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웨스턴 소설 장르에 대해 백업앱에서 작성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12 22:22:53
조회 340 추천 0 댓글 0
														










영화화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로드>의 원작 소설가로 유명한 코맥 매카시가 80년대에 <핏빛 자오선>이라는 소설을 냈었음. 영화화되려다가 몇 번 엎어진 걸로 아는데(리들리 스콧이 욕심 좀 냈는데 현실적으로 영상화되긴 힘들 듯), 하여튼...







무협 소설가 한 명이 <핏빛 자오선>에 대해서 '훌륭하고 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문학 작품일 순 있어도 장르 소설이라고 하긴 힘들다.' 라는 평가를 내렸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연쇄 살인마 안톤 시거가 부보안관을 살해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로드>는 시작부터 인류의 문명이 파괴된 풍경을 그리면서 시작한다. 다시 말해서 두 작품은 독자의 흥미를 사로잡기 위해 '낚시 바늘(hook)'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건데, 이는 장르소설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핏빛 자오선>은 그런 자극성이 배제된 채 담담히 서술되는데, 이는 자극적인 재미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장르소설의 특성에 배치된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소설이라고 볼 순 없다.'







대충 이런 주장.









거기에서 좌백이 덧글로 재밌는 반박을 남겼는데.... 좌백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대충 이런 내용임.









1. <핏빛 자오선>에는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사건을 터뜨리는 기법이 쓰이진 않았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엔 <핏빛 자오선>을 처음 본 순간에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을 느꼈다. 단순히 몇 가지 서술 기법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함축하려고 하는 건 무리한 주장이며, 장르의 본질과도 떨어질 수 있다.







2. <핏빛 자오선>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로드>보다 훨씬 더 훌륭한 장르소설이다. 웨스턴 소설의 장르적 본질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핏빛 자오선>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웨스턴 장르의 이야기의 전통이 성립하게 된 당대의 시대적인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웨스턴이라는 장르는 '척박한 황야', '아무나 상대방을 쉽게 다치게 할 수 있는 총이라는 무기' 같은 요소로 둘러싸인 환경에 '페어 플레이(정정당한 결투)'라는 환상을 투영해서 만들어진 장르다. 전통적인 웨스턴 장르 작품에서는 '정의로운 백인 보안관이 악당들을 무찌른다'는 식으로 그런 환상을 강화시켰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 작품에서는 주인공 총잡이들을 비겁한 악당으로 등장시키면서 그런 전통적인 웨스턴을 풍자했다. 그리고 몇 십년이 지난 다음에 나온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에 이르러서는 그런 냉소주의를 넘어선 진지한 반성에 이르렀다. <핏빛 자오선> 역시 그런 환상을 깨부쉈기 때문에, 웨스턴이라는 장르문학이라는 맥락 안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좌백이 지금은 비공개로 돌린 글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음.







좌백이 어렸을 때 본 웨스턴 소설 중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다고 함. '어린 소년이 다친 사슴을 발견하고 집에 데려와서 치료해주고 먹이를 주면서 그 사슴을 보살펴주었다. 하지만 그 사슴은 자라나면서 농작물을 망치는 등 마을에 해를 끼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년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책임지키기 위해서,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직접 그 사슴을 총으로 쏴죽인다.' 좌백은 저 작품이 웨스턴 장르의 본질적인 특성-'척박한 자연과 경쟁하면서 살아야 하는 개척민의 운명',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리해야 하는 책임 의식'을 많이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음. 그리고 코맥 매카시의 <핏빛 자오선>이나 국경 3부작(<모두 다 예쁜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은 저런 장르적인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음.







그러니까 코맥 매카시의 작품들이 훌륭한 웨스턴 소설인 것은, 단순히 카우 보이가 나오고 총싸움이 나와서가 아니라 웨스턴 소설의 저런 본질을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지.









개인적으로 저 비슷한 발상(?)을 정성일 영화평론가가 했다고 기억하는데...









정성일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마지막에 클린트 이스트(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총싸움을 하는 장면을 두고 '웨스턴 장르의 미학이 집대성된 장면' 이런 표현을 썼다고 기억함. 기억나는 대로 쓰는 거라서 표현을 정확히 인용한 건 아닌데 대충 저런 표현을 썼음.







