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e스포츠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e스포츠 종목으로써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들 뿐만 아니라 새로 출시될 게임들 또한 e스포츠화를 하나의 덕목으로 여기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RTS나 MOBA 장르의 게임이 아닌 경우, 특히 FPS는 그 주목도나 인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원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5일 개최된 게임 X 컨퍼런스에서는 볼드플레이게임즈 권대호 대표가 연사로 출연해 PVP 게임이 e스포츠로 가는 과정에 관해 살펴보고 FPS게임이 e스포츠 종목으로써 타 장르에 비해 부족한 부분, 또한 e스포츠화를 한 개발사의 노력에 대해 강의했다.
볼드플레이게임즈 권대호 대표는 FPS 게임 '포인트블랭크'를 글로벌 출시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권 대표는 여기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기반으로 슈팅게임 '스펙터'를 개발중이다.
권 대표는 FPS, PVP 게임의 콘텐츠 영속성(리텐션)을 콘텐츠 추가=즐길거리에서 찾았다. 온라인 게임에서 콘텐츠의 추가는 곧 '즐길 거리'다. 이것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계속 즐기게끔 동기부여하는 방법을 일컫는 말로, '리텐션률'을 올릴 수 있는 만큼, 모든 게임에서 중요하게 대두되는 부분이다.
보통 놀 거리, 꾸준한 콘텐츠 추가 등을 통해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그를 통한 수익 창출로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지속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장기적인 서비스로 발전해나가는 순환 구조가 기본적인 온라인 게임의 시스템이다.
이용자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혼자보다는 같이 플레이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협동 플레이를 지인과 함께 하면 더욱 재밌어지고 이것이 개발사나 퍼블리셔에서 주최하는 대회로 거듭난다면 더 재밌는 놀이가 된다. 이런 구조가 게임을 e스포츠로 만드는 요소라는 것이 권 대표의 주장이다.
인간은 본래 우월함을 겨루고 싶어하는데, 그게 발현된 것 중 하나가 올림픽이고 이는 고대에서 근대 올림픽으로 넘어오며 세계적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또 자동차가 만들어지면서 본인의 차가 더 좋다든가 본인의 운전기술이 더 좋다는 내면을 발현한 것이 F1과 같은 큰 이벤트로 발전하기도 했다.
e스포츠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온라인게임이 발달하면서 자연적 수순으로 발달, 붐업을 일으키게 됐다. 앞서 언급된 예들을 종합해 봤을 때 게임의 e스포츠화는 숙명이었다고 볼 수 있다.
e스포츠 게임 장르에는 대표적으로 e스포츠 시장의 르네상스를 일궈낸 '스타크래프트'류의 RTS, 'LOL', '도타' 등 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MOBA가 있다. 두 장르의 공통적인 특징은 보는 사람, 하는 사람 모두 즐거운 시의성과 시야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거대한 인기와 직결된다.
반면에 FPS장르는 무엇보다도 개개인의 이용자가 가지고 있는 반사신경, 플레이 스타일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르다. 따라서 RTS나 MOBA장르와는 달리 프로의 초인과 같은 플레이를 관찰하는 즐거움이 더욱 크다. 이러한 특징은 장점이 큰 반면 뚜렷한 단점도 존재하는데, 1인칭 시야 제공의 형태로 몰입도는 뛰어나나 시청자 입장에서 화면을 쫓아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화면에 보이는 정보가 많거나 카메라가 난잡하게 움직이면 유저가 그 순간을 캐치해서 확인하기 힘들어진다.
또한 FPS는 팀플레이 중심으로 돌아가긴 하지만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역량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e스포츠에 가장 대표적 룰인 5:5 게임에서 아군 네 명이 제압당하고 혼자 남았을 때, 혼자 적군 다섯 명을 때려 잡으며 역전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이 주는 전율, 열정들을 공유한다. 이렇듯 한 명의 이용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발휘된다는 것이 장르적 특성이다.
권대호 대표는 이런 e스포츠 게임을 개발할 때 어떤 특징을 녹여내고 발현해야 보는 사람, 즐기는 사람 모두 즐거울 수 있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대결을 하면 필연적으로 이기는 사람이 있고 지는 사람이 생긴다. 질 때는 "그럴 만 했다"라는 납득이 중요하다. 해당 게임에서는 실력이 부족했다든가 반사신경이 느렸다든가 하는 동기부여를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인데, 이 부분이 바로 '정정당당함'이다. e스포츠 또한 기본적으로 스포츠기 때문에 해당 요소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근데 그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존재한다. FPS에서는 대표적으로 해킹툴 채팅툴이 존재하는데, 이용자는 이런 툴들을 통해 플레이의 우위를 선점, 악용하는 플레이를 하게 된다. 불법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업자들이 있고, 이용자는 이기고자 하는 욕심이 크다보니 그것을 구매해서 사용한다. 이는 당하는 입장에서 상실감이 더 커지는 계기가 되어 불합리한 순환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런 불법 프로그램들을 기술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두 번째로는 어뷰징과 티밍이 있다. 이는 전자와 달리 게임이 가진 룰을 악용하는 케이스인데,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룰을 악용하는 것. 티밍이라는 것은 최근 나온 서바이벌 게임에서 많이 나오는 대표적 형태로 개개인이 싸우라고 만든 룰에 암묵적인 팀을 형성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임의적으로 맺은 팀은 개인을 한 명씩 제압하고 끝에 남은 자리를 서로 나눠먹는 형태로 이어진다. 이는 전자와 마찬가지로 당하는 입장에서 상실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운영적으로 제재를 해야한다.
