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풀 메탈 패닉 패밀리 1권 1장-1앱에서 작성

M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21 19:25:48
조회 1055 추천 13 댓글 4
														

제1장:사이타마현 오미야시 단독주택 3LDK





“역시 무기는 필요하겠어. 옷장에 있으니까 가서 가져오렴.”

라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아버지가 말한다.

“아빠, 평소처럼 카빈이랑 그레네이드면 되지?”

라고 딸이 말했다.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 매번매번 『무기 같은 건 필요없다.』고 했으면서!”

라고 진절머리 난다는 표정으로 어머니가 말했다.

“엄마, 적이 오니까 불만은 나중에.”

라고 아들이 말했다.

그 가족의 옆집에 살고있는 고등학생, 타나카 이치로가 물었다.

“저기, 여러분……아까부터…….무슨 얘기를 하시는 건가요? 그리고 적이라니……”

일반인인 이치로는 사정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이곳은 사이타마 현의 오미야시. 그 외곽의 평범한 주택가이다.

평온한 봄날 오후. 지금도 근처에서 참새가 짹짹 소리를 내고있다.

여기서 『적』이란.

하지만 이치로의 앞에는 그 『적』 하나가 기절한 채로 쓰러져 있다. 일가의 현관에서, 택배기사의 모습을 하고있었지만 그 손에는—서브머신건? 인지 뭐지 그런 무기가 쥐어져 있었다.

아버지는 그 서브머신건을 빼앗고는 숙련된 손짓으로 그것을 조물딱 거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머신건의 잔탄을 확인하고 볼트를 앞뒤로 움직여 탄을 장전시킨 것 이었지만, 이치로는 거기까지 알지는 못했다.

“이치로 군, 모처럼 딸을 찾아와 줬는데 미안하지만. 조금 위험해질 테니까 돌아가 줘.”

“네? 저?”

그러한 수라장을 몇번이고 넘어온 것이겠지. 아버지는 방심하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매우 진정된 표정으로 현관 밖을 바라보았다.

“아니, 이미 늦었군. 내 뒤에 숨어있도록 해. 절대로 떨어지지 말고.”

“네? 그게 무슨…….”

“온다.”

“온다니요? 뭐가……”

아버지가 이치로를 잡아 쓰러뜨렸다.

총성. 총성. 폭발음.

현관문이 날아가고 벽이 구멍 투성이가 된다.

아버지가 반격하고, 어머니가 질렸다는 듯이 귀를 막고, 딸이 무기를 가져오고, 아들이 드론을 날린다.

총성. 총성. 또다시 총성.

“잠깐, 이게, 뭐야, 살려줘……”

“또 온다.”

천지가 뒤집힌다. 오른쪽 왼쪽에서 충격이 전해진다.

자신의 비명이 왠지 더욱 멀리 들린다.

현관에서 『적』같은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보였다. 콰광 하는 폭발음. 남자들이 함정에 걸린다.

잠깐만, 분명 평범한 집일 텐데 함정이라니?

앞마당에는 적이 와이어 트랩에 걸려 공중에 매달려 있다.

이것도 그렇다. 평범한 앞마당일 텐데 와이어 트랩이라니?

혼란에 빠진 이치로가 외쳤다.

“이게 뭐야! 당신들 대체 뭐하는 사람들이야!?”

“전혀 이상할 것 없는 평범한 가족이다.”

딸에게서 카빈 소총을 받아들고 발포하며 아버지가 말했다.

○   ○   ○

그것은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평범한 고등학생 이었던 타나카 이치로는 그 날도 평범한 하루를 마치고, 저녁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갔다.

이치로는 정말로 평범한 소년이었다. 학업은 중간 정도, 중학생때 까지는 축구부였으나 지금은 귀가부. 적당히 친한 친구가 몇 명 있는 특기할 것 없는 소년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유럽(특히 스페인)의 축구팀에 대해 해박하다는 것 정도일까.

그런 평범한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었다.

그저 그 날, 조금 평범하지 않았던 것은 학교에서 돌아오자 옆집에 커다란 이사트럭이 서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지지난달 옆집 사람들이 어딘가로 이사간 뒤로 쭉 빈집이었다. 그 집에 누군가가 이사를 온 모양이다.

