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타는 예비학과들 중에서도 꽤나 이름이 알려진 축에 속했음. 77기 초고교급들인 소우다, 나나미, 쿠즈류랑 항상 붙어다닐 뿐 아니라, 희망싸이코이자 예비학과 혐오자로 유명한 코마에다가 유일하게 잘 대해주는 예비학과일 정도로 77기생들의 사랑(?)을 받았으니까. 거기다가 성실하고 친절하고, 가슴도 커서 예비학과 남학생들 중에서도 히나타를 좋아하는 애들이 많았음.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평소처럼 히나타가 나나미와 같이 게임을 하고 있었을 때였음. 갑자기 77기 여자애들이 히나타와 나나미 주변에 몰려왔음. 영문을 모르는 히나타는 머리 위에 물음표만 띄우고 있었는데, 이부키가 말했음.

"하지메쨩!! 한 멋진 남학생이 하지메쨩을 보고 싶어서 미치려고 함다!!"

이부키를 필두로 77기 여자애들은 히나타를 끌고 어디론가 갔음. 그 어딘가는 77기 B반 교실이였음. 보니까 교탁 위에는 케이크가 하나 있고, 바닥과 천장은 하트 모양의 풍선으로 가득했음.
그리고 교실의 중앙에는 자신과 같은 예비학과의 남학생이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음.

"저.... 히나타씨..... 나의 여자친구가 되어줄 수 있어?"

공개 프러포즈를 한 건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그 애가 착하고 온순한 애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히나타는 고백을 받아줌. 하지만 그 때, 히나타는 뒤에서 자신을 향한 싸늘한 시선을 느끼고 고백을 받아주지 말아야 했음.

히나타가 그 남학생이랑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SNS에 익명의 계정에서 자신의 사진이 올라옴. 근데 그 사진이 히나타의 얼굴과 남친셔츠만 입은 여자의 몸을 적절히 합성한 사진이였음. 더 가관인 건 그 사진 밑에 적힌 "내 애인인 히나타쨩 너무 귀엽다" 라는 글귀였음.

당연히 그 사진을 본 히나타 남친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짐. 히나타는 합성사진이라고, 제발 믿어달라고 부탁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음. 처음엔 히나타 남친도 그런 히나타를 믿어줬고, 함께 그 계정을 신고해줌.

근데 아무리 계정을 신고해도, 히나타 얼굴과 모르는 여자의 몸을 합성한 사진들은 계속해서 올라왔음. 그리고 그 사진 밑에 적힌 글귀들도 계속해서 수위가 올라갔음(히나타씨 왜 딴 남자 만나? 네 미래 배우자는 나잖아, 히나타씨 오늘 입은 레이스무늬 팬티 너무 예쁘다 등등). 그 사진들이 지워질 걸 대비해서 다른 인터넷 사이트들에도 퍼뜨린 걸 보면서 히나타는 갈수록 멘탈이 붕괴되는 게 느껴졌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런 사진들이 여러 곳에서 보이다 보니 77기생들 & 예비학과 애들이 히나타한테 정말로 남친 몰래 바람피면서 음란한 짓한 거 맞냐고 묻는 지경까지 옴.

히나타가 아무리 해명을 해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음. 예비학과 여자애들은 히나타 책상에 "걸레" 등의 단어들을 쓰고, 히나타 머리에 칠판지우개 가루를 털면서 괴롭혔음. 예비학과 남자애들은 히나타한테 자꾸 돈 줄 테니 관계를 맺자는 요구를 해 왔음. 77기생들 중에서는 대놓고 히나타를 괴롭히는 애들은 없었지만, 소문 때문에 거리를 두려고 하는 애들은 있었음.

"어이, 하지메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니라고!"
"히나타 가지고 나쁘게 말하는 새끼들아!! 또 그랬다간 손가락 부숴버린다!!"
"증명되지도 않은 얘기를 맹신하는 건,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다행히도 소우다, 쿠즈류, 나나미는 히나타를 굳게 믿어줬음. 이 세 사람은 히나타가 누군가의 마음을 갖고 노는데다 음란한 짓까지 하는 애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쿠즈류의 하수인인 페코와 자존감이 약해 평상시에는 자기주장을 잘 못하는 츠미키도 자신을 믿어줌.

"너희는 이딴 짓거리를 할 시간에 예비학과답게 짜져있어야 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 역시 히나타씨를 제외한 예비학과 학생들은 전부 무뇌아네."

전혀 예상 못했지만, "그" 코마에다도 히나타를 쉴드쳐 줬음. 히나타가 체육시간에 여학생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걸 봤을 때, 코마에다는 이런 폭언을 내뱉더니 자신의 손을 잡고 애들 눈에 최대한 안 뛰는 곳으로 도망갔음.

"그 사진들은 어차피 진짜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주눅들지 마, 히나타씨. 난 널 믿어."
"지, 진짜로?"
"응. 네가 그 누구보다 환하게 빛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히나타씨를 위해서라도 그 사기꾼, 꼭 잡아줄께."
"코마에다......"
"그나저나 히나타씨, 나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게 뭔데?"
"히나타씨 남친이랑은 어떻게 되가? 히나타씨 남친도 히나타씨를 못 믿어주는 건 아니지?"

히나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반신반의하는 것 같아, 라고 대답했음. 대답하자마자 억눌렀던 감정이 솟구쳐서 우는 히나타의 어깨를, 코마에다는 가만히 안아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