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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작가의 허접 가상소설 한편 (하)

잉여작가(211.238) 2014.10.24 10:14:39
조회 75 추천 0 댓글 0


 효성은 이제 진우와 하나를 스토킹이라도 하듯 뒤쫒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데이트 현장을 미행하는가 하면 때로는 두 사람에게 위협이 될 정도로 둘의 데이트를 방해하기도 하고. 저런식으로 변해가는 효성의 모습에 하나는 안타까와진다. 그러다 얼마후 하나에게 기가막힌 일이 벌어진다. 하나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새로 구입한 차가 엉망이 되어버린것이다. 범인을 찾아보니 다름아닌 효성이었다. 너무 기가막힌 하나가 효성을 만나자고 한다. 효성을 만나자마자 뜨거운물을 그녀에게 끼얹는 하나.

 “ 야 !!!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 ”

 “ 너 같은걸 지금까지 선배라고 따랐던 내가 한심해보일 지경이다. ”

 “ 뭐...뭐라구 ? ”

 더 이상 학창시절부터 좋아하고 따랐던 선배언니를 대하는 후배의 태도가 아닌 하나. 그 돌변해버린 하나의 모습에 효성은 기가막혀하고. 그런 효성에게 반말까지 서슴지 않으며 내뱉는 하나.

 “ 앞으로 내게 전효성이란 선배는 없어. 그리고 너 따위한테 우리 진우오빠 절대 양보못

  해. 아니, 절대 못줘 !!! ”

 “ 뭐...뭐라구 ??? ”

 “ 너 같은걸 그래도 한때 후배라고 아껴줬다는 우리오빠가 불쌍할 따름이다. 가련한 X

  ...앞으로도 어디 그딴식으로 막 살아봐 !!! ”

 “ 야 !!! 정하나. 너 지금 미쳤어 !!! 그리고 뭐 ??? 우리 진우오빠 ??? ”

 “ 그래, 미쳤다. 그리고 오빠라고 한게 뭐 어때서 ? 우리 연인사이야. 그거 몰랐어 ? ”

 “ 이게...이게 진짜 미쳤나. 야 !!! 정하나 !!! ”

 “ 정하나고 뭐고 더 이상 우리 오빠랑 나 사이 방해하지마. 한번만 더 그따위 유치한 짓

  거리 벌였다간 그땐 나 너 법적으로 처벌받게 하든지 무슨짓을 벌일지도 모르니까. ”

 그렇게 엄포까지 놓고 사라지는 하나. 한때 자신을 친언니처럼 따랐던 하나의 그와같이 돌변한 모습에 효성은 더더욱 기가막힐 뿐이고.


 하나와 진우가 갈수록 두터운 사이가 되어가자 효성은 실의에 빠져 술로 날을 지새게 된다. 무엇보다 고아로 자라난 그녀의 처지에서 하나는 자신이 정말 친동생처럼 예뻐해주고 싶었던 후배였고, 진우는 자신이 처음으로 사랑을 느껴본 상대였기에 그 둘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는 날로 극에 달해가고 따라서 성격도 점차 괴팍해져간다. 길을 가다 사람과 부딪히거나 하는 사소한 일에도 걸핏하면 화를 내거나 싸우기 일수고. 한편 그러는 동안 술을 너무 했기 때문인가. 언제부터인가 가슴 언저리와 복부에 가끔 묘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한편 진우를 이대로 하나에게 빼앗길수 없다고 생각한 효성은 한가지 꾀를 낸다. 하루는 진우에게 만나자고 전화 함게 술을 마신다. 술을 그리 많이 마신것도 아닌데 짐짓 취한체 주정을 부리며 ‘진우 니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수 있냐 ?’고 따져드는 효성. 그러면서 진우의 마시는 술잔에 몰래 약을 탄뒤 진우에게 술을 거듭 권한다. 마침내 인사불성이 된 진우를 부축하는체 하며 인근 모텔로 데리고 간 효성. 진우를 침대에 누인후 그가 술에서 다소 깨일때까지 기다려 그가 조금 정신을 차릴때쯤 저돌적으로 그에게 다가간다. 아직 취기가 채 가시지 않은 눈에 진우는 효성을 하나로 착각하고 그만 두 사람은 성관계를 갖게된다.

