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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릴레이소설 [ETERNAL WINTER] 22앱에서 작성

Act_of_true_lov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04 00: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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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he northwind meets the sea
There's a river full of memory


릴레이소설 영원한 겨울 통합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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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겨울 - 22




행여나 너무 섣부른 행동은 아니었을까. 해야할 말이 있다는 한스의 말에 안나의 낯빛에는 의문점이 피워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쉽사리 무엇인가를 말할수가 없었다. 한스가 안나에게 한 말을 들었는지 안나의 모습 뒤로 재각각의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일행들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을 때, 한스는 곧 아무런 대책없이 말문을 열어버렸다는 사실을 후회했다.



'별거 아니랍니다. 단지 모든 것을 되돌릴 시간이에요. 한번은 어려웠지 두번은 제법 쉽더군요. 미안하다는 말은 굳이 하지않을게요'

라던가

'지금 바깥에는 난리가 났더군요. 매우 끔찍한 일이 아렌델과 북쪽 숲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까지.



다른 하나는 그들을 다시금 배신하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필시 그들에게 슬픔을 안겨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리하여 쉬이 선택할 수 없었다. 제 아무리 빙빙 돌려본다한들 결론적으로 그가 해야할 말에 두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는 사실이 퍽 난감한 것은 분명할테니.



"운명이라...."

"네? 지금 뭐라고 했나요? 한스. 다시 한번 말해줄래요?"



난감한 그의 속내를 대신 이야기하듯 나지막히 읖조린 탄식은 마치 비명처럼 작게 터져나왔다. 다행히도 듣지 못하였는지 뒤이어 되묻는 안나의 목소리가 들리나 싶었지만 그의 속내는 이미 엉크러진 실타래처럼 깊디 길게 이어진 상념으로 침전될 뿐이었다.


"한스?"


.
.
.



운명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단어인데.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는 예전의 그 어느날, 아마 어머니가 요절한 뒤 그리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쯤 아니었을까. 아비와 형제를 고사하고 사용인마저 장례식에 찾아오지 않는 이 이상한 상황.


하얀 옷을 곱게 갈아입고 깨어나지 못할 잠을 자고 있는 어머니와 지위와는 상반되게 평민들이나 겨우 사용할법한 허름한 관속에 누워계신 그 모습은 정말이지 우습게도 눈물이 절로 나올만큼 고결해보이고, 또 아름다웠다.


한스 그 역시도 바보천치는 아니었는지라 그동안의 형제들의 태도에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느끼고 있었지만 어머니의 헌신적인 비호아래 총천연색 꿈을 키워오던 한스의 꿈은, 한스라는 작은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쓰여지던 동화는 그렇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어머니의 죽음과 가족들의 철저한 무시와 냉소라는 최악의 결말로.


저녁임에도 땀이 절로 나올만큼 더운 날이었지만 촛불하나 간신히 피워진 어두운 방안은 무척이나 싸늘했다. 제아무리 팔로 스스로를 끌어 안아보아도 몸이 덜덜 떨려 입가에서 딱딱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한 한스의 머리속은 너무나 복잡했다. 그러나 다행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충분했다. 관속에 누위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한스는 홀로 다짐을 하게되었다.



꼭 이곳을 벗어나리라. 역사서에 두어줄 내외로 적혀 끝나버릴 13번째 왕자, 한스 웨스트우드가 내 운명이라면 꼭 바꿔보겠다고. 왕의 측실이었지만 고작 화병에 맞아 죽어버린 어머니처럼 고작 이런 것이 운명이라면 개척하리라. 기필코 꼭 이루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 수많은 다짐 속,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하늘께서도 그녀를 가엽게 여기시길 바라고 또 바랬지만, 끝끝내 장례식의 마지막 날까지 오로라는 보이지 않았다.



.
.
.



"한스!!"

"헛!"


그의 상념이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그로서는 당최 알수없는 노릇이겠지만 퉁퉁거림이 조금 묻어나오는 안나의 목소리에 나름 적지않은 시간이 흘러버렸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자 이미 몇번이나 그를 부른 모양인지 뽀로통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옆에는 엘사와 다른 일행들도 의문가득한 표정으로 역시나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쉬이 보지못한 참 신비한 눈색을 지닌 자매들이다. 녹람색. 혹은 청록색이라 표현해야 좀 더 정확한 표현일까. 되려 닮은듯 닮지않는듯 비슷한 그들의 눈동자 색은 오래된 기억의 책장속 퀴퀴한 추억하나를 꺼내올법한 색이다.


오로라.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과 주변 이웃나라에도 꽤 유명한 비사인 아렌델의 겨울소동 중에 언니를 직접 찾아나선 안나가 되돌아오던 전날 저녁에 보았던 그 색깔이다. 난생 처음 보았는지라, 그리고 너무나 신기했던지라 넋을 빼며 바라보았던 그 색깔. 하늘은 깨어났다는 어머니의 말을 그제서야 알게되었다. 생각이 흘러 거기까지 미친 한스의 눈도, 머리도 조금은 틔인 기분이었다.



