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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본토박이 터키 커피 끓이기 - 제즈베편

골리앗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2.21 10:44:04
조회 24005 추천 178 댓글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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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하바!

한국은 지금 날씨가 매우 춥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11월에 눈오는 동네인데 현재 이상고온인데 말이죠.


이 글은 커피갤 입갤한 후 첫번째 커피글입니다. 대략 이곳에서 7년 넘게 살면서, 저는 거의 튀르키예인처럼 살았습니다. 우리동네에 한국인은 저밖에 없기때문에 늘 터키말을 쓰면서 살았거든요. 문화연구를 하다보니 그게 제 공부에도 더 많이 도움이 됐지요. 아무튼 오늘은 이곳 사람들이 커피를 끓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곳의 커피는 달임커피입니다. 이곳말로는 튀릌 카흐베시(Türk Kahvesi, 튀르크인의 커피)라고 부르고 영어로는 Turkish Coffee라고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터키시 커피 혹은 터키 커피로 알려져있습니다. 제가 한국을 떠날적에만 해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관심있는 분들도 늘고 또 터키커피를 하는 카페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커피 끓이는 방법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방법이기도 하고, 19세기까지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커피에서 에스프레소, 프렌치프레스, 드립커피 등 다양한 장르가 파생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근.본. 있는 커피라고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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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준비한 원두는 예멘 마타리 원두입니다. 예멘은 오스만 제국 영토였기때문에 오스만 제국 시절에는 다들 예멘커피를 마셨습니다. 아직도 예멘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있는 마약 까트 밭을 죄다 철거하고 커피를 심게 한 것도 오스만 제국 시절의 일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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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튀르키예식 원두보관통입니다. 한쪽엔 원두, 한쪽에는 각설탕을 넣어서 필요할때마다 쓸 수 있게 했고, 호두나무로 만들어져서 튼튼하답니다. 이곳 기후는 매우 건조하기 때문에 원두의 산화가 매우 느리고, 그래서 장기간동안 이런 허술해보이는 통에다 원두를 넣어도 나쁘지 않게 신선도 유지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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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고해줄 핸드밀입니다. 컨셉이 근본레시피이다보니 오스만 제국 당시의 핸드밀옹을 모셔왔습니다. 1890년대에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르에 공방을 열고 활동하던 하즈 아르틴 모브세시안(Hacı Artin Movsesyan)의 초창기 제품인데, 성씨를 보면 알수 있지만 이 사람은 아르메니아인입니다. 핸드밀 겉에는 오스만 제국 시절의 터키어와 그리스어로 하즈 아르틴, 모브세시안이라는 글씨가 쓰여있고, 튀르키예 국기에 달려있는 별과 초승달 형태의 브랜드마크도 새겨져있습니다.


