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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 1~2권 리뷰 [매우 주관적임]

김릿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7.10 17:05:05
조회 5561 추천 29 댓글 35

지난번에 태규와 우각에 관해 논했을 때에도 그랬지만, 상업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요컨대 말하는 '포스'다. 캐릭터의 쌓여진 복선이 필력에 따라 맞추어져 발산하는 그 임팩트가 대중을 쉽게 휘어잡고 열광하게 만들지. 그런 점에서 전생검신은 실패작이야. 1~2권에서 저런 캐릭터는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어. 천마재생이나 십전제, 혹은 여타 성공한 전생형 소설들은 초반부 임팩트를 바로 주인공이 맡는다. 등장인물들이 임팩트를 위한 복선을 쌓는 동안 주인공 혼자 하드캐리하면서 포스를 풀풀 풍기는거야. 하지만 전생검신 초반부의 캐릭터는 어떤가 보면 그런게 전혀 없지. 그나마 말해보자면 잔룡. 나머지 주요 등장인물들은 아직 복선 쌓느라 바쁘고 주인공은... 암덩어리라서 딱히 뭐라 말을 못 하겠다. 즉, 이 소설의 초반부는 캐릭터성으로 보았을 때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야.


그렇다고 해서 문장의 심미성이 있는 것도 아니지. 책 전체에서 묘사 비슷한 게 없었다. 하다못해 니그라토가 올린 글에 나오는, '형광등 불빛이 어두운 골방이 편했다. 버린 자식일 테지. 가축이나 다름없을 테지. 하기야 그럴 밖에 없었다. 그저 방안에 처박혀 게임과 인터넷에만 빠진 19살. 가족이라 해서 특별히 좋아할 구석은 없었다.' 이 정도 수준의 묘사도 없어. 그냥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저건 연극 대본을 텍스트화한거야. 'A가 B에 가서 C를 했다'의 반복이지. 아름다운 묘사도, 예술성이 넘치는 내용도 없어. 하지만 난 이게 그렇게 욕 처먹을 정도의 글은 아니라고 생각해. 달빛조각사보다는 확실히 낫다. 왜냐하면 상업성에서 캐릭터성 바로 다음에 중요한게 왕도와 독창성의 융합이기 때문이야.


기존의 전생물은 동일한 게 있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반인이 뒤지고 나면 어디서 기연을 얻었는지 지능지수가 한 1만배쯤 오르고, 죽기 전에 알던 지식을 기상천외하게 써서 절대자가 된다는 내용이었지. 주인공이 얼마나 짱짱센지에 대해 투자하는게 책의 절반, 주인공이 그걸로 얼마나 대리만족을 하는지가 책의 절반. 전생물 초반에는 참신했던 게 슬슬 전생물이라는 장르가 확립되고 나니까 다 천편일률적으로 변해 버렸어. 나는 이 클리셰들을 일본에서 뒤엎은 게 최근에 애니 방영 시작한 Re: 제로에서 시작하는...이고, 한국에서 뒤엎은게 이 전생검신이라고 생각한다.


둘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많이 뒤지면서도 대리만족을 시키는 괴이한 소설이란 거야. 차이점은 임팩트의 유무지. 리제로는 한번 뒤질때도 성의 있게 뒤진다. 작가가 말했듯이 '죽음이라는 게 절대로 쉽게 생각되지 않'도록 죽어. 반면 전생검신은 그딴 거 없다. 말 그대로 개죽음이 뭔지 보여주면서 오히려 허탈함을 느끼게 하지. 무공에 빗대자면 같은 사문에서 나온 다른 무공이라고 보면 된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전생검신의 쪽이 조금 더 고증에 맞고, 소설의 재미로 치자면 리제로가 낫지만 중요한 건 아니고... 중요한 건 구로수번이 이 생각을 처음 했다는 거다. 머리가 좋은 작가야. 조금 더 해설을 해 보자.


구로수번은 문장에 재능이 없어. 냉정하게 말하자면 순수문학을 하기 위한 심미성 계열의 필력의 재능이라는 게 없다는 뜻이지. 그래서 그는 내러티브에 모든 걸 걸었다. 그는 다행히도 그 쪽에는 재능이 많은 모양이고. 이 글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천재성은 크게 세 가지다. 1. 주인공이 둔재로 설정된 점. 2. 전생에 따른 죽음과 동일한 시간의 흐름을 간소화한 점. 3. 매력적이고 이해 가능한 세계관의 설정.


고증 관련해서 얘기가 나온 걸로 보아 3번에 대해 열 뻗치는 사람이 많겠지만 스크롤 내리지 말고 나중을 기다려라. 확실히 해설하고 갈 거니까. 우선 1번부터다.