"안나. 당신들에게 해야할 말이 있어요"

"그래요. 한스. 방금 전에도 그리 말했잖아요"



한스는 대답이 들려옴과 동시에 몸을 조금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행동에 뒤이어 따라온 다른 이들의 시선또한 자연스레 뒤를 향하게 되었는데, 한스와 꼭 빼닮은 다른 이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인지하게 되었음에 조금은 놀라면서도 그 존재가 과연 어떠한 대답으로 궁금증을 해소시켜줄지 기대하는 약간의 복합적인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삽시간에 다섯쌍의 눈길을 받게된 다른세계의 한스는 어깨를 으쓱- 추켜세워 보였다.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뉘앙스의 행동이었지만 곧이어 눈이 마주친 한스의 눈빛은 어떤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얼마간이나 침묵의 시간이 흘렀을까. 수없는 다그침에 별다른 수가 없다는듯 한숨을 내쉰 다른 세계의 한스는 곧 손을 휘저었다. 엘사처럼 상서로운 빛이 감도는 것도 아니고 단지 손바람이나 겨우 일어날듯한 작은 손놀림은 그들이 보이는 장막 옆, 현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막을 만들었다.


"헛?!"
"헛?!"
"헛?!"
"헛?!"


4인이 전부 같은 소리를 내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앞서 다시금 보아도 끔찍한 광경이다. 녹음으로 아름다웠을 숲에 온갖 유혈이 낭자하고 땅에는 이리저리 시신들이 굴러다녔다. 저마다의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잠시라도 그 장면에서 눈을 떼지못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스는 조용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그의 목적지는 '다른 세계의 한스' 그인듯 보였다.


"고작 이런 결정을 내렸나? 뭐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지만 그리 급박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에 무엇인가 묘수라도 있나 기대했던 내가 되려 실망스럽군"


"운명이란거 별로 좋아하지도, 그다지 믿고싶지도 않아. 모든 인생사가, 그리고 모든 현상이 시작과 끝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지? 그럼 내 어머니는 어찌되었든 결국 화병에 맞아 죽을 운명이었다는 건가? 절대 인정할수없어. 네가 직접 말했듯이 저기 저 자매들이 정해진 운명을 바꿔놓았다면 나 역시도 분명 가능할거다"


"호- 누가보면 달변가인줄 알겠군."



꼭 해내고 마리라. 명료해진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결코 자랑거리는 아니라지만 나름대로 다사다난했던 인생 속, 죽을뻔한 일이라는건 몇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결국 살아남았다. '다른 세계의 한스'가 했던 어폐를 알게되었을 때, 이제서야 비로소 조금 숨통이 트인 기분이었다. 꼭 이루고말...



푹-

"어?"

털썩-!



손가락 두세마디의 깊이나 되었을까. 허나 생각치 못한 기습은, 그리고 작디 작은 단검의 효과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한스는 그대로 앞으로 풀썩 쓰러져 버렸는데 이상하리만큼 몸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맹렬한 고통과 빙빙도는 머리속. 혹여나 안나일행들을 향해 간신히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지만 그들은 현실에서 벌어진 믿을수 없는 일에 이쪽의 상황은 이미 안중에도 없는듯 상황만을 살피기에도 급급해보였다.



"쯧-!"


그때, 혀를 차는 소리가 한스에게 들렸다. 무엇인가 불편한 심기를 있는 그대로 표출한 주인공은 그대로 앞으로 걸어나와 한스의 머리맡에 쪼그려 앉았다. 당연지사 '다른세계의 한스' 그였다. 쪼그려 앉은 그는 손으로 한스의 머리를 들어올려 눈을 맞췄다. 조금 뿌옇게 이지러진 한스의 시야 속, 불편하다는 행동과는 상반된 다른 세계의 한스의 눈빛은 어떤 기이한 열망으로 넘실거려 무척이나 소름끼쳤다.


"너...너?"


"그리 죽일듯이 쏘아보지마. 나도 '나'를 상처입혀야 한다는 사실이 썩 내키지 않으니까. 걱정마. 눈깜짝할 사이에 모든 일은 옳게 끝나있을거야"


"헉.... 헉...."


"너의 달변은 제법 들어줄만했지만 단지 그거뿐이야. 이거 하나만 기억해. 너의, 우리의 어미가 죽던 날 느껴야했던 그 울분을. 촛불하나 간신히 피워올리며 느껴야했던 그 사무침을. 난 절대 잊을수가 없어. 단 한시도 잊어본적 없어"




.
.
.




다른세계의 한스가 보여주던 충격적인 현실상황을 바라보던 안나는 문득 시선을 돌려 한스가 있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까 보인 곳보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알수없는 이유때문에 쓰러졌던 모양인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스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곳에는 오로지 한명뿐이었다. 불현듯 불안감이 엄습했다.


"한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쓰다가 몇번을 다시 쓰는거지...

계속 비비꼬는거 같아서 처음부터 다시 썼음.

10kb정도 되는거 같은데 생각보다 양이 적네ㅜㅜ.



다음차례는 정닉이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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