핸드밀을 쓰든, 더 이전 방식인 절구로 빻든 튀르크 커피 분쇄는 엄청난 힘과 근성을 요구합니다. 이거 계속 돌리다보면 팔뚝 근육 오르는게 느껴질겁니다. 덕분에 집안일은 마땅히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이동네에서도 커피만큼은 남자가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16세기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정기적으로 커피를 조공하지 않으면 이혼사유가 된다는 법원판례도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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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쇄된 커피의 모습입니다. 튀르크 커피는 에스프레소보다도 가늘게, 밀가루채에 쳐서 충분히 통과 가능할 정도로 얇게 갈아야합니다. 그래야 마실때 부드럽고, 커피 찌꺼기를 먹더라도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에스프레소 정도 분쇄도로도 커피 찌꺼기가 입안을 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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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쇄가 끝난 커피는 이렇게 황동으로 된 통에 담습니다. 터키어로 커피통이라는 뜻으로 카흐베단(Kahvedan)이라고 불리는 통인데, 사진속의 통은 2016년에 보스니아에 갔을때 사온겁니다. 당시 보스니아 전쟁이 끝난지도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굴러다니는 총알, 포탄 탄피들을 가공해서 이런 기념품들을 만드는 수공업자들이 많았는데, 이 통도 사실 박격포 탄피였답니다. 이 말을 듣고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했습니다. 냉전 이후 유럽 최악의 인종청소, 학살이 벌어졌던 이 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보스니아인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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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는 제즈베편입니다. 그러므로 제즈베(cezve)를 준비합니다. 터키어로 c는 ㅈ음이기 때문에 체즈베가 아니라 제즈베가 올바른 발음입니다. 이것을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게 부르는데, 먼저 보스니아식 커피로도 유명한 보스니아에서는 제즈바(džezva), 불가리아와 알바니아에서는 튀르키예와 똑같은 제즈베(불. Джезве, 알. Xhezve)라고 부릅니다. 그리스에서는 Μπρίκι (브리키), 러시아에서는 Турка (투르카)라고 부르는데, 투르카는 아마 튀르크에서 왔을거고, 그리스어인 브리키는 다른 단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만 이건 이브릭에 대해 소개할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용한 제즈베는 이곳 산이고, 동으로 만든 제즈베의 겉과 속에 주석을 씌워 은색이 납니다. 가지안텝에 사는 아는 동기장인이 직접 망치로 탕탕두들겨가면서 모양을 만들고, 정으로 아름다운 무늬를 새긴 수제품입니다. 전통적으로 이곳에서는 동기를 많이 쓰기도 했고, 특히 제즈베는 동을 선호합니다. 모든 부위를 구리 특유의 높은 전열성으로 균일하게 가열하기 때문에 커피 맛이 더 좋아지고, 더 빨리 끓는다고들 합니다.


아무튼 이 제즈베에다 분쇄한 커피를 잔당 1-2티스푼정도 맞춰서 넣고, 설탕을 넣은 뒤, 컵에 물을 개량해서 담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찬물을 씁니다.


설탕은 넣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이곳에서는 잔당 각설탕 1개를 넣는것이 국룰입니다. 이것을 오르타 셰케를리(Orta şekerli, 중간당도)라고 부르고,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는 셰케르시스(Şekersiz, 설탕없는), 각설탕 2개를 넣는 것은 촉 셰케를리(Çok şekerli, 높은당도)라고 부릅니다. 이곳에서 튀르크 커피를 주문할때 항상 설탕을 얼마나 넣을지를 물어보는데, 이렇게 대답하면 됩니다.


