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빌다리 블루레이 박스셋 특전

　굵은 덩굴로 엮인 튼튼한 로프에 기체의 발이 걸렸다.

　바로 직전 카자미는 그것을 알아챘지만, 회피하려던 순간 작은 그림자가 꿈틀거리는 것을 본 느낌이 들어 급작스레 조종간을 돌려버린 것이다.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릴 틈도 없이, 왼다리 관절 부분에 낀 로프에 낚아채진 저스티스 가이는 어이없이 거꾸로 매달려졌다.

　　"히아앗!? 잠, 뭐야!?"

　　"젠장! 트랩이야......!!"

　　"트램??"

　머리카락이 뒤집어진 채로 스커트를 붙잡던 마이야가 카자미에게 매달려 허둥지둥 댄다.

　　"설치형 함정이야! 아슬하게 피하긴 했지만...... 미안......!"

　튕겨진 반동으로 흔든흔들 대는 콕피트에 불찰을 후회하는 카자미의 신음 소리가 퍼진다.

　아직 낮임에도 잠시 눈을 적응시킬 필요가 있을 정도로 어두컴컴한 비경의 정글은 이상하게도 고요해서, 멀리서 들새 같은 울음 소리만이 들릴 뿐――그것은 다른 별의 사람인 카자미의 귀에는 익숙하지 않은 단말마 같은 괴상한 소리여서 몸집이 크고 근육질인 다이버 룩의 어깨가 움츠러드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갸아아아아아――――!!!"

　　"뭐, 뭐야!? 쫄았잖아!!? 진정......우와아아아아아앗――――!!!"

　감싸 안으며 절규하는 두사람이 본 것은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만세를 한 모습의 커다란 사람――같은 물체의 그림자였다.

　　"잠, 기다려 마이야, 얼레......!"

　자세히 보면 그것은 여러 개가 여기저기에 있다.

　　"힛...... '외눈이'아냐......!?"

　비슷하게 트랩에 걸린 인간형 병기――엘도라 아미나 엘도라 도트레스가 기능정지, 혹은 안의 가드 아이가 없어진 상태로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뻗어진 덩굴이 온몸을 감아 보다 섬뜩한 모습인 것도 있었다.

　군생하는 거목의 높이는 30~40m 정도로, 강인한 덩굴 로프를 릭 돔의 다리처럼 굵은 가지가 받치고 있다.

　푸치가이의 구조상 기체의 다리 끝에 손이 닿지 않았다.

　　"젠장, 이지스 나이트로 왔다면......!"

　이를 갈면서도 주위의 외눈이들을 봐서는 어느 쪽이든 간단히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스로의 의사로 이 대비경 운마가에 왔다고는 하지만,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맞아, 팔의 빔으로 덩굴을――"

　순간, 주변의 덤불숲에 거리를 두고 쳐다보는 날카로운 안광을 몇 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몸이 굳은 마이야가 비명을 참으며 매달려 왔다.

　카자미는 외부 스피커를 온으로 돌려 외쳤다.

　　"우리들은 적이 아냐! 스프, 스프프라 열매라는걸 찾으러 왔을 뿐이야!!"

　몇 시간 전 두 사람은 수상도시 세그리를 방문했었다.

　용건은 두 가지 정도였다.

　하나는 항상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마이야나 마을의 아이들에게 카자미가 어부밥을 대접하기 위한 식재를 구입하는 것.

　다른 하나는 마이야가 물물교환에 쓰던 부상차(구루마)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안 뮤란이 대신할 한 대를 양도해주겠다는 사람을 소개해 준 것이다.

　엘도라의 새 백성들은 옛 백성들이 남긴 도구나 탈것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부서지거나 수명을 다한 경우에는 받아들이고, 고치면서까지 계속 사용하지는 않는다.

　편리한 것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기질 때문에 소지한 이기를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양도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이번엔 조심히 타렴."

　　"항상 조심스럽게 타는데?"

　　"네가 너무 냅다 모니까 그 구루마 수명이 줄어드는거 아냐?"

　　"에엥? 풀악셀로도 그거 밖에 안 나오던데?"

　　"풀악셀이라니...... 얼마나 스피드광인거야. 아, 그래도 어쩌면 좋은 건프라 파일럿이 될지도..."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하며 두 사람은 하늘을 가르는 저스티스 가이에서 만날 장소를 찾았다.

