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후기와 같이
다녀온지
대략 한달여만에 여행기를 올리게
됩니다
9월 24일날부터 시작한 일본여행 첫날의 여행기입니다.
*주의* 스크롤 압박이 심합니다.
----------------------------------------
* Previously on Jungtaejune break *
*지난 이야기*
prison break main theme
정태준은 뭔가 왠지 모를 이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쌔빠지게 내려온후
뭔가 바뀌어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였습니다.
오마이갓 여기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콜더나인원원 뚜잇나우!
유아데드맨!
유일한 사업수단 마저 연패의 늪에 빠지게 되는데..
직장을 찾아야 되는데 직장 찾기도 귀찮고
알바하기도 귀찮고 이건 뭐..
그렇게 그는 스스로를 파괴해나가고 있었지요.
하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었습니다.
통장의 잔고는 바닥을 치고, 의욕은 없고
인생은 점점 막장으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뭔가 화끈한 계기가 필요합니다
다시 가슴을 뜨겁게 해줄 만한 그런 계기 말이죠.
통장 잔고가 완전히 바닥나기 전에!
그래서 ..
정태준은 도쿄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후쌔드..
..
...
----------------------------------------------------------------------------
2006년 9월 24일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의 화창한 일요일
부푼 마음을 안고 부산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출발전에 터미널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것은 센스지요.
이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벗어나는 날인데다
이제 들어가서 표만 사면 일본에 3시간만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니
설레임에 가슴이 마구 쿵쿵댑니다.
아 그런데 여기는 부산항 연안 여객터미널이군요?
연안..
연안이란 바다 호수 하천등과 접해있는 육지부분을
말한다는데.
음.. 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
제가 왜 여기로 오게 되었는지는
세계 8대 불가사의중의 하나 입니다.
미스테리는 미스테리로 남긴채로
서둘러 연안 터미널이 아닌곳으로 가야합니다.
다행이 바로 옆에 국제 터미널이 있더군요.
인터넷에서 대충 찾아본 바로는 1시 30분쯤에 배가
있다는데
지금은 12시 50분이 다 되어 가는 시간
아까와는 같으면서도 또다른 느낌으로
너의모습 나의모습 두근두근 울렁울렁 쿵쿵댑니다.
여기가 코엑스 메X박스도 아닌데 줄을 뭐 이 따위로 많이
서있을까요?
물어봤자 소용은 없지만서도
아. 이 무슨 똥줄타는 상황인가요.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중에 휴게소에 정차했다가.
떠나는 찰나 갑자기 똥(편의상 다음부터는 '그분')이
마려운
그런 기분입니다.
서둘러 후쿠오카로 떠나는 표를 구입하고,
출입국 카드를 작성합니다.
근데 출입국 카드에 직업을 적으라고 하는데..
becksoo 라고 적으면 입국금지가 될거 같아서
고심 끝에 제일 그럴 듯하게..
dslr 사진기를 산 기념으로
꼬라지에 Photo grapher 라고 적어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student 라고 적을걸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마중나오신 어머니와 동생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들고 뜁니다.
저번보다는 오랫동안 여행할 계획이라 짐이 더 늘었고
큰맘먹고 마련했던 dslr 카메라와 렌즈 두 개에
거기에 자전거까지 들고뛰려니 정신이 오락가락 합니다.
출국심사대 에서 간단한 출국절차를 하는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합니다.
일본 도착후에 입국심사에서 짤리면 입국이 불가능할수도
있다는..
괜히 후덜덜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짐속에 있던 위험물질인 부탄가스를 압수당하고서
(무려 1500원짜리 고급이건만..)
찝찝한 마음으로
배에 오르러 가는데 통로가 또 더럽게 깁니다.
자전거를 포장을 해놔서 끌고다닐 수도 없는상태에서
들고 뛰려니까
벌써 도쿄를 20km 목전에 남겨놓은 기분입니다.
허억.. 허억..
겨우 배에 도착해서 숨을 고르고서
자전거와 짐을 구석에 밀어 넣은후 자리에 앉았습니다.
초장부터 꼬이는게 한두 개가 아니라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눈앞이 살짝 깜깜해지면서 가슴이 깝깝해지는
느낌이었지만.
무대책이 대책,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옛 성현들의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진정시킵니다.
그리고 사실 나름대로 준비도 해와서 크게 걱정은
없습니다.