업자들은 여기서 여러가지 손기술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물을 넣기전에 커피원두를 연기가 살짝 날때까지 볶아서 향기를 빠짝 세우고 그 위에 찬물을 붓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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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설탕), 물을 다 넣었으면 이제 불에 올릴차례입니다. 이때 절대로 섞지 마세요! 이게 오리지널 레시피입니다. 절대로, 절대로 섞으면 안됩니다. 어차피 끓으면서 설탕이며 커피며 알아서 섞어질거에요. 설탕을 많이 넣었다면 좀 저어야할 필요는 있겠지만, 이것도 불에 올리고 나서는 절대로 하면 안됩니다. 향 다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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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최대한 약하게 하고, 느긋하게 기다려줍니다. 여기 가스렌지들은 터키커피나 모카포트에 적절한 작은 화구가 하나 있는데, 한국에서는 화력이 너무 셀 수 있습니다. 최대한 불을 약하게하고 올리시기 바랍니다. 튀르크 커피는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카페같이 대량으로 커피를 만들어야하는 곳에서는 여기서 꼼수를 사용합니다. 예컨대, 불은 한정되어있고 주문량이 밀렸을때 말이죠. 이때는 불위에 모래를 잔뜩 넣고 달군다음, 그 뜨거운 모래에 제즈베를 여러개 처박아서 한꺼번에 끓입니다. 흔히 말하는 샌드커피가 바로 이런 대량주문 처리용으로 발전된 레시피입니다. 과거 커피를 숯불로 끓이던 시절에는 천천히 타는 숯불 재에다 제즈베를 처박는 방법도 쓰였습니다. 또다른 꼼수는 아싸리 사모바르나 급탕기에다가 물을 잔뜩 끓여놓고, 항시 끓는 상태로 대기시켜놓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재빨리 제즈베에다 커피, 설탕, 끓는물을 넣고 불위에 올려서 짧은시간 끓이는 방법인데, 튀르키예에서는 근본없는 레시피 취급이지만 현재는 보스니아에서 이 두번째 방법을 정식 레시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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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진찍느라 한눈을 팔았나봅니다. 이렇게 커피가 끓어오르면 재빨리 제즈베를 들어서 불에서 떨어뜨려야합니다. 안그러면 커피가 화산처럼 폭발해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제즈베를 불위에 올려놓은 뒤에는 항상 집중해야합니다. 이때 커피를 얼만큼 열원에 두느냐에 따라 커피의 쓴맛이 달라집니다. 쓴맛이 싫으시다면 끓어오르자마자 제즈베를 불에서 치우고 서빙하시기 바랍니다. 보통은 한번 떼었다가 잠시후 다시 불에 올리고, 다시 끓어오르면 불에서 떼어 서빙하는식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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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즈베에서 커피를 따라 서빙합니다. 제가 사용한 커피잔은 19세기 오스만 제국의 도자기잔의 카피판인데 위에는 오스만 제국시절의 터키어로 커피 한 잔에는 40년의 추억이 있다. (Bir fincan kahvenin kırk yıl hatırı var)라는 이곳 속담이 쓰여있습니다. 단 한번의 만남이라도 소중히하라는 의미의 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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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아빠가 뭐하나 쳐다보는 아들에게도 한 잔 줘봤는데, 고양이들은 커피를 싫어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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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크 커피는 필터하지 않습니다. 필터하면 기껏 근성으로 원두를 분쇄한 의미가 1도 없어집니다! 그저 잔에다 따라놓고 좀 시간 지나서 앙금이 가라앉으면 후룩 마시고, 마지막 한 모금은 안마시면 그만이고, 커피앙금을 먹어도 그만인 커피입니다. 오히려 커피앙금이 넘어갈때 그 부드러움을 좋아하는 튀르키예인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마시고나면 앙금이 남습니다. 이걸 가지고 하는 재미있는 놀이가 있습니다. 바로 점을 보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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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커피를 마시고나서 커피잔 위에 잔받침을 올리고, 엄지와 검지로 둘 다 잡은다음에 세번 돌리고, 손을 뒤집어서 위 사진같이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빨리 잔이 식으라고 위에다가 돈을 올립니다. 전통적으로 이 돈은 복채입니다. 요즘 1리라짜리 한 개 가지고는 화장실도 못가는데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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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이 식으면 이렇게 잔을 봅니다. 커피앙금이 흘러내리면서 여러가지 무늬들을 그립니다. 점쟁이는 이것을 보고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지요. 이건 제 잔이기 때문에 제 잔을 제가 점보는건 안되지만, 아무튼 산 하나와 나무가 보입니다. 둘 다 하얀무늬니까 좋은 의미네요. (검은무늬는 나쁜 의미입니다) 아무래도 가까운 시일에 돈을 잔뜩 벌어다주겠지만, 어려운 일이 들어올거 같습니다.


사실 이슬람에 따르면 점을 보는 행위는 신성모독(쉬르크)입니다. 제가 믿는 가톨릭에서도 점을 보는 것은 고해성사해야하는 대죄죠. 하지만 이곳 속담에는 Fala inanma ama falsız da kalma. (점을 믿지마. 하지만 점 보지 않고도 살지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재미로 보는거니까 죄는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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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의 점괘를 해석하고난 뒤에는 잔받침에 고인 커피를 천천히 쏟아서 거기서 그려지는 무늬를 가지고도 점을 칩니다.


오늘은 이렇게 제즈베로 커피끓이는 방법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다음편에는 이브릭으로 커피 끓이는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국에서는 제즈베와 이브릭을 혼동해서 쓰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물건이고 커피 만드는법도 완전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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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냥짤 조공 추가로 더 하고, 물러나겠습니다. 질문, 이의,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댓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20000



아침 찻자리 - 튀르키예식 홍차 끓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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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하바!
한국은 이미 해가 넘어가서 저녁일테지만 여기는 이제 정오임. 한국에서도 튀르키예를 여행하면서 이 동네 홍차에 대해 아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여기서 통번역일 하면서 나한테 일 의뢰하는 고객님들도 많이 궁금해하는게 여기 홍차는 어떻게 끓이냐는건데 오늘 직접 알랴줌.