그 총싸움 자체가 엄청나게 화려하기 때문이 아니라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웨스턴 장르의 아이콘이 '한때 이름을 떨쳤지만 이제는 은퇴한 퇴물 총잡이'에서 '세상을 벌벌 떨게 만들던 과거의 그 총잡이'로 돌아오는 장면이 바로 그 마지막의 총싸움 장면이기 때문에 저런 표현을 쓴 게 아닌가 생각함. 그야말로 장르적인 장면이었던 거지.









사실 순문학 쪽에서 좀 '순문학'스럽게 웨스턴이라는 '배경'으로 소설을 쓰면.... 그건 장르독자층한테는 잘 안 읽히지 않을까 생각함. 웨스턴이라는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 캐릭터 한 명 등장시켜놓고 순문학식으로 '내면적으로 고뇌하는 남자' 얘기를 쓰면 사람들은 거기에 웨스턴적인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테고, 그걸 웨스턴 소설로 받아들이지도 않겠지.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장르소설 독자들이 원하는 건 '멋'이고 저런 순문학적 찌질 캐릭터는 그런 멋에 부합하지 않으니까. (이건 딱히 순문학을 폄훼하려는 건 아님.)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는 분명히 웨스턴이라는 장르 자체를 반성하는 내용인데, 웨스턴 장르의 '멋'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반성에도 성동했다는 거임. 장르의 관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장르의 과오에 대한 반성도 해냈다는 거지.







좌백의 표현을 빌리자면 "환상을 만들고 강화하는 게 장르소설이라면 그 이면을 까발리고 반성을 하는 것도 장르소설인거"인 건데.







이게 다른 장르에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함.









왜냐하면 지금도 웨스턴 장르 영화가 간혹 나오곤 하는데, 예전처럼 '악당 인디언' 같은 캐릭터를 뻔뻔스럽게 그리는 경우는 없어졌지. 사람들이 모두 다 과거의 인종차별주의가 잘못되었다는 합의를 이뤘음. 국내에 <더 브레이브>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코엔 형제의 <트루 그릿>을 봐도 당시의 인종차별주의를 풍자하는 장면이 나옴. 백인 범죄자는 교수형에 처하기 전에 유언을 남기게 하지만 인디언 범죄자는 그런 거 없이 곧장 교수형시키면서. 저것 역시 좀 가벼운 농담으로 다루는 태도이긴 하지만 어쨌든 인종차별주의가 잘못되었다는 합의는 이뤄져 있음.







한 일 년 전 쯤에 장르소설 갤러리에서 '무협 소설에 여성 혐오가 나오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 시대적인 배경이 전근대인데.' 이런 얘기가 나온 적 있는데, 웨스턴은 그야말로 인종차별주의적인 장르로 시작했지만 그 장르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인디언 악당을 무찌르는 정의로운 백인 주인공' 같은 영웅주의에 냉소가 던져지기도 했고, 더 나아가서는 그 영웅담 자체가 모두 허상이라는 것을 폭로하는 것까지 '장르의 미학'을 그대로 보존한 작품들을 통해서 이뤄졌다는 면에서 다른 장르도 클리셰를 만들었다가 깨부수는 과정을 통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거 같음.





