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시즌 경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마침 옆 도시 창원 경기를 오늘 예매해서 보고 왔다. 그리고 5이 쟁탈전이 한창일 때 nc-기아전에 저녁 바람 쐬며 먹는 라면의 추억이 제법 낭만적이었기에 간 것도 있다.

창원 가는 길에 하늘을 보니 마치 야구장의 베이스를 닮은 절묘한 모양의 하늘을 보며 오늘 경기에 하늘의 축복이 있길 바랬지만 이정도로 재밌고 인상깊은 경기가 될 줄 몰랐다. 팬들의 열띤 응원도 또 하나의 볼거리였지만 경기 자체가 정말 재밌었고 여러 감정이 오가는 경기였다.

오늘의 시구자는 늘 공룡 분장으로 경기에 오는 nc 공룡좌였다. 참 센 스있는 시구자 선택이면서도 NC 다이노스에 진심이었던 그 팬에게는 인생에서 잊지 못할 선물이었을 것이다.

오늘 경기가 정말 재밌었다. 5:5까지 점수를 주고 받는 그 숨막히는 상황. 올해는 2~5위팀이 마지막까지 엎치락 뒤치락 했기에 정말 용호쌍박의 한국 시리즈를 보는 듯한 숨막히는 균형의 게임이었다. 진짜 강 건너 불구경이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고 올해 본 야구 경기 중에 가장 인상깊은 경기 중 하나였다.

특히 홈런이 3개나 터졌을 때 기뻐하며 공을 잡는 nc팬들이 보기 좋았다. 작년에 6위였지만 올해는 와카전을 축제처럼 즐기는 nc팬들이었다. 비록 3번째 홈런공은 불펜에서 연습중이던 두산 이병헌 선수의 손에 성공적으로 들어갔지만.

그리고 경기가 6:5가 되었을 때 포스트 시즌 경기에선 작은 실책도 역전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솔직히 와일드카드 4,5위전은 정말 실력이 비등비등하기 때문에 플라이 공을 잡기 위해 팀원을 믿지 못해 몸을 부딪혀 공을 놓치는 일은 롯데 경기에서도 없었으면 한다.

또한 와카전의 경우 5위팀에겐 단 한 번의 기회이기 때문에 최정예 선수로 라인업을 세워야한다는 것도 배웠다. 초반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두산 곽빈 선수가 정말 잘 막아주었지만 5실점이라는 빅이닝을 만들어준 게 아쉬웠고 불펜 김강률,  홍건희의 실점이 아쉬웠다. 다들 불펜 fa를 얘기할 때 홍건희 얘기가 좀 나오던데 오늘 경기 본 소감은 두산 정철원, 홍건희보다 김원중, 구승민 선수 훨씬 잘하고 이들을 잘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와카전을 보러갈 땐 포스트시즌 경기를 처음 보러 간다는 설레임이 있긴 했지만 롯데가 아니니 큰 감흥이 없을거라 생각했으나 그건 오만이고 기우였다.

오늘 경기가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고 경기를 보면서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상상과 더불어 올해 3월 연습경기부터 장장 7개월을 보다가(사람도 7개월 보면 정이 들 수 밖에 없다는 알았다...내년엔 조금만 경기봐야하나...) 이제 내년 시즌 전까진 선수도 롯데 경기도 못본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서글퍼서 경기보다 눈물을 찔끔 흘렸다. 평소 T라고 자부하지만 오늘 경기 중간 중간에 눈시울이 여러 번 붉어졌다. 오늘 롯데팬들도 진짜 많이 왔던데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경기를 봤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