지은지 20년 정도 된 3LDK. 4인 가족이 살기에는 살짝 좁은 집이지만 집값은 딱 좋은 정도겠지. 역까지 걸어서 10분이니까 나쁜 매물은 아닐것이다.

그런 쓸데없는 참견을 하며 이사 트럭의 옆구리를 스쳐지나가다 이치로는 여자아이와 부딪힐 빤했다.

“엇…….”

부딪히기 직전에 이치로가 피했다.

나이는 이치로하고 비슷한 정도려나. 아무래도 이사해온 집네 딸인 모양이다. 그 소년는 저지에 샌들을 신고 촌스러운 안경을 걸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놀랄만큼 예뻤다. 젖은 것 같은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묶어놨을 뿐인데도 그것이 정말로 아름답게 보인다.

“죄송한데. 잠시……비켜줄래요.”

무표정하지만 조금 힘들어 보이는 목소리로 소녀가 말했다. 그녀가 무거운 상자를 들고있다는 것을 이치로는 그제서야 눈치챘다.

“아, 미안.”

이치로가 길을 비켜주자 저지 차림의 소녀가 꾸벅 인사를 하고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때, 그녀가 들고있던 골판지 상자의 밑이 열려버리고 말았다.

“앗…….”

땅에 부딪힌 짐들은 서적류였다. 소녀는 그닥 당황한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한 번 작게 한숨을 쉰 후 책을 줍기 시작했다. 이치로는 자연스럽게 소녀를 돕게 되었다.

“미안해요.”

“아뇨……저야말로.”

집어들어 보니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작가들이었다. 해외 문학이 많다. 알고있는건 미야자와 겐지 정도일까.

“이…….이사오신 건가요?”

이치로가 바로 그렇게 물었다.

“......네.”

“그럼 이웃이네요.”

“옆집 분 이셨나요?”

소녀가 옆집인 타나카의 집을 한 번 쳐다봤다.

“아, 맞아요. 타나카 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사가…아니, 이나바예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이나바예요. 이나바.”

소녀는 마치 자신에게 상기시키듯이 되풀이하며 말했다. 그리고 이사트럭 너머를 향해 한 번 물었다.

“엄마, 이나바였지?”

“아니지 이나바가 아니라 오노데라! 아, 벌써 말해버렸니?”

트럭 반대편에서 어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추리닝 바지에 티셔츠 차림이었지만 이 쪽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거기다가 젊다. 『엄마』라고 불리지 않았다면 언니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아, 처음뵙겠습니다. 호호호. 옆집 아드님 이신가요? 오늘부터 신세 지게될 오노데라 라고 합니다.”

“아, 네…….”

“이나바는 잊어주세요. 오노데라 랍니다, 오노데라.”

“네. 아……오노데라 씨.”

“맞아요, 오노데라.”

어머니가 미소를 들이밀며 말했다. 분명 복잡한 사정이 있는 거겠지.

“남편이랑 아들은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 갔거든요…나중에 인사하러 방문할게요. 딸은 이치로 씨하고 또래니까 부디 사이좋게 지내주세요.”

어머니를 따라 딸이 꾸벅 고개를 숙인다.

“네, 알겠습니다.”

아니 잠깐만. 『이치로』라는 이름 말했던가? 또 또래라는 것도…….

“엄마 우린 아직 이치로 씨의 이름 못 들었는데.”

소녀가 냉정한 목소리로 지적하자 어머니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로워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랬지 참. ……어, 그러니까, 어머님께 말이지, 아까 어쩌다 보니까 듣게 됐거든요! 정말로, 그게 끝 이랍니다. 으, 으하하하.”

“네에…….”

이치로네 어머니는 슈퍼에서 아직 일하고 있을 테지만, 더이상 추궁하는 건 왠지 꺼려졌다.

그 때, 반대쪽 인도에서 남성과 아이 2인조가 다가왔다.

“아, 빨리 왔네.”

아마도 아버지와 아들일 것이다. 손에는 간식과 삼각김밥이 담긴 비닐 봉투를 들고있었다.