 다음날 술에서 깨어난뒤 효성이 자기 옆에 누워있는것을 알고는 기겁을 한 진우. 어떻게 된 일이냐며 따지는 진우에게 효성은 자신도 당황한채 걱정말라며 어제일 다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급기야 상황을 파악(?)한 진우는 효성을 뿌리치고 부리나케 모텔방을 뛰쳐나가고 그 모습에 효성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 미안하다 하나야...내가 죽을죄를 지었다. ”

 간밤에 효성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에 대한 죄책감에 황망함을 어쩔줄 모르며 하나에게 모든 것을 고백한 진우. 이 일을 어쩌면 좋겠냐고 진우에게 말하자 하나는 되려 그런 진우를 위로한다.

 “ 진우씨...너무 괴로워하지 마세요. 저 다 이해할수 있어요. 저 다 받아들일수 있어요.

  그...그래요...까짓거 뭐...진우씨는 어제 너무 술에 취해...길거리에 아무 여자하고나 하

  룻밤 잤을 뿐이에요. 저 그렇게 이해할테니까...남자가 한번 가끔 그런 실수 할수도

  있는거니까...진우씨도 그렇게 생각하고 아무 술집여자나 창녀랑 잤다고 생각하고 죄

  책감 갖지 말아요. 저 아무렇지도 않다니까요. 괜찮아요. 저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수 있

  어요. ”

 그리고는 바로 효성을 찾아가는 하나. 그녀의 뺨을 후려갈긴다.

 “ 뭐...뭐야 너 ? 너 대체 이게 나한테 뭐하는 짓이야 ? ”

 아무리 남자 하나 때문에 멀어진 두 사람이긴 하지만 한때 친언니처럼 자신을 따랐던 그런 하나가 아닌가. 그런 하나가 자신의 뺨을 때리는 모습. 너무 기가막히고 황당할뿐인 효성. 하나는 그런 효성을 경멸하는듯한 투로 한마디 내뱉는다.

 “ 천박한 계집 !!! ”

 “ 뭐...뭐라구 ??? ”

 “ 니가 아무리 고아로 천하게 자라났다 해도...그래도 나 너 최소한 여자로서의 자존심

  정도는 있는애일거라 생각했어. 근데 니가 이런 천박하고 유치한 짓으로 우리 진우오

  빠를 꼬셔 ? ”

 “ 뭐...뭐가 어째 ??? ”

 “ 왜 ??? 그런일을 벌이면 내가 진우오빠한테 실망해서 헤어지자고 하기라도 할줄 알

  았니 ? 웃기지마 !!! 그딴 유치하고 천박한 수작 나한테 안 통해. 나 어젯밤에...우리 오

  빠 그냥 창녀랑 하룻밤 잔거라고 생각할거야. ”

 “ 뭐...뭐라구 ??? ”

 “ 무슨말인지 모르겠어 ? 넌 창녀야 !!! 그리고 우리오빤 어젯밤 창녀랑 즐기고 싶어 하

  룻밤 즐긴것뿐이라고. 나도 우리오빠도 어젯밤일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어. 나나 우리

  오빠한테 넌 이제 그런 천박한 창녀일뿐이니까 그렇게나 알고 있어 이 기집애야 !!! ”

 막말에 폭언까지 서슴지 않는 한때 아끼던 후배였던 하나의 그와같이 변한 모습에 효성은 더더욱 약이 오르고 기가막혀 발악을 하고, 하지만 그때문일까. 효성은 다시한번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그 자리에 쓰러진다.

 두달후. 효성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하나를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효성의 방문에 어리둥절해하는 하나 앞에서 효성은 제법 당당하고 뿌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 이제 게임 끝났어. 넌 진우선배랑 결혼할수 없어 !!! ”

 “ 갑자기 그건 또 무슨소리야 ? ”

 “ 나 실은 진우선배 아일 가졌어. 이제 어떡할거야 ? 이 배속에 진우선배 아이가 자라고

  있는데...그런데 니가 이런 날 제치고 진우선배와 결혼할수 있겠어 ? ”

 효성이 진우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에 하나는 기가막히기만 하고, 소식을 듣고 하나를 찾아온 진우는 사과의 말을 건넨다.

