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한국무역협회(KITA)가 발간한 ‘스타트업 수출 현황 및 수출 활성화 정책 제언’에 따르면, 창업 7년 이내 스타트업 수출은 지난 2017년 2억 7000만 달러(약 3711억 원)에서 2023년 24억 2000만 달러(약 3조 3250억 원)로 9배나 늘었다. 전체 수출액 중 벤처기업의 수출 비중은 2017년 0.0%에서 23년 0.4%로 늘었고, 스타트업의 매출도 2017년 274만 달러(약 37억 원)에서 2023년 2420만 달러(약 332억 원)로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수출 성장 요인을 창업가들의 혁신과 노력에 있다고 평가했고, 정부와 공공, 산학의 스타트업 수출 기업화가 기반이 되었다고 본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해외 매출이 7년 사이에 10배가량 늘어난 배경에는 스타트업의 성장 주기에 맞춘 단계적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이미 개척된 시장을 공략하는 중소기업과 달리, 틈새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스타트업을 예비창업, 3년 이내 창업 초기, 7년 이내 창업 도약기, 10년 이내 신산업으로 분류해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투자 측면에서도 팁스 및 딥테크 팁스, 글로벌 기업 협업, 대기업 벤처투자(CVC) 등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 센터가 지원한 제조 스타트업의 제품이 전시돼 있다 / 출처=IT동아
한편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일수록 제도적 기반이 더 잘 마련돼 있다. 예비창업가를 대상으로는 사업화 자금 및 창업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예비창업패키지’의 지원 자격이 있고, 창업 후 3년 이내 유망 기업은 ‘초기창업패키지’를 통해 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여기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구축운영사업센터(이하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의 프로그램처럼 사업에 대한 가능성과 제품에 대한 고도화를 직접 지원하는 사업도 함께한다.
메이커스페이스, 제조창업 성장 지원하는 커리큘럼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가 올해 6월 서울 동북권 일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 창업 캠프(실전) / 출처=IT동아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유망 아이디어 보유 예비창업자 사업화지원’과 ‘창업 3년 이내 초기창업자 사업화지원’으로 각각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를 지원한다. 초기창업패키지와 예비창업패키지 모두 4년 80억, 연 20억 원 규모로 23년부터 진행해 왔고, 작년에만 32곳 및 30곳의 예비창업자 및 초기창업자가 사업 자금 및 교육, 컨설팅 등을 지원받았다.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를 통한 제조창업 육성 프로그램도 별도 구성했다.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는 지난 5월, 예비 창업자 및 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제조창업 네트워킹 데이를 열어 메이커스페이스 구축 운영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고, 이어서 6월에는 동북권 소재 대학생을 모집해 실습형 창업교육을 통한 제조창업캠프를 열었다. 또한 무박 2일 일정으로 제조창업의 활성화를 위해 리-디자인 톤도 개최했다.
지원 기업이 멘토들에게 제품 개발 과정 등을 점검받는 소싱디렉팅이 진행 중이다 / 출처=IT동아
5월 중순부터는 상품성진단, 소싱디렉팅 및 제품 개발, 성장 마케팅 등의 커리큘럼이 연달아 진행 중이다. 상품성 진단 프로그램은 총 15팀이 선발되었으며, 기업 진단 컨설팅과 상품성 진단 보고서 작성, 솔루션 제공 및 보고서 전달 등의 과정으로 진행됐다. 예비 창업자의 아이템을 시장 조사 및 판로개척 전문가가 판단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상품 가치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이어서 소싱디렉팅 및 제품 개발은 함께 진행됐다. 소싱디렉팅은 제조분야와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제품 개발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제품 개발을 고도화하는 프로그램으로, 효율적인 제조 노하우 전수 및 향후 자체 개발까지 가능하도록 준비됐다. 총 10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디자인 컨설팅 및 제조 컨설팅이 각각 2회씩 지원되었다. 이와 연계된 제품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팀별로 1000만 원 내외의 제품 개발이 지원됐고, 제품 디자인과 제품 설계, 회로 설계 및 금형 설계, 시제품 제작, 초도 물량 생산등 선정된 창업자에게 필요한 맞춤 제품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헬스케어 관련 제조 지원받은 ‘인비트코리아’의 사례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의 제조창업 지원의 방향성을 짚어보고자 인비트코리아, 히어로FX 두 곳을 만나 진행 과정을 들어봤다. 인비트코리아는 2021년 창업한 헬스케어 기업으로, 필수 의료 제품의 국산화라는 미션을 바탕으로 제품 개발 및 유통, 판매, 마케팅, 의료용 제품 사업화 컨설팅 등을 진행 중이다. 인비트코리아는 소싱디렉팅과 제품 개발을 통해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렀던 피부 봉합 유지기 ‘인비스카(Inviscar)’의 시제품까지 완성했고,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의 도움으로 제품 양산 단계까지 구상 중이다.
