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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완결.txt

용용죽겠지(110.70) 2012.07.05 01:07:27
조회 45066 추천 42 댓글 23

  진산월은 눈을 감은 채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희미하지만 그녀만의 내음이다. 독특한 사라옥정향(沙羅玉丁香)의 향기가 그윽하게 퍼졌다.
 
  "사형."

  임영옥의 애잔한 목소리가 진산월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진산월의 눈은 여전히 굳게 감겨있었다. 그의 뺨에 난 상처자국이 미묘하게 떨렸다. 임영옥은 섬섬옥수(纖纖玉手)를 내밀어 진산월의 손목을 잡았다.

  "너는 누구지?"

  어느새 진산월이 눈을 뜬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임영옥은 한없이 무심한 그의 눈을 보고 몸을 움찔했다. 진산월의 이런 눈빛은 한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사형..?"
  "너는 사매가 아니야."

  임영옥의 크게 열린 봉목(鳳目)이 끊임없이 흔들렸다. 진산월은 몸을 돌렸다. 임영옥은 그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임영옥의 손이 다시 진산월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진산월의 신형은 이미 그녀의 손을 벗어난지 오래였다. 진산월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부님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낼 거야. 이미 거의 다 된 거나 마찬가지지. 너는 구궁보로 돌아가. 모용공자 일은.."

  진산월은 잠시 숨을 골랐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한 차례 흔들 뒤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모용공자 일은 미안하게 되었어. 하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거야. 제갈 어른의 솜씨니까 믿어도 되겠지. 정 걱정된다면 노방 어르신을 찾아가 보도록 해. 듣자하니 하남에 와 있다고 하더군."

  임영옥은 힘겹게 입술을 떼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백옥같은 뺨 위로 스르르 흘러내렸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진산월의 손을 잡기 위해 걸음을 떼었다. 그녀의 신형이 낙엽처럼 비틀거렸다.

  "사매."

  그때, 진산월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몇 년 전 그날처럼 담담하고도 편안한 어조였다. 또한 그것은 임영옥이 가장 좋아하던 것이기도 했다.

  "이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거, 사매도 알잕아."

  진산월의 입꼬리가 어색하게 올라갔다. 아마 미소를 지어보려 했던 것이리라. 임영옥은 참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한 마리 비에 젖은 새처럼 진산월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진산월은 담담하게 선 채 그녀가 앞섶을 눈물로 적시는 것을 내버려 두고 있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임영옥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달라진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바로 그 순간 이었다.



  푹

  아랫배에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정인(情人)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뱃속을 파고 들어왔다.

  "이건 아무리 당신이라도 예상하지 못했겠지."

  진산월의 단전 부분에 싸늘한 비수가 손잡이까지 꽂혀있었다. 한없이 차가운 천봉궁의 보물, 영롱비(瑛瓏匕)였다. 임영옥의 목소리는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진산월은 지금까지 쌓아온 내공이 산산이 흩어지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너는 누구지..?"
  "아마 당신도 알거요. 나는 천면묘객(千面妙客) 하응이오."
  "하응이라면.. 당신은 노 사숙의 수족같은 인물이라고 들었는데.."
  "바로 보았소. 대형(大兄)께서도 마침 와 계시니 인사나 하도록 하시오."

  하응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진산월. 나는 주루뿐만 아니라 종남의 장문인 자리까지 노리고 있었다. 아니, 사실 나는 천하일통(天下一通)을 꿈꾸고 있었지. 자네가 지금까지 겪은 모든일이 바로 내가 획책한 것이야. 그런줄도 모르고 자네는 마치 스스로가 천하제일인이라도 된 양 으스대고 다녔으니 이 어찌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있겠느냐."

  노해광이 득의만면한 미소를 지으며 진산월에게 다가왔다. 내공이 흩어진 진산월은 이미 범부(凡夫)에 지나지 않았다. 진산월의 내공이 흩어지자 마자 하응이 재빨리 진산월의 혈도를 짚었기 때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나를 함정에 빠뜨릴 수 있었소??"

  하응이 노해광 대신 입을 열었다.

  "마침 내 천면신공(千面神功)이 완성되었지. 솔직히 나도 천하의 신검무적까지 속일 수 있을 줄은 몰랐소. 물론 당신도 임영옥에 대한 생각 때문에 방심했겠지만 말이오. 영롱비는 당신도 알다시피 천봉궁의 물건이지. 다시 말해 천봉궁 역시 이 일에 관여했다는 말이오."

  노해광이 하응의 말을 받았다.

  "흐흐.. 영롱비가 단전에 틀어박힐 때까지도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겠지? 자네는 이미 중독되어 있었네. 자네를 위해 만든 아주 특수한 독일세."
  "대체 어느 누가.."
  "아까 자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진산월의 뺨이 가늘게 떨렸다.

  "노방..!"
  "하하하하! 그래. 철면군자(鐵面君子)가 바로 내 조부님이시다! 용독(用毒)과 용약(用藥)은 백지장 한 장 차이라던 조부님의 말씀이 과연 틀림없군. 그것도 모르고 사라옥정향의 내음에만 취해 방심하다니. 심기가 그토록 뛰어나다던 신검무적답지 않군 그래, 흐흐흐."

  그와 함께 수많은 신형이 진산월의 주위를 둘러쌌다. 철면군자 노방을 비롯한 천봉궁의 선자들, 신목령의 고수들, 구궁보의 고수들과 그가 그토록 믿고 있던 종남의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진산월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일방.."

  진산월이 종남의 고수 가운데 서 있는 수려한 용모의 청년에게 입을 열었다. 낙일방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진산월에게 친근한 어조로 말을 건냈다. 

  "장문사형, 이게 무슨 꼴입니까. 어서 군림천하의 꿈을 이루셔야죠."

  진산월은 완전히 절망에 빠졌다.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이 한 사람의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니. 진산월은 노해광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사매는 어찌되었소?"
  "걱정하지 마라. 그녀는 오래 전부터 내 내자(內子)가 된지 오래다. 난 태음신맥을 취하고 이제 천하제일신마(天下第一神魔)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바로.."






  "그래. 바로 내가 용대운이다. 혹자는 나를 용노사라고 부르더군."





-군림천하(君臨天下) 대미(大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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