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거의 다 되었으니까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줘.”

“응, 알았어.”

식탁에 앉아서 솔붕인은 솔이의 자취방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크기는 작지도 크지도 않고 적당했으며, 

솔이가 방청소를 주기적으로 하는지 자취방이 굉장히 깨끗했다. 

아무튼 그렇게 솔이의 자취방에서 몇 분간 앉아서 기다보다보니, 

음식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자! 기다렸지? 여기 있어!”

“이거 니가 다한거야? 와..”

“후, 이거 다 만든다고 아침부터 재료 손질하고 씻고 

난리도 아니었어. 대신 그만큼 맛있게 먹어줘야 해?”

“야 당연하지 그건.. 딱 봐도 엄청 맛있어 보이는데.”

말을 한 직후, 솔붕이는 솔이의 메인메뉴부터 맛을 봤다.

“음.. 와.. 오…!”

“어때어때? 맛있어?”

“엄청 맛있는데? 진짜로?”

“다행이다! 그럼 그거 말고 이거랑 저것도 먹어봐.”

“음음.. 오 이거 두 개도 잘 만들었어.”

“진짜진짜?”

“응 진짜로. 파는 것보다 나은데?”

“ㅋㅋ 그렇게까지 말해주다니 진짜 기분 너무 좋다.”

“진짜 엄청 맛있어. 그러니까 너도 이제 앉아서 먹어. 

그렇게 서있지만 말고.”

“그래그래.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솔이도 자리에 앉아서 

솔붕이와 같이 식사를 시작한다. 

그렇게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근데 솔이 너 어떻게 이 3개를 혼자 다 한 거야? 

심지어 이거 만들기 쉽지도 않을텐데..”

“내가 원래 요리는 좀 해. 관심이 있어서. 

그리고 인터넷 여기저기서 찾아보고 엄마한테도 여쭤봤어.”

“근데 나 하나 먹이겠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고맙긴 엄청 고마운데 

진짜 아까 니가 말했던 것처럼 고생 엄청 했겠다.”

“바프 촬영 끝났다는 거 핑계로 비싸게 한 끼니 사줬는데

이 정도야 해줄 수 있지 ㅋㅋ”

“진짜 고마워.”

“그나저나 너 평소보다 좀 꾸미고 왔다? 

어 너 설마..? 나랑 단 둘이서 밥 먹는다고?”

“음.. 그렇지? 너 자취방에서 먹는 거라고 

너무 후줄근하게 입으면 좀.. 그러니까?”

“오.. 내 시선을 엄청 신경쓰는구나, 솔붕아?”

“응..? 아 듣고 보니까 솔이 너는 좀 편한 복장이긴 하네? 

아 그건 그렇고, 너 주말에는 평소에 뭐해?”

“최근에는 바프 때문에 계속 몸 관리하고 학교 과제만 하긴 했는데.. 

그거 아니면 영화, 넷플 보고 독서 좀 하는 정도? 아 그리고 오늘처럼 요리도 하고?”

“와 이것저것 많이 하네.. 난 폰 보거나 게임 하는 게 전부인데.”

“그럼 운동이라도 해봐. 너 그래도 키는 큰 편이잖아. 

몸도 찌지도 마르지도 않았고. 아 그래. 나랑 같이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솔붕이는 약간 당황했다. 일주일에 1번, 주로 화요일에 7km씩

뛰긴 했지만 그건 혼자 하는 운동이었으니.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 솔이랑 같이 운동이라니..

“음.. 한 번 생각해볼게. 

지금도 매주 한번씩 뛰긴 하는데, 제대로 운동하는 건 다른 거니까.”

“그래, 한 번 생각해봐.”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다보니 어느새 3개의 접시는 모두 비워졌다.

“후.. 진짜 잘 먹었어, 솔아.”

“나도 너 핑계로 엄청 먹었는데 뭘 ㅎㅎ 

그리고 평소 같으면 주말이다 보니 또 혼자서 먹었을텐데, 

이렇게 옆에서 같이 이야기할 사람도 있어서 너무 좋다.”

“말 진짜 예쁘게 하네..”

“응? 뭐라고?”

“듣기 엄청 좋게 말해준다고 솔이 너.”

“아하 ㅎㅎ 고마워.”

“좀 뜬금없긴 하지만.. 솔직히 너 볼 때마다 되게 신기해. 

너처럼 예쁘고 공부도 잘 하는 애가 성격도 좋고.. 

심지어 오늘 알게 된 거지만 이렇게 뛰어난 재주도 있고.”