튀르키예 홍차의 정체성은 바로 이 차이단륵(çaydanlık)임. 터키어로 차는 차이, 그리고 -dan은 페르시아어 접사로 무언가를 담는 그릇같은걸 의미하고, -lık은 명사 종결접사임. 즉 차이단륵이라고 쓰면 뭔가 의미있어보이지만 사실 단순히 "찻주전자"라는 뜻임. 이걸 두개 쓰는게 특이한거임.

어제 사모바르로 차 끓이는법을 보여줬는데, 차이단륵은 그 사모바르에서 발전한것임. 가스레인지라는 첨단(?)문물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1930년대 튀르키예에서 고안된 방법이지.

먼저 차이단륵을 구성하는 주전자 두개중 큰건 아래에 놓고 거기다 물을 담은 다음 가스불에 올려서 끓여야함. 물이 끓으면 윗층의 작은 주전자에다 찻잎을(평소 우리는거보다 진하게) 팍팍 아낌없이 넣고 아랫층의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아랫층 주전자 위에다 올리고 대략 10-15분정도 길게 뜸을 들여야함. 이때 아랫층 물이 별로 없으면 추가로 보충해서 끓여도 됨. 사용한 홍차는 Do Ghazal 인데 아크바(Akbar)산하기업이고 실론 찻잎을 이란에서 포장해서 팔고있음.

차가 진하게 우러나면 찻잔에 따르는데 먼저 윗층의 차 액기스를 붓고, 아랫층의 뜨거운물로 희석시켜서 마시는데 사모바르랑 같은 방법임.

이 방법이 왜 나왔냐하면 여기 사람들은 식은 차를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임. 여기서 많이 쓰는 난로 위에 올려놓고 쓰면 계속해서 뜨거운 차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거고 서너시간은 저렇게 놓고 지속적으로 차를 홀짝거리기도 함. 튀르키예의 일인당 차소비량이 연간 9kg가 넘는데 이래서임. 이웃들 보니까 차 1kg가지고 한달도 못 마시는 집들도 많더라.

사용한 차이단륵은 가지안텝에서 만들어진 수제품인데 구리로 몸체를 만들고 겉과 속에 주석을 씌운거임. 손으로 조각한 무늬들이 지극히 튀르키예스러운 디자인이기도 하고 아는 동기장인이 직접 만든거라 밑에 이름과 년도도 요청해서 새겨놨음. Koreli Özgür가 여기서 쓰는 내 이름임. 대용량이고 아랫층에 대충 2리터, 윗층에 1리터정도 들어감.

차이단륵이 없는데 여기식으로 차를 끓여보고 싶다면 큰 주전자 하나(구리, 알루미늄, 스뎅, 법랑 등등 직화만 가능하면 상관없음) 위에 도자기든 쇠든 티팟을 올려놓고 쓰는 방법도 있음. 실제로 여기서도 그렇게 하는 집들 많음.


130년 묵은 핸드밀옹 뜯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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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하바!