운전자의 시야에 잘 띄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런 머리를 하고 싶었지만
머리도 짧고 돈도 없어서(중요)
동네 미용실에 가서요
제일 싸고 잘보이는 머리로 해주세요 라고 했더니
아줌마로 변신
*레벨업*
운전자의 눈에 1.5배 잘띄게 되는 효과와 함께
머리에 충격을 0.01 % 정도 더 완화 시켜줄 수 있는 효과가
생겼습니다
*임상실험으로 입증된 파마머리의 충격 흡수 효과*
그리고 이런 제안을 수렴하여
한복을 마련하여 타국에서의
한국인의 정체성을 강조 하였습니다.
이렇듯 준비를 철저하게 해왔으니 걱정이 없는
것이겠지요...
네?
여튼간 배가 출발합니다.
제가 탄 배는 코비호라는 배인데, 일반 배와는 달리
고속으로 바다위를 날아(!) 다니는 제트 호일이라는
간지배입니다.
실제로 비행기를 타는 듯이
붕 날라 달리는 느낌이 납니다.
승차감도 좋구요.
이렇게 날아서 겨우 2시간 50분만에 일본에 도착해 버린다고
하니
정말이지 놀라운 코비호입니다.
자전거는 코비호나, 비틀호 같은 제트호일에는 태울 수가
없다고 하는데..
스트라이다 같은 접는자전거는 접어서 가방이나 포장을 하면
태울 수가 있습니다.
배타기에 쪼렙인 저에게는 매우 다행인 일입니다.
일반 여객선은 6시간 이상 걸리는데,
스트라이다가 아닌 큰자전거를 들고 왔었다면.
6시간 동안에 한번 먹었던 것을
다시 한번 만나러가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며
혼자서 우쭐거리다가
음악을 들으면서 여행용 회화집을 대충 들여다보고
살짝 잠을 잡니다.
그러던 중에
한복을 보고 제가 한국사람임을 알아차리신
예리한 시각의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계시는 최승부 학생의 어머님께서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근데 대화내용은 뜬금없게도 키크는 비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여튼 그 외에
일본에 도착하면
뼈와살이 분리되.. 는게 아니고
피와 살이 될 만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백엔샵이야기, 마트의 할인에 대한 이야기, 무슨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연락처까지 주십니다.
왠지 자신감이 붙는 기분입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후쿠오카 시내가 보입니다.
정확히는 하카타 겠지요.
슬슬 다시 긴장되는 시간이 옵니다.
공포의 입국심사가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왠지모르게 심사에서 짤릴지도 모른다 하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더군다나
저는 입국심사에 불리한 여권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불안합니다
*잠깐상식*
입국심사에 불리한 여권이란?
여권사진을 찍을 때는 말입니다?
안경을 벗고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서 귀를 보이게
해야됩니다?
근데 옆머리만 귀 뒤로 넘기니 이상한거 같아서
다 넘겨 보았습니다.
어머 야쿠자가 되었네요.
이로서 입국심사에 불리한 여권이 완성되었습니다.
정말이지 놀라운 정태준입니다.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는 사이
이윽고 배는 도착하고 하나둘 내리기 시작합니다.
근데 영원히 뻇긴줄 알았던 부탄가스를 돌려주네요.
왠지 돈을 번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입국심사의 두려움은 여전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입국심사에 임해봅니다.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결정적으로 일본에서 체류할 숙박지를 안적어냈던게
화근이었던지
다른사람한테는 질문 한 개만 하고 삼초만에 패스였는데
전 5분넘게 잡고 있습니다.
왜왔냐, 어디서 잘거냐, 어디까지 가느냐, 어머니 아버지는
잘계시고?, 보일러는 놓아드렸는지..
여튼 영어도 이상한 영어로 물어보고 중간중간 일본어를
섞어서 말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승부어머님의 적절한 어시스트로 입국심사를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긴장되는 순간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보통 튕기는 사람으로는 불법 체류가 확실해 보이는 사람들
이라고 하는데..
승부어머님이 아니었다면 위험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입국심사후 검역을 하는데 자전거를 닦아줍니다.
뭔가 흙같은게 묻어서 세균같은게 옮겨오지 않도록 하는
조치인거 같은데..
휴지로 딱 세 번 문지르고 꼴에 잘했다고
스티커 붙여줍니다.
지루한 절차를 마치고 드디어 항구밖,
승부어머님과는 여기서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본격적인 일본땅에 태극기를 휘날리러 나왔습니다.
할 줄 아는 일본어라곤 야메떼밖에 없는 정태준이
드디어 일본땅을 두발로 밟았습니다.
밟아보니 한국땅이랑 별 다를 게 없이 딱딱합니다.
