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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선계 비사 - 거경외전 1

태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9.11 00:18:21
조회 682 추천 12 댓글 2

 

  전날까지도 위수의 물가는 평온했었다. 화북을 가로지르는 황하가 그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불손하게도 갈라져 나온 물가. 하늘의 주인이 몇 차례 바뀌었는지 하마 세지도 못할 세월 동안, 원한 서린 핏방울들이 얼마나 위수에 더해졌던가. 붉은 그림자로 진저리치는 위수의 강물은 그 교만에 대한 죄를 받는다 여겨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명이라는 이름의 하늘이 들어선 이후, 이 새로운 하늘이 그 고통을 안타까워했음인지 위수는 얼마간 쉴 수 있었다.

  강가에는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있었다. 산이라 부르기에는 약간 부끄러울 정도로 소담하고 완만하기는 했으나, 초부들이 굵직한 팔로 도끼를 휘둘러 먹고 살기에는 충분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강가에서 멱을 감던 젊은 초부, 장삼의 기분은 왠지 제법 가라앉아 있었다.
 이유인즉슨 어제 꿈자리가 뒤숭숭했기 때문인데, 꿈보다 해몽인지라 장삼은 오늘 산에서 인삼이라도 발견하지 않을까 하며 애써 불길한 느낌을 밀어내고 있었다. 팔자에 없는 심마니 노릇을 상상하려니 부드럽기만 하던 위수의 물길도 오늘따라 까끌까끌하기만 하고 차게 느껴지기만 했다. 장삼이 어제 만났던 꿈이 무엇인고 하니, 큰 고래가 벼락을 맞는 것이었더랬다. 본래 꿈이란 심상에 새겨지지 않으면 발현하지 않는 법, 어렸을 적 천둥벌거숭이 숙부를 따라 바다를 구경한 적이 있었던 장삼은 마침 운 좋게도 고래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강에서 기어나와 몸을 닦으며 어제의 꿈을 되짚어보자니, 이상한 점이 있던 것 같아 미간이 찌푸려졌다. 비록 풀과 나무를 베 먹고사는 초부이기는 하나 궁금한 점이 풀리지 않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반 각 같기도, 몇 시진 같기도 했던 고뇌 끝에 자신도 모르게 옷가지를 모두 걸친 장삼은 가볍게 미소지을 수 있었다.

 

 고래가 벼락을 맞았으나.. 벼락을 내뿜은 것 역시 고래였다.

 

 짤막한 꿈일지언정 희한한 장면을 구경할 수 있었던 장삼은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과연 인간은 욕심이 끊이지 않는 물건이라, 고래와 벼락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하는 궁금증이 새로이 피어올랐으나 더 이상의 지체는 용납될 수 없었다. 달포 전 얻어 금슬이 위수를 넘어 황하를 뒤덮을 것 같은 마누라가 늦었다며 보내는 눈흘김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 봉우리 넘어 사는 석가놈은 그 재미 언제까지 가나 보자며 혀를 찼지만, 장삼에게는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마누라와 재미나게 살 자신이 있었다. 석가놈이 약올라 죽겠다는 표정으로 술이라도 한잔 내오는 것은 그에 따른 전리품일 따름이리라. 이윽고 손에 익을 대로 익어 이제 팔의 일부가 아닐까 싶기까지 한 도끼를 어깨에 힘차게 걸머지고 뒤편에 세워 놓은 지게로 다가가는 장삼의 걸음걸이에는 힘이 넘쳤다.
 그러나 하늘의 섭리가 만만치 않음인지, 장삼은 꼬리 아홉 달린 여우 같기만 한 마누라의 눈흘김 따위와는 전혀 다른 눈빛을 마주보아야 했다. 언감생심 마누라 손이라도 붙들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장삼의 머리 속에는 어제의 알쏭달쏭한 꿈자리가 드디어 속시원히 풀릴 것 같은 예감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착하기만 한 초부가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 상대는 이제 불혹을 갓 넘긴 듯 보이는 남자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 조금 전 잃어버린 꿈의 편린을 찾아 고심할 때 나타난 모양이었다. 이때 장삼은 나무하는 도끼를 오른쪽 어깨에 야무지게 걸머지고 있었는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내 역시 오른 어깨에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었다. 거무튀튀하기도 하고 번쩍번쩍 빛나 보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마누라가 요리할 때 휘두르던 칼의 모양과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남자의 체구는... 그야말로 고래였다.

 

 

귀찮아서 한자병기 안함 ㅈㅅ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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