조혜진 인비트코리아 차장 / 출처=IT동아
조혜진 인비트코리아 차장은 “의료기기는 개발기간이 길고 인허가 과정도 거쳐야 해 개발 과정이 까다롭다. 또 자체적으로 생산 역량이 없어 외부 제조사와 협업하고, 생산 과정에 도움을 받고자 소싱디렉팅 및 제품개발 프로그램에 지원했다”라면서, “초기에는 도안, 디자인 정도만 있었고, 또 의료진 대상 제품이어서 테스트 과정도 어렵다. 가능한 시제품 개발 전에 디자인과 작동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데, 영업, 마케팅 기업이다 보니 금형 제작에 대한 결정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소싱디렉팅 멘토 중 실제 의료기기 제조 전문가가 있어 제품 제조 과정을 제대로 전수받았고, 시제품 제작은 시중에 있는 유사 봉합 제품의 장단점을 취합해 개선했다. 금형 제작 역시 지원사업 자금으로 새로 제작해 완성도를 높였다. 현재는 시제품 개발을 끝내고 유사 제품을 사용해 본 의료진을 대상으로 사용편의성, 자극 테스트 등을 하는 단계다. 내년 초에는 제품을 양산하고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라 말했다.
조혜진 차장이 소싱디렉팅으로 제작한 ‘인비스카’ 제품 디자인 및 개요를 설명 중이다 / 출처=IT동아
조혜진 차장은 “이전에 의료기기 연구개발 경험이 없어서 이번 컨설팅이 크게 와닿았다. 다음번에 유사한 제조 과제가 생긴다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게 됐고, 제조업 허가도 진행 중이다. 제조 창업의 경우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향후 판매나 사업화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므로 선투자가 어려운데,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라고 정리했다.
양산 노하우 전수받은 ‘히어로FX’의 참여 과정
히어로FX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한다’를 기치로 내세우는 제조 스타트업이다. 현재 생활용품 쪽 제품에 집중하고 있지만, 단순화가 의미있다면 어떤 분야든 진행할 수 있다는 게 김화서 히어로FX 대표의 설명이다. 김화서 대표는 전자공학 출신으로 제조 기반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실제 제조 관련 현장 업무 및 과정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다.
김화서 히어로FX 대표가 스픽 파우더컵 쉐이크 리유저블 스푼 미니 텀블러를 소개 중이다 / 출처=IT동아
김화서 대표는 “22년에 히어로FX를 설립한 뒤 첫 제품 제조까지 2년이 걸렸다. 스타트업은 모든 과정을 혼자서 진행해야 해서 역량 자체에 한계가 있었다. 주력 제품인 스픽 파우더컵은 양산 직전 단계에 있는데, 제품의 세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소싱디렉팅 및 제품개발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제품은 현대인들의 먹고 마시는 라이프스타일을 쉽게 돕기 위해 스테인리스 재질의 스푼을 포함한 텀블러로, 스픽 파우더컵이라고 부른다. 제품 자체는 3월부터 초기 물량을 만들어 제조했고, 색상이나 디자인 완성도를 높여 2차 제품 양산을 진행할 예정”이라 말했다.
히어로FX의 경우 이미 제품을 보유하고 있어 시제품 제작은 건너뛰었고, 양산 과정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물류 패키징 등도 도움을 받았다. 제품 개발은 “과기대 측에서 주선한 디자인, 제조 창업 멘토에게 제품 완성도에서부터 디자인까지 전반적으로 컨설팅을 받았다. 디자인은 기존 제품을 바탕으로 패키지부터 향후 제품 라인업 확장을 고려한 형상, 색상 등을 새로이 제안받았고, 또 공장과 소통할 때 계약 부분, 가격 협의, 수량, 품질, 양산 시 중점적으로 볼 부분, 금형 시 가격에 대한 조언 등도 되짚었다”라고 답했다.
김화서 대표는 양산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들을 조금 더 꼼꼼하게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 출처=IT동아
마지막으로 김화서 대표는 “생산에 들어가면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서울과기대의 도움으로 이 부분을 최대한 잡은 것 같다. 제조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적다 보니 주변에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측면에서 서울과기대의 컨설팅과 지원은 큰 힘이 된다. 때마침 필요한 시점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았고, 초반의 데스 밸리를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라고 답했다.
시행착오 건너뛰는 제조 스타트업들, 성장의 발판 마련해
미국의 경영자 하워드 러브가 제시한 스타트업 J커브에 따르면, 스타트업은 창업 시작과 시제품 출시, 변화와 전환, 비즈니스 모델 수립, 스케일업, 그리고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단계부터는 손익분기점 도달과 함께 초기 창업에 대한 투자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생존이 어렵다. 하지만 투자 지원이 많은 IT서비스, 유통·플랫폼 등의 분야를 제외하면 대다수 스타트업은 방향성을 설정하기도 어렵고, 예비창업패키지나 초기창업패키지만으로는 성장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의 제조창업 지원은 이런 간극을 메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제조 스타트업이 실질적으로 자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간과 자금을 투입해 스스로 배워나갈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시행착오를 건너뛰며 고생하지 않고 성장하는 게 모두에게 좋다. 기업을 위한 작은 도움이 지역 사회와 기업가 환경을 위한 큰 걸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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