날씨는 한국보다는 좀 서늘했지만 적당히 쌀쌀과 선선의
중간적인 느낌이군요.
다시 자신감이 넘치는 기분입니다.
5가지 감정변화가 쉴새없이 교차하는 하루입니다.
이제 슬슬 출발해 봅시다.
일단 자전거에 짐을 단단히 결속하고 출발전 마지막 점검을
했습니다.
오후 늦게 도착했으니 오늘은 그냥
후쿠오카에서 미적대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뭔가 온 첫날부터 미적되면 끝까지 미적대다가 미적분될거
같아서
달리기로 결심했습니다.
현재 시간이 5시쯤 되었으니 밤 10시 정도까지 달린다치면
대략 50~60km 은 달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우선 3번국도를 찾아야 합니다.
하카타는 한적한 축에 속하는 동네인 것 같습니다.
도로에서 개몰고 가는 풍경이라니..
차들도 조용조용 다니고 정말이지 여유로운 느낌이
듭니다.
몇 번 안밟아도 속도가 오르는게 확 와닿는 것이
길이 참 평평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짐을 꽤 많이 매달아서(15kg) 불안정한 상태인데도 안정적으로
잘 나갑니다.
근데 우리나라랑 도로 진행방향이 틀려서
약간 알딸딸한 느낌입니다.
요렇게 자전거 만을 위한 횡단보도도 마련되어 있구요.
우리나라와는 딴판으로 인도 턱을 땅에 묻어놔서
부담없이 인도로 다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전부 자전거를 타고 다니나 봅니다.
모든길이 전부 한강 자전거 도로처럼 평평하고 넓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전거 타고다닌다 치면 전부 mtb 스타일인데.
여기는 대부분이 미니벨로나 아줌마들 장보는
자전거입니다.
.
이런 지형적요인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도 국가적으로 X-game을 장려하기 위해서 인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를 타다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자동적으로 어반(자전거묘기)초고수가
됩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ESPN의 더러운 커넥션을 파헤쳐야
겠습니다.
돌아다니다 보니 표지판이 나옵니다.
미리 조사해 왔던 정보에 따르면
3번국도를 따라가다가
2번국도가 나오면 2번국도를 따라가고
1번국도가 나오면 1번국도를 따라가면
도쿄까지 도착하는 무척이나 간단한 길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길따라 무조건 북쪽이나 동쪽으로 조낸 달리면
되는겁니다.
그러니까 3번 국도를 찾았으니 게임은 이제 끝이라는거죠.
라고 생각하면서
3번국도를 타고 씽씽 달리는데 왠지 느낌이 안좋아서
표지판을 자세히 보니.
북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하하고 있었습니다.
한 2킬로쯤 온거 같은데 다시 방향을 바꾸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시차적응이 제대로 안되었나 봅니다 *^^*
지나가는길에 마주친 익숙한 편의점..
왠지 모를 반가움이 느껴집니다.
달리던중 어쩌다 마주친 그대.
0킬로쯤 달려온 지점에서 발견!
스펀지: 일본에는 □□ 마을이 있다?
길이 좋으니까 안전하게 금방금방 가지는 것 같습니다.
노을이 지고 점점 어두워 집니다.
근데 일본은 이딴식으로 장사를 해도 장사가 되나봅니다.
이러니까 환율이 폭락하지요..
지나가다가 왠 마트같은 건물이 있길래 100엔샵인줄 알고
기웃거리면서 들어가 보니
전혀.. 아니더군요.
일본에 오면 100m 마다 100엔샵이 하나씩 있을거라는 기대를
했는데
오는길에 한번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승부어머님 말씀으로는
우리나라 천원샵과는 달리 식료품부터 모든 것을 다파는 마트
형태로
백엔샵이 만들어 져있다고 하는데..
없으니까 낭패입니다.
이후로 100이라는 숫자만보면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게 되는 증상이 생깁니다.
여튼 기웃거리는 사이에 완전히 밤이 되었습니다.
시차는 없지만
한국에 있을 때보다 밤이 한시간정도 더 빠르게 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으니 라이트를 켜야 합니다.
후미등으로 가져온 라이트는 무려 4개.
휘황찬란 번쩍번쩍 추억의 로라장 컨셉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 인도로 왔기 때문에
후미등은 별 필요가 없긴했지만.
일본에는 법적으로 불안켜고 다니면 혼낸다길래
켜본것입니다.
너무 수월하게 가다보니 배가 불렀나 봅니다.