 “ 미안하다 하나야. ”

 “ 오빠... ”

 안타깝게 진우를 바라보는 하나.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것 진우는 어떤 결심을 한듯하다.

 “ 어찌되었거나 내가 저지른 일 무책임하게 외면할수는 없을것 같구나. 미안하다 하나야...

  우리 이대로 헤어지는수밖에. ”

 효성의 아이를 책임질수밖에 없기에 하나와 헤어져야 한다고 말을하는 진우. 하나는 안타깝기만 하고. 너무 억울하고 분해 눈물까지 흘린다. 그런 하나의 손을 잡으며 진우는 말한다.

 “ 하지만...널 향한 내 마음은 진심이었어. 내가 처음에 말했던거 기억하지. 사실 나 오히

  려 너처럼 겉보기엔 선머슴같지만 내면은 여성스러운...그런 너같은 스타일을 좋아했다

  구. 그래서 너한테 끌렸던거라구. 너에대한 지금까지 나의 마음은 진심이었고 진실이었

  다. 그것만은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

 “ 오빠마음 알아요... ”

 진우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하나. 그러면서도 그녀 역시 아쉬움과 미련에 어쩔줄을 모르는데.

 “ 사실 저도...제 외모 때문에 학교다닐때부터 애들한테 놀림도 많이 받고 그래서...솔직히

  저같은 여자를 사랑해주는 남자는 없을거라 생각하고...한때는 결혼하지 말고 그냥 혼자

  살까. 그런 고민까지 진지하게 했었어요. 그런데...그런 절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주

  는 오빠를 만나...진심으로 그동안 고맙고 행복했어요. 오빠가 그동안 제게 주신 마음...

  제게 주신 사랑...영원히 잊지 못할거에요. ”

 그리고 헤어질 결심을 하는 두 사람. 그리고 얼마후 진우는 효성과 결혼하게 된다. 이듬해 10개월을 채운 효성이 출산을 하게 된다. 아들을 낳았고 이름은 ‘태영’이라 지었다. 비록 효성과는 자신이 원치 않았던 관계를 가져 효성이 임신을 해 바라지 않는 결혼을 하게된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진우는 아들 태영만은 끔찍이도 예뻐했다. 하지만 효성과는 애초에 원치않은 결혼이었고 원치않았던 관계였기에 비록 결혼은 했지만, 아내 효성을 대하는 진우의 태도는 냉담하기만 하다. 자기 아이엔 끔찍이도 지극정성이면서, 정작 아내인 자신에겐 냉정한 남편 진우. 효성은 그런 남편이 서운하고 야속하기만 한데. 한편 효성은 효성대로 출산후에도 이전에 가끔 느꼈던 가슴과 복부쪽 통증을 더 자주 느끼게 되어 병원에를 찾아가본다. 병원에선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며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볼것을 권하고.

 한편 그 무렵 진우와 하나가 재회의 시간을 갖게된다. 오랜만에 서로 마주한 두 사람은 착잡한 감회에 사로잡혀 대화를 나누고.

 “ 정말 오랜만이구나 하나야...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 ”

 “ 저야 뭐...그럭저럭 직장생활 잘 하면서 잘 지냈어요. 선배는요... ”

 “ 나도 뭐 잘 지냈어. 그리고...효성이가 얼마전에 아들을 낳았고...그나저나 하나는 지금은

  남자친구는 있니 ? ”

 하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든다.

 “ 없어요. 그리고 저 결혼같은거 생각없어요. 지금은 그냥 일이 좋고...웬만하면 그냥 혼

  자 살래요. ”

 “ 그래도...기왕이면 지금이라도 좋은사람 만나지 그래. ”

 하나가 결혼을 하지않고 혼자 살겠다는것이 자기 때문인것만 같아 진우는 안쓰럽기 그지없고. 헌데 이런 두 사람의 만나는 모습이 효성에게 목격된다. 효성은 눈에 불꽃이 일며 하나에게 달려든다.

