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백의종군 처벌을 받으면 제일 낮은 계급으로 떨어져서 복무한다고 생각을 많이 해.   드라마나 소설에서도 그렇게 묘사하고.

이순신이 백의종군을 했다고 하면 노역을 했거나 격군 노릇을 한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가슴 아파하지.   나도 어릴 때는 그리 생각했어.

그런데 백의종군은 그렇게 가혹한 처벌은 아니야.  기본적으로 종군을 하면서 공을 세울 기회를 주는 처벌이거든.

이순신은 백의종군 기간에 군관의 보좌를 받았어.   노복이나 말도 사용할 수 있었는데 그 비용은 국가에서 지급되었지.

그러니까 일단 최소한의 고위 무관 체면은 차릴 수 있었어.   사람들도 별 다른 제약없이 만날 수 있어.

이순신만 하더라도 지방 수령들을 제한없이 만나고 서신도 마음대로 보내고 받아.   사회활동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거지.

그럼 백의종군을 하면 무슨 일을 하는가가 문제인데 이 부분도 나쁘지 않아.   이순신 같은 고위 무관은 체찰사나 도원수 휘하에 배치가 돼.

그 곳에서 군사업무에 관해서 조언을 하거나 체찰사 도원수가 지시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보통이야.

내가 전에 칠천량 패전 이후 그 책임을 요시라 첩보를 보고한 김응서에게 돌렸다는 글을 올렸어.   그 때 김응서가 받은 처벌도 백의종군이야.

김응서도 도원수 휘하에 배치 되는데 김응서는 항왜들을 모아서 전투를 했어.   그 공으로 다시 병마절도사에 복귀를 하지.

이렇게 백의종군은 대우도 나쁘지 않고 다시 한번 재기할 기회가 제공되는 처벌이야.   나는 기회를 한번 더 준다는 게 중요한 듯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