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파직 직전 상황은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아.   이순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겨서 그런 듯 해.

우선 이순신 죄목 중에 첫번째가 조정을 기망했다는 것이 있어.   이 부분은 사실 이순신이 실수해서 생긴 일이야.

이순신이 파직되기 얼마 전에 부산포에서 큰 불이 났거든.   이원익이 군관 정희현과 수군 허수석을 시켜서 벌인 작전이었어.

그런데 마침 사신 복물선을 몰고 부산에 갔던 이순신 군관이 그 방화가 마치 자기가 한 일인 것처럼 이순신에게 보고했어.

이순신은 부하의 허위보고를 그대로 믿고 조정에 장계를 올렸어.   결과적으로 남의 공을 가로채는 허위 장계가 된 셈이지.

이원익이 사실을 밝히면서도 이순신은 모르고 한 일이라고 이순신을 변호해주지만 어째든 죄가 되기는 하지.

그 다음 죄목이 부산으로 출정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사실 이순신이 부산으로 출정하기는 했어.   최초 명령보다 좀 늦게 가긴 했지만.

부산으로 출정하면서 작은 전투는 있었는데 전황이 좋지 않아서 되돌아 왔지.   어쩔 수가 없는 일인데 원균 모함까지 겹쳐서 낭패가 된거지.

당연히 이순신 잘못은 아닌데 일본군을 바다에서 섬멸하고 싶다는 조정의 분위기가 하도 강해서 이순신에 대한 여론이 나빠져.

마지막 죄목이 남을 무고하고 모함했다는 것인데 이건 원균이 자기 아들이 공을 세웠다는 허위보고 했다고 장계 올린 일이야.

이순신은 원균 아들이 어려서 공을 세울 수 없다고 주장했고 원균은 장성했다고 주장했어.   이덕형이 조사해서 원균 말이 맞다고 밝혔고.

결론적으로 말해서 부산으로 출정해서 일본군을 막으라는 잘못된 명령을 이순신이 무시한데다가 허위보고 사건이 겹쳐서 일이 커진거지.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이순신을 구하고 싶어하던 사람들도 이순신 결백을 주장하지는 못했어.   죄는 있지만 공이 크니까 살려달라는 식이었지.

조정 분위기가 이렇게 안좋은데도 이순신이 살아나고 심한 고문도 모면한건 그래도 뜻있는 사람들이 음으로 양으로 손을 써서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