“생각보다 편의점이 가까이에 있더라고. 좋더라, 저번에는 가까운 마을까지 차를 타고 1시간은 가야됐는데.”

라고 아들이 말했다. 딱 보기에는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일까.

“근데 아빠가 풀이죽어 있는데.”

“●로리 메이트……과일 맛이 없었다.”

힘없이 그렇게 말한 아버지는 몸이 잘 단련되어 있었다.

나이는 40 정도일까. 무뚝뚝한 표정에 언덕모양으로 다문 입. 왼 뺨에는 옅은 십자 흉터가 있었다.

“초코맛이 있었으니까 됐잖아.”

라고 아들이.

“아빠는 예전부터 과일맛을 좋아했거든. 이유는 모르지만.”

라고 어머니가

“요 몇달동안 어떤 가게에서도 파는 걸 보지 못했어…….”

하고 아버지가 어깨를 떨군다.

“과일맛은 단종된 걸로 아는데요.”

이치로가 무심코 말했다. 우연히 얼마 전에 인터넷 기사를 보고 알게된 것이었다.

“뭐라고?”

“과일맛은 단종됐어요.”

그 말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는지 아버지는 갑자기 이치로를 붙잡고 늘어졌다.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라……! 그렇게 맛있는게 단종되다니. 말도 안 돼, 제정신인가 ●츠카 제약?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과일맛을 사 왔는데……! 아마도 경차 한 대 값 만큼은 샀다고. 이봐, 뭐라고 말 좀 해봐라. 그보다……넌 누구지?”

“옆집의……다나카……입니다.”

숨이 끊어질듯 이치로가 대답한다. 아버지는 곧바로 제정신으로 돌아와 그의 흐트러진 블레이저를 원래대로 되돌려 주었다.

“이런, 면목 없군. 큰 실례를 범했다. 그러니까, 이치로 군 이었지.”

“넌 아직 이름 안 물어봤잖아.”

갑자기 어머니가 끼어들었다.

“그랬지. 어쨌든 다나카 군. 오늘부터 옆집으로 이사오게된 미키하라 라고 한다. 잘 부탁하지.”

“가 아니라 오노데라.”

“그랬지, 오노데라다. 오노데라. 미키하라는 잊어다오.”

“네에…….”

그 때 이삿짐 센터 사람이 집 쪽에서 말을 걸었다.

“저기요 사모님. 잠시 부엌 쪽을 좀 봐 주셨으면 하는데요.”

“아, 네. 그럼 실례할게요.”

어머니가 부산스럽게 자리를 뜬 후, 아버지와 아들도 가볍게 인사한 후 뒤를 따랐다.

“엄마 이제와서 드는 생각인데……주변 주민들의 신상명세는 안 알아보는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쉿! 그 얘긴 나중에 상담해 보자.”

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가 들려왔지만 이치로는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알지 못했다.

“죄송해요 부모님이 좀 경솔하셨어요.”

남겨진 딸이 말했다.

“아뇨, 그렇지 않아요.”

“나미예요.”

“어.”

“제 이름이요. 夏美라고 쓰고 나미.”

“오노데라 나미 씨라는 거군요. 잘 부탁해요.”

“오노데라 나미……오노데라 나미…….”

오노데라 나미. 그녀는 그 이름을 처음 들은것 처럼 중얼중얼 되풀이했다.

“확실히 성은 오노데라 같은 네 글자가 더 안정적으로 들리네.”

“저, 저기요?”

“신경쓰지 마세요. 그보다, 고맙습니다.”

“네?”

“책, 주워줬으니까.”

“아아.”

이치로는 주운 책을 바라봤다.

“이거 다 나미 씨의 책인가요?”

“응.”

“굉장하네요,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 투성인데. 어, 에두……하루폰?”

“아, 그 사람은 과테말라 작가인데 팩션 이라는 사소설 같은 장르를 쓰고있어. 아, 특별히 좋아한다든가 하는 건 아니고. 살짝 흥미가 가서 읽고 있던 것 뿐이니까……. 하지만 작가의 출신이 좀 불분명하니까 좀 이입할 수 있을까 해서…….앗, 죄송합니다…….”

무심코 요설을 늘어놓아 버린 것을 깨닫고 나미는 입을 다물었다.

