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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코노지에서 우물 바깥의 분들과 한 잔(2)

유지군(119.75) 2020.02.09 13:54:56
조회 254 추천 11 댓글 4
														


중요한 것은 국가든 일개인이든 세계를 바라보는 마인드다.

예컨대 문재인 정권 초기에 반짝였던 소득주도성장(所得主導成長)을 생각해 보자.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를 생각하면 이러한 경제정책의 국정방향은 필요하다. 문제는 이것을 꽃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할 디테일에 있다. 디테일이 부실하기 때문에 부작용에 휘청거리는 것이다.


한국GDP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매출을 올리는 극소수 대기업들과 구직자들의 대다수를 소화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 간의 <초격차>를 도외시한 채, 최저시급을 올린다거나 중소기업으로 구직자를 유도하기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시행해 본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디테일을 형성시키지 못한 결과다.

이치가 이와 같다면 발상을 달리해 초격차를 상쇄시킬 양질의 일자리 확보에 전력투구해야 옳았다.


양질의 일자리란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왜 청년 구직자들이 대기업과 공무원에 젊음을 걸고 매달리는가? 대기업은 <비전>, 공무원은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을 간과한 채 정부가 아무리 인위적으로 지원을 해봐야 구직자들이 바라는 비전과 안정을 구현시키진 못한다.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여전히 수많은 청년들이 가공할 만한 경쟁률을 파생시키며 공무원 시험으로 내몰리거나, 대기업 입사 준비에 대학시절을 몽땅 바쳐야 되는 현상이 이 점을 여실히 방증(傍証)시킨다.

그렇다면 발상을 달리 해야 당연하고 마땅하다.

해외를 주목해 외국의 건실한 기업들을 유치하는 디테일한 방향으로 일자리의 질을 높일 수도 있었을 테다.


이를테면 수백만의 건실한 기업을 보유한 日本이다.

거기에다 日本의 다수 기업들은 해외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아주 적극적이다. 일례로 영국에 1천여 개의 기업들이 이미 진출했고, 태국에는 4천여 개의 기업들이 들어가 있다. 당연히 판매법인만이 아니다.

하면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에는 얼마나 들어와 있을까? (주한 일본기업인들의 모임 서울재팬클럽의 법인 회원 수가 4백여 사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을 주목해 자신을 성찰하고 타자를 통찰해 양질의 일자리 확보에 日本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더라면, 거시적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는 미시적으로 좀 더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발상의 전환이 그저 황당하거나 특별할까? 종속이론(從屬理論)을 신봉하는 계급투쟁적 부류들이라면 입에 거품을 물고 펄쩍 뛰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현실은 자본의 국적이 어디든 간에 내 고향에 기업이 유치되면 대량의 일자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더욱이 그 기업이 건실하다면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다.

(예컨대 GM공장이 떠난 군산에 日本기업 도레이株式会社가 발표했던 1천억원 규모의 공장증설 계획은 침체된 군산 지역에 뜨거운 활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한 사례다.)


이 상황에 눈길을 주지 않고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건 가히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지금 국정의 근간을 이루어야 할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긴급한 것은 검찰 개혁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확보>. 그것을 위해선 발상을 전환, 전환, 전환, 전환, 전환해도 모자라는 형편이다.

그런데 보라, 지금 진영인간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나의 경우를 살펴본다. 17세기 조선이다. 당시 척화를 주장한 사대부들은 많았다. 북벌론도 일어났다.

그런데 현실은 냉혹했다. 청나라와의 국력 차이는 너무나 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는 그때도 디테일이었다.

병자전쟁(丙子戰爭)을 겪은 후, 척화를 주장했던 조신(朝臣) 중에 조경(趙絅)이란 분이 있었다.


그는 현실을 관찰하고 나름의 실증적 판단을 내렸다. 바로 日本에 청병(請兵)하여 청나라를 격퇴시키자는 상소를 올렸던 것이다. 익히 상상이 되겠지만 병자전쟁 이전에 임진전쟁(壬辰戰爭)을 겪은 조선이었다.

사대부들에게 증오가 난무할 텐데 관철될 리가 없었다.


그러나 17세기라는 당시에도 日本의 힘을 활용하려는 실용적 안목을 당시 사대부 중의 한 사람이 구사했다는 점만은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 고루한 조류가 정착되어 있는 17세기에도 이런 주장이 있었는데 하물며 21세기인 지금에야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

매사 투쟁적 관점으로 세계를 보는 이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들에겐 미래의 풍경이 보이지는 않을 테다. 원한을 씻으려고 몸부림치는 이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에서 누군들 미래를 얘기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계급투쟁적 관점과 계급협조적 관점의 차이는 명백히 여기에 있다. 엄청나도록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른 마인드의 차이는 일개인 삶의 방향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꾸어 놓는다. 신중을 기해서, 실증을 토대로 세계를 바라보아야 될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관찰은 많을수록 좋고 판단은 신중할수록 좋다.


그렇다면 바보가 아닌 담에야 누구라도 주지할 수 있겠다.

<발상의 전환>은 경직된 인간이 감히 꿈꿀 수는 없는 법이다. 분쟁과 대립의 격정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이에겐 사색의 여지를 바랄 수는 없다. 그들 눈앞의 풍경에는 적폐로 가득한 우물만이 존재할 따름이니까.

반면 부드러운 인간은 발상의 전환을 꾀한다.

조정과 협치의 思索으로 우물 바깥의 선연한 풍경을 소유한다. 思索의 여지는 크고, 넓고, 깊다.

전자와 후자가 보는 세계의 풍경은 이렇듯 다르다.


, 다시 상상해 보자. 당신이 지금 코노지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고 치자.

과연 어느 그룹이 손님으로 들어오기를 바랄 텐가? 늘 화가 나 있는 부류인가? 미소를 짓는 쪽인가?

<진영인간>이라면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신을 성찰하고 타자를 통찰해 서로를 배려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은 술과 맛있는 요리를 더불어 나누면서, 웃고 떠들고 싶은 거야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 수 없을 테다.


그럴 땐 미소 짓는 이라면 누구나 <심야식당深夜食堂>의 마스터로 거듭난다. 그뿐만 아니다. <오늘밤은 코노지에서今夜はコの>에서의 케이코(田中恵子)와 요시오카(吉岡としのり)가 능히 되고도 남겠다.

그러니까, 어때?

오늘밤 코노지에서, 우물 바깥의 사람들과 건배(乾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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