 “ 야 !!! 니들 여기서 뭐하는거야 !!! ”

 “ 서...선배님 왜 이러세요 또 ? ”

 “ 뭐 ? 선배 ??? 니가 언제 날 선배 대접했다고 선배 타령이야 ? 언제는 창녀 어쩌구 저

  쩌구 하더니...이게 어디서 감히 결혼한 유부남을 꼬셔. 이제 진우씨는 내거야 !!! ”

 그러면서 진우나 하나가 뭐라고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하나를 마구 꼬집고 할퀴며 폭행하는 효성. 마찬가지로 진우에게도 어떻게 그럴수 있냐며 악을쓰며 대든다.

 그런일이 있은후 효성은 혹여 진우와 하나가 또 다시 만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에 의부증에 걸리고 만다. 매일같이 진우가 퇴근을 하면 오늘 누구를 만났느니 무엇을 했느니 하며 꼬치꼬치 따지고 휴대폰 통화내역까지 일일이 매일 체크하기에 이른다. 심지어 직장일이나 회식등으로 늦는다하면 믿지않고 때론 심지어 현장에 나타나기까지 해 확인을 하기에 이르고, 심지어 진우는 종종 있는 지방출장(* 진우의 직업이 유력 일간지 기자다)도 제대로 갈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진우가 출장을 간다하면 꼭 효성은 따라가겠다고 나서고. 하나에게도 매일같이 꼬박꼬박 전화를 해 무엇을 했느니 누구를 만났느니 따져 그녀도 정상적인 직장일이 거의 불가능해질정도로 힘들게 만들어 놓는다.

 한편 산후 후유증일까. 아니면 우울증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효성의 몸은 이전과 다르게 무척이나 수척해져간다. 그런대로 예뻐보이던 얼굴도 이전같지가 않고. 이전에는 이따금 느끼던 가슴과 복부의 통증도 점점 자주 느끼게된다. 결국 다시 병원을 찾아가보는 효성.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게된다.

 “ 희귀병인데요...가슴과 복부쪽의 근육이 조금씩 수축되어가서...급기야는 생명을 잃을지

  도 모르는...이런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은 희귀병입니다. ”

 “ 그...그럼 전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요 ? ”

 “ 죄송합니다만 현재로선 치유할 방법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될겁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

  니 입원정도는 해서 치료를 받아보시는게 어떨지요. 아 참 그리고... ”

 “ 또 뭐 다른 문제가 있나요 ? ”

 “ 이 희귀병이 유전성 질환일수도 있다는 학계 연구결과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걸 알면

  그래도 좀 나은 치유법을 찾을수 있을지 모르니...혹 가족력중 비슷한 병력을 가지신 분

  이 없나요 ? ”

 하지만 의사의 그와같은 말에 효성은 절규하며 울부짖는다.

 “ 이것봐요 !!! 난 천애고아로 자라난 사람이에요 !!! 그것도 갓난아기때 고아원에 맡겨져

  부모가 누군지 찾을 단서조차 없는 사람이...근데 무슨수로 유전이니 뭐니 그런게 있는

  지를 찾을수가 있어요 !!! 갓난아기때 고아원에 맡겨져 고아로 자라온 사람이 무슨수로

  부모나 친척을 찾아 유전이고 가족력이고 그런걸 따져보냐구요 !!! ”

 “ 엣 ? 고아셨군요. 죄송합니다. 전 그런줄도 모르고...어쨌든 전 그냥...유전인지 여부를

  확인해보는게 좋을것 같다는 취지에서 말씀을 드렸는데... ”

 “ 없단말이에요 !!! 엉엉엉~~~!!! 가족이고 친지고 그런거 일절 하나없이 살아온 사람이

  무슨수로 유전병인지 그걸 아냔말이에요. 엉엉엉~~~!!! 나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 !!!