“너도 참… 왜 이래. 부끄럽게..”

“근데 진짜야.. 사람이면 보통 

하나 정도는 못난 점이 있는데 넌 안 그렇잖아.”

솔붕이의 말을 들은 솔이가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다른 곳을 응시한다.

이걸 본 솔붕이는 그냥 고마워서 생각나는 대로 한 말이었는데,

괜한 소리를 했나 싶다.

“흠.. 그래서.. 솔붕이 너.. 하 미친 진짜.. 왜 이렇게 덥냐 갑자기? 

하.. 그래서 너.. 어.. 좀 더 있다 갈래? 아니면.. 어쩔래?”

“어.. 일단.. 음.. 일단 접시랑 너 준비한다고 

주방 어질러진 거 치우고 생각해볼게.”

“아..아니야! 안 그래도 되는데.. 

오늘 넌 손님으로 온 거니까.. 그냥.. 안 해도 되는데..”

“괜찮아, 내가 할게. 솔이 너는 그동안 쉬어.”

말은 마친 솔붕이는 혼자서 설거지부터 정리를 시작한다. 

그런데, 솔이는 앉은 자리에서 계속 뭔가 힘들어한다. 

설거지하면서 그걸 보게 된 솔붕이는 좀 더 속도를 내 

빠르게 정리를 마치고 솔이에게 묻는다.

“솔아 너.. 괜찮아? 얼굴이 너무 빨간데..?”

“…냐…”

“어..? 뭐라고?”

“괜찮겠냐고…”

“…? 왜 그래?”

“솔붕이 너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거야?”

“뭐가...?”

“솔직하게 말해줘.. 너 나한테 호감 있는 거 맞지..? 

맨 처음에 니가 내 사진으로 이상한 짓 했을 때 내가 추궁하니까

‘평소에도’ 이쁘다고 생각했다고 했고.. 솔붕이 네 집에 자료취합 때문에

찾아가니까 먼저 해준다고 말하고.. 그 다음에 내가 평가해달라고 하면서

옷 벗을 때 나 민망하지 말라고 눈 감아주고.. 

화원X에서 나 먹다가 입에 다 묻히니까 닦아주고.. 

지금 여기서도 나 신경써서 꾸미고 왔다고 하질 않나, 

게다가 나랑 밥 먹으면서 온갖 칭찬일색에..”

“근데 그건.. 내가 애초에 너한테 크게 한 번 잘못 했으니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그럼.. 호감 있는 건.. 아니야? 그냥 진짜로.. 잘못한 것 때문에 미안해서 그러는거야?

그런데.. 나 계속 칭찬해주고, 오늘 꾸미고 온 거.. 그런 것들은.. 미안해서 한 거랑은..

상관없는 거 아니야..?”

“…”

솔붕이는 솔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머리가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솔이의 사진으로 자위를 한 것 때문에 솔이에게 추궁을 당할 때도 

이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그 때는 분명히 솔이에게 밝혔듯이, 

솔이에게 이성적 호감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받자, 

솔붕이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 때 이후로 솔이랑 여러 번 어울리는 과정에서 분명 호감이 생겼는데 

아직 솔붕이가 그걸 인지만 못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여기서 솔붕이가 또 그때처럼 멘탈이 나가서 실수를 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런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어. 

분명 내가 지금껏 너한테 했던 행동들 대부분이 미안함 때문에 

그런 게 크긴 하지만.. 솔이 니 말대로.. 분명.. 미안하다는 감정 

하나만으로 이렇게까지 행동하는 건 나도 뭔가.. 말이 안 되는 거 같아.”

“난.. 솔붕이 너한테 솔직하게 말할게. 나... 난... 난 너한테 호감 있어.”

“어…?”

솔붕이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잘못 들은건가 싶다.

“말했잖아.. 하.. 그나저나 진짜.. 존나 덥네. 아 미안.. 욕해서.. 

내가 좀 흥분하고 이러면.. 막 욕을 해. 미안.. 아무튼.. 하.. 입이 시발

왜 이렇게 안 떼지냐.. 후.. 잠시만.. 아. 그래.. 분명히.. 난 너가 호감이야. 

전에도 몇 번 말했지만 일단.. 나 대할 때 태도가 다른 남자들이랑 

확실히 달라. 그리고.. 최근 나랑 어울리면서 계속 보여준 행동들도.. 그래.”

“그..솔아.. 그.. 너 방금.. 말하는 동안에 잠시.. 생각해봤는데.. 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