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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갤문학]군림천하를 대필해 보았다. 절정수사, 그리고...

걀도스(122.43) 2016.02.07 13:45:41
조회 3213 추천 101 댓글 19

어둠이 물러가고 사위가 천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밤새도록 달려온 남자는 턱까지 차오른 숨을 가다듬으며 다리에 더욱 힘을 주었다.


본디 하얗고 헌앙한 외모였을 남자의 얼굴엔 먼지가 가득 묻어 있었으며 머리도 헝클어져 있어 흡사 낭패라도 본 듯한 행색이었다.


그가 누군지 아는 자들은 필시 그 모습을 보고 쉬이 믿기 힘들어하리라.


절정수사(絶情秀士) 군유현! 낙화수사 조옥린 이후 제일 가는 풍류남아들이라는 강호삼정랑의 일원인 그는 평소 깔끔한 것을 선호해서 결코 저런 행색으로 돌아다닐 자가 아니었다.



`어서 모용봉에게 이 소식을 알리고 어디로든 숨어들어야 한다!'


 
서장과의 대결에서 단 일초만으로 야율척을 꺾은 종남파는 자리에서 종남의 무공을 훔쳐 간 자들을 일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검성으로 추앙받던 모용단죽의 천양신공이 사실 종남파의 구양신공이란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밝혀진 사실이었다. 야율척과의 싸움을 마친 신검무적이 어쩌면 이미 구궁보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동안을 더 달려 구궁보에 발을 디딘 그는 거침없이 모용봉의 처소로 달려갔다. 한때 강호무림의 성지로 불렸던 구궁보엔 사대신녀는 고사하고 잡일을 하는 가노 한 명 남지 않고 떠나버려 아무런 제지도 없이 모용봉의 처소에 도착했다. 허리를 굽힌 채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이보게! 날세! 어서 몸을 피해야 하니 좀 나와보게!"



군유현이 외치자마자 마치 기다렸던 것처럼 곧장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잠시 헉헉거리던 군유현은 무릎을 잡고 굽혔던 허리를 바로 하며 말했다.



"자세한 것은 내 가면서 설명해주겠네. 일단..."



말을 하다 사내를 똑바로 본 군유현은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눈을 크게 뜨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랜만이오."

"신검무적..."



탄식과도 같이 내뱉은 군유현의 몸은 점차 떨림이 심해져서 종래엔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했다.



"야울척과 대결을 했다고 들었는데..."

"본파에 야율척을 상대할 자가 나만 있는 건 아니지."



담담한 말투였지만 군유현은 눈이 번쩍 뜨였다.



`대해검(大海劍) 소지산이로구나! 진산월 저놈이 자신처럼 믿는단 소리는 들었지만 설마 야율척과의 대결에도 직접 나서지 않을 줄이야!'



서안에서 검단현을 벤 이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성장하는 그의 이야기는 이미 신검무적 못지않게 뭇 강호인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몸을 움직였어야 했는데 혼자서는 종남파의 추적에서 벗어날 자신이 없어서 급한 대로 모용봉을 의지하러 왔다가 호랑이 굴로 기어들어온 셈이 되었다.



"혹시 모용봉은..."

"다시는 남의 무공으로 행세할 수 없게 되었소."



그 담담한 말투에서 다음은 너의 차례다,라는 환청이 들리는 듯해서 군유현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지만 필사적으로 견뎌냈다.



"진 장문인, 장문인께선 당당한 천하제일인이시고, 종남파 역시 천하제일의 문파로 흠모하지 않는 자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부디 아량을 베풀어 주시길 간청합니다"

"낙화산상지(落花難上枝)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당신이 내게 충고해줬던 말이오."



진산월은 새하얗게 질린 군유현의 얼굴을 보며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은 사죄하면 당신의 잘못을 수습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도로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법이오(落花難上枝 覆水不返盆).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그저 떨면서 망연자실하게 서있는 그를 보며 용염검이 칼집에서 뽑혀 나왔다.



"이제 우리 사이의 은원을 정리합시다. 당신은 준비하시오."

`준비하긴 뭘 준비한단 말이냐! 눈 깜짝할 새에 죽을 것이 뻔한데!'



허리춤에 강호를 떨게 한 부채엔 감히 손을 가져갈 생각도 못한 채 읍소하고 부르짖었다.



"제발! 제발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느새 빙굴에 빠진 듯 온몸에 한기가 느껴지자 군유현은 머릿속이 하얘지며 주저앉았다.



"으아악! 으아아아악!!"



군유현의 흑삼을 사이로 노란 물줄기가 줄줄 흘러내렸다.  진산월이 처음으로 눈썹을 꿈틀거리며 잠깐 멈춰숴자 군유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양손으로 자신의 소변을 묻혀 온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어찌 저 같은 비루한 자의 목숨을 거두시려고 용영검에 더러운 것을 묻히려 하십니까! 제발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진 장문인 앞에 제가 나타나는 일은 없을껍니다!"



