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뻘글 겸 잡담.
일단 구미에 살지 않기 때문에 초대권을 미리 얻을 수 없어서 일찌감치 출발했음.
그러나 추석 전에 벌초 행렬을 예상못했던 탓인가. 토요일 아침부터 정체 시작 ㄷㄷㄷ
안그래도 상습정체로 악명높은 곳에서 도로가 심하게 막혀서 결국은 택시를 탔음.
기사분이 기차시간을 물으시길래 말씀드렸더니 역시나 7분전에 무사히 내려주심.
이후 순조롭게 구미역에서 내렸는데 밖으로 나오니 로드뷰에서 봤던 그 광경이 아니어서 당황.
역으로 돌아가서 반대쪽으로 다시 나오니 익숙한 풍경이 보이더라.
그런데 그때가 12:43. 공연 두시간 20분 전이었음.
이왕 일찍 왔으니 운동이나 해보자 싶어서 지도를 보면서 구미문화회관까지 걸어갔음.
지도상에는 2.3km로 나오던데 걷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30분이 안되어 도착함.
안내소에 초대권 관련 문의를 하니 사무실로 가면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올라가 받았음.
그리고 남는 시간이 1시간 40분이라 식사도 할겸 시간도 때울겸 근처 동아백화점으로 갔음.
그때부터 초글링의 난은 이미 전조를 보였던 거 같음.
밥먹는데가 여의치 않아 패스트푸드점을 들렀는데 5~6세로 보이는 여자애가 15분 넘게 빼애애애액 시전.
아빠가 부드럽게 달래는 중이었고 오빠 둘은 동생때문에 시선이 집중되자 주위를 둘러보는 중이었음.
하도 악을 쓰길래 먹다가 얹힐 거 같아서 결국은 울고불고 하는 애한테 직접 주의를 줌.
그 후 공연장으로 갔는데 온통 초글링 천지더라. ㄷㄷㄷㄷ
원래 이런 공연을 하면 아는 사람 전부 다 와서 보는 거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눈앞이 캄캄해짐.
초대권을 티켓으로 바꾸면서 보니 1층은 전부 유력 VIP용인듯 2층으로 가라고 하더라.
일단 2층에 와서 자리에 앉았는데 1층이 텅텅 비었는지 관계자가 와서 1층으로 가라고 해서 대거 내려옴.
맨 앞자리쪽은 무대높이 때문에 잘 안보일 거 같아서 앞블록 맨뒤에 앉았는데
내 앞에 앉은 애가 일어섰다 앉았다를 2초마다 하고 있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곡이 시작되자마자 지휘까지 하면서 일어섰다 앉았다 하고 엄마한테 말걸고 뒤돌아보고를 반복.
도저히 안보여서 옆자리로 이동했으나 그 자리는 그 애 오빠자리여서 Q&A 시전 신공이었음ㅋㅋㅋㅋ
참다 참다 동생에게 직접 주의를 주었음. 진짜 차라리 데리고 오지를 말지 ㄷㄷㄷㄷ
그 후로 20분 잠잠히 있다가 다시 슬슬 발동이 걸리는 거 같을 때 인터미션을 함.
나를 빤히 보길래 애한테 너 몇살이니 시전함. 열살이라던데 어찌나 산만한지 6살인줄 알았다ㅋㅋㅋㅋ
열살이면 공연할 때 조용히 해야 하는 거 알아야 하는 거 아니니? 하고 다시 주의줌ㅋㅋㅋㅋ
그런데 역시나 소용이 없더라ㅋㅋㅋㅋ자기딴에는 일어섰다 앉았다는 참던데 의자차는 건 여전하더라 ㅋㅋㅋㅋ
그래서 건진 사진이 얼마 없음. 어찌나 의자 위에서 춤을 추시던지 내 자리까지 진동이 와서 ㅋㅋㅋㅋㅋ
공연이 정각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고 인터미션이 15분인데도 5시 마쳤음.
그런데 내 앞의 그 아이는 지루해서 잠와서 죽는 줄 알았다를 쩌렁쩌렁하게 말해줌ㅋㅋㅋㅋ
차라리 졸리면 잠이라도 자지 ㅋㅋㅋㅋ하긴 애가 무슨 죄겠음? ㅋㅋㅋㅋㅋ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길을 아니 25분만에 구미역으로 도착했음.
기차를 기다리다 찍어본 노을임.
돌아오는 길 노을이 멋지더라. 막짤은 기차안에서 찍은 건데 꼭 추상화 같네 ㅋㅋㅋㅋㅋ
2. 오페라 후기.
1)총평.
다른 분야에서는 좀 관대한 기준으로 보는 편인데 클래식쪽은 엄격 진지 모드란 거 일단 먼저 언급하겠음.
