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예지 기자] IBM과 연세대학교가 20일 연세대 송도 국제 캠퍼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국내 첫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IBM Quantum System One)’을 공개했다. 또한 캠퍼스 내 ‘퀀텀 컴퓨팅 센터’에서 양자컴퓨터 제막식을 개최했다. 이번 협력으로 한국은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5번째 IBM 퀀텀 시스템 원이 설치된 국가가 됐다.
양자컴퓨터는 고전 컴퓨터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기존 컴퓨터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핵심 기술이다. 기존 컴퓨터가 수 개월 걸리던 연산을 양자컴퓨터는 몇 시간 또는 몇 분, 몇 초만에 할 수 있다. 예컨대, 많은 데이터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큰 수의 인수분해, 복잡한 분자구조 시뮬레이션, 물류 최적화 문제 등이다.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항공우주, 금융, 바이오·헬스,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표창희 IBM 상무 / 출처=IT동아
IBM ‘퀀텀 이글 프로세서’ 양자 유용성 확보
IBM은 2017년부터 꾸준히 양자 기술 로드랩을 발표해 혁신을 이뤄내고 있는 양자 분야 선봉장이다. 이날 표창희 IBM 상무는 연세대에 제공한 IBM 퀀텀 시스템 원을 소개하며, IBM의 목표를 밝혔다. IBM의 퀀텀 시스템 원은 127큐비트(Qubit) IBM 퀀텀 이글 프로세서(QPU)로 구동되는 양자컴퓨터로, 가장 최신의 양자 시스템이다. IBM 이글 프로세서보다 고성능의 헤론(Heron) 프로세서는 향후 안정화 작업을 거쳐 양자컴퓨터에 탑재될 전망이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큐비트가 중첩 상태로 병렬 구조를 이뤄 계산하는 방식으로, 100큐비트가 넘어가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능가한다. 127큐비트 프로세서는 2의 127제곱 연산이 가능하다. 참고로, 올해 정부가 발표한 양자 로드맵에서 밝힌 2026년 목표는 50큐비트다.
IBM은 100큐비트 이상의 대규모 양자 시스템을 보유함으로써 ‘양자 유용성 단계’에 이른 셈이다. 양자 유용성 단계란 양자컴퓨터가 이론적인 의미를 넘어 기존 컴퓨터보다 신뢰할 수 있는 연산을 제공할 수 있는 상태를 갖추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100큐비트 이상 양자컴퓨터는 범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이제 IBM은 양자 유용성 단계를 넘어, ‘양자 우위’ 단계를 목표로 한다. 양자 우위 단계는 양자컴퓨터가 기존보다 저렴하고 빠르면서도, 명백히 향상된 결과를 제시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단계를 뜻한다. 표창희 상무는 “IBM은 향후 약 3년 내 양자 우위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IBM은 양자컴퓨터와 기존 컴퓨터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작동하며 상호 보완하는 데 초점을 둔다. 표창희 상무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전부 대체하기보다는 두 컴퓨터 시스템이 결합하면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자컴퓨터의 두뇌인 QPU와 CPU·GPU·TPU를 묶어 활용하는 것이 궁극적인 IBM의 목표”라고 말했다.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에 설치된 IBM 퀀텀 시스템 원 / 출처=IT동아
IBM은 양자컴퓨터가 가진 오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양자컴퓨터는 연산 중간 단계에서 어떤 개입이 발생하는 경우, 기계적 결함으로 오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업계는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거나, 각종 알고리즘을 활용해 오류를 최소화 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IBM은 헬륨을 활용해 극저온 상태 -273도를 유지한다. 이러한 ‘우주의 온도’를 유지하는 초전도 방식은 양자컴퓨터에 탑재된 QPU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게끔 돕는다. 표창희 상무는 “양자컴퓨터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초전도체 기반 방식의 양자컴퓨터의 성능 지표가 월등한 편”이라며, “양자컴퓨터는 지속 발전해 2025년 산업계 전반에서의 활용이 가능해지고, 2029년에는 오류가 완전히 수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IBM은 2023년부터 오픈소스 양자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퀴스킷(Quskit)’을 세계 양자 관련 종사자 80%에게 제공하고 있다. 퀴스킷은 생성형 AI를 접목해 연산 코드를 자동 생성해주는 솔루션을 탑재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바 있다.
표창희 상무는 IBM과 연세대와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IBM은 연 단위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연세대에 양자컴퓨터를 제공하고, 전담 기술 지원팀을 두고 있다. 향후 국내에서 양자컴퓨터를 통해 연세대와 적극적인 협력과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호 연세대학교 단장 / IT동아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 양자 핵심 거점 목표
이날 연세대는 연세대와 협력하는 국내 학술 기관·기업들에 양자컴퓨팅 기술 연구 및 활용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연세대는 신약 개발 및 분자 시뮬레이션, 특화 양자 알고리즘 개발 등 바이오 분야에서 양자컴퓨터를 적극 활용한다. 나아가, 범용 양자컴퓨터 핵심 기술을 연구해 양자 연산 환경을 구현하고, 산업 전반에서 쓰일 수 있도록 양자기술을 산업화 할 목표다.
정재호 연세대학교 단장은 “현재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굉장히 높은 비용이 든다. 예컨대, 베크베즈 B형 유전자 치료제는 46억원으로, 바이오는 다른 산업과 다르게 연구 개발을 할수록 비용이 더 든다”며, “이때 양자컴퓨터로 계산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가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창립 140주년을 맞이하는 연세대는 2025년 3월 국제 양자과학기술의 해를 맞아 ‘연세 퀀텀 컴퓨팅 콤플렉스’ 개소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정재호 단장은 “연세대는 양자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외 파트너십을 통해 양자분야 연구 산업화 글로벌 협력 거점이 되겠다”며, “특히 인천광역시는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는 IBM과 협력해 그 중심에서 양자·바이오 융합 첨단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연세대는 양자 인재 양성에도 적극 투자한다. 일반인을 위한 수준별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부과정을 추가 개설한다. 양자사업단을 신설해 양자 연구 및 생태계 조성을 본격화한다. 정재호 단장은 “국내 최초 도입된 양자컴퓨터의 공동 활용 생태계를 구축해 산업 전반의 양자 문해력을 증진하고 상생 협력 기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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