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6월 15일로 전작 정도전에 이어 징비록도 OST가 발매되었다.

젊은 층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가 아닌 대하사극의 OST는 수익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려주신 제작진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1. 징비록 OST의 구성

징비록은 전작과는 달리 Part 1, Part 2로 나뉘어 발매되었다.

이 두 Part는 Title곡으로 죽음과 재생, 파괴와 재건의 이미지를 확연하게 부여한다.

각 Part의 곡은 1대 1 대응까지는 아니지만 두 part가 대체로 대응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띤다.

이런 대응은 때로는 비슷한 주제나 정서의 공유로 묶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반대의 반전된 분위기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기도 한다.

(파란선은 유사 주제, 붉은선은 대비 주제, 녹색선은 두음(alliteration)으로 연결된 것을 뜻함)

주제를 공유하는 대응으로는 대표적인 것이 Hideyosi(4)-Toyotomi(4)으로

두 곡은 음색이나 구성, 주제의 전개 면에서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반전의 대표적인 곡은 Warmth(25)-Wounded Heart(24)이라 하겠는데

'온기'와 '상처받은 심장'이란 두 상반된 정서가 주는 인상이 두 곡의 이미지를 서로 강화하면서

상처받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온기를 나누어준다는 의미적인 완성을 이룬다.

이 두 음악은 제목에서 두운으로 연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적인 대응은 Loyal Subjet(8)-Grief(7)인데

Grief의 음악 구성을 잘 들어보면 Loyal Subjet 1주제를 교묘하게 변주한 것으로

충성심/애국심이 깊은 슬픔과 연결되어 주인공의 심리가 어떤 식으로 변하는가의 단초를 제공한다.

2. 영어 제목의 특수성

징비록 OST의 제목은 특이하게도 전부 영어로 되어 있다.

보통의 OST가 특정한 몇개의 곡 외에는 한국어로 되어 있는 것과 달리

정통사극의 배경음악인데도 불구하고 전부 영어로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영어제목은 제목과 곡과의 일반인들의 이해가 한 단계 멀어지는 단점도 있으나

한국어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 영어를 사용하여 보여주는 여러 가지 장점도 있다.

1) 먼저 영어는 여러 문화권이 복합되어 발달되었던 만큼 동의어가 많고 어휘가 풍부하다.

그리하여 동의어를 여기 저기서 사용하며 동일한 느낌과 미묘한 다른 어감을 준다.

2) 영어는 한국어의 명사와는 다른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집합명사다.

단복수 구분이 철저하지 않아 혼재해 쓰이고 있는 한국어와는 달리

영어는 단복수의 구분은 물론 집단을 하나의 덩어리로 취급하는 집합명사도 가지고 있다.

Tragic Nobility란 제목은 정확하게 해석한다면 '비극의/비극적인 귀족계급 전부'가 되는 것이다.

개개인의 다른 반응이 아닌 집단의 반응을 표현함에 있어 집합명사는 강력한 표현수단이다.

3) 영어의 다른 특성중 하나는 sweet sixteen 같은 두음(alliteration)의 사용인데

Part 1과 Part 2에 상응하는 곡 제목을 간간히 두음으로 배치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Part 2의 Mu Mistery(19)는 제목안에서 두음을 씀과 동시에 part 1의 Mow와도 연결되어 있다.

4) 영어는 많은 외래어가 들어가 있는 국제적인 성격이 강한 언어이기도 하다.

영어의 토대를 이루는 4개언어 스칸디나비아계 게르만어,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스어중

그리스어는 정치, 문화, 예술의 근원과 밀접한 단어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Tragic Nobility, Honorable Man, Sad Big의 경우 그리스 비극의 개념과 연관되고,

Party Apparatus의 경우 그리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의 개념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고귀한 영웅이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그늘 아래서 비극을 맞이하는 그리스 비극 개념의 차용과

정치사극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는 한국어보다 영어의 사용이 사실 더 효과적일 것이다.

3. 음악적인 특징

징비록의 음악은 드라마의 삽입곡답게 크게 장면의 묘사와 정서의 표현으로 나뉠수 있다.

보컬로 된 곡은 하나도 없고, 전 곡은 기악적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쟁전 긴장된 상황과 전투장면의 묘사, 여기에 반응하는 인물의 심리를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낭만에서 후기낭만시대의 서정적인 음악 양식에서부터

드뷔시를 연상시키는 병행화성의 사용, 간결하고 인상적인 음색의 사용은 물론

불협화음과 독특한 리듬의 결합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스트라빈스키의 어법까지 고루 보여주고 있다.

임진왜란을 묘사하기 위해 징비록의 OST에는 민속악기의 음향이 많이 들어간다.

일본을 묘사하는 음악에는 Hideyosi, Toyotomi, Japanese Talk 등이 있는데

샤미센, 피리 같은 동양 민속악기의 음향과 다양한 타악기의 리듬을 통해

일본음악 특유의 때로는 정적이고 때로는 세밀한 음향을 표현해냈다.  

Myung War에 들리는 아쟁으로 추정되는 악기가 동양적인 인상을 강화한다.

명을 묘사하는 음악에는 관악파트와 타악기가 많이 등장하여

대규모 군대의 행진을 독려하는 군악대 음악같은 인상을 준다.

화성의 음악이라 할 수 있는 서양 음악과 다른, 동양음악의 경향은 바로 다양한 리듬의 겹침이다.

이러한 리듬의 겹침은 순정율로 구성된 동양음악에서 다양성을 보여주는 방법이며

동시에 청자에게 다양한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음악의 양식은 이러한 리듬의 변화에 맞춰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국제전쟁의 양상을 보여줬던 임진왜란의 전황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을 예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