일단 임진왜란때부터가 아니라 정유재란으로 시기를 좁게 잡아 집중한 것은 좋았음.
음악은 예상한 대로 푸치니 풍의 후기낭만적인 화성과 초기 현대음악이라 할 수 있는 인상파풍의 곡으로
나름 선율이 예쁘고 매력적인 곡들도 많았음. 서곡과 그 뒤의 합창은 정말 훌륭했음.
무대운용은 뮤지컬에서 영감을 많이 받은 느낌으로 조명이나 세트 변환 시간이 일반 오페라보다 짧았음.
도입부를 설명하면서 류성룔을 소개하는 장면이나 엔딩의 실제 초상화 장면은 정말 필요한 장면이었음.
서애 류성룡을 아는 사람은 알지만 이순신처럼 모두 아는 것은 아니지 않음? ㅋㅋㅋㅋ
특히 영상을 이용하여 노량해전을 설명한 장면이나 수길이가 죽고나서 벛꽃이 떨어지는 장면의 연출이 좋았음.
하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 면에서는 아직 많이 개조를 해야 할 거 같았음. 특히 대본ㅋㅋㅋㅋ
개인적으로는 현소역의 바리톤이 음악면이나 연기면에서 정말 돋보이더라. 히데요시도 좋았음.
합창의 경우 전반적인 퀄이 좋은 편이었는데 안무가 좀더 들어갔음 더 좋았을 거 같음.
2)음악
음악의 패턴이 독창 아리아, 이중창, 여기에 합창 첨부 이런 식으로 너무 단조로운 게 흠이었음.
이이첨이 초반에 이순신을 탄핵할 때 선조는 단답형으로 노래하고 다른 대신들의 노래는 전혀 없었는데
차라리 이이첨의 솔로 아리아, 류성룡의 반발, 2인이 이이첨 편을 들면서 가세,
4인 전부 가세, 이런 식으로 앙상블이 들어갔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음.
이런 식의 인물들이 가세하는 앙상블의 경우 여론이 확장되고 대세가 결정되는 인상을 줄 수 있거든.
2막 당쟁의 장면에서는 일치된 합창이 나왔는데 이미 조정의 의견이 서애 탄핵으로 확정된 인상을 주었음.
음악 구조적인 부분도 좀 그랬지만 난 전반적인 음악 발란스도 마음에 안들었음.
오케스트라의 실력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성악을 압도해서 노래가 들릴락 말락 하는 게 문제였음.
성악 전공의 성량이 개인차는 있으나 일반인 보다는 풍부한 편인데 그래도 오케스트라가 반주인 이상
성악을 안들리도록 해서는 안되는 거였는데 합창이 아니면 오케스트라에 거의 묻혀버렸음.
성악가의 역량이 오케스트라를 압도하지 못한다면 약음기라도 쓰던가 해서 조절해야 하는데 이게 없었음.
그리고 이런 줄거리가 중요한 오페라에서 소프라노의 콜로라투라 스케일이 꼭 필요한 것이었을까?
물론 소프라노들이 이러한 콜로라투라 장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곡을 빛내줄 수도 있겠지만
이 오페라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면 몇번을 생각해도 아니올시다임.
화가 난 밤의 여왕이 분노에 가득찬 아리아는 최고 난이도의 기교를 과시하면서도 분노의 느낌을 줬지만
히데요시의 사망 이후 요도기미의 곡에서 음악적인 기교의 과시는 탄식의 느낌과는 어울리지 않았음.
개인적으로는 이태리쪽 풍의 맑고 명료하며 비브라토 적은 음성을 선호하는 편이라
소프라노 곡들이 다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저러한 장식음까지 더해지니 진짜 과하더라.
3)캐릭터
일단 캐릭터를 언급하는 것은 린코란 캐릭터에 대해 끝날 때까지 이입 못해서가 크다 ㅋㅋㅋㅋ
연극과 달리 오페라나 뮤지컬은 어느 한 성의 노래로만 구성될 수 없음. 일부 특수 장르면 몰라도.
그래서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나오지 않는 징비록에서 여자 캐릭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가상인물을 넣은 거 같은데 극이 짧은 것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항왜가 되는 과정이 이해가 안됨.
주인공과 적과의 애절한 사랑을 넣자니 심각한 역사왜곡이 될 거고,
주인공의 목숨을 노리는 간첩 정도면 긴장을 부여할 수 있겠지가 의도인 거 같은데,
차라리 실제 인물인 귀인 김씨나 서애의 진짜 부인인 장씨가 나오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음.
그리고 이런 긴장의 부분을 우유부단하고 마음약한 선조 캐릭에게 부어줬음 어땠을까?
