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할지 모르겠지만 스포 有

2. 연극 '정리'는 10분 정도에 정말 잘 만들어진 연극이었음

그 안에 엄청 재기발랄한 연출과...ㄷㄷㄷㄷㄷ...

10분의 시간을 정말 알차게 쓰는 에피소드들과

사람의 맘을 제대로 치고 가는 기승전결이

ㄷㄷㄷㄷㄷ....

정말 액기스만 딱 모아다 만든 연극 ㅇㅇㅇ

노모와 아들이 가장을 보내고 옷을 태우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었음.

남편이 꼭 오줌 한 방울씩 흘리고서 누렇게 된 팬티더미를 옷장에 숨겨뒀는데

그게 돌아가시고 나서야 발견한 것..ㅋㅋㅋㅋ...

그 많던 팬티가 다 어디 있나 했더니 이렇게 숨겨 두고 있었다몈ㅋㅋㅋ

지긋지긋하다고 색색깔 팬티를 아들네미한테 마구 흩뿌리며

남편 다음 생에 팬티로 태어나라고 박박 화내는 어머닠ㅋㅋㅋㅋ

어머니는 지긋지긋하다며 남편의 옷을 태우는데

그러면서 남편에게 서운했던 것, 지긋지긋했던 일들을 마구 쏟아내고.

한편 그 소리가 듣기 싫은 아들은 아버지 가는 길에 그렇게 얘기하면 천벌 받는다고 화냄.

그럼 또 어머니는 너도 남편이랑 똑같다며 눈 부라리지 말라고 화내고..

아들은 그럼 또 자기가 언제 눈을 부라렸냐고 화내고...

..넘나 현실적이었던 것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대사 몇 마디 없는 남편ㅋㅋㅋㅋ 무대 한가운데에 뒤돌아 서 있는데

아내와 아들이 마구마구 싸우면서 남편 주머니에서 돈 꺼내고

모자 벗기고 막 그 모자 소품으로 쓰고 옷 벗기고 난맄ㅋㅋ

무대 위의 거의 대부분의 주요 소품은

팬티 빼고 전부 그 남편에게서 나옴ㅋㅋㅋㅋ

죽은 사람 꼴로 나와서 등짝만 보이고 들어갔지만

등짝 맞을 때 아프다고 긁긁 하곸ㅋㅋㅋㅋㅋㅋ

억울하면 한 번씩 석양이 지는 방향으로 소리 지름

'내가 언제 눈 부라렸다고 그래!!!!!!!!!!!!!!!!!'<

온갖 화란 화는 다 쏟아내고

아들한테도 서운하다고 화내고

그러고서 기가막혀 주저 앉은 아내

어깨 한번 짚어 주고서 유유히 다시 무대 밖으로 나감.

아련하다 ㅠ

20살에 시집와 남편과 살면서 한 번도 살가운 적이 없었던

남편에 대한 서러움과 원망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그 팬티로 남편 몸을 슥슥 닦아 주는 모습에서는

그 지긋지긋한 가운데에서도 든 미운 정이 진하게 느껴져서

묵직하게 맘이 뻐근함

좋은 극입미당ㅇㅇㅇ

이것 역시 한번만 보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수현재 옥상 10분 극장이 매주 금요일에만 한다고 하고

6월달까지만 한다고 하면

몇 번 남지 않은 그 기간 동안

이 극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싶고.

그래도 정말 가기 잘했음.

풍경도 좋았고, 공연도 좋았고.

그곳에 공연을 올리기까지 했을 많은 생각들과

배려들과 논의들이 고스란히 무대에 담겨 있어서.

그게 하나도 빠짐없이 참 따뜻해서. 좋았다.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