잠깐 한눈판사이에
인도 가드레일에 오른쪽 발을 부딛히면서
첫 번째 자빠링을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다행이도 부서진 것 없고 별다른 상처도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정면으로 충돌한 오른쪽 발가락 끝이 계속 아려옵니다.
달리다가 발견한 어떤 음식점 앞의 디스플레이.
보통 이런건 종이를 펄럭거려서 불처럼 보이게 하는게
많은데
후끈함이 느껴지는 진짜 불을 쓰더군요.
땅에서 기름이 솟아나오나 봅니다.
추울 때 애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외곽으로 나오니 길이 좀 안좋아지기 시작하더군요.
낮에 지났다면 글래디에이터의 막씨무쓰 흉내도 내고
하면서
재미있게 달렸겠지만
어두운 상태에서는
조금 위협적인 듯 합니다.
타국에서 한글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이란..
근데 뭔 38선 간지가 물씬 납니다.
한 30킬로쯤 달리고 나니 좀 쉬어야겠더군요.
은근한 오르막 끝에 마트가 있어서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음 마트는 음.. 생.. 뭐시기 마트네요.
뭐 신선한 마트 그런거겠지요.
뭐 마트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별 차이 없는 듯 합니다.
가격도 전부 잘 표시되어있고 파는 물건에도
크게 별다를 사항이 없어서
일본말을 전혀 못해도 물건 사는데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일단 굶어죽지는 않겠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고심끝에 구매한 것은 68엔짜리 스포츠 음료수와
5개에 158엔짜리 무슨맛인지는 모르는 라면
158엔 나누기 5 하면 대략 32엔.
한끼에 32엔이면 200원 가량이니
아주 저렴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끼에 한 개씩만 먹는다면 100엔에 하루가 헐레벌떡..
처음으로 써보는 일본 돈입니다.
에 비해 10단위가 적으니까 약간 감이 안잡히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잔돈도 왕창이라서 왠지 귀찮은 느낌도 드는군요.
준비해온 돈은 총 5만엔.
저에게 있어서는 다행이도 환율의 폭락으로
40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집안살림을 다 팔아먹고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받은 용돈과, 수중의 여유자금을
동원해
겨우 마련한 돈이니 만큼 아껴써야 합니다.
계산에 따르면 하루에 1500엔 이상을 쓰면
출국이 위험합니다.
최대한 아끼고 아껴서 잘살도록 해야합니다.
라면은 이런식으로 결속을 하고서 다시 출발을 합시다.
대략 오늘은 30km 남은 키타큐슈 까지 가면 딱일 듯
합니다.
구체적인 목표가 잡혔으니 뭔가 힘이 납니다.
처음으로 지나는 터널~
터널에도 자전거길이 넓게 나있어서
터널을 지날 때도 크게
후덜덜하지 않습니다.
근데 왜 기타큐슈가 표지판에서 사라지는걸까요.
여튼 뭐 3번 국도만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에 멈춰서 자면 되니 별 걱정은 없습니다.
왠지 39킬로밖에 남지않은 시모노쉐키까지 질러보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번 여행의 주행 계획은
낮이덩 밤이덩간에 달리고 싶은만큼 달리고 달리다 배고프면
먹고
달리다가 잠이 오면 자빠져 자면서
할 수 있는한 최단시간내에 도쿄까지 주파하는
자연 친화적인 형태로서,
한마디로 아무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이런 뭔가 만만해 보이는 거리의 표지판이 나오면
막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모터스포츠가 발달한 곳이라서 그런지..
특이하게도 트윈터보 자동차만 모아논 가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런게 있으면 밥먹고 살기 어려울텐데 말이죠
별로 달린거 같지도 않은데 대충 키타큐슈에 도착한
느낌입니다.
역시 길이 좋아서 그런가 봅니다.
여기가 키타큐슈던 아니던 별 상관은 없으니
여기가 어딘지 따지지는 않도록 합시다.
이제 적당한 숙박장소를 찾아내면 됩니다.
일단 생존을 확인시키기 위해
도쿄에서 유학중인 친구에게 전화를 합니다.
10엔을 집어넣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예상에 10엔으로는 통화시간이 매우 짧을 것 같아서
본론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서..
저기나정태준인데지금기타큐슈인것같아난멀쩡히살아있어껄껄껄..
하고나니 뚜뚜 하면서 시간 제한에 걸립니다.
다음번엔 미리 대본이라도 짜서
좀더 효율적으로 10엔을 활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그리고는 세수라도 할까하고 주변에 역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버스 터미널 인 것 같습니다.
역에서 노숙해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지만
왠지 피곤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충동을 자제시켰습니다.