태우선조의 신기어린 정치만렙 캐릭을 보다가 오페라의 흐리멍텅 캐릭을 보니 복장이 터지더라 ㅋㅋㅋㅋ
가토의 목을 베어와도 이순신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 호언장담 하시던 분께서
태양같은 조명 아래서 저리 성군으로 나오는 걸 보니 미치겠더라 ㅋㅋㅋㅋ
역시 이러나 저러나 선조는 발암의 아이콘인듯ㅋㅋㅋㅋㅋㅋㅋ
다른 형들은 여해가 안나오는 게 차라리 나았다고들 하던데 난 이 부분도 아쉽더라.
맥거핀으로 언급만 되어서 징비록 초반의 시청자 분위기가 객석에서 재현되었음.
"엄마, 그래서 이순신은 언제 나와?" 이런 식으로 ㅋㅋㅋㅋㅋㅋ
일단 음악이든 연극이든 드라마든 시청자가 아는 부분이 나와야 집중할 수 있거든.
그게 로코라면 연애에 대한 열망과 두근거림일 거고 사극이면 역사 자체일 건데
아직 류성룡이란 인물은 역사를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뉘신지에 가까운 인물이지.
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의 절친한 친구가 된다면 그때부터 그사람은 아는 사람이 되는 거임.
안그래도 창작오페라인지라 아는 노래도 하나 없는데 아는 인물도 없으니 어찌 지루하지 않겠음?
다른 부분은 몰라도 백의종군을 떠나기 전에 하루 머무른 장면에서 여해가 나와줬다면
서애와 마을 아낙과의 이중창이나 후일 이순신의 전사소식에 애통하는 장면이 더 개연성이 있었겠지.
친구는 그 사람을 가장 잘 설명하는 거울과도 같은 존재인데 여해가 극에서 안나오니
서애의 캐릭을 백성들을 도닥이는 장면 하나로 설명해야 하는 무리한 전개가 되는 거임.
이이첨의 캐릭도 이때 서애를 대적할 만한 역량과 지위를 가지지 못해서 좀 의아했음.
차라리 이이첨 대신 윤두수나 이산해가 나왔으면 좀더 맞지 않았나 싶었음.
전반적으로 관객이 보편적으로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정서가 부족하더라.
아무리 서사적인 이야기라고 해도 보는 사람의 이해에 맞는 감정은
남편죽고 어린 아들과 자신의 미래와 운명에 한탄하는 요도기미 장면과
이순신의 순국(워낙 유명한 사건이니 자동 이입) 정도였던 거 같음.
4)고증
이 부분에서 제일 많이 아쉬웠음.
의상이나 머리모양, 배경의 부분은 한계가 있으니 생략하겠음.
하나만 말하자면 극중 서애대감이 풍채가 좀 있으신 편인데 의상도 좀 화려한 편이라
단아하면서도 우아하여 천상 선비같았던 상중님이 너무나 그립더라.
거의 기록자였던 실제 인물 현소가 완전 다른 사람으로 극을 전개시키는 부분이라던가,
제국주의의 개념조차 없었던 시기에 대일본제국이란 단어가 두번이나 나온다던가,
첩실인 요도기미가 히데요시를 보고 전하가 아닌 '당신'이라고 호칭하던 부분이라던가,
히데요시와 정치적인 부분을 서로 논하고 토론하는 사이였다는 부분도 아쉬웠음.
특히 선조의 캐릭터가 의심이 많고 졸렬한 왕이 아니라 우유부단한 성군의 이미지로 나온다는 것,
그리고 이이첨이 이순신을 모함할 때 부산으로 출격하라는 명을 어긴 것이 아닌
이미 백의종군을 하고 이후 명예회복을 한 녹둔도의 일을 들고 나온 게 많이 거슬렸음.
히데요시가 사망하고 모두 철수하는데 자객 린코가 이미 모든 힘을 잃은 서애를 공격한다?
그것이 역사적인 개연성을 띄었으면 이해가 되었을 텐데 이 부분도 많이 아쉬웠음.
그래도 이런 시도가 많이 있어주는 것이 좋더라.
얼개를 좀더 개연성있게 굳히고 보완을 한다면 더 재미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겠지.
마지막으로 커튼콜 사진 몇개 올리고 사라지겠음.
저에게는 아직 280장의 통영사진이 있어서 ㄷㄷㄷㄷ
폰카여서 이 정도가 한계였음. ㅋㅋㅋㅋ게다가 앞에 초글링ㅋㅋㅋㅋ
두줄요약: 잘 보고 왔는데 여러모로 좀더 다듬었음 좋은 작품이 될 거 같음.
감상 능력이 없는 애들은 차라리 놀이동산으로 데리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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