원래 글은 캐시가 남아있지 않아서 복구 못했지만 같은 내용 담고 있는 글 찾아온거니 문제는 없을듯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8649526 공지 문피아 공모전 관련 공지 [5] 223.22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8 4981 28
8517721 공지 장르소설을 탐독하는 누렁이들을 위한 안내서 [3] 223.22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11 7454 5
8517720 공지 장르소설 갤러리 이용 규칙 [8] 223.22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11 5131 7
8517717 공지 갱신차단 대상 [3] 223.22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11 4525 7
8518692 공지 주딱 문의글 ㅇㅇ(118.235) 24.04.11 12251 27
8640137 공지 신문고 [6] ㅇㅇ(118.235) 24.05.06 35321 21
8779781 일반 검미성 신작 존나 웃기네 ㅋㅋㅋ ㅇㅇ(211.176) 03:01 4 0
8779780 일반 장붕이 알림 쓸때마다 좆같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1 3 0
8779779 일반 이세계 보드게임 비처녀 아니잖아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0 20 0
8779778 일반 씹상남자특) 입으로 대화하지 않음 ㅇㅇ(175.114) 03:00 13 0
8779777 일반 근데 요즘은 디시 분탕치기 너무 쉬워졌더라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0 22 0
8779776 일반 근데 나처럼 여캐체형누렁이인사람 그닥없냐? [10] 길가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0 35 0
8779775 일반 조회수 이 정도인데 입에 안 맞으면 뽀삐 아님?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9 31 0
8779774 일반 야짤덕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9 27 0
8779773 일반 학창시절에해봤으면 자러감 [15] 북방서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8 50 0
8779772 일반 재앙괴수는 찐 잼민픽 아니냐?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8 10 0
8779771 일반 님들 SF에 판타지 섞은건 뭐라고 부름? [7] Eleis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8 24 0
8779770 일반 소설 고를때 여초에서 빻았다는 소리 나오면 무조건 봐야함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8 31 4
8779769 일반 닼판망캐가 확실히 글을 잘쓰는듯 [3] Ae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6 28 0
8779768 일반 근데 재앙급 괴수는 진짜 왜 순위가 높지? [1] 밍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6 37 0
8779766 일반 사람들 잘 안쓰는데 귀염뽀짝한 콘 달아줘 [3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6 51 0
8779765 일반 13년 악녀 재밌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5 8 0
8779764 일반 로무원은 작가가 갑자기 애정촌 꾸리길래 뭔가 했는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5 26 0
8779763 일반 " 본녀는 에버랜드의 금지옥엽이다!!!!!"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4 115 13
8779762 일반 인방물 못봐서 좀 아쉽긴함 [6] 길가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4 36 0
8779761 일반 님들 에미넴 노래 나왔는데 들어보셈 [1] 고정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4 19 0
8779760 일반 씨발 이거 노잼이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3 54 0
8779759 일반 급식이 쓴듯한 글로도 노피아 1위 [3] 래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3 82 0
8779758 일반 난 뭔가 대학입시때보다 고등학교 입시때 더 힘들었던듯 [4] 심기체처녀감별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3 40 0
8779757 일반 ......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3 58 0
8779756 일반 시달소 김이수 보면 [4] ㅇㅇ(121.186) 02:52 24 0
8779755 일반 이거 진짜 재밌는 인방물임..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1 26 0
8779754 일반 재앙급괴수 못 보겠음... 하차한 이유 있음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1 67 3
8779753 일반 미래엔 수면 없이도 생활 가능하게 해주는 기계 나올듯 [8] Eleis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1 35 0
8779752 일반 나런 세계관은 데스스타같은 거대병기 도태된지 오래임 [2] ㅇㅇ(175.114) 02:51 26 0
8779751 일반 정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1 33 0
8779750 일반 솔직히 레니콘은 아는데 이리인지 뭔진 모른다 [7] 길가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0 57 0
8779749 일반 잘자콘 달아줘 [16] 야자3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9 44 0
8779748 일반 야식 없는데 걍 죽을까?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9 31 0
8779747 일반 이거 재ㅣ밌냐고!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9 58 0
8779744 일반 게이 키스짤임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9 57 0
8779743 일반 자부이 자는거시야 [3] 참외맛메로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9 33 1
8779742 일반 세상에서 오직 나만30시간으로 살면 좋겠음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8 41 1
8779741 일반 스트리머가 악질이면 인기많냐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8 54 0
8779740 일반 가끔씩 픽시브 전연령에 미소년 사진 보러가면 맛있음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8 38 0
8779739 일반 라그나로스 님의 힘이 느껴지는구나!!!!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8 25 0
8779738 일반 로무원 이거 재미써? [3] ㅅ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8 24 0
8779737 일반 무친년 혈라문이 사파인가? [8] ㅇㅇ(27.35) 02:47 37 0
8779736 일반 내 뇌가 성오염된거같다 [7] ㅇㅇ(183.103) 02:47 40 0
8779735 일반 유열물 패러디 보다 느낀건데 ㄹㅇ 정신병장르긴한듯 ㅅㅂ ㅋㅋㅋ [2] 길가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7 29 0
8779734 일반 번팔 연중했네 엄청난숭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7 34 0
8779733 일반 배고픈데 걸어서 맥날가야지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6 36 0
8779731 일반 근데 나런정도면 sf에서도 하이파워인편임? [2] 누리스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6 45 0
8779730 일반 가끔 보면 즐거운 짤 [2] 야자3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6 56 0
8779729 일반 ntr ㅈㄴ 맛있네 [2] ㅇㅇ(121.166) 02:46 34 0
8779728 일반 크레파스 노래 멜로디 무서운거 나뿐이냐?? [1] 심기체처녀감별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5 26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