권 대표는 이어서 레벨 디자인에 대해 소개했다. '레벨 디자인'은 FPS 장르가 e스포츠화 되기 위해 개발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큰 포인트다. FPS에서의 '레벨 디자인'은 플레이 행동을 재밌게 만드는, '화가 덜 나게 하는 작업'이자 게임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는 작업', 또한 게임을 정정당당하게 만드는, '상실감을 덜 하게 작업'이다.
밖에 있는 공간, 안에 있는 공간 등 '재밌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극복했을 때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개발사는 적절한 난이도를 제공, 적절한 스트레스를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적을 맞이할 수 있도록하되 이런 스트레스들을 극대화시켜서는 안 된다.
이어서 권 대표는 레벨 디자인의 오류 사례에 대해 언급했는데, 어떤 게임에서는 승부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 건물을 활용해 어디서 공격하는지 모르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했다. 또 다른 경우는 구조물 안팎으로 대치상황에 놓여있을 때 안에 있는 유저들은 서서 움직이는데 밖의 유저는 엎드려서 쏘고 있었다. 밖 유저는 누워있기 때문에 노출이 적어 맞을 확률이 떨어진다. 권 대표는 이 두 사례가 '정정당당하지 않다'고 봤다.
이는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레벨디자인이 진행됐기 때문인데, 테스트 과정에서 들어갈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권 대표는 "추측컨데 누워서 쏘는 기능이 나중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개발자들이 게임을 좀더 재밌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좋은 레벨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 이에 권 대표는 "아직까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즐기기 때문에 실무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답했다. 시스템 디자인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고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빅데이터나 통계를 통해 진행하면 좋겠으나 아직은 실무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
게임은 테스트와 보완의 반복 과정을 거쳐 탄생하며 이는 매우 힘든 과정이다. 유저와 소통하고 피드백 받으며 테스트하고, 유저의 맘에 안 들면 바꿔야 한다. 이런 과정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e스포츠 보는 것이 즐거워야한다. 또한 하는 사람도 즐거워야 한다. 또한 대회를 시청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발견하고 본인 플레이에 대입, 보여지는 정보를 취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RTS는 보는 것이 굉장히 즐겁다. 시점적으로 위에서 보기 때문에 전장 파악에도, 전략 소개에도 용이하다.
이런 장점은 마치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것처럼 게임의 해설자와 시청자가 전략에 대한 예측 등 상황에 대한 공유를 가능하게 만든다. 권 대표는 이런 형태의 공감이 가능하다는 것이 '즐거움'의 요소로 자리잡아 '스타크래프트'가 대한민국 e스포츠 시장의 르네상스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FPS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르게 게임이 진행 되다보니 플레이하는 재미가 극대화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단점은 총으로 쏘는 게임이기 때문에 멀리 있는 적을 쏴서 제압하게 되는데, 이런 장면은 게임을 아는 사람에게는 이해가 가능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이런 장면들을 일반 시청자에게 인지시키는 작업은 RTS나 MOBA에 비해 굉장히 힘들다.
따라서 이런 부분이 개발사 입장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포인트다. 여기서 권 대표가 고안해낸 방법이 '와리가리 무빙'과 '헬멧 프로텍션'이다.
소위 '와리가리 무빙'이라고 불리는 기술은 동 장르에서 많이 나오는 슈팅 센스다. 본인은 총에 맞지 않고 적을 조준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취해지는 모션인 것. 이런 모션을 인 게임에 직접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쏘면서 잘 맞출 수 있게" 집어넣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방탄 헬멧을 통해 '헤드샷'을 맞아도 한 번은 생존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한 캐릭터를 죽이고자 할 때 팔, 다리에 다섯 발 정도면 제압이 가능하다. 반면에 머리는 반드시 한 방이다. 그래서 프로게이머나 상위 유저들은 애초에 팔 다리나 몸통 쪽은 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머리 쏘거나 못 쏘거나 둘 중 하나인 것.
이렇게 하나의 플레이스타일을 굳혀가면 가뜩이나 빠른 템포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회의 시청자들은 게임을 더욱 못 알아보게 되고 재미도 반감된다. 따라서 경기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고자 이 '헬멧 프로텍션'을 추가했다.
"과연 기존유저들이 해당 시스템을 받아 들일 것이냐"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찰나의순간이 생겨 유저들이 환호성을 지를만한 장면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이런 식의 '와리가리 무빙'과 '헬멧 프로텍션' 기능을 통해 그 찰나의 순간이 왜, 어떻게, 누가 이겼구나를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 "보는 사람도 즐거운 게임"으로 거듭나게 됐다.
결론적으로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순간이 많아졌고 이는 관객들이 빠른 템포의 FPS를 따라오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온라인 게임은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하는 것이 즐겁다. 친구와 함께라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되고, 커피나 음료한잔 마시며 토론하면 그것 또한 즐거움이 된다. e스포츠는 이런 부분에서 파생됐으며 개발사는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권 대표는 "e스포츠 대회의 결과가 감동을 선하하고 있다. 종사자나 당사자, 관객들은 상당히 진지하다. 매 순간 순간 그들은 연습을 하고 싶어 할 정도로 열정적이며 그걸 이뤄냈을 때의 환호성, 즐거움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전에 대한 즐거움의 극대화와 보는 사람도 즐거운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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