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야자를 마치고 노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니 아빠는 목욕중이고, 말을 들어보니 엄마랑 누나는 목욕탕 가서 늦게온다 하더라고.
그래서 아빠 나오기 전에 TV나 볼까하고 틀었는데 웬 시원한 옷입은 처자들이 흔들고 있는게 아닌가!
앗, 기회다 싶어서 얼른 준비를 했지.
준비라 해봐야 별거있나. 속옷차림으로 휴지장전.
방에서 할수도 있지만 아빠가 빨리 나오지는 못할거란 계산과 요 근래 집에 가족이 없을때가 없어서 상상만으로 일을 치르던 나는 오랜만에 컬러풀하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시작했지.
그래도 아빠가 언제 나올지 모르니 빠르게 히트앤런을 할 작정이었는데 생각보다 흥이 안나서 잘 안되더라고.
여기서 그만뒀어야 했는데.. 파탄의 전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난 앞만보고 말았던거야...
그리고 결국, 입질좀 오라고 열중하는 상황에서 아빠가 씻어라고 하면서 거실로 튀어나와 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어.
그래도 욕실문과 내가 열중하고 있는 공간 사이에는 약 1m남짓되는 벽이 있었기 때문에 그 앞으로 나오기 전 약 2초 남짓한 시간이 있었는데, 그림으로 보자면
ㅇ <-나
ㅡㅡㅡㅁㅡㅡㅡ
아빠 ->ㅇㅣ ↑TV
ㅡㅡㅡㅡㅡ-
대략 이런상황.
나는 이때 1. TV 채널을 바꾸고, 2. 휴지를 가구 뒤나 땅바닥에 던지거나 해서 은폐시키고, 3.거실에 있었던 소파에 앉아 텐트를 숨겨야 했어.
하지만 당황한 나는 TV는 생각지도 못하고 손에 있는 휴지를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속옷바람인걸 깨닫고 경악하면서 아빠가 나올때 허둥지둥 자리에 앉기밖에 못했어.
거기다가 경황중에 거실에 있는 이불로 하체를 가렸다가 \'아, 이러면 더 의심하겠구나.\'하면서 다시 내렸다가 아빠가 TV 뭐보냐면서 볼때 채널을 돌렸다가 \'아 뭔지 구경할때 틀면 더 의심하겠네\'하면서 다시 그 채널로 돌려 시원한 처자들을 보여주고 말았지. 한손에 휴지를 꽉 그러쥔채로.
마음속으로 이미 다 끝났다고 절규하면서 난 가지고 있던 휴지로 코를 훔치며 아빠의 뭐하냐는 질문에 아 그냥 TV보고 있었다고 변명했어.
그렇게 변명을 두어마디 더 하다가 아빠 얼굴을 봤는데, 표정이 묘하더라고. 난 그냥 웃었어.
아빠는 그냥 씻어라면서 갔는데 난 그 말에 쪽팔리면서도 안심이 되더라고.
누나나 엄마한테 걸렸으면 그런 분위기가 나왔겠나? 아주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난 며칠을 끙끙댔을거야.
사실 아빠와는 손대지 않고 자신을 위로하는게 가능하냐는 등의 질문도 해봤으니까. 남자형제가 없는 내 입장에선 아빠만큼 편한 사람이 없는거 같아.
그렇지만 뭐 잘해준거도 없고 술먹고 오는날이면 틱틱대기나 하는데 잘해드려야 겠다고 새삼 느꼈다.
내가 누구냐 할거 같은데..
몇주전에 여기 있다가 게임에 빠져 안오다가 일주일 전에 인터넷선을 앞에 도로확장하는 녀석들이 짤라버려서 이때까지 컴퓨터 못하다가 이제야 와본거임.
오늘 겪은 일을 올리고는 싶은데 어디다 할까 하다가 여기다가 적어 ㅇㅇ. 너무 길어서 안볼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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