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 ·라면 ·우유 ·햄 등 급등

서비스 비용까지 도미노 가시화

불과 한 달 새 국내 주요 생필품 중 절반가량의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2.6%보다 가격이 더 오른 품목이 조사대상의 16%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바구니, 식탁 물가 급등으로 서민·중산층의 가계 운용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24일 문화일보가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공시된 436개 생필품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월 대비 가격이 오른 상품은 212개(48.6%)로 파악됐다. 가격 변동이 없었던 품목은 85개, 가격이 떨어진 품목은 139개였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2.6% 뛰어 9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하지만 밀가루·즉석밥·화장지·로션·상추·파·애호박·갈치 등 식생활과 밀접한 70개 품목은 이를 넘어섰다. 전월 대비 가격이 2.6∼10% 오른 품목은 56개, 10% 이상 상승한 품목은 14개나 됐다. 에너자이저AA2입 건전지(99.5%), 애호박(33.08%), 오이(27.74%), 크리넥스데코앤소프트(22.70%)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물가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전년 대비 가격이 오른 품목은 290개로 66.5%에 달했다. 에너자이저 AA2입 건전지는 232.5% 폭등했고 깐마늘(77.0%), 적상추(64.3%) 등도 장바구니에 담기 부담스러운 품목이 됐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현상이 이어지며 서민·중산층이 받는 압박이 커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했지만 생필품은 물론, 서비스 비용에 이르기까지 ‘도미노 물가 상승’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인 라면의 가격 인상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으로 인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우유의 도매가격에 해당하는 원유(原乳)가격은 오는 8월 1일부터 ℓ당 21원 오른다. 우유가 쓰이는 커피·빵·과자·아이스크림·분유 등의 가격도 덩달아 영향을 받는다. 햄·소시지 등 육가공 제품들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값이 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기대에 따른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 원자재 가격 인상, 과도하게 풀린 시중 자금 등의 요인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