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습득

나는 34살 무경력, 무주택, 무직 동정 백수이자 인생을 펑펑 후회하고 있는 못생긴 뚱보인 나이스가이다.

물론 그런 건 옛날 옛적 얘기. 지금은 검과 마법의 세계로 전생하여 이번에는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니, 정말로 노력할 생각이다. 진짜로.

생각건대 생전의 나는 끈기가 부족한 것 같다.

무언가를 시작하더라도 별것 아닌 벽에 부딪힐 때면 금세 포기하거나 싫증을 내며 다른 무언가에 마음을 돌리고 만다. 이래선 무언가가 몸에 배는 거야 완전히 환상 속의 일이다.

고로 우선은 이 세계의 글을 진지하게 배우려고 한다.

글은 중요하다. 문화의 기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의 인간은 지식을 글로 남기기 때문에 읽을 수 있다면 과거를 학습할 수 있다.

뭐, 기껏 이세계에 왔으니까 이쪽 글로 쓰인 책을 읽고 싶은 것도 있다. 오락 소설 같은 것 말이지.

고로 현재 글을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으음, 전혀 모르겠어."

뭐, 처음부터 글을 해독할 수 있을 만큼 내게 견식이 있는 건 아니었는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삽화고 뭐고 없는 순 글만 있는 책이다. 이것들을 읽기에는 꽤 어려우리라.

하지만 개중에는 도감 같은 것이 두 권 섞여 있었다. 그림과 글이 함께 실려 있었다.

한쪽은 이 세계의 생물을 설명하는 책 같았고, 동물 그림 위에 이름으로 여겨지는 글이 나열되어 있었다.

다른 한쪽은 마을과 풍경 그림, 그것들의 위치와 설명문 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동물 도감과 가이드북인 것이리라.

이런 책부터 차근차근 해독을 진척하고 싶은데…….

"도통 모르겠네."

아무리 의욕을 내려고 해도 갑자기 똑똑해질 리는 없다.

애당초 글이라는 것은 말과 연동되어 있는 것이다. 말을 모르는 내가 열심히 글과 씨름을 한들 대체 무얼 배울 수 있으랴.

"──루디……──!"

바로 그때. 내 뒤편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경박해 보이는 한 백인 남성이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나의 아버지다. 이름은 아직 모르겠……지만 대충 파울로네 뭐네라는 느낌의 이름이었다. 나의 어머니와 메이드가 그렇게 불렀고, 나도 그렇게 불러봤더니 엄청 기뻐한 것을 보건대 아마도 정답이리라.

참고로 나의 이름은 루디나 랜디, 그런 느낌이었다.

"루디──……?"

파울로는 방긋 웃으면서 내 곁에 오고는 책을 들어 올렸다.

오, 뭐야? 학대인가? 나 왕창 울어버린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파울로는 기쁜 듯한 얼굴로 제자리에 앉고는 나를 들어 올려 무릎 위에 앉혔다.

역시 학대인가. 확 울어버리자. 그렇게 생각한 찰나 눈앞에 그 책이 나타났다. 동물 도감이다.

"에헴……피트아──……."

파울로는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책 표지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설마 그게 책 표지일까. 일단 '피트아'라는 단어는 알겠다.

"피트아……."

"오오!"

별생각 없이 입에 담자 파울로가 등 뒤로 기쁜 듯이 환호성을 질렀다.

곧바로 페이지를 넘기자 첫 번째 동물이 나왔다. 파울로는 그 동물의 이름으로 보이는 곳을 가리키며 또 무슨 말을 했다. 그게 이 동물의 이름인가.

어찌 됐든 아무래도 읽어줄 생각인 것 같았다.

고맙긴 하지만……나 아직 젖먹이인데? 너무 이른 거 아냐?

뭐 됐어. 일단 아이답게 아버지에게 어리광을 피워 글 습득의 발판으로 삼도록 하자.

이리하여 나는 이 세계의 아버지가 읽어주는 책을 통해 글을 습득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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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토라레이면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