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 응? 자네 무슨 걱정 거리라도 있나?

배불뚝이에 친근한 인상이 인상적인 사장이 다가왔다.

말단 디자이너는 차게 식힌 핫초코를 들이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내비쳤다.

디자이너 : 저희가 공지했던 거요... 겨울왕국 갤러리에다가 정령님 공주님 카드 만든다고 한거...

사장 : 그게 뭐 어때서? 무슨 문제라도 있나?

디자이너 얼굴 아래로 짙게 깔린 그림자를 본 사장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디자이너 : 아뇨 그... 이번에는 망하지 않을까 걱정돼서요.

사장 : 왜 그렇게 생각하지?

디자이너 : 이번에 출시할 정령, 공주 카드를 만들면서 겨울왕국 갤러리를 계속 살펴봤는데.... 사람들이 계속 탈갤하는 거 같더라구요.

사장 : 탈갤?

디자이너 : 더 이상 겨울왕국을 좋아하지 않게 된 사람들이 갤러리 활동을 그만두는 거에요. 저희가 올벤쳐 카드를 냈을 때와는 달리 지금 겨울왕국 갤러리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질 않아요.......

디자이너는 쓸쓸한 눈동자로 자신의 모니터를 쳐다봤다.

화면에는 겨울왕국 갤러리의 글쓰기가 띄워져 있었다. 커서는 등록 위에 올라가 있지만 클릭을 하진 않았다.

디자이너 : 사람들이 탈갤을 많이 했다는 건... 더 이상 우리 카드에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죠. 카드 출시 관련해서 공지 글을 쓰려고 하는데.... 개념글도 가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 걱정이네요...

사장 : 푸흣.

디자이너 : ?????

어째선지 심각한 분위기에도 배불뚝이 사장은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디자이너는 이 웃음의 의미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장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디자이너의 어깨 위로 두꺼운 손을 얹었다.

사장 : 뭘 그리 걱정하는 건가. 어차피 안 팔리면 안 팔리는 거지. 돈을 못 버는 건 자네가 아니라 나네. 그러니까 걱정할 필욘 없어.

디자이너 : 킹치만......

사장 : 이번 카드 출시는 팬들에게 장사를 위한 게 아니라 약속을 지키기 위한 거네. 개념글을 못 가서 묻히는 거면 뭐 어떤가.

딸칵.

디자이너 : 사, 사장님! 갑자기 등록을 눌러 버리시면?!

사장 : 어차피 책임은 내가 지겠네. 안 풀리면 뭐... 그냥 코런갑다 하지 뭐!

디자이너 : 피.... 사장님도 참.....

하지만 사장님의 말은 분명히 위로가 되었다.

사람들이 많은 탈갤을 하면서 동시에 카드에 대한 관심도 떨어졌다.

분명히 이 공지 글은 묻히고 이번 건을 계기로 다음 카드의 출시는 없을 것이다.

디자이너 : (잘 되면 피버도 만들고 싶었는데.... 아쉽네....)

하지만 역풍이 불어왔다.

디자이너 : ..................EH?

단 5초만에 공지 게시글이 개념글을 가버린 것이다.

디자이너 : 손나.... 바카나....?!

아무리 눈을 비벼봤지만 눈 앞에 펼쳐진 이 광경은 현실이었다.

눈앞에서 다시 한 번 기적을 보게 된 것이다.

띠링. 띠링.

계속해서 뜨는 알람 메시지.

디자이너는 허겁지겁 알람을 확인해서 공지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했다.

프붕

ㄴ 줸장 믿고 있었다고

프붕

ㄴ 카드 사려고 다시 입갤했다 프하프하

프붕

ㄴ 출시일 기억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피버까지 가즈아!!!

주르륵....

새벽의 이슬 같은 물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 눈물을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디자이너 : 피......

감격에 어깨가 들썩였다.

하지만 얼굴을 명백하게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디자이너는 속 시원한 기지개를 키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디자이너 : (좋아. 피버 카드는 어떻게 만들까?)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