  세상에 뭐 이런 XX같은 경우가 다 있어 !!! 엉엉엉엉~~~!!! ”


 효성은 결국 병치료를 위해 입원을 하게 된다. 진우는 희귀병으로 입원한 효성을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에 정성들여 간호하지만, 별다른 보람도 없이 효성의 병세는 갈수록 악화되어간다. 그리고 2년후.

 근육이 수축되어가는 희귀병을 앓는 효성은 이제 얼굴도 핼쑥해지고 보기 흉한 그런 몰골로 바뀌어져있다. 무엇보다 이제 상태가 너무 악화되어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고개를 흔드는 의사.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할것 같다는 말을 효성과 진우에게 전한다. 그리고 얼마후. 효성이 진우에게 부탁한다. 하나를 잠깐만 데려와달라고. 이 상황에서 자신을 사이에두고 그토록 극렬하게 삼각관계로 다퉜던 하나는 왜 데려오라는걸까. 우려하는 마음도 생기긴 하지만, 그래도 한때 두 사람이 친자매처럼 절친했던 사이란것을 떠올리며 진우는 하나에게 연락을 해 병색이 완연한 효성의 문병을 오게한다. 하나가 병실에 들어오자 효성이 그녀의 손을 잡는다.

 “ 하나야...그동안 미안했어... ”

 “ 선배... ”

 안타까운 마음으로 효성을 불러보는 하나. 그나저나 얼마나 오랜만에 그녀로부터 듣게되는 ‘선배’란 소리인가. 진우와 삼각관계로 다툴때 자신에게 창녀니 뭐니 하며 막말까지 서슴지 않던 그런 하나다. 그 착잡한 감회에 사로잡혀 효성이 말한다.

 “ 그러고보니 너한테 선배란 소리 들어보는거 진짜 오랜만이다... ”

 “ 선배도 참... ”

 병색이 완연한 효성의 모습에 하나도 안타까와 눈물짓고. 효성이 다시금 그런 하나에게 사과의 말을 건넨다.

 “ 하나야...정말 미안했어. 아무래도 나 벌받는것 같아. 너랑 우리 진우씨...그렇게 사랑

  하는 사인걸 알면...내가 그때 쿨하게 선배답게 물러섰어야 하는건데. 그래도 너보다

  몇 살이라도 많은 내가...어른스럽지 못하게 너무 바보같은 짓을 저질렀어. 그래서 벌

  받는거 같아... ”

 “ 아니에요 선배. 제 잘못도 커요. 선배가 진우씨 좋아하는걸 알면서...제가 그러면 안

  되는건데...진우씨가 아무리 제게 적극적으로 대시해도 제가 단호하게 거절했어야 하

  는건데...정말 미안해요 선배. ”

 하지만 이제와서 그런 말들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그러나 어찌되었든 이제와서 화해라도 하듯 서로 손을 꼭 잡아보는 두 사람. 새삼 친자매처럼 둘이 함께 어울리던 대학시절의 일들이 한편의 영화 하이라이트처럼 두 사람 뇌리를 스쳐간다. 그렇게 한때 절친했던 두 사람이 어쩌다 이런 사이가 되었을까. 그 생각을 하니 두 사람 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흐르고.

 “ 하나야...그리고 한가지 부탁이 있어... ”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하나에게 그와같이 말하는 효성. 무슨 부탁을 하고픈걸까. 긴장감에 하나가 효성을 바라보는데.

 “ 우리 태영이...너한테 부탁하면 안 될까. 미안해. 염치없지만...그래도 너 아니면 우리 태

  영이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없을것 같아. ”

 “ 서...선배... ”

 순간 온 몸이 부르르 떨려오는 하나. 효성의 그 말은 무슨 의미일까. 자신이 죽은뒤 하나보고 진우와 결혼이라도 하라는 의미인걸까. 효성은 고개를 끄덕인다.

 “ 하나야...우리 태영이 너한테 맡기고 갈게. 우리 태영이 잘 부탁해. 그동안 너무 못되게

  굴어서 미안해. 나 밉다고 우리 태영이 구박하고 그러면 안 돼 ? 우리 태영이 너만 믿고

  ...너만 믿고...맡기고 갈게... ”

 그와같은 유언을 남기고 효성은 숨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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