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게이머즈 점포 특전

  성검가도 한복판.

  그곳에 오도카니 앉은 록시를 엘리나리제와 탈핸드가 수풀에서 멀찌감치 지켜보고 있었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록시의 눈앞에는 순백의 몸과 기다란 뿔 하나를 지닌 말이 있었다.

  유니콘.

  순백의 몸에 나선형 뿔을 지녔고, 사자의 꼬리가 달린 말은 루데우스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 전설의 일각수로 전해지는 존재이다.

  굉장히 사나운 성격을 지닌 유니콘은 상대가 사자든 코끼리든 막 돌진해보고 뿔을 세우는 난폭한 말이다.

  하지만 어째선지 청초한 처녀의 무릎 위에서만큼은 얌전해지는 데서 정결의 상징 또는 처녀 바라기라고도 전해진다.

  이 세계의 유니콘도 비슷한 특징을 지녔다.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는데, 이 세계의 인식으로는 널린 마수의 일종이다.

  일단 정결한 처녀에게만 마음을 허락하는 데서 대밀림에 사는 자 중에서는 특별한 존재로 여기기도 하지만 그 정도의 존재일 뿐이다.

  "저 봐요, 왔잖아요! 역시 제 예상대로 록시는 무경험자였다니까요!"

  엘리나리제의 말대로 유니콘은 수풀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천천히 록시에게 다가갔다.

  세 사람은 길가에서 우연찮게도 유니콘을 발견했고, 록시를 이용해 그것을 불러내려는 것이었다.

  "참나, 자네는 앞으로 나서지 말게."

  "저도 안다고요……."

  유니콘은 엘리나리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록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무릎에 코를 파묻고자 머리를 숙인 뒤 무릎을 구부렸다.

  록시는 성모 같은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인 뒤 유니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광경은 마치 환상적이었다.

  만약 이곳에 루데우스가 있었다면 위대한 신성에 눈물을 흘리며 한쪽 무릎을 꿇고 신에게 기도했을 것이리라.

  록시는 자비가 넘치는 표정을 지으면서 유니콘의 머리에서 목덜미로 천천히 쓰다듬었고…….

  말갈기를 잡았다.

  "히히잉!"

  느닷없이 강한 힘으로 잡힌 나머지 일어서고자 하는 유니콘.

  록시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반대편 손을 유니콘의 몸에 가져다 댔다.

  "냉기의 창이여, 꿰뚫어라! 『빙창』!"

  록시의 손에서 해방되었다.

  근접거리에서 해방된 얼음의 창은 엄청난 기세로 유니콘의 심장을 꿰뚫었다.

  "히이잉, 푸헉……."

  울음소리를 내며 피를 토하는 유니콘은 아주 잠깐 몸을 경련시킨 뒤 이제야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

  그곳에 정적이 찾아왔다.

  바람이 불고 나무들이 흔들렸다. 유니콘의 몸이 살짝 경련하더니 피로 땅을 더럽혔다.

  방금까지만 해도 환상적이었던 풍경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그곳에는 피비린내 나는 야생의 세계가 있을 뿐이었다.

  만약 이곳에 루데우스가 있었다면 지저스, 하고 하늘을 우러러봤거나 아주 잠깐 망설인 뒤 록시의 늠름한 모습에 눈물을 흘리며 한쪽 무릎을 꿇고 신에게 기도했을 것이리라.

  록시는 한숨을 내쉰 뒤 가방에서 로프와 나이프를 꺼내 유니콘의 피를 빼기 시작했다.

  "해냈군요! 역시 록시예요!"

  그것을 보고 엘리나리제가 희색이 가득한 미소로 수풀에서 나왔다.

  록시는 엘리나리제를 향해 눈물이 글썽한 시선을 보냈다.

  "그냥 있으면 그냥 공격해 올 테니까 굳이 이런 짓을 안 하더라도 그냥 싸워서 쓰러트리면 되지 않나요……."

  "그게 말이다, 록시여. 자고로 대밀림의 백성은 이런 식으로 처녀를 이용해 유니콘을 잡는 법이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으면서 무슨……됐고 좀 도와주세요. 두 사람은 아무것도 안 했잖아요."

  유니콘은 신성한 생물이다.

  엘프족에서도, 드워프족에서도 그렇게 전해진다.

  그러나 생물로서 살아 있는 한 약육강식의 섭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리하여 마수 유니콘은 록시 일행의 피와 살이 된 동시에 자금이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