“아뇨, 역시 대단해요. 그렇게 자세히 알고있다니.”

“자세히 아는게 아니에요. ……취미 같은건 딱히 없고. 독서 뿐이라서. 자주 이사 다니기도 하고…….”

“그렇구나.”

“하지만 여기선 오래 지낼 생각인가 보니까. 잘 부탁해요.”

“이, 이쪽이야 말로.”

나미는 많은 책을 소분하여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기 사닥했다. 도와줄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역시 너무 생색내는 것처럼 보일까봐 이치로는 그냥 자택으로 돌아갔다.

이 이상은 아니다. 평범한게 제일이다.

한 시간 정도 후 일을 나간 어머니가 돌아왔다. 옆집에 누군가 이사온 건 방금전에 안 모양인듯, 사모님과는 방금 처음 만난듯 하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2층 창문에서 상황을 지켜보자 이삿짐 센터가 일을 얼추 끝냈을 무렵이었다. 오노데라 씨 일가의 네명은 다같이 이삿짐 센터 직원에게 인사한 후 새 집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나미가 이 쪽을 눈치챘다.

의심받는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 하고는 가볍게 인사했다. 이치로도 가볍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옆집에 저렇게 예쁜 애가 이사를 왔다니, 살짝 두근거린다.

이대로 고등학교까지 같은 곳이라면……아니, 역시 그건 아니려나.



다음날, 아침조회 시간.

“오노데라 나미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칠판 앞에서 나미가 작게 말했다. 오늘은 당연히 교복차림 이었다

교실의 학생중 하나인 다나카 이치로는 반신반의한 채 눈을 꿈뻑일 뿐이었다. 확실히 이 학교는 집에서 적당히 가까운, 중견정도 되는 현립 고등학교이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반으로 전학을 오다니.

평범한게 제일이라는 자신의 신조가 무너져 내린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치로는 진정할 수가 없었다.

나미는 수수한 외형을 하고 있지만 저렇게 예쁘다. 학생들도 흥미진진했다. 평소라면 날아다니고 있을 잡담들이 오늘은 전혀 없었다.

“그럼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세요. 오노데라 양, 뭔가 자기소개 할 건 있나요?”

라고 담임이 관심을 끌었다.

“아뇨……없습니다.”

“그럼 다들 질문해보자.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 사람?”

5~6명 정도가 힘차게 팔을 들어올린다. 우선 여학생 한 명이 지목되어 질문을 시작했다.

“예전에는 어디 살았나요?”

“리베르다지, 페어뱅크스, 카불, 베이커즈 필드……여러 곳입니다.”

썰렁~......

알고있는 지명이 하나도 없다. 리액션할 길이 없었던 학생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어서 남학생이 질문한다.

“특기 같은 건 있나요? 혹은 개인기 같은거.”

“딱히 없습니다만,  화기라면 나름대로 다룰줄 압니다.”

“화기? 전화기? 그렇게 잘 다루나요?”

“그정도는 아니고……그저 다룰줄 알 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잊어주세요.”

“네…….”

또다시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모르는 학생들 사이에선 미묘한 공기가 흘렀다.

담임 선생님도 나미가 그닥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알아챈 것인지 질문회를 급하게 마무리하려 했다.

“이, 이번 질문을 마지막으로 하겠습니다. 자, 그러니까, 거기!.”

“저기, 좋아하는 가수 같은 거 있나요? 저는 평범하게 KOASOBI나 아이먕 같은 사람들을 좋아하는데……”

그러자 나미는 묘하게 거기에서만 자신이 있다는 듯이 가슴읗 펴고서 말했다.

“예, 이츠키 히로시와 SMAP입니다.”



당연히 SMAP도 이츠키 히로시도 알고있던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담임교사는 SMAP을 모르는 학생이 태반인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그녀 나름의 농담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렇게 『자기소개 개그에 실패한 조금 아쉬운 전학생』이라는 해석으로 진정된 오노데라 나미였지만, 쉬는 시간에는 끝없이 학생들이 말을 걸어왔다.

처음은 여학생 주류 그룹이었다.

