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너무 엘빈 상황같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비참한 것만 뽑아보면



2번 : 짐승거인을 향해 돌격하기 전에 엘빈이 "나는 지금 당장 지하실에 가고 싶다"라고 했던 것 같은데. 거기다 대고 리바이가 나는 선택해야만 한다고, 꿈을 포기하고 죽어달라고, 신병을 지옥으로 이끌라고 함. 그리고 그 말대로 죽어서, 세계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 엘빈이 있지 못하게 됨. (엘빈은 자신의 다리보다, 인류의 승리보다도 사실이 밝혀지는 그 자리에 자신이 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었음.)

12번 : 엘빈은 다른 목적이 아닌 오직 인류의 승리와 자유만을 목표로 하는 인물로 연출됐지만, 결국 승리도 자유도 아닌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게 목적이었음이 밝혀짐. 결정적으로, 코니 마을에서 출현한 거인이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듣고 엘빈이 웃자 리바이가 "그게 네가 조사병단을 하는 진짜 이유냐"고 물음. 인터뷰에서도 리바이는 엘빈을 보고 "같이 인류를 구하자고 했으면서"라며 속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함. 엘빈의 진의가 드러난 거지.

16번 : 엘빈이 살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 거인화 주사를 쓰면 분명 살 수 있었음. 한지와 프록, 리바이도 엘빈을 살려야 한다고 판단했고. 근데 프록의 말대로 리바이는 사적 감정, 그러니까 소중한 것을 버리지 못해서 엘빈을 살리지 않는 걸 택함. 리바이의 선택에 따라 엘빈이 살 수 있었다는 가능성이 진짜 독자들 심장을 후려침... 리바이는 \'그때 그랬다면\'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거다.... 후회는 하지 않더라도, \'만일 다른 선택을 했다면\', \'혹시 엘빈이 살고싶었던 거면 어쩌지\' 따위의 가정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

존나 비참한데 이런 요소들 때문에 엘빈과 리바이의 서사가 완성된다고 생각함. 저런 일들이 발생함으로써 에루리가 완성되는 거지...... 오히려 엘빈을 살리는 선택을 했을 때보다 엘빈이 죽은 후의 에루리가 더 애틋할 것 같음.

그리고 첨언하자면 8번도. 엘빈의 죽음보다는, 죽은 엘빈을 바라보는 리바이의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