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긴글 주의
솔직히 입덕 전에도 생각나면 돌려보던 드라마라 서너번은 본 것 같아. 그래서 입덕 후에는 재밌는 장면만 띄엄띄엄보며 별로 감흥 없었거든. 재밌기는 해도 역시 완전 취향은 아니구나 하면서.

이번에 취향 작품들 보다보다 지쳐서 한 3일 마음 먹고 시가만 정주행으로 팠거든. 그런데 이거.. 뭐이네? 롬곡

김주원 감정선 무슨 일이야. 예전에는 ㄹㅇ이를 대신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그 감정선이 잘 읽히지 않았거든. 그런데 ㄹㅇ이 분홍여사 찾아가서 그 사람을 진짜 망가트리는건 저희가 헤어지는거라고 하는걸 듣고 ㄹㅇ을 잃은 주원의 심정이 얼마나 극단으로 치달았는지 느껴지더라. 내가 없어지더라도 니가 없는 세상에서는 살 수 없다 하는 그런 심정.

ㄹㅇ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며 우는 주원의 감정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게 슬프고 두려워서 우는게 아니더라. 함께라고 여길 그 시간속에 함께하지 못함이 슬프고 앞으로 ㄹㅇ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 마음 아파서 우는 거더라. 그래서 시가 보면서 처음으로 그 장면에서 같이 운 것 같아.

ㄹㅇ이도 그래. 예전에는 좋은 아빠 만나고 좋은 남친 만나서 인생 역전하는 신데렐라 캐릭터라고만 생각했거든. 그래서 길주원 캐릭에 애정이 별로 없었는데 ㄹㅇ이 굉장히 묵직한 캐릭터였더라고. 그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뻔하고 상투적일 수 있을만큼 자존감이 높고 중심을 잡을 수 있고 그래서 따뜻할 수 있는 캐릭터였어. 나라면 그렇게 상투적이지 못했을거야. 김탶 얼굴에 저 재력에 나더러 인어공주 하라면 황송과 감사가 디폴트 값이었을텐데 말이야.

요란하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김주원이 관계를 이끌어간다고 보였는데 가만보니 ㄹㅇ이 중심을 잡고 주원을 품어주는 관계였더라고. 난 왜 무조건 김주원이 갑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네. ㄹㅇ의 아빠가 김주원의 생명을 구했다면 ㄹㅇ이 김주원의 삶을 구한거더라고.

그제야 길주원 캐릭터가 다시 보이더라고. 눈빛 말투 몸짓 모든 곳에서 따뜻함과 내면에서부터의 단단함이 뿜뿜 뿜어지는 길주원을 사랑하게 됨. 갤주가 연기한 길주원 왜 이렇게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난리. 기승전 갤주에게 수렴되는 매직.

아무튼 이렇게 오늘도 갤주의 새로운 캐릭을 하나 더 사랑하게 돼서 뻐렁치는 마음을 주체 못해 갤에 소리치러 옴. 긴글 읽은 김에 시가에서 가슴 찢어졌던 장면 하나씩 말해줘라. 뻘글 읽어줘서 고맙고 다들 오늘도 어덕행덕 태평성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