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인가요?"
의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경찰은 나의 신원 확인을 받고 나서 나를 데려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의사는 온 몸이 멍투성이인 안나를 취조실 같은 분위기의 하얀색 방으로
옮긴 후 차분한 음성으로 물어봤다.
"...모르겠어요."
안나는 넋이 완전히 나간 상태로 있었다.
"..."
의사는 그 날, 안나를 그대로 보낸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BACK TO D-2
갈색머리의 건망증에 걸린 듯한 여자는 오늘도 병원 앞을 서성인다.
이 짓도 벌써 몇 년 째, 그래도 여자의 언니분께 들은 집안 사정을 생각해서라도
계속해서 신경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또 오셨네요?"
"..네.."
그녀는 평소와 같이 멍한 상태로 내 말에 대답했다.
그때, 내 눈에 평소에 보이지 않던 고통의 흔적들이 보였다.
..그것은 분명히 멍이었을것이다.
"..무슨 일 있는 건가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여자는 온 몸을 벌벌 떨며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방금 그건.."
얼핏보기에도 피부로 드러난 멍 자국은 지속적인 학대의 증거로 보였다.
"..설마?"
PRESENT DAY
"그 날 당신을 보내면 안되는거였어요."
의사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자꾸 아까부터 무슨 말씀이신지.."
..그녀는 모른다.
아니, 모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몇 년 동안이나 계속해서 괴롭혀온 광대가
사실은 자신이 가장 아껴야 하는 대상임을 알고 있기에
그녀의 손으로 행한 짓은 아스라이 퍼진 피비린내로 확고해졌지만,
그녀의 정신은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다.
..단순히 건망증이 심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가 부정하는 것은 그녀 스스로가 저지른 어젯밤의 행동이 아닌
지금까지 계속해서 안 좋은 방향으로 꼬여 온
그녀와 그녀의 언니의 삶을 한탄하는 의미일까?
의사는 안나와 긴 대화를 이어갔지만 그녀가 건망증이 매우 심해졌다는 사실과
온 몸에는 광대에게 고통받은 흔적만이 남겨져있다는 사실만 알아냈을 뿐,
그 외의 소득은 없었다.
AFTER THIS
"..언니를 찾아야 해요.. 많이 아파요."
"허어.. 이것 참.."
경찰은 넋이 나간 상태로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건지, 마는건지도 모르는
여자를 어떻게 할 지 고민중이었다.
"안타까운 경우긴 해도.. 이렇게 증거가 확실하면.."
"그래도 이 여자분의 정신 상태는 이미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수준이란 말이지.
그리고 학대의 흔적도 이미 나와있고."
안나를 앞에 앉힌 채로 두 경찰은 서로 한숨만 주고받을 뿐이었다.
"언니.."
혼이 빠진 듯한 안나의 얼굴 위로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저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 그 어떤 일들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진정한 비극이 아닐까.
"증거를 찾았습니다."
그때, 경찰관 한 명이 일기장 하나를 손에 쥔 채로 달려왔다.
"이게 뭐지?"
"이 분의 일기장으로 추정됩니다."
경찰관은 안나를 가리켰다.
경찰관은 일기장을 천천히 넘겨보다 몇 장의 충격적인 내용들이 눈에 들어왔다.
...
비극의 냄새가 아스라이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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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이번 회차로 <아스라이> 는 완결이 났습니다. 좀 반전이 심해서 놀라셨을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후기에서 모든 것을 다 밝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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