한바탕 촌극을 본 진산월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간 그를 내려다보다가 그를 지나쳐 사라져버렸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웃음을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려는 찰나,

오솔길 옆 나무에서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기도보다 생김새에서 위압감이 느껴지는 사내였다.



"당신은 누구시오?"

"종남파. 전흠."




입을 열자 지독한 술 냄새가 풍겨왔지만 군유현은 감히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폭뢰검 전흠! 신검무적의 사제로 한때는 나름대로의 기대와 명성을 떨치던 고수였다.

악산대전에서 출전하지 못한 이후 강호에서 모습을 사라졌는데 이런 곳에서 등장할 줄이야? 황망한 심정이 된 군유현이 다급히 일어나서 외쳤다.



"진 장문인을 수행해서 오신 것이오?"



그렇지 않아도 험상궂던 얼굴이 이젠 흉신악살처럼 변했다. 악산대전에서 굴욕의 기권하고, 전풍개가 검단현에 검에 살해당한 이후 그는 성라검법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장문사형을

졸라 삼락검을 전수받으려고 온갖 비위를 맞추며 이번 구궁보행도 자진해서 수행해겠다 나서겠지만 진산월은 단칼에 거절했던 것이다. 그래서 멀리 떨어진 채 그를 추적해 따라왔던 것이다. 내심 모용봉과의 대결이 치열하다면 암습할 마음도 품고 있었으나 일초 반식만에 목이 잘린 것을 보고 전흠은 진산월을 적대하려는 마음을 깨끗히 접었다.



`제길! 난 저 진가 놈을 이길 자신이 없다! 하지만 내가 차마 더러워서 죽이지 않은 이 오줌싸개의 목을 베면 그도 삼락검 하나쯤은 전수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언반구 없이 천천히 검을 뽑는 전흠의 모습에 낭패 한 얼굴을 하며 당황한 척하던 군유현은 전흠이 출수하려는 순간 빛살과 같이 허리춤의 부채를 뽑아 전흠의 심장을 찔렀다. 전흠은
속으로 콧웃음을 쳤으나 내력의 수발이 무언가에 막힌 듯, 끊어질 듯 원할하지 않자 눈을 부릅떴다.



"헛?!"

"크아아악!"




왼쪽 팔이 잘린 군유현은 잽싸게 부채를 버리고 남은 오른손으로 혈도를 봉쇄해 지혈을 했다. 바닥에는 심장이 뚫린 채 눈을 부릅뜨고 뒤로 넘어가있는 전흠의 시체가 있었다.



"흐핫, 흐하하핫! 종남파 고수로 취급도 못 받는 버러지 같은 놈이 날 핍박하더니 꼴좋구나!"



잘린 팔을 부여잡고 끙끙대며 한참을 웃던 군유현이 미련 없이 몸을 돌리다가 무언가에 부딪혔다.



"어?"

"이 망할 놈이 감히 이 손풍 어르신의 몸에 오물을 묻히다니!"



순식간에 주먹이 자신의 콧잣등위에 박혀 머리가 부숴질 때까지 군유현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아채지 못 했다. 낙뢰신권에 의해 즉사한 군유현의 시체를 일별한 손풍은 촐싹거리며 전흠의 시체로 다가가 머리채를 잡아들었다.



"어이쿠! 전 사숙! 날씨가 추운데 어찌 이러고 계십니까? 예? 예?"



전흠의 입에 귀를 가져다 댄 채로 익살을 떨던 솥뚜껑 같은 손으로 전흠의 뺨을 툭툭 쳐댔다.



"남에겐 주색을 멀리해라, 수련에 힘써라 잔소리를 해댔으면서 정작 자기는 약이 든 술인 줄도 모르고 그렇게 장복을 해댔으니 저런 계집애같은 놈에게 당하는거 아뇨?"
"사숙이 물에서는 자신이 최고라고 그렇게 자랑질을 해댔지? 그래도 그렇지. 사숙을 위해 목숨을 걸고 대결에 나가 승리해 준 임 사고에게 수중전으로 붙어보자고 주정을 부리는 건 사내로써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지 않소? 당신이 임 사고를 희롱했을 때부터 당신의 운명은 정해진거요. 장문인께서 그냥 두고 보실 줄 알았소?"



한참을 조롱하던 손풍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흠의 시체를 들쳐멨다. 그리고는 휘파람을 불며 모용봉의 처소 옆에 자리한 연못으로 걸어갔다.



"물을 그렇게 좋아했으니 물고기밥이 되는게 온당 하겠지? 한때 차기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던 자와 같은 무덤을 쓰는 거니 그리 억울하진 않을게요"



풍덩!


물보라와 함께 전흠의 시체는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방산동을 제외하곤 물속에서 져본 적이 없다고 자신하던 전흠이었지만 이젠 모용봉의 시체를 뜯어먹던 물고기들만 놀라 사방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물결이 잦아들자 물고기들은 모두 전흠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모용봉의 시체 쪽으로 몰려갔다. 마치 생전의 강호의 여협들이 그러했듯이.



大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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