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비스커스의 작업일지, 14일째! 1097.11.06

그동안 외근했던 의료진이 로도스로 돌아와 휴식 후 구조작업에 동참해 그나마 일손이 넉넉해졌고, 치료가 필요한 감염자 수도 예전만큼 많지 않아 요즘은 조금씩 쉴 수 있게 됐다. 마침 그라벨 씨가 감정회에 로도스 오퍼레이터의 외출 신청을 들어주겠다고 해서 도시를 관광할 수 있게 됐다. 앗싸!

외출을 앞뒀을 때 어떤 감염자 할아버지께서 티켓 두 장을 주셨다.

"히비스커스 양, 시내에 간다고 하던데, 여기, 니어 님 승리 경기표 두 장이네. 나는 늙어서 거동이 불편하니, 만약 니어 님께서 승리하신다면 환전 좀 해줄 수 있겠나?"

할아버지의 부탁은 거절하기 힘들어서 "안심하세요. 니어 씨가 꼭 이길 거예요."라고 말해드리고 티켓을 받았다. 숫자가 엄청난데 할아버지께서 평생 모으신 돈인 것 같다. 그런데 그 돈을 다 써버려도 괜찮나?

물론 나는 니어 씨에 대해서는 자신있지만, 승패는...정말 말하기 어려운데...

이겼어? 이겼다!! 니어 씨가 이겼다! 너무 좋아!! 티켓 환전하러 가야겠다! 하지만 카시미어는 잘 모르는데, 어떡하지......맞아! 그라벨 씨를 찾자!

아...그라벨 씨가 없으니까 아미야를 찾아야겠네.

아미아에게 간단하게 설명했더니 여전히 헷갈리는 모양이지만, 나보다 그랜드 나이트 영지를 더 잘 알고, 한참 동안 여행지도를 들여다본 끝에 우리는 경기장에서 티켓 환전 창구를 찾았다. 그 큰 돈으로 할아버지께서 노후를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을 것 같다.

어...그런데...미에슈코 스포츠 증권? 이거...카시미어 화폐랑 액면가 비율이 이 정도로 차이가 나나? 이번에 할아버지 돈방석 앉으실 줄 알았는데 결국 몇 끼 식비만 챙기셨네...

우리가 교환해 온 상금을 건네자 할아버지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고마워 하시면서, 티켓을 작은 철제 상자에 넣으셨고, 나는 아미야와 함께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링거를 갈아드리고 할아버지께서 주무시게 한 후 조용히 떠났다.

티켓 구입이라는 방식은 적절하진 않은 듯하지만 니어 씨에 대한 할아버지의 지지는 확실하다.

기회가 된다면 니어 씨에게 말해야지. 누군가 조용히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정말 기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