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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4월 15일 제암리 학살 사건 발생.  3.1 항쟁 와중에 벌어진 최악의 학살 사건. 수원 인근의 만세 운동은 4월이 되면서 더욱 치열해졌다.  산마다 봉홧불디 올랐고 일본인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일본은 한 번 '본때'를 보여 줄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불운한 타겟이 제암리였다

 
 아리타 도시오 중위가 이끄는 부대는 조선인 순사보 조희창을 투입, “만세운동을 진압하며 너무 심한 매질을 한 것을 사과하려고 왔다.”라고 말하여, 제암리 주민 가운데 성인 남자들을 불렀다. 오지 않은 사람은 찾아가 불렀으니 계획적인 성격이 다분했다. 

아리타 중위가 몇 마디 나눈 후 교회 밖으로 나오자마자 사격 명령을 내렸고, 이에 교회당을 포위하고 있던 군인들이 창문을 통해 사격을 개시했고 아예 석유를 붓고 불질러 버렸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까지도 죽였고 마을을 불살라 버렸다.  

 이 소식을 들은 스코필드는 경부선 열차를 잡아타고 수원에서 내려 자전거를 타고 제암리까지 와서 "분노로 부들부들 손을 떨면서" 촬영하여 세계에 이 사실을 폭로한다.  

 이때 아리타 중위에 대한 군법회의 기록이 공개된 건 얼마 전이다. 일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이  기록을 찾아낸 이는 5공시절 전두환의 충직한 꼭둑각시로  '한국의 괴벨스'라는 별명까지 있었던 이원홍 전 문공부 장관이다. 개똥도 약에 쓸 데가 있다는 속담은 때로 절묘하게 맞는다.  


 판결문 기록은 대체로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아리타 중위가 한 짓을 적시하면서도 판결문은 희한한 무죄로 귀결된다. 

‘범죄자를 처벌하려면 그에게 죄를 범하겠다는 생각(犯意)이 있어야 하는데, 피고의 행위는 훈시명령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범의가 없다고 봐야 한다. 또 과실범을 처벌하는 특별한 규정도 없으므로 피고에게 무죄를 언도한다’


 땡전뉴스 시절 KBS 사장으로서 별 억지를 다 부려 보았을 이원홍씨도 흥분한다.  “아리타는 당시 부녀자 2명을 직접 일본도로 목을 쳐 살해한 자이며  이 무죄 논리는 세계 재판사상 유례없이 해괴망칙한 광언(狂言)이다" 

 범행을 저질렀으되 범행의도가 없었으니 무죄란 실로 끔찍할만큼 뻔뻔스런 작태가 아닐 수 없다.   "BBK를 설립하긴 했는데". 주어가 없어서 누가 했는지 모른다는 국회의원들만큼이나.    이 어이없는 판결에 스스로 창피했는지 재판관들의 이름은 누락되어 있다 했다. 

 복사꽃피고 진달래 타오르던 1919년 봄날 제암리에서는 수십명의 생목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