좋아하는 학생이나 예전 학교 동아리 등 지장없는 화제들이었지만 나미는 그걸 모두 “딱히 없다” “잘 모르겠다” 같은 대답으로만 일관하고 있던지라 이야기가 전혀 무르익지 않았다.

그 다음은 역시나 여학생들, 조금 눈에 띄는 그룹이 이야기를 걸어왔다. 평소에 어떤 가게에 다니는지, 인스타 프로필을 알려달라는 등. 이것도 “다니지 않는다” “안한다” 등으로 대답해 회화가 중간에 끊겨 버렸다.

남자 쪽에선 조금 노는 애들이 처음으로 돌격했다. 조금 가벼워 보이는 남학생이 “남친 있어?”라고 물었다가 주변 친구들에게 얻어맞는 등의 이벤트를 지나 여러 염치없는 질문들이 날아들었다.

나미는 이것도 “모른다" 같은 냉담한 태도로 일관했다. 웃음 같은 것도 전혀 없다.

그렇게 점심시간에도 다른 학생들과 묘한 대화들이 이어진 끝에 방과후에 나미는 혼자가 되어있었다.

외톨이 확정.

하지만 나미는 자신이 고립되어 있는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가방에 노트를 넣고 빠르게 집에 갈 채비를 마쳤다.

“오노데라 씨.”

지금까지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던 이치로가 말을 걸었다. 이대로 아무 말도 안하고 돌아가면 근처에서 만났을 때 어색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허물없지는 않도록.

“새 학교는 어때?”

“잘 모르겠어.”

이치로에게도 대부분의 학생과 같은 반응이 돌아왔지만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학교 같은 건 거의 처음이라서…….”

“어? 그럼 지금까지는 어떻게 지냈는데?”

“온라인 이라던가 가정교사 라던가. 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말하면서 나미는 가방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묘한 동작에 주변을 돌아보자 교실 한편에서 여학생들이 핸드폰을 들고있었다. 무슨 웃긴 영상이라도 찍는가보다.

촬영이 끝나고 핸드폰을 집어넣자 나미는 가방을 내렸다.

“카메라 싫어해?”

“싫어하는 건 아니고……그냥 인터넷에 얼굴이 알려지면 곤란해 질지도 모르니까.”

“아아.”

그걸 싫어한다고 하는게 아닌가? 저 정도로 조금 괴한게 아닌가 싶었지만 뭐 그런 걸 신경쓰는 사람도 있겠지.

“그럼 집에 가자.”

“응?”

나미가 너무 당연하게 말했기 때문에 이치로는 무심코 되물어 버렸다.

“집에 갈거잖아?”

“어, 응. 근데……같이?”

그저 이웃일 뿐인데 사이좋게 귀가라니, 그건 뭐랄까…….

눈에 띈다.

평범제일인 그에게는 허들이 너무 높은 행동이었다.

“이웃이니까 같이 돌아가는 편이 안전하잖아?”

“뭐?”

“같이 가는게 더 안전하다고 말했어.”

뭐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사는 주택가의 치안은 평범한 편이었다. 여자 혼자 지나다녀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무슨 볼일이 있다면 나 혼자 돌아갈게.”

“아……아니.”

그는 말했다. 지금까지의 그라면 『미안. 볼일이 있어서.』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볼일은……딱히 없어. 가……같이 가자.”

이치로가 띄엄띄엄 말했다.

스스로도 놀랐다. 평범한게 제일인데. 하지만 나미가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몸짓 앞에서 그의 신조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나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역시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미소녀 전학생』과 같이 걸어가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이상하게 눈에 띄는 행동으로 앞으로의 학교생활에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으면 좋을텐데……그러한 걱정을 하고있던 이치로 였지만, 기우였다. 아무리 예쁘더라도 나미는 수수했다. 멀리서 보면 그닥 눈에 띄지 않는다. 학교에서 나오자 더이상 두 사람에게 주의를 쏟는 학생도 없었다.

특별히 대화가 오간 것도 아니었지만, 별 일도 없이 집에 도달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힌 기력을 소모했다.

그렇다, 미인과 걸으면 피곤하다. 이치로는 그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고마워.”

“그럼…….”

집 앞에서 나미와 인사를 나누고 있으니 나미의 어머니가 현관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어머, 어서오렴 나미. 이치로 군도.”

