음 말이야! 나만 말하게 하지 마! 어, 어떠냐고!"


그래도, 지금 눈 앞에서 숨을 쉬고 있는 이노스케가 좋았다. 쭉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제멋대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는데도, 막상 아오이의 마음을 들으려니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도 이런 얼굴을 할 수 있었나 싶어 피식 웃으며 이노스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 살며시 속삭였다.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그렇게 말하며 아오이가 먼저 이노스케의 입술에 상냥하게 제 입을 맞추었다. 
아오이가 먼저 입맞춤을 한 건 처음이었다. 스스로 먼저 무언가를 하는 게 부끄러웠으나, 기분이 좋았다. 
닿기만 하는 키스를 긴 시간 이어가다, 조용히 떨어졌다. 
가까이서 보는 이노스케의 얼굴은 넋이 빠져있었다. 그 얼빠진 얼굴에 자기도 모르게, 후후후, 하고 웃어버렸다. 
각오를 한 이상 아오이도 지지 않는다. 초심자 나름대로 노력해보기는 했다. 
그러나 상대는 만만찮은 멧돼지였다. 그는 늘 아오이의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섰어."

"네?"

"지금 걸로 섰다고."

"…하아?"

"지금 당장 하고 싶어. 교미 하고 싶어. 마구 안고 싶어. 방에 들어가자."

"무리에요."


정말로 이 남자는 야생아다. 본능 덩어리다. 
햇님이 드높게 올라가 있는 아래서, 이 녀석은 무슨 시덥잖은 소릴 하는 건지. 
그러나 그런 야수는, 꺾이지 않고 오히려 격앙했다. 


"하아아아!? 왜!! 지금 당장 방에 들여보내!!"

"벌써 아침인걸요!? 이른 아침부터 그런 짓은 안 할거고, 전 이제 준비하고 부엌으로 갈 거에요."

"네가 계속 투정 부려서 아침이 돼 버린 거잖아!!"

"투정 부리다니 무슨 소리래!?"

"이 몸이 널 좋아한다고 말했으니 순순히 안기면 됐을 거 아냐!"

"당신 여자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시끄러~! 꼬맹이 주제에! 누가 네 가슴을 크게 키워줬다고 생각하냐!?"

"…읏, 당신 정말 저질이에요…!"

"그 저질스런 놈한테 아까 막 사랑한다고 말한 게 누군데!?"


두 사람이 말다툼하는 지붕의 밑에서는 어젯밤 나비 저택에 머물렀던 탄지로와 젠이츠가 있었다. 
절친한 벗의 적나라한 대 폭로를 새빨간 얼굴로 듣는 꼴이 돼버렸다. 
임무를 마치고 온 카나오도 이마에 핏대를 세웠는데, 아마 이노스케에 대한 분노일 것이다. 
참고로 스미, 나호, 키요의 귀는 그들 셋에 의해 꽉 막혀있었다. 
그리고 당주인 시노부는 당연하다는 듯이 아름다운 미소로 조용히 화내고 있었다. 
이렇게, 시노부의 노기를 띤 목소리로 이른 아침과 어울리지 않는 내용의 치정 싸움은 종언을 맞이했다.

그러나 아침 식사 후, 시노부에게 호되게 혼난 두 사람은 기둥의 방에서 정좌하고 있었으나, 
빈틈을 살피던 이노스케가 아오이에게 슬쩍 귓속말을 했다.


"오늘 밤에는 괜찮냐?"


차분한 그 저음을 들으면 따를 수 밖에 없다. 
아오이는 뺨을 물들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루어진다면, 마지막까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때까지 당신과 함께 아침 햇살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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