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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와 태오, 왜 그들은 그토록 잔인하게 싸웠을까 (기사)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3.38) 2020.05.28 16:47:28
조회 340 추천 9 댓글 3

"너 니 엄마처럼 안 될 자신 있어?"


드라마 6회는 준영의 양육권을 둘러싼 선우와 태오의 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회였다. 선우와 실랑이를 벌이던 태오는 별안간 선우의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며 이렇게 내뱉는다. 이 한 마디에 선우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결국 아들 준영(전진서)의 사망을 암시하는 연극을 펼친 후 양육권을 쟁취한다.


이혼을 앞둔 엄마가 양육권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선우의 방식은 지나치게 극적이며 파괴적이었다. 이후로도 선우는 침착하고 현명한 의사로 일하다가도 태오나 준영과 관련된 일이라면 갑작스레 돌변해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럴 때 선우의 모습은 경계선 성격장애가 의심될 만큼 불안정해보였다.


대체 선우의 이런 면들은 어디서 온 걸까? 선우는 5회 이렇게 말한다.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혼자남은 불쌍한 계집애. 그 지긋지긋한 꼬리를 떼는데 얼마나 걸린 줄 아세요?"


청소년기 선우는 자동차 사고로 부모를 한꺼번에 잃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선우 부모의 죽음에 대해 '남편이 외도하자 동반 자살한 것'이라고 수군거린다. 이런 말을 들으며 자라 온 선우가 평생 추구해온 것은 '불쌍한 계집애'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이었을 테다. 이는 직업적인 성공과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즉, 선우는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고 극복하기 보다는 공고한 외벽을 쌓아 어린 시절의 결핍과 상처를 감춘 채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태오의 외도는 선우가 평생토록 추구해온 이 외벽에 흠집을 낸다. 겉모습과는 달리 공허한 내면을 가진 선우는 이 흠집에 삶 전제가 무너져내림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6회 결정타를 날린 태오의 발언은 외벽 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자신의 치부를 끄집어낸다. 선우에게 이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을 것이다. 이제 선우는 자신에 대한 통제감을 상실하고 만다. 그리고 불안이 밀려올 때마다 휘말려 들어가 파괴적인 방식으로 반응한다.


그렇다면 태오는 어떨까? 태오의 심리에 대한 단서는 마지막 회에 제시됐다. 두 여자 모두에게 버림받고 비참하게 지내던 태오는 16회 갑작스레 준영에게 나타나 이렇게 말한다.


"내가 니 나이만할 때 아빠가 집을 나갔어. 다신 안 돌아오셨어. 죽을 때까지. 넌 나처럼 만들기 싫었어. 곁에 두고 싶었다. 떨어져 있으면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테니까."


이는 태오가 얼마나 '버림받는 두려움'에 시달려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심리학에서는 '유기불안' 혹은 '유기공포'라 한다. 부모나 사랑의 대상으로부터 방치, 무시, 버림받았을 때 생겨나는 이 불안은 우리 마음의 깊은 곳에 새겨져 향후 대인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유기불안이 심한 사람들은 여러 가지 부적응적인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 그 중 하나가 통제와 과다한 관여다. 버림받을까봐 걱정돼 혼자 있기를 꺼려하고 타인을 통제해 자신 곁에 두려한다.


태오가 선우나 다경(한소희)과 맺는 관계는 '유기불안'이 심한 사람들의 관계 패턴과 유사했다. 태오는 선우와 안정된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다경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못한다. 심지어 외도를 들킨 후에도 두 관계 모두를 놓지 않으려고 한다. 이는 태오가 어느 한 쪽으로부터 버림받을 때를 대비해 악착같이 두 관계를 유지하려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태오는 선우와 다경 모두를 자신의 취향에 길들이고, 이를 통해 통제하려한다. 두 여자에게 같은 노래로 프러포즈를 하고, 같은 옷과 향수를 선물해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려 하는 시도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결국, 태오가 '사랑'이라 주장하는 감정은 유기공포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위였던 것이다.


하지만, 태오가 '버림받지 않기 위해'한 이런 노력들은 역설적이게도 태오에게 '버림받는' 상처를 다시 안긴다. 치유되지 못한 심리적 상처는 무의식에 깊게 새겨지고, 이 무의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릴 적 경험한 상처들을 재경험하도록 유도한다. 때문에 많은 정신역동 지향의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무의식을 알아차리고 의식화하는 것을 중요하다 했다. 결국, 태오 역시 어릴 적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되어 더욱 고통스런 이혼과정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이렇듯 선우와 태오의 이혼엔 두 사람의 관계 뿐 아니라 각자가 지닌 어릴 적 상처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이들이 이혼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이혼의 아픔을 겪는 여느 커플들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극적이며 파괴적이었다. 하지만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들을 맞닥뜨린 후에 선우와 태오는 비로소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들의 결핍을 채워가기 시작한다.


외적으로 완벽한 삶을 추구하며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던 선우는 마지막 회 "나는 내 몫의 시간을 견디면서... 언젠간 돌아올 아들을 기다리면서... 그 불안을 견뎌내는 것. 모든 상황을 내가 규정짓고 심판하고 책임지겠다고 생각한 오만함을 내려 놓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라고 말한다. 이는 선우가 고통스런 과정을 겪어낸 후 마침내 자신의 삶을 관통해왔던 '완벽함'과 '통제감'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과 상황들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마침내 선우는 자신의 삶을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태오 역시 '버림받는 공포'를 내려놓는다. 드라마 말미 그는 또 다른 여자를 찾아 나서거나 의존할 대상을 찾는 대신 자립을 준비한다. 카페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제작사들을 찾아다니며 홀로서기 위해 애쓴다. 아픈 과정을 겪은 후에야 태오 역시 자신이 휘둘려온 유기불안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이처럼 <부부의 세계>는 우리에게 부부의 사랑과 이혼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었다. 어릴 적 경험한 결핍과 상처, 그로 인한 심리적 역동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우리는 선우와 태오를 통해 분명히 보았다. 만일, 드라마가 끝난 지점에서 선우와 태오가 각자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삶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선우와 버림받는 공포에 휘둘리지 않으며 스스로 독립할 수 있게 된 태오가 다시 만난다면, 아마도 이들은 '완벽하진' 않아도 '진정한' 관계를 맺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그렇다. 진실한 관계를 원한다면, 나 자신의 결핍을 마주하고 상처들을 보듬는 작업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우리가 지키고픈 관계에서 위기가 닥치더라도 파괴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현명하게 해결해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기사 진짜 좋다 심리가 다 이해됨 단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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