손에는 에코백과 지갑. 가까운 슈퍼에 장이라도 보라 가려던 걸까. 다시보니 어머니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싼 트레이닝복 치림인데도 모양이 그럴듯 했다.

“이치로 군, 어머니한테 이야기 들었니?”

“어……무슨 얘기요?”

“어머님 오늘 일 때문에 늦어질 테니까 우리 집에서 저녁 먹으면 어떨까 한다고.”

“네, 네에……?”

핸드폰을 확인해보자 이치로네 어머니한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엄마:옆집 오노데라 아주머니 한테 이야기 하다 보니까 잇짱 저녁 옆집에서 대접해 주기로 했어. 멋재로 정해서 미안. 실수하진 말도록 하고.』

잇짱은 이치로를 가리킨다. 이치로네 어머니는 좋은 뜻으로든 나쁜 뜻으로든 느긋한 타입이라 막 이사온 오노데라네에 대해 사양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덧붙이자면 이치로네 아버지는 아마니시에 단신부임 중이라 주말에만 집에 들어오신다.

“죄송합니다. 엄마한테 메시지가 와 있었네요. 어, 하지만, 어라?”

나미네 집 식사에 초대받다니. 기쁨 이전에 피곤이 느껴진다. 안그래도 『미소녀 전학생』이랑 같이 돌아오며 1년치 비일상을 맛본듯한 느낌이 드는데.

“어떡할래? 급하게 잡힌 일이고, 그만둔다고 해도 우리집은 괜찮긴 한데.”

나미네 어머니가 말했다. 진짜로 어느 쪽이든 괜찮다는 듯한 편한 어조였다. 이 사람은 그러한 털털함과 신비한 매력이 있다.

“혹시 폐가 아니라면……염치 불구하고.”

이치로는 또다시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에 크게 놀랐다. 평소의 그라면 『몸이 좀 안좋아서……부디 다음번에』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응, Ok,! 그럼 6시 쯤에 와줘!”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고는 장을 보러 나간다. 스타일 발군의 뒷모습에 아줌마 같은 샌들을 신은 모습이 왠지 인상적이었다.

“그럼 이치로 군, 이따가 보자.”