　포인트는 새로운 거리 만들기 시작 때 띄운 부교지만, 지금은 몇개의 다리가 세워져 판별하기 어려워서 기체의 고도를 낮춰 선회한다.

　위성포로 도려진 지형에 미라그 산이라 불리는 전설의 공중 유적을 강하하여 초석으로 삼은 신생 세그리는 고러스를 비롯한 전 레지스탕스 멤버들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예전의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미라그에 기거하는 성수 쿠아도른은 새로운 백성들과 손을 잡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택해 부흥 초기에는 빌드 다이버즈의 건프라와 함께 토목공사나 물자의 운송에 땀을 흘려 그를 전설의 존재로만 여겼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 꿈틀대는 세그리에서, 뒤에 카자미는 그것 만이 지금의 엘도라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저 사람 아냐? 구루마 옆에 서 있는."

　마이야가 가리킨 주위를 확대투영(주밍)하였더니 뮤란에게 들었던 대로 뚱뚱한 남자가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오, 그렇겠네. 뮤란이 있었으면 금방 알았을건데."

　아무래도 뮤란은 최근 몸이 굳었다며 의리상 상대의 고향에 인사를 하러 간 모양이다.

　구루마의 주인과 손을 서로 흔들던 저스티스 가이가 잡고 있던 열기구의 곤돌라를 떨어뜨릴 뻔했다.

　감사의 표시로 마을에서 캔 농작물을 가득 담은 물건이다.

　――그 순간, 남자 옆에 있던 그 구루마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고는,

　　"도둑이다!"

　눈치챈 남자가 소리치며 쫓아가기 시작했다.

　움찔한 카자미는 강하시키던 기체를 한 번 상승시키고는 그 진로 상으로 내려오듯이 투박한 운전으로 양다리 사이를 빠져나가려는 구루마를 농작물이 담긴 곤돌라를 내려 두고 양팔을 뻗어 가로막았다.

　타고 있던 것은 나이도 차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일당은 황급히 도망치려 했지만 덤벙대다 넘어진 소녀를 구하러 돌아온 주범격인 듯한 소년이 뚱뚱한 주인에게 붙잡혔고, 이를 본 다른 아이들도 포기했다.

　자백한 바에 따르자면 그들은 세그리 주변의 임시 마을을 만든 주민의 아이들인 모양이다.

　외눈이의 위협에서 도망쳐 함께 달아난 장로의 병을 고치기 위해 스프프라 열매라는 만병 통치약을 따러 가려고 했다고 한다.

　그것은 먼 비경의 오지에만 있는 귀중한 것으로, 어떤 중병이라도 금방 쾌유시킨다고 한다.

　장로에게 그것을 드려서 건강을 되찾아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 먼 곳으로 갈 수 있는 탈것이 필요했다고 아이들은 간절히 호소했다.

　보아하니 지어낸 이야기로는 들리지 않는다.

　구루마를 도둑맞을 번한 남자도 끄덕이며 들으면서,

　　"확실히 이 근처에 피난민 마을이 몇 개인가 세워졌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힘이 다한 사람이나, 상처의 치료가 되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고러스 씨 일원분들이 가능한 한 도와주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비경의 오지까지는......"

　마이야가 손에 든 약초로 무릎이 긁힌 소녀의 응급처리를 했더니 아픈 것인지 울음을 터뜨려 버렸다. 하지만 물어보아도 고개를 흔들어 댔다.

　외눈이 탓으로 부모를 잃었다고 알려준 소년도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참는다.

　아샤, 후룬, 토와나와 다를 바 없는 연령의 아이들도 섞인 작은 도적단의 사정은 감안하면서도 잠시 생각을 정리한 마이야가

　　"우리들이 할 수 있는거, 없을까."

　라고 말하며 돌아보았더니,

　　"하도 히금 흐 새가해써어어어엉(나도 지금 그 생각했어)......"

　카자미가 펑펑 울고 있었다.

1화: 시사이드 베이스 스크램블 (히로토 히나타 마사키)

2화: 아기 EL 다이버를 찾아라! (메이 마기 코이치)

3화: 대비경 운마가 (카자미 마이야)

4화: 건프라 외교 시작되다 (파르 샤흐리아르)

5화: 프레디 갑니다 (프레디 빌드 다이버즈)

빌드 메타버스 뜨기 전엔 다 한다 진짜루 이번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