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인간적인 그래서 비현실적인 보컬리스트이자 아티스트 김재중

오랜만에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병원생활을 하느라 김재중의 새로운 앨범을 지금에서야 듣게 되었거든요.

애요라는 뜻을 언뜻 잘 모르겠어서 검색해보았더니 단순한 사랑하고 좋아함의 감정이 아닌 스승이나 도법에 대한 애정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초창기 그러니까 김재중이 동방신기라는 그룹으로 시작할 때부터 오래된 팬이라 그런지 더욱 애잔해지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은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쉽지 않은 발자취를 걷고 있는 아티스트 김재중이었기에 지금까지 응원하고 있고 꼬박꼬박 김재중이 발표하는 상품인 앨범을 사 모으면서 듣고 있게 된 것 같아요.

이번 앨범 애요는 4곡의 신곡으로 낸 미니앨범인 것 같은데요, 소품이라면 소품일 수 있는 이 미니앨범이 저에게는 다시 불타오를 근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매우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절규하고 피 토하는 뜨거운 보컬리스트는 많아도 김재중처럼 말갛게 또는 투명하게 내재 된 슬픔을 표현하는 남성 보컬리스트는 많지 않은 것 같거든요. 많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독보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앨범을 들으면서 김재중이라는 아티스트의 앞으로의 행보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될 것 같습니다.

1. 바다의 시간

파도보다는 강풍 속의 빗소리와 같이 시작된 전주가 끝나고 김재중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좀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가공이 덜 된 그냥 날것의 김재중 목소리가 들리는데, 그 와중에 생각지 못한 저음의 어른 남성 목소리였거든요. 이 앨범의 전체적인 톤이 이 첫 소절로 다 설명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뭐랄까 오랜만에 내는 한국어 앨범이라서 그런지 좀더 내밀하게 옆에서 이야기해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숨소리와 체취까지 전달되는 느낌이었어요.

첫 소절을 들으면서 이번 앨범에 임하는 김재중의 자세와 각오가 보였습니다.

인고의 시간이 또다시 찾아와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그.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아물어지지 않는 버림받아 본 남자의 향수가 강하게 느껴지지만 그것을 원망이 아닌 애끓는 절규로 표현한 것 같아 좋은 노래라 생각되고 후주가 길어서 더 잔상이 많이 남는 곡인 것 같습니다.

2. 여리디여린 사랑을

이번 노래도 엇갈린 인간관계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는데요, 남녀관계라면 더 애틋해지는 곡인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할 때의 조심스러움과 두려움 설레임이 엇갈림 속에 서로 상처로 남아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의 감성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특히, 압권이 소중했던 그 시절이 그립긴 해도 너를 아프게 하고 우릴 이렇게 변해가게 한 내가 두렵다는 절정의 감성이 뭐랄까 매캐한데 카타르시스를 함께 느끼게 하는 끝간 데 없는 김재중의 표현력이 아주 좋았습니다.

3. life support

너무 슬픈 곡이네요. 그런데 애끓는 슬픔인데, 왜 투명하고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는 걸까요...

전 이 곡이 제일 마음에 남네요.

슈퍼스타 김재중의 인간적인 모습! 좋은데요....

4. secret

파워풀하면서도 애잔한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소리에 젖어있다가 갑자기 강렬한 리듬의 밴드뮤직이 흘러나와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렇죠 김재중이라는 사람은 투명하고 애잔한 절규만 되는 게 아니라 락음악도 되는 분이시지요.

그냥 이번 앨범은 한 톤으로 가도 좋았겠다 생각은 되지만, 저는 전문가가 아니니 이 정도로 합니다.

아무튼, 김재중은 우리나라 k-pop에 없어서는 안 될 독보적인 인물이 점점 되리라는 기대감을 안겨주는 앨범이었어요.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만국의 공용언어에 가까운 영어로도 김재중만의 감성이 충만한 노래 많이 들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에는 그냥 k-pop이 통하는 분위기지만, 김재중 보컬의 장점은 그 나라의 정서와 뉘앙스를 잘 살려서 감성적으로 파고드는 게 최대 장점인 것 같으므로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서 계속계속 노래해 주시길 빌겠습니다.

근데, 왜 이렇게 물에 빠진 고양이 같은 느낌이 계속 드는 걸까요?

멍뭉이가 아니라 야옹이가 버림받은 느낌이 드네요...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