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씨네 집안이 가장 기세가 튼튼하고 딸들이 곱다는 것이다.

여행길 중에 지나쳤던 물거북水乌龟가문의 아가씨들보다 곱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한바탕 배를 잡고 뒹굴면서,

물거북水乌龟집이 진흙으로 지은 초갓집이면 다원균多元菌네 집안은 구름 위의 대궐이요 바다 속의 용궁이라 칭찬이 자자하였다.

내 이런 평에 궁금하여 다원균多元菌 여섯 자매의 풍문을 듣고자 하니 소봉小俸이라 불리는 패거리들이 모여들었다.

장녀 춘전春田은 비록 몸이 약하고 천성이 부드러워 전장에 나가 공을 세우진 못하였으나

용모가 아름답고 목소리는 옥음이며 다도에 능통하고 옷감을 잘 지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고 나들이를 나설 때마다 못 사내와 계집들의 시선을 뺏지 못할 때가 없었다.

옆마을 수령守令 이모고薯子가 이 자태에 반하여 애지중지 기른 영애令愛 상렬常列을 시집보내며 가로되 춘전추춘전추春田出春田娵라 하였다.(봄밭에서 나왔으니 봄밭의 미녀로다)

차녀 와장娃長은 북방北方의 핏줄을 타고나 눈매가 매섭게 치켜올라갔고 성미는 고고하고 괄괄하니 고을의 사내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였고 활솜씨는 고을 제일이었으니 쏘는 활마다 필중이오 그 속도는 가을 태풍에 휘날리는 버드나무 잎가지와도 같았다.

이에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또 경배해 와장이 고을에 나들이를 나오는 것을 와장와장娃長娃長이라 불러 어여삐 여겼으나 와장이 만드는 음식만큼은 차마 황송해 먹지 못하니 와장이 때때로 상심하곤 하였다.

삼녀 안구사雁丘詞는 고을 제일의 무사로 두 발의 화살을 번개처럼 쏘아 마치 한 발을 쏜 것처럼 맞추는 재주를 가졌으면서도 어린 짐승은 차마 해하지 못하고 보듬으며 보살피는 심성을 가졌으니 다씨네 가문 제일의 자랑거리였다.

용모 또한 겨울철 얼어붙은 호숫가처럼 아름답고 서늘하여 찬미 받았으나 이 얼굴이 가면을 쓴 것처럼 변하지 않아 모르는 이들에겐 무심無心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허나 손아랫누이 마일리㦄一刕 앞에서는 얼굴이 봄철 진달래보다도 붉게 물드니 이 모습을 본 이들이 실로 어여삐여기고 이 모습을 진짜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녀를 진구사眞丘詞라 불렀다.

사녀 마일리㦄一刕는 안구사雁丘詞가 어여삐 여겨 기른 손아랫누이로 비록 무예만큼은 손윗누이에 이르지 못하였으나 용모가 출중하고 체구가 훤칠하며 성격이 고고하고 기예에 통달하였다.

세상 만물에 통달하여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굳이 눈을 뜰 일이 없어 항상 감은 상태로 다녔으나 돌부리를 밟은 적 없고 빗물에 치마가 젖은 적 없으며 밤길도 백주대낮처럼 당당히 활보하니 이에 안구사雁丘詞가 그녀를 몹시 사모하였다.

내 이에 감탄하여, 어디서 다원균多元菌네 자매의 나들이를 구경할 수 있소? 물었다.

그러자 몰려있던 소봉小俸이들의 얼굴이 구름낀 것처럼 갑자기 어두워지며, 어느 이는 탄식하고, 어느 이는 분통을 터뜨리며 서쪽을 노려보는 것이다.

다원균多元菌네 자매가 계절마다 새옷을 지어입고 나들이를 나오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들의 미모와 재력을 시기한 장개長㝏라 불리는 도적떼가 집안을 어지럽혀 횡액橫厄을 일으키니 그 뒤로는 새옷을 지어입는 일도 나들이도 뜸해졌다는 것이다.

나는 이에 탄식하여 장마도 끝이 있고 산불도 기세를 죽일 줄 알며 메뚜기떼조차도 물러갈 때를 알거늘 장개長㝏는 답이 없도다 갈하였다.

천하제일의 미녀들을 볼 기회를 놓쳐 아쉬워 한 걸음 걷고 뒤를 보고 두 걸음 걷고 뒤를 보며 소전촌을 떠날 때였다.

무척이나 어여쁜 처자들이 길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감탄하는 것조차 멈추고 바라보았으니, 그녀들이 다원균多元菌 집안의 새로 태어난 오녀와 육녀였던 것이다.

이에 나는 그녀들의 자태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하며 길을 나설 수 있었다.

겨울철 소복이 쌓이는 서릿발 아래에서도 봄철을 기다리는 새순이 있듯, 장개의 난동에도 나올 처자는 나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