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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창가의호랑이소설9

willingze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8 12:33:48
조회 88 추천 8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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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과 호랑이는 음식을 사러 자리를 비웠고, 홀로 남은 여우는 빈 테이블에 앉아 그들을 기다렸다.

 그 사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하여 헌팅하는 남자들이 그녀를 귀찮게 했다. 어디서 왔냐라던가. 이름이 뭐냐라던가. 엄청 예쁜 게 자기 스타일이다 라던가.

 식상한 외모에 어울리는 식상한 멘트들이었다.

 어차피 몸을 섞는 게 그들의 주된 목적임을 알기에 그럴 때마다 그 못난 면상에 대고 꺼지라는 말을 날려줬다.

 ‘돈이라도 많이 주면 한번 해줄지도?’

 잠깐이지만 정말 창녀다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창녀 맞구나.

 등받이도 없는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는 점점 엉덩이가 아파왔다. 한쪽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는 이내 입맛을 쩝 다셨다. 이렇게 시끌벅적한 곳에서 혼자 있기 어색했던 탓이었다.

 혼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집과 학교에서는 늘 혼자였고, 누군가와 얘기하거나 외출을 하는 일 따윈 꿈도 꾸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집을 나간 지 오래였으며, 아버지는 대학교수인 주제에 쓰레기 같은 남자였던 까닭이었다.

 나와 엄마는 늘 아버지에게 맞고 살았다. 왜 맞는지 이유도 몰랐다. 그 당시에는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길 빌고 빌었던 기억밖에 나지 않았다.

 결국 버티지 못한 엄마는 나를 버리고 도망가셨다.

 그래도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다. 나를 데려가지 않을 거면 마지막 인사라도 해주지라는 생각뿐이었다.

 이후 그 남자는 술을 입에 달고 살며, 집 나간 와이프를 닮았다고 막무가내로 패거나 주워 담지 못할 폭언을 일삼았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그 새끼는 나에게 몹쓸 짓을 했다.

 겨우 15살짜리한테 말이다.

 그 인간의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속 깊은 곳부터 신물과 함께 구역질이 올라왔다. 게다가 꿈에서 그 인간이 나오면 늘 몹쓸 짓을 당하는 꿈을 꾼다. 벗어나려고 애를 써도 소용없었다. 양팔을 결박 당한 채 늘 그 일을 당했다. 그 느낌은 어지러울 정도로 선명했고 또 생생했기에, 그 꿈을 꾸면 어김없이 온몸이 땀범벅이 된 채 눈을 떴다.

 내 인생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남자였기에 이 증오는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이후 가출한 나는 사창가에 몸을 들였다.

 이미 더럽혀진 몸. 망가져 못 쓸 때까지 굴려주겠다는 악의를 가진 탓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그는 내 첫 번째 친구가 돼줬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곁에 있어 주는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혼자인 게 어색한 건가?’

 그리 생각한 여우는 한쪽 얼굴을 살짝 구겼다.

 그런데 그런 호랑이는 나와 맺었던 유일한 약속을 어긴 채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 말해줄 것이라 믿고 기다려주기로 했지만, 갑작스레 180도 변한 그의 모습과 급격하게 가까워진 두 사람의 관계는 여우를 정말 혼란스럽게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비밀 하나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비밀은 내가 알면 안 되는지 서로 얘기하는 둘에게 다가가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거나, 아무 일 아니라며 얼버무리기도 했다.

 숨기는 게 있을지언정.

 “거짓말은 안 하기로 했으면서….”

 갑작스레 몸을 스멀스멀 타고 오르는 배신감에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윽고,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사실 불안했다.

 또 누군가에게 버림 받는 게 아닐까 하고.

 마음 같아선 엉엉 울고 싶었지만 보는 눈도 많고, 저 멀리서 곰과 호랑이의 모습이 보였기에, 옷소매로 얼른 촉촉한 눈가를 닦았다.

 두 얼간이는 그녀의 속마음도 모른 채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돌아왔다. 자주 먹어봐서 익숙한 음식이라던가. 생소한 외국 음식이라던가. 품에 한 아름 안고 있는 게 노점을 전부 털어온 듯, 한눈에 봐도 엄청난 양이었다.

 그 모습에 여우의 주둥이가 떡 벌어졌다.

 돈은 둘째치고 이 많은 양을 세 사람이 전부 먹을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음식은 점차 테이블을 채우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빈틈이 없을 정도로 가득 메웠고, 그녀의 근심 또한 점점 그녀의 마음을 메웠다.

 “다 처먹지도 못할 거면서 왜 이리 많이 사 왔어!”

 호랑이를 째려보며 쏘아붙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유유하게 웃으며 말대꾸했다.

 “이런 때 아니면 언제 이런 거 먹냐? 그리고 지웅이가 많이 먹으니까 괜찮아~”

 고개를 돌려 이번엔 곰을 째려보았다. 그녀의 따가운 시선에 그는 땀을 삐질 흘리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게 변명거리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마땅한 변명이 생각나지 않았는지 목뒤를 손바닥으로 쓸며 사과한 곰이였다.

 전부 소용없는 짓인 걸 알았기에 여우는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나무젓가락을 하나 집어 들었다.

 “다 못 먹으면 가만 안 둬.”

 그제야 자리에 앉은 두 바보였다.

-

 산처럼 쌓인 음식을 겨우 해치우고, 지웅이 잠시 자리를 비운 때였다.

 밤이 점차 깊어질수록 축제의 열기 또한 점차 식어갔다. 빠른 박자로 쿵작거리던 음악은 어느샌가 잔잔한 발라드로 바뀌고, 주변 테이블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은 점차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말소리보다 밤벌레 우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고, 중천을 넘어선 달은 여전히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여우는 턱을 괸 채 취한 사람처럼 눈을 끔뻑이며 맞은 편에 앉은 호랑이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술은 한 모금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 말을 꺼낸 건 아마 밤에 취해서 그런 게 아닐까 라고 그녀는 짐작했다.

 “야.”

 “응?”

 만족스러운 식사였는지 볼록 튀어나온 배를 통통 두드리며 콧노래를 부르던 호랑이가 그녀의 부름에 눈을 맞췄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이 말을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괜히 그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네 가족이라는 거 잊지 마.”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다.

 숨기고 싶은 것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분명 호랑이도 그럴 것이다.

 들어보면 시시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심각한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기다려줘야 한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다. 계절이 바뀔 때일 수도 있고, 강산이 바뀔 때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믿어야 한다.

 여우는 손을 쭉 뻩어 검지 끝으로 호랑이의 코를 꾹 눌러줬다.

 “둘이서 비밀 얘기하는 건 용서해줄게. 그러니까.”

 여우는 비가 갠 뒤 햇살처럼 방끗 웃었다.

 “나한테도 의지해줘.”

 쓰레기 같은 고민임을 깨닫는데 참 오래도 걸렸구나.

 두 사람을 얼간이라고 부르는 내가 가장 바보에다 멍청이였다.

 점차 무너져 내린 불안의 조각은 바람에 날려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그녀의 마음은 막 내린 눈처럼 구김살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해지며.

 그런 여우를 몰래 쳐다보는 한 남자는 사진을 한 장 찍더니 이내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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