주인공이 둔재인게 왜 작가의 머리가 좋은가? 라는 점에 대해 얘기해보자. 고래로부터 내려오는 양판소를 까는 101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가 소위 말하는 작품 내 천재들의 대가리 굴리는 횟수다. 신산자라는 새끼들이 1+1=2 레벨의 계책을 말하면 주변인들이 "역시 신산자시오!" 하고 감탄하는 촌극이 발생하는 문제는, 작가의 머리가 마사토끼급으로 좋거나 혹은 필력이 그걸 감출 정도로 뛰어나거나가 아니면 절대로 쉽게 숨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저 방법이 수도 없이 남용된 이유는 저게 없으면 내가 주구장창 말해왔던 임팩트가 안 살기 때문이야. 신산자라는 별호가 붙을 수준이 아니면 무림맹의 군사로 있을 이유가 없지. 근데 작가는 신산자가 아니니 진짜로 머리 좋은 계책을 쓸 수가 없어. 같은 얘기로 주인공의 머리 수준도 논할 수 있다. 주인공이 영재라는 설정이 있다고 치자. 작가가 진짜로 문일지십의 천재가 아닌 이상 주인공의 독백이 정진정명 영재의 수준에 도달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하지만 옛날부터 지금까지 주인공은 언제나 문일지백의 천재였고 웃기지도 않는 계책을 써서 주변인들의 칭송을 들었지. 


그래서 주인공이 둔재인 게 사실 작가가 진짜로 머리가 좋다는 소리야.


주인공의 계책이 허술하다? 당연하지. 주인공은 둔재니까. 설정상으로도 납득이 가고 실제로도 맞는 소리고, 그래서 죽는다. 그러면 거기서 드러난 결점을 보완해서 다음 전생에 써먹지. 작가의 머리가 둔해서 거기까지밖에 생각을 못해도 '원래 주인공의 수준이 그러니까...'로 넘어갈 수 있게 된 거야. 자신의 한계를 냉철하게 자각하고 있지 않으면 이건 불가능해. 작가에게 자존심을 꺾는게 얼마나 큰 용기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난 그거에 대해 굉장히 경외감이 든다. 반대급부로 둔재인 주인공과 대비해서 진짜 '영재'들을 디자인하기 조금 더 수월해진 적도 있지. 멍청함과 머리좋음은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거니까. 작가의 역량이 10이라면 주인공을 3 정도로 놓고, 영재들을 5로 놓고, 장문인급을 7로 놓고...하면 글 안에서 볼 때에는 위화감을 느끼기 힘들다는 거야.


두 번째로 넘어가자. 흔히 나오는 전생물의 문제점은 전생하고 나서 힘을 찾기가 매우 귀찮고 뻔하다는 점에 있다. 주인공이 머릿속에서 정보를 독백하면 이미 내공 있는 독자들은 저게 대충 어떻게 되겠구나 하는 각이 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지루하게 넘기는 건 끔찍한 일이야. 구로수번은 그걸 축약시켜 버린다. 한번 신선한 정보, 그러니까 천년설삼이 있다더라, 하는 게 나오면 그걸 뼛속까지 우려먹고 다음부터는 그냥 스킵해. 천년설삼을 얻으러 가면서 새로운 일은 생기지 않아. 따라서 독자는 다음에 나올 내러티브에 조금 더 신경을 쓰기 쉬워지지. 전개가 속도감이 있고 빨라지게 된다. 무협지 타입의 책에서는 꽤 매력적인 장점이야.


이제 문제의 세번째다. 고증적으론 실패한 소설이 맞다는 걸 우선 확정하고 넘어가자. 하지만 저건 무협이야. 세계관은 작가가 짜는 거지 역사가 짜주지 않아. 실제 역사에서 나인교의 발흥이 있었나? 백련교가 호교사자를 두었나? 아니잖아. 시대상과 맞지 않는 나라의 이름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작가가 짜둔 하나의 톱니바퀴에 불과해. 이는 내가 왜 독백에서 난무하는 비속어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도 설명할 수 있어. 작가는 글 안에서 나름대로 이유를 설명해두거든. 독백은 주인공이 하는거지 작가가 하는게 아냐. 주인공은 뒷골목 인생을 50년동안 산 사람이고, 따라서 독백에 쓰는 문체도 그 뒷골목 어조일 수 밖에 없다. 비속어가 많은 건 오히려 고증이 잘 된 거야.


물론 그걸 떠나서 현천도사 말투가 저 꼬라지인건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는 문제지만 그건 넘어가자. 크툴루와 무협을 접목시킨 것도 굉장히 신선하고 좋은 시도다. 또한 개개의 요소가 무협 세계관에 잘 녹아있지. 괴어로 된 책이라는 건 이미 불교무협쪽에서 범어로 여러번 다뤄진 바 있고, 황궁의 어두운 면도 많이 다뤄진 주제야. 새로운 요소와 기존에 검증된 왕도를 접합하는게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닌데 의외로 잘 해냈다. 필력이나 묘사 쪽에서 재능이 있었던가, 아니면 작가가 뼈빠지게 노력을 해서 그걸 개화해낸다면 장담하는데 분명히 명작가 소리 들을 자격이 있다.


종합해보자면 전생검신은 문장이나 캐릭터성에선 평균 이하지만 세계관의 설정과 내러티브에서 특상급의 솜씨를 보여주며, 볼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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