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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행복의 눈사람-1앱에서 작성

ABC친구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8.07 20: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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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도 아렌델의 위대한 엘사 1세에게 열광하는 구석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많은 노르웨이인들, 특히 아렌델 인들이 그녀를 위대한 민족지도자로 찬양하고 떠받들었다.
그녀는 늘상 전선의 앞에 섰으며, 모두에게 공정했다. 그녀에게 충성을 맹세한 근위군도, 그녀와 싸우다 붙잡힌 포로들도, 결국은 다 똑같은 바이킹 민족의 후예였고, 날로 거대해져가는 아렌델 왕국의 신민이었다. 누구에게도 따뜻하진 않았지만, 모두에게 냉정했다. 이 공정함은 엘사가 서서히 동쪽과 남쪽으로 진격해나아갈 때 큰 도움이 되었다.
크리스가 지금 타고 있는 열차가 생각보다 빨리 민간용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 있었던 일이다. 전장에 나타나면 눈보라를 일으킨다는 적장의 소문은 하나의 채찍이었을 뿐이다. 노르만 민족 통일의 명분이 주는 설렘과 누구에게나 공정하단 소문이 주는 매력은 많은 공국들로 하여금 싸움없이 투항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물자가 실러날라질 필요는 없었고, 자신들의 새로운 수도가 된 아렌델 시에 방문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았다. 엘사는 과감하게 칙령을 내려 이곳 크리스티나에 루나드 역을 개방하고 서쪽 베르디오 시까지의 민간여행을 허가했다. 대다수의 철도는 아직 군사용으로 통제되었지만, 이 노선은 아렌델 왕국이 유럽의 강국 중 하나로 우뚝서기 시작했다는 상징처럼 여겨졌다.
"배고프네."
메이가 중얼거렸다. 열차의 서비스는 확실히 쓰레기같았다. 아니 서비스라는게 있다면 말이지만. 코로나의 7왕국 순환열차는 간단한 식사나 볼만한 경치를 제공한다고 들었는데... 뭐 그 정도 차이는 어쩔 수 없는지도 몰랐다. 코로나의 기차는 통일이 이뤄지기 전 민심을 통합시키기 위해 깔아놓은 물건이었고, 그 작업은 현재까지도 계속 진행중이었다. 반면 이 횡단노선은 군사용으로 깔아놨다가 급히 민간용 전환이 이루어졌다... 그마저도 엘사 여왕이 서거한 지금, 올라프가 이 노선에 얼마나 주목하고 있을 것인가?
"챙겨온 거 아무거나 꺼내먹어. 베르디오에 갈 때까지 버틸만큼은 있으니까."
크리스가 말했다. 메이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베르디오에 도착하고 나서는?"
"큰 도시잖아. 아렌델보다도 클걸. 뭐라도 구할 수 있을 거야."
"그것도 그렇네."
코로나의 순환열차라. 코로나, 그래 코로나다. 대체 그 친구들은 뭐가 그렇게 문제인거지?
"소뭔이 사쉴이라고 생갹해?"
메이가 순무 한쪽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참. 배고프다고 그래놓고는 일단 순무 한쪽으로 땡이라니. 주섬주섬 식량바구니를 다시 허리에 차는 메이의 모습을 보며 크리스는 헛웃음을 지었다. 메이가 배고플만하다는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크리스티나에 도착한 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크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소문?"
"7왕국 사단 얘기 말이야. 소문이 사실이라면 발데로스 연대가 반란을 일으킨거라고! 총독 근위대 직할연대가!"
"그렇지."
크리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크리스도 그 소식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잘 유추해낼 수 있었다. 제작년까지만 해도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그를 순진한 소년으로만 키웠지만, 지난 2년 사이에 정말 많은게 변했다. 노르웨이 통일전쟁이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될 기미를 보이자, 안나가 서둘러 크리스를 불러다 준비를 시키기 시작한 것이었다.
'때가 되면, 엘사에게 도전하여 아렌델의 왕위를 빼앗아라...'
찬탈자가 되라는 소린가?
16살 소년에게 찬탈자가 되라고 가르치다니, 그동안 사랑과 정의와 도덕에 대해서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가르치던 안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만 여겨졌다.
"서던이 반군 진압을 돕기 위해 군대를 남쪽으로 돌리려 할 수도 있다는 뜻이지. 어차피 인어족들과의 동맹이 있는 한, 덴마크 지역은 괜찮아... 엘사왕 조차도 스웨덴과 직접 전쟁을 벌여 말뫼를 손에 넣지 않는 한 서던 본토를 치는건 꿈도 꾸지 못했을걸..."
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는 조금 했나보네. 서던에서 나고 자란탓에 지나치게 서던에 유리하게 편향된 시각이지만."
"네가 가르쳐 준 거거든, 대부분."
"으응, 그렇지. 하지만 서던편향적인 시각은 웨스터가드 가문에게 직접 영향받은 걸거야. 발데로스 연대의 반역이 사실이라면, 나는 이렇게 봐. '라푼젤이 그 반란을 직접 지시했다.' 어때?"
크리스는 메이가 이렇게 말할 줄 예상하고 있었다. 그야, 방금 전에도 대충 그런 비슷한 소리를 했으니까. '카산드라 연대장은 공주의 말 밖에는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너무 비약 아닐까?
"대체 왜? 그게 무슨 의미인데?"