화장실에서 셀카..
달리는중에 제대로 바람을 맞고
일본 직수입 간지 바람머리가 되었습니다.
역에서 나와서 다시 3번국도를 따라가다보니
반가운 표지판이 보입니다.
역시 노숙은 공원이 짱이지요.
오늘 숙소는 모모조노 공원!
길가다가 발견한 무엇.
역시.. 일본..
이런게 길거리에 버려져있어도 왠지 위화감이 없는
느낌이랄까요.
아..야메떼..
이곳이 모모조노 공원인가 봅니다.
근데 급수대도 없고 화장실도 없고 깨끗하지도 않습니다.
시간은 11시.. 이미 어제 집에서 밤을 새고 왔기 때문에
매우 졸린 느낌이네요
근데 보아하니 주변에 다른공원이 있을거 같지는
않습니다.
뭐 아까 역에서 대충 세수도 하고 그랬기 때문에
오늘은 여기서 자기로 결정했습니다.
근데 무엇보다 3번 국도 바로 옆에 공원이 있는 것이 매우
적절하고.
주변에 사람이 한명도 안보여서 캠핑하기는 좋은 것
같습니다.
작품명: 흉기로 머리를 내려찍으려는 허벅지가 튼실한
소녀
밤에 이런 청동상을 보면 너무 호러블합니다.
으 물만은 사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178엔에 구입하였습니다.
일본도 생수값은 마찬가지로
기름값에 개길 정도로 정도로 비싼가 봅니다.
요렇게 캠핑할 준비를 하고서
배가 좀 고프니
자기전에 라면이라도 끓여먹어약겠습니다.
음 무슨 라면일까요 돼지고기국물맛?
뭐 대충 그런거같습니다.
일본어를 못읽으니 알 수가 있나...
잘못해서 음료수대신 농약만 안사면 안심이겠지요
우리나라 라면에 비해 2/3정도의 작은사이즈 입니다.
면도 얇고 스프도 작고
전체적으로 심플한 느낌이네요.
그럼 끓여 먹읍시다
끓는물에 면과 스프를 넣어봅시다.
근데 .. 그러고 보니 뭔가를 빠뜨린 느낌이 들어서 보니.
젓가락이 없네요.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대략 1km 거리고..
라면은 이미 다 끓었습니다.
뭔가를 찾아내지 못하면 라면을 마시거나
냉우동을 먹어야 할 판입니다.
이것은 예비용으로 가져온 스트라이다 스포크(바퀴살)
입니다.
이것은 젓가락이구요.
바퀴가 16인치라 그런지 라면먹기가 좀 힘들군요.
음.. 뭔가 되게 심심한 느낌의 라면이지만
꽤 맛있는거 같습니다.
면이 얇으면서 쫄깃쫄깃하고
국물은 담백하면서 시원한 느낌인데
물을 정량으로 넣으니
매우 짭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불어 터져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전거와 짐은 가져온 자전거 커버와 판초우의를 겸하는 텐트
후라이로
위장전술을 펼치고
동네 형님께 빌려온 1인용 비박텐트를 잘 설치했습니다.
딱 한사람 들어가서 자기에 알맞으면서
무게는 1kg를 넘지 않는 초 소형 텐트입니다.
요기에 매트도 깔고 아는 누나에게 빌린
비박용 오리털 침낭을 집어넣었습니다.
술먹고 노상에서 캠핑한적은 많지만
이런식의 체험 노숙현장은
처음이기 때문에 왠지 두근두근거립니다.
들어가서 누워보니 생각했던거보다
200% 포근하면서도 편한 느낌입니다
매우 따뜻하기도 하고요.
잘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이대로 제대로 잘 수 있을 것인가,
일어나면 체력이 다 떨어져 있지 않을까.
내일은 얼마나 달릴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내일이 진정한 출발이라고 생각하니
다시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어떤 새로운 만남이 있지나 않을까 하면서
여행용 회화집을 들여다 보면서 뒤척이기도 하고
자는동안 사회에 불만이 많은 싸이코가
기름붓고 불이라도 지르면 어쩌지 하는 생각
스트라이다 바퀴가 20인치였다면
라면을 좀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겠고..
26인치였으면 튀김도 튀겨먹을 수 있었겠지 하는
잡 생각을 하다가
시나브로 잠이 들었습니다.
GLOBE - DEPARTURES
-------------------------
이동지역
후쿠오카 - 키타큐슈
이동거리
60km
이동시간
5시간
도쿄까지 남은거리
1200km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