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마랑 마지메가 융화되어가는 장면에서 침대 위에는 사과나 배, 귤과 같은 과일들이 있는데

이전 장면에서 시지마만 있을 때는 물고기, 감, 레몬, 연어(?), 컴퍼스, 그리고 인형들이 보임

그 차이에서 느껴진 거는 시지마만 보여줄 때는 좀 더 형상(또는 개체성이나 개성이라 할 만한 요건들)을 갖춘 것들이었다면

융화되어가는 침대에 있던 것들은 크로키나 데셍 연습할 때 흔히 모델로 쓰는 것들이란 거임

좀 더 단순하고, 명암이나 질감이나 그런 것들은 있지만 앞서 있던 것들보다는 개별적인 독창성이 떨어지는 대상들이라고 할까

시지마의 독백에서는

"개체와 외부를 분리하는 세포막을 갖는 것이 생명체의 요건"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에 대한 가장 유명한 오타쿠적 예시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AT필드와 고슴도치 딜레마 설명 등이 있겠지

우리가 우리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타자와 구별됨'이 필요하고 이 차이 때문에 자아와 타자는 결코 하나될 수 없음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열망이 '타자와 구별됨'이라는 넘어설 수 없는 간극에 도달하면 선택은 둘 뿐임

마지메는 그 간극을 녹여내리고 흐물흐물해지는 것을 선택했고, 시메지는 거기서 두려움을 느끼고 대차게 거부했음

아마 그 '흐물흐물해진다'라는 게 둘이 사는 집 주변 배경이 각져있던 네모에서 둥글둥글한 곡선 형태의 덩어리들로 바뀐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함

자아와 타자의 얘기를 하는 이상 실존주의를 빼먹을 수는 없을거고 사르트르나 그 외의 사상들이 이번 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까지는 내가 다룰 깜냥이 안 되서 무리고

어쨌건 이번 화의 수위만큼이나 생각할거리도 많았던듯함. 꿈이 섞기기도 한다는 독백도 되게 중요한 것 같고.

근데 침대의 그거 연어겠지 처음엔 신발 깔창일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튼

번역 항상 고마워요 소종여갤 파이팅 이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