나미는 현관으로 들어갔다. 이치로가 저녁식사에 동석하는 것에 이렇다 할 감상은 없는 모양이다. 나미의 담백함에는 익숙해지긴 했지만 반응 제로라는 것도 어딘가 불만스러웠다.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13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공지 (공지) 풀메탈패닉 4기 관련 정보 [2] fmpmino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15 2510 2
공지 「풀메탈패닉! 춤추는 베리 메리 크리스마스」 오디오드라마 관련 정보 [7] fmpmino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15 2078 3
공지 풀메탈패닉 마이너갤러리는 정식 갤러리 승급을 환영합니다 [3] fmpmino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06 1116 2
2581 2기 작화가 좋긴하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6 4 0
2580 애니 4기 재밌게 보는중인데 [2] 풀갤러(218.239) 05.15 37 0
2579 풀메탈 패밀리 뭔가 씁쓸하네 제이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4 83 0
2578 패밀리 다음 화에선 그들이 나오네요 [3] 진고럭(115.140) 05.08 151 3
2577 패밀리 소식 듣고 찾아옴 [9] 풀갤러(61.83) 05.05 186 0
2576 4기 12화 무전기씬이 잘 뽑히긴 했는데 이 부분은 소설이 고트임 [2] 제이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123 0
2575 듣고 가라 풀갤러(125.240) 04.23 98 0
2574 신작 나왔다던데 정발 아닌거지? [3] ㅇㅇ(223.39) 04.22 158 0
2573 생선대가리카레 풀갤러(218.239) 04.21 89 1
2572 풀 메탈 패닉 소설로 읽기 VS 애니로 보기 [4] 풀갤러(218.239) 04.20 112 0
2571 근데 풀메탈 패닉 4기 12화 엔딩 노래 나올때 진짜 소름 돋았네? [2] ㄱ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0 106 0
2570 좋아하는 사람 이상형이 텟사라는데 [10] 풀갤러(115.21) 04.19 175 0
2569 번역) 소스케의 버튜버 데뷔 단편 5 (완) [10] 풀갤러(115.140) 04.14 356 9
2568 번역) 소스케의 버튜버 데뷔 단편 4 [1] 풀갤러(115.140) 04.14 194 7
2566 번역) 소스케의 버튜버 데뷔 단편 3 [1] 풀갤러(115.140) 04.14 176 7
2565 번역) 소스케의 버튜버 데뷔 단편 2 [2] 풀갤러(115.140) 04.14 229 8
2564 1기 지금 재탕하는데 이 뜻 처음알았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4 125 0
2563 번역) 소스케의 버튜버 데뷔 단편 1 [2] 풀갤러(115.140) 04.12 374 8
2562 치도리 막말 개 많이하네 ㄷㄷ [2] 풀갤러(58.29) 04.07 143 0
2561 어떻게 입문하는게 재일 재밌을까 [10] 풀갤러(58.29) 04.03 146 0
2560 (스포) 원작 후반 스토리 관련 궁금한 점 [1] ㅇㅇ(223.39) 03.27 177 0
2559 후못후랑 본편이랑 아슬아슬 줄타기가 넘 좋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100 0
2558 마듀커스나 군인 노인네들은 Family 시점에서는 거진 70-80살인가? [1] 풀갤러(115.23) 03.18 174 0
2557 흑흑 다시봐도 재밌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79 0
2556 4기 이 장면 너무 웃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190 1
2554 내가 대가리가 심하게 깨진 건가? 4기 다시 봐도 재밌는데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2 161 0
2553 책 알라딘에서 드래곤볼 해서 겨우 다 모음 최관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9 102 0
2552 이제 풀메탈패닉 다 읽었는데 [3] 최관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9 212 0
2551 스포?/설정보니 아주르에는 핑크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9 117 0
2550 혹시 애니 5기 소식 있나요?? [1] ㅇㅇ(106.101) 03.09 86 0
2549 희소식 뜸 [2] 풀갤러(118.235) 03.08 248 1
2546 근데 얘 근황은 안 나옴? [2] 와타시키니나리마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7 488 0
2545 풀 메탈 패닉 FAMILY 1권 감상(2화 나머지,3화,etc) [7] 풀갤러(121.188) 02.01 625 0
2544 풀 메탈 패닉 FAMILY 1권 감상(2화) 풀갤러(121.188) 02.01 356 0
2543 풀 메탈 패닉 FAMILY 1권 감상(1화) 풀갤러(121.188) 02.01 359 0
2542 머냐 이거 감상글 왜 다 날아감? [2] 풀갤러(124.51) 02.01 182 1
2538 카나메 교복플레이는 멀까… [6] 풀갤러(39.7) 01.31 476 0
2537 에무나인좌 뭐하십니까 [4] ㅇㅇ(120.142) 01.30 246 1
2536 근데 1기 애니 만들던 회사 망했다던데 맞음? [1] ㄱ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9 167 0
2535 풀메탈패닉 만화는 이제 못구하냐?? 풀갤러(1.235) 01.29 116 0
2534 [그림] 다들 좋아하는 그거.jpg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8 509 8
2533 근데 신작에 텟사근황 나옴? [2] ㄱ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7 311 0
2532 양준규하사 근황 궁금했는데 이제서야 알게됨ㅋㅋ 풀갤러(175.223) 01.27 226 0
2531 소설책 박스 세트같은거 나왔으면 좋겠다.... [2] 마세갑주세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6 106 0
2530 애니 보니까 사가라 진짜 퇴학되도 이상하지 않았네 ㅋㅋㅋ [3] ㄱ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6 224 0
2529 번역)풀 메탈 패닉 패밀리 1권 2장-1 [9] M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6 815 18
2528 교토애니메이션에서 다시 애니 제작해주면 좋겠네 [1] ㄱ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6 85 0
2527 근데 사가라랑 치도리 결혼함? [1] ㄱ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6 184 0
2526 에무나인 선생님 빨리 일하십쇼 [2] 풀갤러(211.230) 01.26 278 7
2525 근데 사가라 소스케가 본명이 아니라덴데 맞음? [1] ㄱ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4 16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