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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필귀정 2

운영자 2009.07.28 16:30:51
조회 1282 추천 1 댓글 2

  사필귀정

  여한수가 체포됐음을 확인한 후 나는 그를 광주로 압송할 것과 중국에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구속 기간을 연장해 놓을 것을 지시해 두었다. 여한수는 내가 중국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는 주임검사가 바뀐 줄 알고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여한수가 체포된 그날은 폭설이 왔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 위해로 향한 것은 1월 18일이었다. 난생 처음 나가는 해외 여행이라 마음이 설레었던 모양인지 배를 타고 열네 시간이나 가야 했지만 피곤하지도 않았다. 다만 결혼한 후 처음으로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에 아내와 아이들이 몹시 서운해했다.


  동행한 경희대 학생들과 교수들은 내가 정보 기관 사람인 줄 알고 경계를 하다가 중국에 도착하고 난 뒤에야 검사인 줄 알고 친근해졌다.


  십사 일간의 중국 여행은 나에게 대륙의 광활함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고 중국 여행은 '세계는 넓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기회였다. 동시에 음식의 고통을 맛본 계기도 되었다. 나는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중국 음식의 그 지독한 향료 냄새만은 견디기 어려웠다. 십사 일 내내 경희대생들이 가져온 고추장과 컵라면을 주식처럼 먹고 나니 속이 쓰렸다.


  양귀비와 당현종이 놀았다는 화청지에서는 역사의 무상함을 느꼈고 진시왕능과 병마용에서 다시 피지배 계층의 고통과 참담함을 보았다. 한 사람의 영화를 위하여 얼마나 많은 무고한 생명이 세상을 한탄하며 죽어 갔을까?


  중국에서 경희대 여학생들과 같이 찍은 사진 넉 장 때문에 귀국한 후 나는 한 달 동안 아내에게 추궁을 당했다. 점잖게 굴지 않고 철없는 애들과 어울렸냐고 추궁하는 아내에게 보름 동안 해외여행, 그것도 혼자서만 놀고 온 나는 할말이 없었다.


  귀국하자마자 출근하니 구속 기간을 연장해 둔 여한수 사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조직 폭력배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나는 조목조목 추궁해 나갔고 결국 그를 조직 폭력의 수괴로 광주지법에 기소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조직 폭력의 고문으로 인정되어 징역 사 년을 선고받았다. 그와의 악연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후 슬롯 머신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지리도 독한 악연이었다.


  여한수의 재판 역시 어려운 승부였다. 로비스트 모씨는 담당 재판장에게까지 그의 로비를 펼쳤고 심지어는 현직에 있는 광주지검의 검찰 간부가 "여한수는 폭력배가 아닌데 홍 검사가 공명심에 그를 잡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의 무죄 투쟁은 집요하기 짝이 없었다.


  이 사건은 내가 검사장을 통해 검찰총장에게 사표를 미리 내고 시작한 사건이었다. 그만큼 나도 이 사건에 전력 투구하였고 결론적으로는 내가 이겼다. 여한수의 고등법원, 대법원 판결은 무죄 해프닝이 벌어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내가 서울로 올라오고 난 뒤에야 최종 선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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