"코로나 통일전쟁이 시작될수도 있단 얘기지. 통일 코로나 제국. 영리하기로 소문난 왕녀가 그정도 각오도 없이 구코로나 국경지대 총독에 부임했을까? 프레드릭은 분명히 병탄을 노리고...."
"네 말이 맞다면, 이것저것 많이도 합쳐지려고 하는 시대네."
"새삼스러울게 뭐있어? 프랑스의 군인황제를 잊은 건 아닐테잖아?"
"그런건 거의 신화나 전설이지. 땅엔 기차가 굴러다니고 하늘엔 비행기가 날아다녀. 용기병은 더이상 세상에서 제일 빠르지도 않아. 예전같은 기동전은 더이상 가능하지 않아. 그런시대는 끝났어..."
크리스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던 메이가 뭔가 문득 생각난듯 고개를 돌렸다.
"그래? 그러고보면 이런 이야기는 어때? 얼마 전에 주워들은 얘긴데 말야, 농사용으로 개발된 신개념 차량이 있다는데 그 바퀴가 얼마나 대단한지..."
메이 워터레인은 이런 소녀였다. 그녀에겐 숲속 원주민의 피가 흘렀고, 그녀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거기에서 찾았지만, 그녀의 기질은 환경운동가보다는 연구자나 기술자에 가까웠다. 그게 새로운 노덜드라인들의 특징이기라도 한걸까?
그래, 그녀는 '망명 노덜드라인'의 일족이었다. 아렌델의 기병대가 안개방벽을 돌파하여 진격을 감행했을 때, 일부 부족원들과는 달리 숲에 별로 미련이 없었던 나투라 일족은 무력저항을 포기하고 투항하여 전쟁포로들 사이에 섞여 아렌델로 내려왔다. 엘사는 포로들에게 특별히 관대하진 않았지만, 특별히 잔인하지도 않았으니까. 나투라일족은 곧 자유를 부여받았고, 가까스로 영국에서 온 기자와 접촉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메이의 아버지였던 라이더 나투라는 세계정세를 뒤흔들만한 폭로를 해버렸다.
아렌델 인들의 명분없는 침공, 선대때부터 이어진 악연, 아렌델이 계획하고 있는 민족통일전쟁의 실체...
그리고
엘사의 힘과 그녀의 본질적인 정체
마지막 폭로는 정말 무시무시한 영향을 가져왔다. 영국의 정치가들은 즉각적으로 아렌델의 침략행위를 비판했다. 누구도 엘사의 '능력'을 직접 언급하며 그 점을 콕 짚어 비판하지는 않았다.  중세시기 이어진 지독한 마녀사냥의 여파로 조금의 엇나가는 발언도 차별주의적 시각으로 여겨져 반대파에게 비판의 여지를 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안나는 말했다.
'그들이 진짜 우려했던건 엘사의 힘이었다'라고.
존 스미스의 탐험선이 탐험 명목으로 서쪽으로 가다가 갑자기 영불해협을 건너 동쪽으로 돌아오는 사태까지 이어지자 엘사는 더이상 참지 못했다. 엘사는 아직까진 타국이었던 크리스티나 방면 해안에 마치 자국 영해인 양 대포를 단 범선들을 내려보내며 이 이상 접근하는 영국 선박은 모조리 격침시켜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크리스티나 인근 해안은 곧 서던 영해 인근이기도 했다. 주권국의 명맥은 유지하고 있던 크리스티나를 완전 무시한 채, 서던은 대사관을 통해 크리스티나 인근에서 아렌델 해군의 군사행동이 있을 시 서던 또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견을 분명히 표시했다.
다음날, 양국에서 대사관이 폐쇄되었고, 폐쇄되기 직전 대사관을 통해 양국간의 선전포고문이 제대로 전달되었다.
아직 노르웨이 통일전쟁이 제대로 마무리기도 전이었던 2년전 6월 18일, 아렌델과 서던은 공식적인 전쟁상태에 들어갔다.
라이더 나투라는 그 시기즈음에는 잠적했다. 전쟁 발발 이틀 뒤에 메이는 서던 제도에서 만나게 되었지만, 그녀는 아버지 얘기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았던 것인지, 외교적 기밀사항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인지....
"당근 먹을래?"
메이가 크리스가 그녀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제안했다. 크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뜬 다음 고개를 저었다.
"당근이 있었어?"
"응."
"그런데 왜 순무만 씹고 있던 거야?"
"길가다 배고파하는 순록이 있으면 줄까 해서?"
"뭐?"
메이가 갑자기 크리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크리스는 짐짓 점잔빼면서도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 메이가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아버지를 꼭 닮았네. 음머 한 번 해볼래?"
"...누구 아버지?"
"...둘 다."
크리스가 라이더 나투라에 대해 많은 걸 알진 못했지만, 유능한 순록치기였다는 사실만은 알았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 크리스토프도.
"그럼 하나 줘봐. 슬슬 출출해지던 참이기도 하고."
"그래. 해적선에서 그렇게 당해놓고도 안출출할리가... 얼레?"
가방을 뒤적거리던 메이가 별안간 탄성을 질렀다.
"무슨 일이야?"
"나 식빵도 들고 왔었는데? 너 차라리 이거 먹을래?"
"...당근이면 됐어, 고마워."
그쪽이 목이 덜마르니까, 라고 크리스는 생각했다. 방금 전에 막 무한궤도니 뭐니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메이는 앞으로도 쉼없이 떠들 것처럼 보였다. 적당히 호응해주려면, 크리스도 목을 조금은 아낄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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