얼마전에 튀르크 커피 끓이는법에 대한 글에서 참가해주신 130년 묵은 핸드밀옹입니다. 이 핸드밀은 하즈 아르틴 모브세시안이라는 189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3대인가 4대인가 걸쳐 이스탄불에서 핸드밀을 만들어온 집안의 초창기 물건입니다. 위에는 오스만 제국 당시의 터키어로 하즈 아르틴, 그리고 아래에는 그리스어로 아르틴 모브세시안이라고 쓰여있는데, 당시 이스탄불에는 아르메니아인도, 그리스인도 많았기 때문에 이런 다국어 표기들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대략 2개월만에 핸드밀옹을 한번 손봐드릴 생각입니다. 재료는 망치, 니퍼, 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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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원두받이 통을 분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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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핸드밀 옹의 축은 아래의 사각볼트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원래 사각볼트 하나밖에 없지만 쓰다보면 헛돌수 있기 때문에 육각너트를 넣어 고정해주었습니다. 이 사각볼트 부분은 핸드밀 손잡이를 이용해 풀고 조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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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밀 몸체는 세개의 나사가 지탱하고 있습니다. 드라이버 구멍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니퍼가 필요했습니다. 세개 다 풀어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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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핸드밀 윗부분을 살살 내리칩니다. 그러면 이렇게 통짜 쇳덩어리가 아래로 밀려나옵니다. 오메... 사이에 커피 낀것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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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밀 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코니컬버이고, 무식하게 두꺼운 쇳덩어리 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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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는 아래에 위치한 막대기모양 부품이 지탱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좁은 쪽에서 넓은 쪽으로 살살 망치질을 해서 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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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버가 드러났습니다. 당시에는 날을 전부 손으로 깎았는지 패턴이 불규칙적인게 단박에 보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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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도 마찬가지로 손으로 깎은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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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다 붓으로 깨끗이 털어주고 재조립을 위해 배치해놓았습니다. 아무래도 황동 몸체와 내부 사이의 유격이 있어서 그쪽으로 커피가 끼는거 같아 테플론테이프로 감아보려 했는데, 전혀 의미가 없었습니다. 재조립할때 다 뜯어지더군요... 아무튼 조립은 분해의 역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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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이 끝난 모습입니다. 뚜껑을 열어놓으면 어떻게 손잡이가 들어가고, 돌아가는지 볼 수 있습니다. 요즘나오는 코만단테같은 하이앤드급 핸드밀에는 부드럽게 돌아가라고 베어링도 넣고 오만 노력을 다 하지만 130년 묵은 핸드밀 옹에서 그런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저 안에 황동지지대가 있을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축이 맞게 돌아갑니다. 버의 유격이 지극히 적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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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이 끝나면 이렇게 손잡이를 접고, 안에다 넣어 보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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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를 확대해서 찍어봤습니다. 아무래도 이 핸드밀 옹께서 130년의 세월을 이겨낼 수 있던 것은 무식할정도로 단단한 내구력과 두꺼운 부품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철재질같은데 진짜 단단하고 무겁습니다. 이 핸드밀 무게만 대략 800g 정도 나갑니다.


아래에는 현대에 만들어진 핸드밀입니다만, 위의 하즈 아르틴 모브세시안의 핸드밀 옹과 비교해보면 별로 달라진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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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핸드밀은 제가 5년 전에 구입한 쇠젠(Sözen)이라는 오래되고 유명한 핸드밀 장인의 집에서 구입한 황동핸드밀입니다. 제일 큰 차이점이 뭘까요? 제가 볼때는 지지축이 십자드라이버로 돌아가는 나사로 고정되어있다는 점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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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를 고정하는 막대기모양의 부품은 여기서도 쓰입니다. 다만 현대 튀르키예 핸드밀은 황동 몸체를 황동제 파이프를 잘라서 쓰기때문에 과거와 달리 유격이 매우 적어서 커피찌꺼기가 끼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황동판을 잘라다가 직접 망치질해서 모양을 만들고, 용접을 해서 만들었습니다. 위 핸드밀 옹에게도 그 용접자국이 보입니다. 유격이 별로 없기 때문에 현대 튀르키예 핸드밀은 나사 두 개면 충분히 고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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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상단도 130년 전의 핸드밀 옹과 똑같습니다. 무식할정도로 두껍고 단단한 쇳덩어리 축도 똑같지요. 다만 유격이 더 줄었고, 그만큼 정확성이 높아졌습니다. 날은 아직 풀지 않았지만, 날도 현대 핸드밀처럼 기계로 파기때문에 더 촘촘하고, 더 균일하고, 더 날카롭습니다.


요즘 싸구려 핸드밀들은 중요부품들을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때문에 (심지어 자센하우스같은 고급브랜드에서조차도) 얼마 쓰다보면 고장나기 일쑤인데, 예전의 핸드밀들은 부품들을 죄다 쇳덩어리로 만들어놔서 내구성이 아주 높습니다. 증조할아버지가 쓰던 핸드밀을 아직도 쓰는 경우도 많지요. 아마 이 핸드밀도 100년은 넉넉히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즈베에 대한 모든것!

시장갔다왔음 (튀르키예 로스터리, 과자가게 썰 추가)





출처: 커피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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